R의다락, Other Fiction

Extra Form
장르 위장자

* 불금 버스 안에 갇혀서 끼적였던 아성명대를 스삭스삭
* 나일론 스타킹이라는 서구문물을 처음 만난 명성과 명대
* 약간의 수위묘사, 하지만 별 내용은 없습니다(mm..





@trickste_r






명성이 그 기이한 선물의 존재를 눈치 채게 된 것은 순전히 명대 때문이었다.

“이게 대체 뭐야?”

저녁이었고, 집에는 명성과 명대 둘 뿐이었다. 형님은 정부부처와의 연회가 늦어지는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본래 동석했어야 할 연회 자리에 명성이 가지 않았던 것은 예정에 없는 손님이 찾아왔던 탓이었다. 홍콩에서 하루를 머문 후에 방문하겠다던 바이어는 약속보다 하루 이른 오늘 오후에 상하이에 도착했고, 연회에 참석 중이던 명루를 대신 해 명성이 마중과 접견을 맡았다. 오늘은 관광을 즐기기 위해 온 것뿐이라며 영국의 노신사는 명성과 차 한 잔을 나눠 마신 후에 금방 자리를 털었다. 헤어지며 노신사는 명성에게 예상보다 이른 귀가와 함께 작은 상자 하나를 선물했다. 지난번에 뵀을 때 막내 동생을 퍽 아끼시는 것 같아서요, 라며 노신사는 선물에 대한 첫 운을 부드럽게 떼어 놓았다. 잠잠히 주름이 진 눈이 사람 좋게 웃으며 덧붙였다. 동생분이 참 좋아하실 겁니다.
여자들 물건이잖아? 명대가 불퉁거린 후에야 명성은 노신사가 단단히 착각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넥타이를 당기면서 명성은 명대를 돌아봤다. 상자는 이미 명대의 손 안에서 멋대로 열려 있었다. 명대는 언제고 제멋대로 했다. 모처럼 일찍 돌아와 이제 쉬기 위해서 옷을 갈아입던 명성의 방문을 멋대로 열었던 것처럼 명대는 늘 하고 싶은 것들을 망설이지 않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명대를 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명루 형님이 보았다면 명대의 지금 같은 태도는 오늘도 방문을 걸어 잠글 좋은 핑계가 되었을 것이다. 명성은 명대를 꾸지랄 때에도 최후엔 늘 마음을 꺾어버리고는 했었다. 명대가 상자 속에 든 것을 주르륵 꺼내 들며 얼굴을 구겼다. 스물이 되어도 여전히 티가 없는 눈망울이 솔직히 일그러졌다.

“이건 뭐야? 촉감이 이상하잖아.”

생김은 여인들이 즐겨 신는 스타킹과 같았다. 다만 마른 손 안에 쥐어져 있는 천의 촉감은 명성의 기억과도 달랐다. 천은 커피처럼 갈빛이었고, 명대의 피부가 옅게 비칠 정도로 겹이 얇았다. 당기다 만 매듭이 명성의 목덜미에 엉성하게 매달려 있었다. 명대가 얇은 천을 제 팔목에 돌돌 감았다. 주욱 당겨보던 명대의 눈이 개구지게 웃었다.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스타킹 같은데, 맞지?”

명대가 명성을 향해 물었다. 목소리가 의기양양한 것으로 보아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이 정답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던진 질문은 아닌 듯 했다. 자신이 여인의 물건을 이만큼이나 알고 있다는 데에 대해 명대는 으스대고 있었다. 명대는 올해로 갓 스무 살이 되었다. 명루가 아무리 감시역을 붙여놓아도 명대의 곁에 소년 시절부터 적지 않은 여인들이 꼬이고는 했다. 그중 몇과 어설프게 키스하다 명성에게 들킨 적이 적지 않았다. 그때처럼 명대는 둥그런 눈끝을 부스스 접었다. 명루 형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던 그때의 얼굴과 꼭 같았다.

“아성형, 이거 나 줘.”

