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다락, Other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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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랑야방

* 랑야방 정주행 한 기념으로 감상을 겸한 토막글
* 린신비류, 혹은 각주비류인 듯 합니다.
* 별 내용은 없습니다 (mm..







春陽之節
춘양지절


@trickste_r





금릉은 봄이 이르다. 남방에 접해 있는 덕분인지 금릉의 봄은 언제나 절기보다 한 발을 성급하게 앞서 왔다. 남해로부터 거슬러 올라온 봄은 겨우내 땅을 덮고 있던 재색(灰色)을 몰아내고 산천을 물들였다. 성미 급한 목련이 망울을 터뜨리고, 철쭉과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봄은 성곽을 넘었고, 도성 곳곳을 물들이며 이내 금릉에서 근래 가장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는 서생의 담벼락을 두드렸다.
소철의 정원에 봄이 찾아왔다. 이 계절을 가장 반긴 이는 서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필한다는 소년이었다. 아침부터 정원이 소란스러웠던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말총처럼 답싹 묶은 소년의 머리칼 위로 매화의 꽃잎이 사르르 춤을 추며 내려앉았다. 허나 소년은, 비류의 낯빛은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탁자에 술잔을 두고 비류와 마주 앉아 있던 사내 탓이었다. 비류가 볼을 부풀렸다. 아직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소년의 얼굴이 마치 복어 같다고 사내는, 린신은 잠시 생각했던가. 농은 치지 않았다. 저 복어 같은, 앳된 소년이 때를 맞춰 불퉁거린 탓이었다.

“싫어요.”

예상했던 답이었다. 덕분에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비류가 불퉁거리는 것은 린신의 장난기가 동하는 것만큼이나 익숙하고 일상적인 일이었다. 린신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썹을 모았다. 탁자에는 이미 절반이 빈 술병과 함께 매화의 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왜. 린신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비류가 툭 대꾸했다. 싫으니까!

“누가 널 잡아먹는다고 했냐? 그놈의 매화, 귀에 한 번만 더 꽂아보자 그랬다간 이제 나를 아주 죽이겠다, 죽이겠어. 그러지 말고 한 번만 꽂아보자니까?”
“그래도 싫어요.”
“어허.”
“싫―어―요.”
“이 녀석이 요새 매장소랑 어울리더니 내 말 안 듣는 쿵짝만 잘도 맞았구나. 어허, 화낸다.”
“싫어!”

린신의 얼굴이 울컥 일그러졌다. 이놈이 아주 해보자는 거구나. 말하며, 린신은 매화를 한 움큼 쥐곤 아예 자리를 박찼다. 얼굴에 그대로 디밀었더니 비류가 질색을 했다. 그 탓에 잠시 실랑이가 있었다. 난리통도 아니었다. 가까스로 오른 귀를 잡아챈 것과 동시에 비류가 린신의 손목에 일격을 했고, 기다렸다는 듯이 린신이 비류의 손을 움켜잡으면서 한동안 공방이 벌어졌다. 꽂겠다고 부산을 부렸던 매화는 다발이 쌓여있던 탁자 위로 떨어졌고, 술잔이 와르르 쏟아져 정원의 어린 새싹들을 적셨다. 종주의 손난로를 챙겨들고 복도를 걷고 있던 려강이 잠시 이 편을 내다봤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익숙하게 저 편으로 사라졌다. 실랑이는 점점 싸움에 흥을 붙인 비류 덕에 조금씩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매화를 빼앗겠다고 덤벼드는 것을 린신이 익숙하게 쳐내며 방어하다, 이내 양손을 들며 기권을 선언했다. 됐다, 됐어, 내가 졌다. 그 말에 비류가 씨익 웃었다. 그 얼굴에 린신은 적잖이 억울해졌다. 싫다고 성낼 때는 언제고.

“이번엔 내가 이겼어요.”
“이기면 좋냐?”
“응!”

둥그런 눈이 함박 웃었다. 그 얼굴을 잠시 흘기다 린신은 이내 입을 합 다물었다. 약이 오르는 얼굴도 퍽 귀엽지만 이 얼굴도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다시 탁자에 앉으면서 비류는 쌓여있던 매화의 더미에서 다발을 골라냈다. 한참 들여다 보는 양이 아무래도 퍽 맘에 든 모양이었다. 조금 전 실랑이에 대해선 잊은 듯 했다.
마음에 드냐? 린신이 물었다. 비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그래도 여전히 눈길은 매화를 향해 있었다. 매화의 소담한 송이들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비류가 말했다. 근데, 안 된댔어요. 린신이 눈을 좁혔다.

“뭐가.”
“꽃을 함부로 꺾는 거.”
“누가 그래? 좋은 것은 곁에 두고 보는 거야.”
“형님이.”
“그 망할 형님, 괜한 헛바람 넣을 시간에 내 말이나 좀 잘 들으라 하지.”

비류가 팩 눈을 들었다. 항변을 하려나, 싶었더니 역시나 그랬다. 형님한테 뭐라 하지 마요. 린신이 쯧 혀를 찼다. 놀릴까, 농을 할까 해보다 관뒀다. 오늘은 아무래도 기분이 느긋했다. 술의 향이 너무 좋았다. 그보다는 봄철인 덕분이었다. 다시 잔을 채우며 린신은 정원 쪽을 향해 돌아앉았다. 정원의 나무에도 꽃망울이 잔뜩 올랐다. 완연한 봄이었다.

“꽃이 저 자리에 피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몰라요.”
“나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야.”
“왜요?”
“나비가 꽃에겐 세상이기 때문이지.”

