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맞선보기 싫어서 바쿠고가 미도리야랑 가짜 애인 흉내 내는 이야기
* 드디어 하편입니두앙
* 약수위 주의
* BUT 별 내용은 읍씁니당..




애인이 있는데

@ruka_tea








저녁은 결국 먹지 못했다. 로비에서 카드키를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도 미도리야의 손목은 바쿠고의 손 안에 잡혀 있었다. 그 탓에 미도리야는 바쿠고에게 끌려가다 하마터면 주머니 안에 핸드폰을 다시 쑤셔넣다 몇 번이나 떨어뜨릴 뻔 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바쿠고는 올라오는 내내 말이 없었다. 꽉 잡힌 손목의 아픔보다 미도리야는 말이 없는 바쿠고 쪽이 딱 10배쯤은 더 신경 쓰였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제 마음을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캇쨩을 따라가고 있는 걸까.

아무리 바쿠고 쪽이 키나 체격이 훨씬 컸다 그래도 이기지 못할 힘은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건 몰라도 공수도에선 몇 번 바쿠고를 이긴 적도 있었다. 아무리 게이라고 해서 아무 남자나 다 된다는 것도 아니다. 물론 친구 관계를 떠나 바쿠고 같은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어? 생각해보던 미도리야가 잠시 숲색 눈을 느리게 꿈벅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지금까지 사귀었던 남자들 모두 그랬었다. 미도리야가 카드키를 꺼내 현관에 긁고 있던 색밝은 머리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맞아, 모두 너를 닮았었다. 나와 사귀었던 사람들 모두.

“싫으면 가라.”

바쿠고가 잡고 있던 손목을 풀면서 짧게 말했다. 그때도 미도리야의 얼굴은 돌아보지 않았다. 현관은 아직 열지 않았다. Suite라는 글자가 단정히 붙어있는 명패를 힐긋 올려보며 바쿠고는 덧붙였다.

“억지로는 안할 거니까.”

자아찾기를 하고 있던 내면의 물음표가 바쿠고를 향해 다시 머리를 돌렸다. 어? 미도리야가 숲색 눈을 크게 꿈벅거렸다. 예전부터 바쿠고 카츠키에 대해선 전공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잘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바쿠고의 행동이 한치 앞도 예상되지 않았다.
싫고 말고가 아니라… 미도리야가 우물거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입술이 여전히 문 쪽을 향해 묵묵히 돌아서 있던 바쿠고에게 운을 뗐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문제가 아냐. 캇쨩,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왜 나하고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
“물론! 내 전 남친이 실수한 건 알아. 걔가 캇쨩 성질을 긁은 것도 알겠어. 캇쨩은 예전부터 지는 걸 싫어했잖아. 근데… 이건 좀 이상해. 아무리 열 받았다고 그래도 호텔에 오는 건 이상하잖아. 왜냐면 캇쨩은…”

스트레이트니까. 목 밑까지 치민 말을 미도리야가 간신히 꾹 집어 삼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지점이 이상했다. 너랑 내가 여기에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어. 어머니의 말씀이 정확했다. 너는 남자랑 진심으로 키스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지기 싫어서 그래. 어릴 적부터 그랬었다. 생각에 미도리야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놓았다.

“싫은 건 아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아니, 너한테 이런 식으로 휘둘리는 건 싫어. 어차피 캇쨩은… 진심도 아니잖아.”
“……”
“이렇게까지 안 해도 알고 있어. 캇쨩이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지는.”

사실은 가슴이라도 한 번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너를 닮았었다. 잘 생겼고, 멋지고, 근사하고, 그래서 저 잘난 맛에 살고, 오만하고, 건방지다. 그런 연애들이었으니 한 번도 잘 될 리가 없었다.
그게 너와 연애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을 거야.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친구라기에도 늘 애매한 간격이 있었다. 처음에 키리시마 얘기를 꺼냈던 것도 순전히 그 탓이었다. 바쿠고 카츠키의 오래된 친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묻노라면 거기에 대해 미도리야는 자신이 없었다. 미도리야가 크게 호흡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바쿠고는 여전히 문 쪽을 돌아본 채로 묵묵부답이었다.

“캇쨩한테 내 전 남친과 관련해서 부탁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아닌 것 같아.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캇쨩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확실히 매듭지을게. 내가, 혼자…”
“……”
“그러니까 이런 연기는 그만두고 돌아가자. 아, 나 때문에 결제한 거니까 돈은 내가 다시 돌려줄…”
“등신새끼가.”

