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고전에_알오버스로_캇데쿠
* 알파 귀족 x 오메가 황태자 이야기
* 약수위 주의해주세요





http://youtu.be/2-9CnV_cLsE








아침 해가 다 떠오르지도 않은 푸른 새벽부터 누군가 별궁의 문을 두드렸다. 내관장이 잠들어 있던 침소였다.

내관장에게 귓속질을 한 그림자는 처음에 나타났던 것처럼 또 은밀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길로 몸을 일으킨 내관장은 곧장 세수를 하고 단장을 끝마쳤다. 흐트러짐 하나 없이 정돈한 백발에 관을 올려 묶고 복도로 나올 때에야 비로소 해가 떴다. 그럼에도 볕이 들지 않는 별궁은 아직 밤인 듯 어두웠다. 내관장이 피곤한 얼굴을 크게 손으로 쓸며 긴 복도를 걸었다. 아침마다 가장 먼저 문안을 하던 태자의 방에는 들르지 않았다. 오늘은 그럴 필요도, 명분도 없었다.

태자의 발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발정이 있는동안 태자는 별궁 본채가 아닌 별채에 기거하며 탕약 외에는 마시지도, 먹지도 않는다. 허니 오가며 들르는 것도 내관이 아닌 의관들뿐이었다. 매월 있는 주기적인 발정의 때가 아니라는 점만 뺀다면 평소와 크게 다를 것도, 특별할 것도 없었다. 복도를 나서고 있던 젊은 의관이 내관장을 향해 허겁지겁 인사를 했다. 탕약을 받쳐 들고 있던 것을 보아 별채로 향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태자전하의 용태는 어떠하신가.”

내관장이 물었다. 젊은 의관이 버릇처럼 꾸벅 고개를 숙였다. 관 밑으로 비죽비죽 비져 나온 붉은 머리처럼 의관은 유쾌하고 쾌활한 인상을 가졌으나 오늘은 그 얼굴에 근심이 구름처럼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아침이 되어 발작은 가라앉으셨으나 열은 여전하고, 약기운 탓인지 정신이 혼미하십니다.”
“발정이 시작된 이유는 무엇이더냐.”
“저는 일개 수습이라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수의首醫께서는 기질에 맞지 않는 탕약의 부작용 탓에 기의 흐름이 달라진 것으로 보고 계십니다.”
“알겠네. 자세한 것은 수의에게 직접 들어보도록 하지.”

다시 인사하는 의관의 앞을 지나쳐 내관장은 그대로 길고 좁은 복도를 걸어 궁을 빠져 나왔다. 멀리서 이제 진시辰時 오전7시~9시가 되었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본래는 내관들도, 궁녀들도 이제 겨우 눈을 뜨고 일을 돌볼 채비를 차릴 시간이다. 허나 내관장에겐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너른 돌길을 밟으며 몇 개의 담을 지나 내관장은 익숙한 지름길을 가로질러 걷는 동안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이 나라에서 가장 거대한 궁이 그 위엄 있는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이곳을 흔히 황제의 집, 혹은 태양의 궁이라 불렀었다.

정무를 보는 대당大堂을 그대로 지나쳐 내관장은 뒤편으로 곧장 접어들었다. 황제가 머물며 기거하는 사저私邸였다.

태휘전太暉殿처럼 황금 처마와 붉은 칠을 한 기둥으로 세워진 사저가 아침 햇살에 찬란히 반짝였다. 해가 하늘에서 내려온 모습을 본 따 지어졌다던 황제의 공간들은 가히 이 황가가 대대로 양인임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겨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들이었다.
입구를 지키던 초병들은 이런 시간에 나타난 내관장을 보고 다소 의아한 표정이었으나 그 얼굴에 서린 심각한 빛을 읽었는지 군말 없이 앞을 비켜주었다. 평범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하여도 초병들은 그 앞길을 딱히 막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 황제가 아직 황태자였던 시절부터 그 곁을 머물며 보필하다 이제는 황궁에서 가장 까다로운 난제가 되어버린 이즈쿠 태자의 신변을 직접 나서서 도맡고 있는 것만 보아도 내관장의 충심을 의심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내관장은 인사도 없이 초병들을 지나쳐 길게 이어진 복도를 서슴없이 걸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복도를 돌아 가장 깊은 방에 당도했을 때에야 걸음을 멈췄다. 늘 굳게 닫혀 있곤 하던 황제의 방은 훌쩍 열려 있었고, 등을 지고 선 황제는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용포를 입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 내관장은 법도에 따라 먼저 큰절을 하고, 황제의 용단龍壇에서 꼭 다섯 걸음이 떨어진 곳에 꿇어앉으며 다시 절을 올렸다.