비류가 눈을 들었다. 영문 모를 얼굴이었다. 나비가 왜요? 린신이 우물거리다, 이내 말았다. 그조차도 봄인 덕분이었다. 어쩌면 매화를 만지작거리던 그 손이 무예를 한다는 것치곤 퍽 귀여워 보였던 덕인지도 모르겠다.

“두어라. 네가 뭘 알겠느냐.”
“내가 뭘 모르…”
“가져라.”
“?”
“그 꽃, 너 주마.”

다시 한 번 눈이 둥그렇게 열렸다. 소년이 솔직하게 흐 웃었다. 기쁜 얼굴이었다. 이제 제 것이 된 매화의 다발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비류는 코를 묻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저리 좋을까. 눈을 가늘게 좁히다, 린신은 실없이 웃고나 말았다. 한 번 꽂아보는 게 어때? 농담처럼 다시 던진 말에 비류는 딱 자르며 즉답했다. 응, 싫어요.

“그래도 꽃은 좋아요.”
“싫다며?”
“선물이니까.”

어른의 눈이 열리다, 오똑 굳었다. 소년이 흐 웃었다. 첫 달(初月)처럼 소년의 눈이 둥그렇게 휘어졌다. 말을 선뜻 하지 못 했던 것은 그 탓인지 몰랐다. 허둥거리고 당황하게 되는 연유 역시 저 웃음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생각에 린신은 일순 호흡이 멈추는 듯 했다. 허, 실소가 터졌다. 소년이 매화처럼 말했다.

“너무 싫은데 너무 좋아요.”
“…무엇이.”
“안 가르쳐줄 거예요.”

비류가 혀를 쏙 내밀었다. 그리고는 한참 매화의 다발을 들여다보며 코를 킁킁거리며 향을 맡았다. 좀 전의 대화에는 이미 흥을 잃은 얼굴이었다. 어릴 적부터 싫증을 잘 느꼈었다. 호(好)와 불호(不好)에 대한 구분이 뚜렷한만큼 소년은 손바닥을 뒤집듯이 변덕을 부렸다. 너는 그렇겠지. 린신은 생각했다. 킁킁 향을 맡아보다 보들보들한 매화의 꽃잎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매만지던 손끝에서 린신은 도저히 눈길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생각하니 한숨이 터졌다. 나는 참으로 쓸모없이 나이만 먹었구나.
이리 연연하고 있다니.

“비류야.”

무심히 불렀다. 다발에 코를 묻은 채로 비류는 툭 대꾸했다. 왜요.

“나는 가끔 네 나이가 밉다.”
“?”
“어린 놈이, 쯧.”
“지금 나 욕했어요?”
“됐다, 인마.”

이젠 부쩍 자란 얼굴이 의아한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많이 컸다. 린신은 생각했다. 처음 보았을 적만 해도 작은 아이였다. 이제 아이는 소년이 되었고, 머지않아 어른이 될 것이다. 산 것들은 모두 자란다. 자라기에 삶은 생동한다. 너를 곁에 두기 전까지 나는 알아도 몰랐었다. 살아 자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기적이라는 것을.
비류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어디 아파요? 악의 없이 돌아온 말에 린신은 성질껏 눈썹을 구겼다, 이내 말았다. 꾸지라거나 놀리는 대신 린신은 슬며시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류가 영문 모를 얼굴을 했다.
허나 너는 알까, 소년아. 나는 근래 너로 인해 이따금씩 불안해진다. 네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묶어주는 것이 더는 내가 아닐까 하여. 네가 어느 날엔가 훌쩍 이 손 아래를 떠날까 싶어.

“…약을 쓸까.”
“?”
“얼른 자라기나 해.”

쓰다듬던 손이 훌쩍 비류를 떠났다. 그대로 뒷짐을 지고 돌아서는 얼굴에 비류가 황당한 듯 눈을 열었다. 또 나 놀렸죠! 대답 대신 린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미워! 비류가 등 뒤에 대고 꽥 소리를 지르곤 우당탕 자리를 떴다. 그때에도 린신은 돌아보지 않았다. 매화를 향해 돌아선 얼굴이 자꾸만 까닭 없이 웃었다. 자꾸만 실소가 터졌다. 매화는 소년의 낡은 함(函) 속에서 찬찬히 말라갈 것이다. 계절이 다 지나면 바싹 말라 바스러질 꽃이어도 소년은 결코 그 매화를 버리진 않을 테다. 그때가 되면 어찌할꼬.

“꿇어앉고 발을 잡아줄까.”

웃으며 린신은 정원을 걸었다. 바람결은 퍽 달큰하고 향기로웠다. 바야흐로 봄이었다.


(*)







+ 양나라 시절의 전통일 것 같지는 않지만 중국에서는 청혼을 할 때 상대의 발을 잡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결국 못 참고 이렇게 사고를 치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감상을 겸해서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린신비류.. 각주비류.. 린비... 흑흑 너무 좋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 최애커플은 정매인데 어째서 린신비류를 쓰고 있는 것일까요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정매는 제 안에서 원작이 너무 완전한 탓이라고 우겨보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매는 나중에 기회 있을 때 역시 감상을 겸해 토막글을...
무튼 랑야방 재미있습니다 밍나 랑야방 보세요ㅠㅠ////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하는ㅠ///ㅠ

+ 린신이 나온 시기를 따져보면 꽃놀이는 맞지 않겠지만 그냥 모두 함께 봄을 맞았으면 하는 마음에(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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