주면 안 되느냐는 청원도, 주라는 애원도 아니었다. 명대는 늘 그랬다. 그래서 명성은 그건 본래 네 선물이었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헐거워진 넥타이를 다시 끌어내리면서 명성은 고개를 저었다. 안돼. 명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왜?

“줄 여인도 없잖아.”

셔츠의 단추를 풀다, 명성이 명대를 돌아봤다. 명대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사실이면서.

“아성형은 그러다 연애 한 번 못하고 억지로 결혼할 걸?”
“…누님도, 형님도 어련히 좋은 상대를 골라주실 텐데 뭣하러 연애를 해. 시간 낭비다.”
“것봐, 이렇다니까. 형은 그거 알아? 되게 재미없는 거.”

입맞춤 할 줄도 모를 거야. 우물거리면서 명대는 빈 상자를 명성의 책상 쪽으로 툭 던졌다. 진심인지, 아니면 그저 놀리고 싶어 시비를 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명대는 명루와 달리 명성에게는 이따금 이런 식으로 불퉁거렸다. 명성이 명루와 다르다는 걸 명대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이따금 명대를 호되게 혼내기는 해도 명루는 그만큼 명대를 적극적으로 귀애했다. 명대가 명루의 무르팍을 벗어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명성은 명루의 그런 점을 다른 의미에서 존경했다. 일과 학업에도 거침이 없었던 것처럼 명루는 동생에게 자신의 애정을 쏟아 붓는 데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에 반해 명성은 어쩐지, 쑥스러웠다. 진짜, 진짜, 재미없어. 자신의 침대 위로 벌렁 누우면서 명대는 형에 대한 평가를 그렇게 마무리 했다. 명대의 손 안에는 아직도 얇은 겹의 나일론 스타킹이 도르르 감겨 있었다. 셔츠의 커프스를 풀다 말고 명성은 잠깐 명대를 돌아보았다. 누운 채로 명대가 제 눈앞에서 스타킹을 주욱 펼치며 단단히 당겼다. 이걸 대체 어떻게 신고 다니지? 둥그런 눈매에 장난기가 한껏 걸렸다. 그 얼굴에 명성은 습관처럼 두통을 느꼈다. 명대가 혀엉, 하며 명성을 불렀다. 그리고 흐 웃었다.

“이거, 신어볼래.”

순간 딸꾹질이 날 뻔 했던 것은 허를 찔린 탓이었다. 지난 10년간 명성에게 가장 큰 변수는 늘 명대였지만 명성은 아직도 명대에게 놀랄 구석이 남아 있는 자신에게 더욱 놀랐다. 말릴 틈도 없이 명성은 제 바지춤을 잡으며 침대에서 훌쩍 허리를 들었다. 명대야. 명성이 점잖게 명대를 불렀다. 적어도 내 침대에서는 그런 짓을 하지 말아달라는 속내를, 명성 딴에는 적극적으로, 담아본 투였다. 명대는 이번에도 역시 아랑곳 하지 않았다. 곧게 뻗은 마른 발끝에 팬티 스타킹을 스르륵 끼워 넣으며 명대는 가볍게 대꾸했다. 공부야, 인생 공부. 형님들이 좋아하는 공부.

“이게 얼마나 좋은지를 알아야 여자들에게 선물하지. 이상한 걸 선물했다가 뺨 맞으면 큰일이잖아. 아, 누님께 선물로 드리면 좋겠다! 형, 이건 어느 브랜드야?”
“…듀퐁.”
“아, 역시. 촉감은 좋은 것 같은데, 흠. 들어가려나,… 아, 좀… 빡빡한 것도 같고.”