“소신, 황제폐하께 문안 여쭙습니다.”

목소리를 따라 색이 밝은 머리칼과 선홍색 눈이 잠시 제 등 뒤에 앉은 내관장의 얼굴을 흘깃 돌아보았다, 이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얼굴이 누군가와 몹시 닮아 있었다. 친아들보다도 쌍둥이 누이가 낳았다던 외조카가 딱 저런 머리색과 저런 눈동자와 저런 생김을 하고 있었다. 바쿠고 카츠키가 지금보다 스무해 정도 나이를 먹는다면 아마도 저런 얼굴일 것이라고, 내관장은 잠시 생각했다.

“이즈쿠가 다시 발정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궁녀가 내밀어준 소매 안에 잠자코 팔을 꿰어 넣으며 그가, 황제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 점잖은 목소리의 결만큼은 아들과 닮아 있었다. 황송한 얼굴로 내관장이 거듭 고개를 조아렸다.

“예, 송구하게도 그러합니다. 그리하여 불충을 무릅쓰고 이른 아침부터 연통 없이 불쑥 찾아든 결례를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폐하. 허나 시국이 촉박하여…”
“이런 시간에 불쑥 찾아온 가신에게 내 아들이 끝끝내 그 음란하고 천박한 음인의 피를 벗어나는 데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불유쾌한 일은 없겠지. 그건 확실히 그렇군.”
“……”
“원인은.”
“…백방으로 찾고 있습니다.”
“허면 아직 못 찾았다…”

색이 붉은 예리한 눈동자가 차갑게 웃었다. 이만 되었으니 너희는 물러가거라. 담담히 떨어진 말에 궁녀들이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떠났다. 비로소 둘만 남은 후에야 황제는 천천히 몸을 돌려 용단 앞에 웅크린 내관장을 내려다보았다. 관 밑으로 단정히 정돈한 내관장의 머리칼이 유난히도 하얗게 세어 보였다. 선홍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웃었다. 비록 생김은 쌍둥이 여동생의 아들이라던 카츠키를 대고 긁었다 하나 웃을 때만큼은 아들인 이즈쿠와 매우 닮았다. 허나 본래 이 나라의 황제가 어떤 때에 이리 부드럽게 웃는지, 오랜 세월을 섬겨온 내관장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내 누이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 자네의 아들을 내 아들의 접붙이 상대로 넣을 것이라 통보했었지. 그 일로 오랜만에 미츠키가 불같이 화를 냈었다. 하기야, 무리도 아니지. 그 아이들은 함께 자란 소꿉동무에 사촌지간 아닌가. 이 일로 행여 이즈쿠가 사촌의 아이라도 수태하게 되면 황가의 명분을 세우기는커녕 망신살이 뻗칠 것이라고.”
“공주마마께서는 분명 폐하를 염려하시어 그리 고하셨을 것입니다.”
“그래, 내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 그리하여 내 뭐라고 대답했는줄 자네는 아시는가. 그리 화를 낼 거면 자네 아들을 내게 양자로 달라고 했네. 허면 다 해결되지 않는가? 카츠키가 내 양자로 입적하여 보위를 물려받고, 이즈쿠는 카츠키와 혼례 시키면 될 일이지. 그 녀석도 미츠키의 아들이니 지엄한 이 황가의 핏줄 아닌가.”
“……”
“중인이 되는 데에도 실패했으니 이제 남은 수단은 그것 하나뿐이로군.”
“……”
“어떠신가. 이제야 자네들 뜻대로 되었으니 웃어야지.”

선홍색 눈이 또 한 번 고요히 웃었다. 그 말에도 내관장은 차마 고개를 들어 그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볼 수 없었다. 송구하옵니다. 거듭 올린 그 말에 황제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리를 해야지. 웃음기를 지운 얼굴이 가볍게 화제를 돌렸다.

“이즈쿠의 탕약을 조제하고 진맥했던 수의관은 파면하여 고향으로 보내라.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사람을 보내. 조용히 처리해라.”
“분부대로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카츠키에게도 뭔가 보상은 주어야겠지. 무엇이 좋을까… 우선 내조에는 황금을 내리도록 하게. 그리고 연통을 넣어 카츠키에게 내게 직접 들러 바라는 것을 고하라 전해라. 그게 무엇이건 들어줄 것이라고.”
“……”
“자네와는 이즈쿠의 발정이 끝난 후에 다시 얘기하지.”