돌연 바쿠고가 우득 이를 갈았다. 선홍색 눈이 우물우물 잘린 말꼬리를 흐리고 있던 미도리야를 노려보았다. 눈썹과 눈썹 사이가 유난히 좁았다.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흠칫 어깨를 좁혔다. 역시나 바쿠고 카츠키를 오래도록 전공해온 덕분에 미도리야는 알고 있었다. 자기 인생의 첫 번째 친구가 어떤 때에 이런 얼굴을 하는지.

“누가 연기랬어.”

미도리야가 힉, 딸꾹질을 삼켰다. 화났다. 그것도 엄청.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아니, 그게 아닌 게 아니고… 연기였던 것 맞잖아. 키스도 어차피 그래서 한 거고… 아, 약속을 어기겠다는 뜻은 아냐! 어머니가 또 맞선 얘기 꺼내면 얼마든지 도와줄…”

이번에 말문이 막힌 것은 바쿠고 때문이 아니었다. 어디서 진동소리가 우르르 울리고 있었다. 복도가 유난히 조용한 탓에 진동 소리는 크고 선명했고, 미도리야는 누구의 주머니에서 이 진동이 오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망했다. 미도리야가 소리 없이 혀를 깨물었다. 바쿠고가 바지 주머니 바깥으로 어설프게 비져 나와 있던 미도리야의 핸드폰을 흘깃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욕하지 않았다. 아니, 욕을 했어도 미도리야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캇쨩, 잠…!? 읍, !”

멱살이 잡히고 그대로 끌려 들어갔다. 스위트룸의 현관이 크게 열리고 닫혔다.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멱살채로 잡힌 몸이 그대로 현관으로 떠밀렸다. 목 뒤에서 문이 요란하게 흔들린 것과 동시에 입술이 겹쳤다. 피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겹쳐온 입술에 숲색 눈이 우뚝 굳었다, 이내 지진처럼 흔들렸다. 겹쳐오는 입술이 너무 뜨거워서 미도리야는 하마터면 그대로 분위기에 휩쓸리고 혀를 얽을 뻔 했다. 평범하지 못한 성적 취향은 언제나 보다 더 욕망에 가깝다. 만약 우리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으면 나는 진작 네 무릎 앞에 앉아 네 지퍼 위를 더듬었을 거야. 하지만 상대는 바쿠고 카츠키였다. 사이가 아무리 살갑지는 못 했어도 친구는 친구였다.

“캇… 잠깐, 아냐… 하지마, 하지ㅁ… 읏, !”

겨우 틈이 생겨 얼굴을 돌리기가 무섭게 이번엔 뺨이 잡혔다. 반사적으로 어깨를 좁힌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힘껏 바쿠고의 가슴팍을 떠밀었지만, 이미 예측을 했던 모양인지 오히려 손목이 잡혔다. 미도리야의 손목을 잡고 남은 손으론 어깨를 힘껏 누르면서 바쿠고가 무게를 실어왔다. 연거푸 입술이 기울었다. 미도리야가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꽉 다물었다. 하지만 이번엔 키스가 아니었다. 바짝 다가온 입술이 굳게 다물린 아랫입술을 흠뻑 빨며 혀로 훑을 때 미도리야는 감았던 눈을 기어이 다시 열었다. 척추가 저릿했다. 그보다 더 익숙한 감각이 허리께를 흔들었었다.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귓가에 콧날을 바싹 붙이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숨결에도 온몸의 솜털이 다 곤두서는 것 같았다. 뜨겁게 날선 호흡을 잇새로 밀어내며 바쿠고가 낮게 이를 갈았다.
입 다물어. 바쿠고가 말했다. 선홍색 눈이 불길처럼 사납게 일렁거렸다.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내가 씨발, 지금 야마가 존나 돌아서 통제가 안 되거든. 니 그 애인 새끼 죽여 버리고 싶어서.”
“……”
“어디서 남자새끼랑 키스를 해. 뒤지려고.”
“……”
“죽고 싶어서, 씨발 새끼가,”
“……”
“왜 내가 아닌데.”
“……”
“남자랑 된다면서 씨발, 왜 나랑은 아닌 건데, 씨발아.”

어? 숲색 눈이 크게 끔벅거렸다. 설마. 주근깨가 흩어진 뺨이 긴장과 기대로 실룩거렸다. 그 기척을 들킬까봐 미도리야는 몰래 볼 안쪽을 힘껏 씹었다. 설마, 진짜…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선홍색 눈이 울컥 일그러졌다. 인상은 사납지만 그래도 동네에서 잘 생겼다는 소리 꽤나 듣던 눈매 끝이 젖어 있었다. 그 얼굴은 미도리야도 잘 알고 있었다. 바쿠고는 분할 때 울었다. 어떻게 해도 자기 뜻대로 안 될 때, 영영 이기지 못할 때, 그래도 결국 패배를 승복해야할 때.
설마.

