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다락, Other Fiction

Extra Form
장르 호오즈키의 냉철

* 어느날 충동적으로 후르륵 써내렸었던 귀백 토막글입니다.
* 백업을 겸해서 스스사삭

















호오즈키 x 백택 _ 토막글
140602







녀석은 매사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좋게 던져주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좋게 말해 새디스트, 정직하게 말해 도S라는 데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저승의 고급 관료는 인생의 대부분을 뭔가를 괴롭히기 위해 사는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도원향의 영수는 딴 게 아니라 이 사실을 걱정하는 것이 옳았다. 저런 자식에게 빈 콘돔 껍데기를 발각당한 것보다 하필, 그렇게 약점을 잡게 된 먹잇감이 자신이라는 사실.

난 미쳤다. 백택은 목 뒤에서 불편하게 놓여있는 베개를 수습조차 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또 이와 같이 생각했다. 난 망했다. 장렬하게 망했다. 차마 소리조차 되지 못한 말을 삼키며 백택은 찬찬히 눈을 들었다. 안 그래도 인상 더러운 긴 눈꼬리가 참 살벌하게도 내려다보고 있었다. 꽉 짓눌린 손목을 몇 번 꿈질거리다 백택은 이내 픽 웃었다. 그 얼굴에 녀석의 미간에 또 한 번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당장 그 얼굴에서 천둥 번개가 친다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듯한 그런 얼굴이었다.


“웃음이 나옵니까, 당신은.”
“나와. 아니, 우습잖아?”
“반항조차 하지 않는군요.”
“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까불어 봐야 내 손목만 부러지겠지.”


비실비실 웃었다. 비척거리며 터진 웃음에 호오즈키는 마주 웃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너란 새끼. 깊게 팬 미간을 꾹 눌러 펴주고 싶은 충동대신 백택은 코웃음을 쳤다. 이 다음 수순을 지극히도 당연히 알고 있는 탓이었다. 이것마저 당연하겠지. 어차피 이렇다. 천천히 냉소하고,


“난 진심으로 당신 같은 존재, 버러지라고 생각합니다.”


상처내고 도려내고, 


“알아. 새삼스럽네? 언젠 아니었다고.”
“아니, 진심을 다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같은, 감히 영수란 호칭조차 분에 넘치는 존재 따위.”


체념하고,


“그건, 말이 심하잖아.”
“이게 심합니까? 진심으로? 경고했을 텐데요. 두 번은 없다고.”
“헷갈렸다니까.”
“천하의 백택이 여자의 젖가슴과 남자의 가슴팍을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만.”
“대단한 과찬이십니다, 호오즈키님. 엿 먹어라.”


픽 터진 한 마디에 끝내 쥐고 있던 손목이 힘껏 비틀렸다. 비명이 터지지 않은 건 그 순간에 입이 틀어 막혔기 때문이었다. 왼손목을 꺾듯이 비틀며, 남은 손으로 입술을 틀어막았다. 턱 째 움켜쥔 손끝에 피부 위를 긁듯이 꽉 힘이 들어왔다. 손 안에서 막힌 비명 대신 하얀 몸이 힘껏 버둥거렸다. 퍼덕이는 몸을 녀석이 무릎 끝으로 짓누르며 간단히 제압했다. 비명이, 호흡이 틀어 막혔다. 어지러웠다. 헐떡이는 가슴팍을 무릎으로 퍽 찍어 내리면서 호오즈키가 드물게 웃었다. 그때 백택은 척추 끝에서부터 온몸의 체온이 단번에 식는 기분을 느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 웃느니만도 못한, 차라리 얼어붙는 쪽이 자연스러울 그런 웃음을 보고 있다면.

악마란 말조차 아까웠다. 막힌 입술을 힘껏 짓씹으며 백택은 소리없이 중얼거렸다. 개새끼.


“난 기르는 가축에게는 그리 상냥한 종자가 못된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만.”
“으웁 , 웁 ―!”
“내 말이 말 같지 않은 겁니까, 아니면 간이란 게 없는 겁니까. 아니면,”
“……”
“일부러 이러는 겁니까.”


몰라, 그딴 거. 알까보냐.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짓눌린 왼손목과 움켜쥐어진 얼굴만큼 말은 간단히 제압당했다. 기백에 눌렸나. 아니, 그럴 리가. 저딴 녀석을 상대로 기가 죽어줄 리가 없다. 내가, 천하의 백택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백택은 소름이 끼쳤다. 제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에 공포를 느꼈다. 
미쳤다.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도 내게 훈육이라는 귀여운 짓거리를 딱히 기대하진 않겠지요.”
“읍, 무 … 뭐 하는…, 으웁 ―!”


턱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것과 함께 부욱, 소리가 울렸다. 유난히 서늘한 손이, 유난히 뜨거웠던 피부 위를 미끄러졌다. 더듬다 움켜쥐고 이내 헤집었다. 허리께에 눅진한 아픔을 느끼면서 백택은 또 한 번 비척이며 웃었다. 우스워서, 같잖아서, 기가 막혀서, 아니, 무서워서.


“전희는 없을 겁니다. 어디 한 번 처녀처럼 헐떡여 보시든가.”
“미… 너 미쳤…?! 거기, 잠, 잠깐, 호오즈키, 잠ㄲ…!!”
“아니면,”
“……!?”
“즐기든가.”


그와 함께 단번에 꿰뚫렸다. 가시지 않을 현기증처럼, 지독한 버릇처럼, 알면서도 자꾸만 네 말을 무시하는 그 못된 습관처럼. 그렇게 생각할 때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자꾸만 웃음만 나왔다. 비실비실 웃음을 삼키면서 백택은 기어이 제 위를 짓누르던 너른 등을 움켜쥐었다. 까만 기모노 자락이 손 안에서 울컥 구겨졌다. 울음 같은 비명을 삼키며 백택은 끝내 입술을 짓씹었다. 녀석이 손을 뻗었다. 하얗게 피가 몰린 그 입술 위를 가볍게 문질렀다. 그리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때엔 백택도 웃지 못했다.


“어디까지 M입니까, 당신은.”
“꺼져, 병… 읏,”
“진짜로 즐겨줄 줄은.”


미친 새끼야, 다 너 때문이잖아. (*)




















한동안 호오즈키님한테 폭풍 빠져 보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역시 호오즈키님 하면 얀데레 아니겠습니다^_ㅠ 그 얀데레 알면서도 즐기는, 자라나는 도M계의 새싹 백택이 너무 좋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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