아. 바닥을 향해 조아리고 있던 내관장이 소리 없는 신음을 삼켰다. 다시 얘기하자는 말이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닐 것임을 내관장은 오래도록 궁을 섬겨온 경험으로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한 사람은 이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반박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황제의 말은 언제나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지금껏 단 한 번도 아들의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이였다. 세상은 그저 황제가 양인의 황가에서 음인으로 태어난 이유로 자신의 아들조차 보지 않는다 생각할 터다. 허나 내관장은 알고 있었다. 어찌 당신이 당신의 아들을 단 한 번도 안아주지 않는 것인지, 얼굴 한 번 보이지 않는 것인지.

미도리야 이즈쿠는 친모를 닮았다. 그 얼굴은 이 나라 황제의 유일한 죄였고, 더불어 죄악감의 증거였다.

평범한 아버지와 남편으로 살 수 있었을 기회를 황제는 스스로 저버리며 저 자리에 올랐다. 당시 그리 선택하지 않았다면 미도리야 황가는 명분을 잃고 각지에서 반발하는 가신들의 반란에 휩싸여 진작 명운을 달리했을 것이다. 아마 평생 보지 않으시겠지. 말할 수도, 드러낼 수도 없는 생각을 잠자코 삼키며 내관장은 그저 고개를 조아렸다.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허니 폐하께서는 아무 심려 마시옵소서. 불편 없이 모두 뜻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모든 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모든 상황이 다 바른 데로 돌아가도록.

황제가 대답 없이 용단의 뒤편을 고요히 올려다보았다. 유난히도 둥글고 큰 창문 위로 찬란히 솟아오른 햇살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다시 아침이었다. 해의 시간이었다.








를 보았다
@ruka_tea


05









태자가 발정을 시작했다.

문제는 지금이 그믐 때라는 것이었다. 별궁의 분위기는 아침부터 먹구름이 낀 것처럼 무거웠다. 음인의 발정은 본래 달의 기운을 받는 것이다. 아직 보름달이 되려면 열흘도 넘게 남아 있었고, 하늘에는 이제 겨우 손톱처럼 희끄무레한 초승달이 언뜻 보이는 정도였다. 태자를 수해동안 진맥하던 수의관首醫官은 오전 내내 모습조차 또렷이 보이지 않았다.

“이 일로 화가 닥칠 것을 저도 아는 거지.”
“하기야… 황제폐하께서 그 성정性情에 조용히 넘어가시겠어? 중인으로 바꿀 수 있노라 큰 소리를 치고는 지금의 수의관 벼슬을 받으셨는데.”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소리지. 어쩌다 한두 명, 기질이 바뀐 걸 가지고서, 쯧쯧…”
“그러니까. 타고난 사람의 기질이 어떻게 바뀌겠어? 괜히 약을 과하게 쓰다 부작용만 생긴 거야. 그러니 때도 아닌 발정이 찾아왔지.”
“이제 수의관님은 죽은 목숨이겠네. 무서워서 누가 태자마마 진맥이라도 하려고 들겠어? 어휴, 나는 이제 출세도 싫어. 이러다 괜히 우리한테까지 불똥 튈까봐 무서워 죽겠다니까.”

나잇살 깨나 먹은 의관장들은 아침부터 탕약을 달이는 방에 앉아 연신 저희들끼리 이 일을 두고 입방아를 찧어댔다. 이런 갑작스러운 발정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으니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아무도 구체적인 이유를 몰랐다. 그저 막연히 짐작만 했을 뿐이다.
타고난 기질을 인위적으로 바꾸려 탕약을 사용하고, 억지로 교접을 하였으니 그 과정에서 주어진 기질들이 탈을 일으킨 것이라 의관들은 입을 모았다. 일종의 부작용이었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이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면, 그것은 분명 자신들이 될 터였다.

“전하, 한 입이라도 드셔야 합니다. 어서요.”