머리가 아파왔다. 그보다는 어지러워서 명성은 말없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짚어보는 것으로 명대의 기행을 용인해주었다. 아직 시착품에 불과하고, 상용화 되려면 한 해를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도 명대의 행동에 기가 막힌 탓이었다. 생각보다 잘 입혀지지 않는 모양인지 명대는 눈썹을 좁히면서 한참을 끙끙 거렸다. 무릎을 주욱 펴면서 허벅지까지 단숨에 끌어 올리다 명대는 다시 침대 위로 벌렁 누웠다. 누운 채로 명대는 허공중에 다리를 주춤주춤 들고 남은 스타킹을 허벅지까지 주르륵 끌어 당겼다. 제 딴엔 요령이 생긴 모양이었다. 집이라고 편히 걸쳐 입고 있던 셔츠의 밑자락 틈으로 군살 없는 허리가 얼핏얼핏 맨 살결을 드러냈다. 곧게 뻗은 다리에는 속옷과 스타킹뿐이었다. 명대가 빈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곤란했다. 이제 멈춰야 할 것은 명대가 아니라 명성이었다. 그 사실을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
됐다. 명대가 손을 놓았다. 나일론 재질의 얇은 천이 탁, 살갗에 찰팍 달라붙는 소리가 났다. 까슬까슬한 감촉이 신기한 듯 명대는 제 다리를 스스로 한 번 느리게 쓸었다. 곧게 뻗은 발끝이 허공중에서 꼬물거렸다.

“아성 형, 이것 봐봐. 좋아 보이지 않아?”

그래, 좋아 보이는구나. 명성이 명대를 돌아보다, 슬며시 침대 맡의 꽃병 쪽을 돌아보았다. 눈을 둘 곳이 없었다. 신이 난 명대가 양손으로 침대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무릎을 굽히며 헤더 쪽을 향해 엎드렸다. 움직임도 나쁘지 않은데… 우물거리다, 명대가 명성을 향해 활짝 웃었다. 형, 형님한테 말해서 듀퐁 쪽에 투자하는 건 어때? 이거 완전히 히트 상품이라니까. 명성이 끝내 발치 쪽으로 눈길을 떨구며 대답했다. 그래, 한 번 말해보마.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다. 명성은 생각했다. 커프스를 마저 풀면서 돌아서던 그 즈음이었다.

“어, 아… 찢어졌다.”

돌아서 있던 명성의 울대가 느리게 울렁거렸다. 시선이 천천히 뒤를 향해 돌았다. 헤더 쪽에 반쯤 몸을 기울인 채로 명대가 제 다리 쪽을 흘긋 내려 보았다. 무릎을 대고 반쯤 구부렸던 오른 다리를 따라 허벅지부터 가느다란 실금이 발목까지 이어져 있었다. 명대가 명성을 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눈 끝을 옅게 접으면서 명대는 웃었다. 형, 아성형.

“형이 왜 재미가 없는줄 알아? 형은…”
“……”
“겹이 너무 많아.”

명대가 제 입술을 느리게 훔쳤다. 뒤로 뻗은 제 발을 포개며, 명대는 얇은 망사에 감싸인 제 발을 천천히 비비적거렸다. 명성이 또 한 번 울대를 밀었다. 명대의 얼굴에서 천천히 웃음이 사라졌다.  아성형. 그 목소리가 명성에겐 어쩐지 원망처럼 들렸었다.

“…오늘은 명루 형도 없는데.”

겹이 벗겨지던 순간이었다.









곧게 뻗은 다리가 무력하게 흔들렸다. 살집이 부닥치는 소리가 허공을 요란하게 흔들었다. 달빛이 명성의 너른 등 위로 하얗게 떨어졌다. 배근의 틈을 따라 맺힌 땀줄기가 움직임을 따라 비처럼 흔들렸다. 허공중에 흔들리던 마른 손이 명성의 목을 끌어안았다. 형. 명대가 죽을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떠밀리며, 명대가 오열처럼 잘게 떨었다. 제발, 진짜로 제발.

“아파,… 진짜 아파, 그만, … 헉, 그ㅁ, … 아윽,!”