의관들의 분위기는 무거웠고, 서로 별채에 가지 않겠다고 떠밀다가 결국 가장 나이 어린 의관이 이 역할을 억지로 떠맡았다. 관 밑으로 비죽 튀어나온 붉은 머리를 연신 습관처럼 긁적거리며 의관은, 키리시마는 별채 앞에서도 몇 번이나 그 문을 열기를 망설였었다. 그 어떤 음인보다도 강렬하다던 태자의 체향을 겁낸 것은 딱히 아닐 것이다. 중인으로 태어난 키리시마는 양인들과 달리 음인의 체향에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그저 떠도는 향내가 은은하며 좋다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허니 키리시마를 망설이게 한 것은 발정을 맞은 음인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이 얼굴 때문이다. 안개가 낀 것처럼 잔뜩 흐릿해진 숲색 눈이 허공을 향해 흐, 웃었다. 이 얼굴을 본다면 굳이 의술을 배운 의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터였다. 태자의, 미도리야의 상태는 분명 평범하지는 않았다. 약 때문인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약을 권해야하는 사람만 그저 곤란할 뿐이었다.

“태자전하, 드셔야 합니다. 그리해야 몸을 보전하시고 회복하실 것 아니십니까.”
“싫어… 먹기 싫어. 그걸 마시면 기분이, 흐, 이상해진단 말이야.”
“이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저 기운을 보충하기 위한 약제일 뿐이니 마음 놓으셔요.”
“……”
“태자전하.”

거짓말이다. 이것 역시 태자마마의 갑작스러운 발정을 억제해주는 탕약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해서 키리시마는 기어이 거짓말을 했다. 허나 몇 번을 권해도 미도리야는 좀처럼 탕약 사발에 입술을 대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상태로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일 터다. 이 약이 무엇인지, 자신이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런 상태인지.
정리해줄 사람도 없어 아무렇게나 흩어진 침상 위에 앉아 멍한 얼굴로 흐물흐물 웃고 있는 모습은 마치 줄이라도 끊어진 인형 같았다. 발정 때문은 아니다. 음인의 발정은 본래 달에서 오는 것이라 일단 해가 뜨면 밤 내내 그 몸을 괴롭히는 발작과 고열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해가 이미 중천으로 떠오른 지금에도 미도리야가 정신을 또렷이 차리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약 기운 때문이다. 이 약은 음인의 발정을 억제해주는 대신 정신을 흐트러뜨린다. 하기야, 본래 음인의 발정은 해와 달이 내린 섭리인데 그것을 거스르는 약이 몸에 좋을 리도 없었다.

“그럼 뭐… 천천히 드실까요? 어차피 오늘 내관장 어른도 자리를 비우셨으니 서두를 것은 없으니까요.”

결국 키리시마가 백기를 들었다. 이것도 정말이지 못할 짓이다. 어렵게 의과 시험에 통과했던 1년 전만 하더라도 키리시마는 자신에게 이런 연민이 있는 줄 몰랐었다. 이 환경이, 이 황태자를 둘러싼 볕이 들지 않는 별궁과 그 모든 환경이 키리시마의 마음을 시시때때로 괴롭게 했다. 먹여야 한다.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별궁을 돌보는 의관들을 대표해 수의는 언제나 그 점을 강조했었다. 허나 키리시마는 아직 선배 의관들만큼 마음이 모질지 못했다. 단지 나이가 가장 어리고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 하나로 발정 때의 황태자를 돌보는 역을 떠맡은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적인 연민이었다. 단지 그렇게 태어났을 뿐 아무 죄도 없는 이 황태자가 매월 한 번씩, 달의 힘에 사로 잡혀 울며 괴로워하며 혼절하기를 반복하는 그 모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터였다.
탕약 그릇을 물려놓자 빛을 잃은 눈동자가 그제야 키리시마를 향해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유난히 탁한 얼굴이 꿈을 꾸듯 허공을 올려 보았다. 그 1년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이름이 미도리야의 입술을 비집고 툭 튀어 나왔다.

“캇쨩, 보고 싶다…”

아예 저 입술에 문신처럼 새겨져 버린 것이 아닐까. 그 이름은 그런 것이었다. 정신이 혼미할 때마다, 발작에 시달리며 비명을 지를 때마다 미도리야는 흔히 그 이름을 불렀다. 키리시마를 돌아보는 숲색 눈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그 얼굴이 마치 부모의 손을 놓쳐버린 다섯 살 어린 아이 같았다.

“캇쨩은… 어디 갔어? 어제까지 나랑 있었는데, 어디로 가버렸어?”
“아, 정위께서는… 급한 용무가 있으셔서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태자전하. 내조로 일을 보러 가셨어요.”
“그럼… 다시 돌아오는 거야?”
“…예, 아마도.”

말을 흐려버린 것은 이번에도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캇쨩이 대관절 누구를 가리키는 이름인지 키리시마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었다. 그 이름이 3년 전에 발길을 끊어버린 태자전하의 오래된 소꿉친구이자 외사촌형제를 일컫는 것이라고 정확히 알려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별궁의 내관과 의관들은 태자전하를 모시는 것이 일이면서도 태자의 일에 대해선 언제나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사흘 전에야 겨우 그 애칭이 공주마마의 외아들이자 그리 일을 잘 하고 재주가 뛰어난 인재라며 장안에 칭송이 자자한 내조의 정위 바쿠고 카츠키를 가리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태자께서 얼마나 그 이름을 사적으로, 간절히 찾고 있는지는 당사자인 바쿠고 카츠키조차 모를 테지. 미도리야 본인 역시 모를 것이다. 키리시마가 쓴웃음을 삼켰다. 다시 내려놓았던 탕약 사발을 들어 올린 붉은 머리가 미도리야의 앞에서 고개를 푹 수그렸다. 이번에도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던 까닭이었다.

“주무십시오, 태자전하. 달게 주무시고 기침하시면 정위께서도 돌아와 계시겠지요.”
“……”
“이 약을 한 사발 들이키시면 불안이 가라앉아 푹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정위라는 이름을 꺼낸 덕인지 이번에는 미도리야도 키리시마가 기울여주는 약사발을 거부하지 않았다. 좀처럼 고개를 잘 가누지 못하는 미도리야의 뒷머리를 단단히 받쳐주며 키리시마는 멍하니 열려 있던 입술로 천천히 사발을 기울였다. 오래지 않아 미도리야는 벌어진 앞섶도 여미지 않고 흩어진 침상 위에 그대로 스르륵 쓰러져 잠이 들었다.
오늘은 길고 긴 밤이 되겠지. 쓴웃음을 삼키며 빈 탕약 사발을 챙긴 키리시마가 양손을 모으며 잠든 미도리야에게 절을 했다.

“허면 편히 주무십시오, 태자전하.”

달게 잠든 얼굴을 가만히 뚫어보다 키리시마는 사발을 챙겨들고 문을 닫았다. 버릇처럼 열쇠를 꺼내다, 키리시마는 이내 두었다. 마음이 괴로워 그랬을 터다. 어차피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일어나면 밤중일 테고, 열과 발작에 시달리다 또 그리운 이의 이름을 부르며 지쳐 잠에 빠지겠지. 잠그지 않은 열쇠를 그대로 주머니에 찔러 넣고 키리시마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

저 멀리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 해를 좇아 미도리야는 정신없이 텅 빈 벌판을 달리고 또 달렸다. 종종 발정이 올 적마다 이런 꿈을 꾸었었다. 꿈인데도 그 해를 쫓아 달리고 있으면 까닭 없는 안타까움이 가슴을 터뜨릴 듯 조여 왔었다. 달리느라 맨다리는 온 곳에 생채기와 멍이 남았다. 그런데도 아픔을 몰랐었다. 언젠가 연꽃을 꺾겠다며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 발목을 다친 그날, 저를 업어주었던 등 위에서 소르르 잠이 들어버렸던 그때처럼.
꿈인 줄을 알면서도 계속 달렸다. 꿈인 것을 다 알면서도 계속 그 뒤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고 또 달렸었다. 그러다 어느 틈엔가 알아차리곤 했다. 내가 보며 달렸던 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의 등을 보며 그렇게 달리고 있었던 건지, 내가 누굴 그렇게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건지, 누굴 그리도 간절하게 원했었던 건지.

색이 밝은 머리칼이, 선홍색 눈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대로 오똑 멈춰버린 미도리야를 바라보며 그 해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근사한 입매를 씩 밀며 익숙한 목소리가 가슴을 흔들었다.

그렇게 뛰어서 잡히겠냐, 멍청아.

맞아, 나는 이보다 더 간절했어야 했어. 꿈을 꿀 때마다 몇 번이고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말야, 캇쨩, 그랬어야 했어. 3년 전에 내게 기울어오던 네 입술을 틀어막아 버렸던 그날 이후부터 수도 없이 후회했었다. 네 입술을 막지 말았어야 했어. 그때는 실수를 했어도 처음이라는 말로 모두 용서 받을 수 있었을 지도 몰라. 이게 다 해와 달이 떠밀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자연의 섭리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그때는 그렇게 변명할 수 있었을 거야.
어쩌면 지금 이 괴로움은 그때 모두 곪아버린 상처인지도 모른다. 미도리야가 입술 끝을 꽉 씹었다. 어느 틈엔가 코앞까지 다가온 바쿠고가 그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스르르 다가온 손이 젖어버린 뺨을 느릿느릿 어루만졌다. 울기는, 등신 같이. 바쿠고가 입 끝을 픽 비틀었다. 그 얼굴이 좋았다. 그 얼굴에 온 가슴이 소란했었다. 꿈인데도 그랬다. 꿈인데도 네가 그렇게 난 좋았었다.