명성은 말이 없었다. 형, 제발. 명대가 목을 젖히며 울었다. 그만해. 명성이 허공 중에 흔들리던 오른 발목을 움켜잡았다. 무릎을 억지로 굽히면서 명성은 자세를 바꿨다. 옆으로 돌아 눕히는 동안에도 명성은 멈추는 법을 몰랐다. 명대의 옆을 짚고 있던 단단한 손이 벌어진 다리 틈을 절제 없이 더듬었다. 목젖을 떨며 꺽꺽 울다, 명대는 명성의 팔뚝에 힘껏 손을 세웠다. 힘을 따라 흔들릴 때마다 팔뚝에 발간 선이 피처럼 맺혔다. 그만. 명대가 떨며 애원했다. 제발, 그만. 명성이 명대의 오른 다리를 힘껏 움켜잡았다. 미안. 검고 깊은 눈이 명대를 향해 느리게 웃었다.

“나는… 재미가 없어서.”

언제나 쉽게 질러가는 법을 몰랐다. 너는… 명대야, 늘 그 점을 답답하게 생각했었지. 놀 줄도 모른다고 했다. 연애를 하는 법도 모른다고 했다. 형 같은 목석보다는 제 쪽이 훨씬 더 요령이 좋을 것이라며 여섯 살 터울의 막내는 늘 어깨에 으쓱 힘을 주고는 했다. 그런 건 상관없다. 차피 요령이 없었다. 살갑지도 않고 붙임성도 없었다. 그래서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뭐라고 말을 하면 좋을 줄을 몰라서.
이를 거야. 명대가 떨며, 또 울며 말했다. 명성이 말없이 허리를 깊게 찍었다. 흡 호흡을 깊게 당기며 명대가 흐느꼈다. 쫓아낼 거야, 나가라고 할 거야. 명성이 명대의 뺨에 입술을 묻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명대가 비명처럼 허리를 꺾었다. 퍽 살집을 깊게 박으며 명성이 명대의 뺨에 이를 세웠다. 낮은 목소리가 잘게 속삭였다. 그래, 다, 바라는대로 해,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검고 깊은 눈이 느리게 웃었다. 하지만 형님 얘기는 하지마.
명대의 눈이 둥그렇게 열렸다, 이내 다시 일그러졌다. 명대는 똑똑한 아이다. 그래서 명성은 설명을 하는대신 명대에게 입술을 겹쳤다. 말로 하는 일엔 어차피 늘 형님보다 요령이 없었다. 너는 그것조차 알고 있겠지, 명대야. 너는 참 똑똑한 아이니까. 막힌 호흡이 읍읍 잘게 떨었다. 벌어진 숨을 달콤하게 핥으면서 명성은 좀 더 속도를 올렸다. 입술을 떼어놓기가 무섭게 명대는 끅끅 목젖을 떨며 울었다. 그래도 다시는 형님을 찾지 않았다.
창 바깥이 소란했다. 연회가 끝난 모양이었다. 고용인들이 우르르 달려나가 명루에게 인사를 올렸다. 명성의 품에 앉은 채로 명대는 기척 없이 흔들렸다. 바깥에서 명루가 소리를 높였다. 명대는 어디에 있어? 명대야, 명대야!
명대야. 명성이 명대의 머리칼을 넘겨주면서 속삭였다. 흠뻑 젖은 눈이 맥없이 명성을 돌아보았다. 내가 미우냐. 명성이 물었다. 명대가 답 없이 느리게 고개를 흔들었다. 형보다 더 미우냐. 명성이 물었다. 명대가 우물거렸다. 아니.
그래. 명성이 웃었다. 그거면 됐어.
긴 복도를 따라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 졸려. 명대가 명성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명성이 명대의 뒷머리를 가만히 쓸어주었다. 손길을 따라 명대가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






사실은 떡을 쓰고 싶었으나 관두었습니다(..ㅠㅠ 그냥 어제 잠깐 쓴 토막을 수습해보겠다고 충동적으로 쓴 거라ㅎㅎㅠㅠㅠ전 역시 철은 없는데 알 건 다 아는 명대가 가장 좋은 듯(mm 더 보면 해석에 변화가 생기긴 하겠지만 일단 5화까지 본 현 시점에서는 이런 아성명대가 좋아요ㅠㅠ..

이 뒷얘기는 언젠가 꼭 구금으로 올려보겠다고 다짐하면서 저는 다시 다른 것을 쓰러 스르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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