‘왜 울어.’
‘그냥… 후회돼서, 괴로워서.’
‘……’
‘이럴 거면 그때 그냥 네 짝이 되었어야 했는데.’

아니, 짝이 아니라도 좋아. 그저 네게 나를 던졌어야 했었다. 아무 것도 모른 척, 그저 달이 나를 떠민 척. 그랬다면 지금만큼 괴롭지는 않았을 거야. 꿈에서조차 이 모든 얘기들을 할 수가 없어서, 아득해서 미도리야는 그저 말없이 팔을 뻗으며 바쿠고의 목을 끌어안았다. 멍청하긴. 덤불 같은 머리칼을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꿈속의 너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때부터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거든, 등신아.’

기울어진 입술이 성급하게 겹쳐왔다. 물리는 법도, 피하거나 막아서는 법도 없이 미도리야는 제게 기울어온 입술에 제 틈을 벌리며 밀려들어오는 설육에 간절히 혀를 감았다. 뒤엉킨 몸에 떠밀려 풀밭 위로 떠밀렸을 때 온 사방에 피어 있던 하얀 민들레 홀씨들이 하얗게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달의 조각 같다든가, 너무 예쁘다는 말을 하는 대신에 미도리야는 제 의복을 거칠게 벗겨내는 손길을 따라 바쿠고의 허리춤에서 허릿대를 뽑아냈다. 순식간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하얗게 드러난 살갗을 겹치면서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무릎을 깊게 구부리며 허리를 다붙일 때, 하늘을 향해 젖혀진 숲색 눈은 기어이 흠뻑 젖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행복해서. 이제는 어쩐지 꿈이 아닌 것만 같아서.

그래서 캇쨩, 나는 지난 사흘에 대해선 후회가 없어.

이젠 내 몸이 너를 기억한다. 네가 나를 어떻게 꿰뚫었는지, 네가 나를 어떻게 만지며 어떻게 더듬었는지 나는 이제 다 알고 있어. 꿈인데도 생생한 격통이 벌어진 틈을 몇 번이고 가르며 젖은 자리를 비벼왔다. 턱을 젖히고 헐떡이면서도 미도리야는 고집스럽게 바쿠고의 등에 팔을 감았다. 좋냐? 유난히 붉음이 짙던 선홍색 눈이 그렇게 물었다. 좋아. 숲색 눈이 흐,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좋아, 너무 좋아.’
‘……’
‘캇쨩, 세상에서 제일… 좋, 아흐ㅅ,’
‘이딴 걸로, 만족하지마, 멍청아. 이제, 하, 시작인데.’

깊게 찔러 들어온 자리를 따라 곧은 뼈대들이 또 한 번 달콤하게 비명을 질렀다. 다물지 못한 입술 틈으로 말간 타액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젖은 자리를 입술로 문지르며 바쿠고는 수시로 그 벌어진 자리에 제 입술을 겹쳐왔다. 흐릿해진 시야 안으로 민들레 홀씨들이 어지러이 날아다녔다. 다 좋았다. 그저 좋았었다. 무엇이 좋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어. 대답을 똑바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네가 경어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서, 너와 나의 거리가 이만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 않아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그저 너라서.

좋아해.

벌어진 입술이 멋대로 그렇게 우물거렸었다. 꿈인데도 그 말을 뱉어낸 자리들이 미도리야는 다 어지러웠다. 허리를 멈춘 바쿠고가 잠시 미도리야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뚫을 듯 빤히 보던 예리한 선홍색 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옅게 웃을 때엔 버릇처럼 심장이 와르르 떨렸었다. 꿈인데도 그랬다. 그때도 그랬었다.

‘다 알거든, 멍청아.’

깨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나도… 같은 마음이라고.’

영원히 이 꿈에서 깨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 이게 결국엔 끝나버릴 꿈인 것도 알고 있어. 어둠 속에서 고요히 닫혀 있던 숲색 눈이 스르륵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붉게 달아오른 눈꺼풀 끝이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어둠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든가, 어차피 꿈이었다는 자조를 삼킬 틈도 없이 미도리야가 허리를 득달 같이 들며 크게 헛구역질을 했다. 머리가 뜨거웠다. 온몸이 어지러웠다.

발작이 시작되었다.

살갗 밑을 떠도는 열기 탓에 동지를 지난 한밤중인데도 온몸에는 땀이 송글송글했다. 답답함에 이미 몇 번을 잠결에 풀어헤친 야장의夜長衣 사이로 맺힌 땀이 쇄골과 갈빗대를 따라 또르르 흘러 내렸다. 더워. 밭은 숨결을 몰아내며 미도리야는 제 몸을 일으켰다, 누웠다, 둥글게 말며 몇 번이고 침상 위에 살갗을 비벼댔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찌하면 좋을 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알아서 더 괴로웠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네가 나를 어떻게 안았는지, 어떻게 탐하며 꿰뚫었는지.

다리를 더 벌려보시지요, 태자전하. 귓가로 다가온 습한 숨결이 그렇게 속삭였었다. 그래야 제 물건이 전하의 음혈을 벌리며 비벼드릴 것 아닙니까.

“숨이… 헉, 숨을, 숨을 쉴 수가, 헉,…”

한여름에도 이만큼 달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가 숨통을 힘껏 조여 왔다. 아마도 발정을 억제해주는 탕약의 효과가 모두 가셔버린 후라 그런 지도 모른다. 덕분에 정신은 약에 취해 있던 낮보다는 또렷했지만 그 탓에 몸 안을 휘젓는 열기가 지나치리만큼 생생하게 느껴졌다. 구부렸던 허리를 오뚝이처럼 들며 미도리야는 비틀비틀 문간을 향해 걸었다. 소리라도 지를 작정이었다. 차라리 약을 달라고, 제발 이 빌어먹을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도록 약기운에 취해 잠들게 해달라고 그리 빌 생각이었었다.

미도리야의 힘에 떠밀린 문간이 긴 소리를 내며 열렸다.

평소 같았다면 왜 문이 잠겨 있지 않은지, 이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어봐도 되는 것인지를 먼저 고민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예고 없는 발정은 그 정도의 이성도 용납해주지 않았다. 문이 왜 열려있는지를 고민하는 것보다도 지금은 약이 급했다. 미도리야가 벌어진 옷섶을 굼뜬 손으로 어설프게 추스르며 복도로 나왔다. 허나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차갑게 식은 복도의 마루가 열기로 달아오른 맨 살갗에 얼음장처럼 달라붙었다. 그조차도 지금은 달아오른 탓인지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미도리야가 잠시 달아오른 숨결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향내를 느낀 것은 바로 그때였다.

향내가 나고 있었다. 달고 시큼한, 맡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어지러워질만큼 짙고 어른스러운 향내였다.

멈췄던 걸음이 단번에 떠밀렸다. 이 자리를 함부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이성보다도 그 향내에 대한 충동이 미도리야를 기어이 바깥으로 떠밀었다.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걸음은 향내가 가까워질수록 보다 더 빨라지다, 문 앞에선 기어이 내달렸다. 무엇인지, 왜 이런 향내가 나는지도 모르면서 미도리야는 그저 내달려 닫혀있던 별채의 문을 열었다.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바깥으로 나서자 출처 모를 향내의 방향이 보다 또렷해졌다. 분명 연못이 있는 뒤뜰이었다. 신발조차 신지 못한 맨발이 차가운 자갈과 흙길을 밟으며 무작정 뛰었다. 꿈에서처럼, 연꽃을 꺾었던 그날처럼 미도리야는 이번에도 아픔을 몰랐다. 기껏 추스른 야장의의 얇은 자락이 엄동설한의 겨울바람을 타고 하얀 새처럼 나부꼈다.
하늘 위에는 손톱 같은 초승달이 흐릿하게 걸려 있었다. 별궁의 본채를 크게 돌자 미도리야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던 연못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에서 그만 걸음이 멈췄다. 좀 전보다 짙어진 향내 탓은 아니었다. 그 향내를 가졌을 주인이 거기 또렷이 서있었다. 검은 장옷이 바람결에 크게 펄럭거렸다.

연못가에 서있던 색이 밝은 머리칼이, 선홍색 눈동자가 가만히 미도리야를 바라보았다.

향내도, 그의 그림자도 모두 열 걸음 앞에 서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서도 누구도 먼저 섣불리 입을 열지는 않았다. 믿기지 않아 그랬을 지도 모른다. 가슴이 요란하게 쿵쾅 거렸다. 귀 밑의 혈관들이 소란하게 박동거렸다. 이대로 귀가 좋을만큼 가슴이 뛰는 소리에도 미도리야는 그저 못에 박힌 듯 그곳에 잠시 서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네가 여기에 있을 리가 없는데, 지금 여기에 네가 있으면 안 되는데.

미도리야가 입술을 꽉 씹었다. 동시에 어떤 힘이 미도리야의 등을 힘껏 떠밀었다.

달린 것과 동시에 이쪽을 보고 있던 바쿠고의 그림자가 함께 움직였다. 옷섶을 추스릴 틈도 없이 그대로 내달린 미도리야가 품 안에 뛰어 들었을 때, 바쿠고가 그 허리를 으스러뜨릴 듯 끌어안으며 두 몸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겨울이라 무성했던 연꽃도 없는 차가운 땅 위로 겹쳐진 두 몸이 기울었다. 누가 먼저 의복을 벗어 던졌는지, 누가 먼저 허리춤을 풀었는지, 누가 먼저 그 허리를 다붙였는지는 모른다. 이성이 또렷했어도 몰랐을 것이다. 그저 어지러웠다. 뜨거웠다. 몸을 돌린 미도리야가 스스로 엎드렸을 때, 바쿠고가 하얀 등에 덮여 있던 야장의를 그대로 한 손에 움켜쥐곤 단번에 벗겨냈다. 기울어진 입술이 미도리야의 목덜미와 등에 정신없이 잇날을 박아 넣을 때마다 미도리야는 온몸을 환희처럼 떨며 신음을 참지 않았다. 그때마다 향내에 어지러웠다. 숨이 막혔다. 마치 통째로 연못 안에 잠겨버린 것만 같았다. 그 연못엔 너를 닮은 연꽃이 아마 가득 피어 있을 터였다. 너처럼 눈부신, 너처럼 반짝이는, 너처럼 뜨거워 그리도 해같은. 태양 같은.

“이대로,… 죽고 싶어. 익사해서, 죽어버리고 싶어.”

헐떡이며, 울며 빗장이 풀려 버린 입술이 멋대로 떠들었다. 하. 귓가로 다가온 입술이 귓불을 물어뜯으며 사납게 귓속질을 했다. 입 다물어, 등신 새끼야. 그뿐이었다. 엎드려진 무릎이 노골적으로 벌어지며 허리가 다붙는 기척이 났다. 대화가 사라져 버린 별궁의 뒤뜰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곤 오로지 습한 호흡과 울음소리 뿐이었다.
정말이야. 흔들리며, 울면서도 미도리야는 몇 번이고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로, 진심이야, 캇쨩. 등 뒤에서 바쿠고가 날선 숨결을 사납게 몰아냈다. 씨발, 개같은, 존나, 하.


그때도 네가 울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계속)







그래도 일주일에 한 편은 꼬박꼬박 쓰자고 결심해서 또 이렇게 일주일만에 스르륵 올려봅니다^ㅇㅠ 이번 편은 그래도 키리시마도 나오고 이런저런 사건이 많았네요 허허... 이제부터는 좀 전개에 속도를 붙여서 가고 싶은데 어찌 될진 모르겠고, 저는 손말 때처럼 이번 편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려서 아마도 짧게 끝나지는 않을 듯 합니다 ㅎ.ㅎ.ㅎ..ㅎ.... 그래도 열심히 힘내보겠다며 999999 읽어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흑흑 ㅠ.ㅠ.ㅠ.ㅠ.ㅠ

+
바쿠고 아버지가 미도리야를 닮은 것처럼 저는 바쿠고를 매우 닮은 미도리야 아버지를 밀고 있습니다..  개성도 불이시고 흑흑ㅠ.ㅠ 그러나 아빠 아닌 엄마 닮은 캇뎈들..

?
  • OOP 2018.02.04 20:26 SECRET

    "비밀글입니다."

  • 오잉 2018.02.04 21:19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ㅌㅎ 2018.02.04 22:02
    엉엉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ㅠㅠ 엉엉엉! 중간에 꿈이 아니길 저도 간절히 빌었네요..!!
  • 데쿠 2018.02.05 16:20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카님최고 2018.02.06 07:41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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