“씨발, 데쿠 주제에 남자 보는 눈 더럽게 없고, 경계심도 없고. 그딴 새끼가 동네에서 키스하는데 존나 피할 줄도 모르고, 등신 새끼가.”
“……”
“누가 보는 줄도 모르고, 존나, 거지 같이, 씨발,”
“……”
“참았는데.”
“……”
“나는 씨발, 참았는데.”
“……”
“등신 새끼야, 내가 존나 얼마나 오랫동안…!”

바쿠고가 버끔거리던 입을 돌연 다물었다. 힘껏 이를 악물면서 바쿠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잡혀있던 멱살과 손목의 힘이 빠져 나갔다. 현관에 떠밀려 발끝으로 간신히 서 있던 미도리야의 몸이 문을 타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하마터면 그대로 주저앉을 뻔 했었다. 다리의 힘이 풀려 그랬다. 그보다, 너무 놀라서 그랬다.

“가, 씨발아.”

거실 쪽으로 돌아선 바쿠고가 훌쩍 코를 들이키며 말했다. 방은 확실히 스위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넓었고 깔끔했으며 통유리에 걸쳐 있는 야경 또한 근사했다. 그러나 미도리야는 창 너머에 그림처럼 걸려 있던 레인보우 브릿지를 감상할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보다는 누가 머리 위에 찬물이라도 쏟은 것만 같았다. 뒷머리가 울렸다. 마치 절름발이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처럼.
세상에. 그때까지도 넋이 빠져 있던 숲색 눈이 크게 끔벅거렸다. 말도 안돼.

“캇쨩… 나 좋아했었어?”
“누가 씨발 너 같은 걸 좋아하냐, 어!? 안 좋아해! 싫어해! 존나 싫어한다고, 이 씨발아!”

말을 던지기가 무섭게 열 마디가 돌아왔다. 씩씩 거리며 돌아본 것치고 눈가는 벌겋고 젖어 있었다. 눈치는 항상 늦었다. 그래도 미도리야는 바쿠고 카츠키에 대해선 세상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둥그렇게 열려있던 숲색 눈이 천천히 호선을 그렸다.

“좋아하는구나.”
“누가, 씨발.”
“하하, 큰일났다. 어떡하지, 캇쨩…”
“……”
“두근거려.”

분기에 씩씩 눈을 돌리던 바쿠고가 다시 미도리야를 급하게 돌아보았다. 뭐? 바쿠고가 물었다. 미도리야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흡 숨을 들이켜고 내쉰 후에 미도리야는 그제야 현관에 대고 있던 등을 떼고 거실로 올라왔다. 아까부터 간헐적으로 울리고 있던 핸드폰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그랬었다.

“그러고 보니 캇쨩.”

미도리야가 흐, 웃었다. 바쿠고가 훌쩍 코를 들이키며 불퉁스럽게 대답했다.

“뭐, 씨발.”

아.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볼 안쪽을 힘껏 씹었다 놓았다. 그 얼굴이 꼭 어릴 적에 놀이터에서 함께 놀다가 다른 녀석에게 인사를 했다고 불퉁거리던 세 살 시절 같았다. 어떡하지. 미도리야가 소리 없이 입술을 꼭 씹었다 놓았다. 하마터면 바쿠고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함부로 던질 뻔 했다.
귀여워. 그 말을 간신히 삼켜 넣으면서 미도리야는 담담히 물었다.

“데이트는 이제 끝난 거야?”
“너는 씨발, 등신 새끼야. 물을 걸 물어라. 그럼 존나 할 맘이 나겠…”
“몰라서. 내가 어… 이런 평범한 데이트는 처음이라 잘 모르거든, 흐…”

숲색 눈이 하르르 웃었다. 웃음결에 반쯤 젖어 찌그러져 있던 선홍색 눈이 흘깃 미도리야를 돌아보았다. 알려줘. 슬그머니 뻗어온 손이 바쿠고의 손 위에 겹쳐졌다. 그 채로 미도리야는 거듭 말했다. 궁금해.

“마지막은… 뭐야?”
“……”
“난 침대에서 끝나는 걸 좋아하는데.”

하, 존나. 선홍색 눈이 크게 열렸다 이내 픽 웃었다. 데쿠새끼. 그리고 말했다. 곱게 보내주려고 했더니.

“넌 죽었어, 씨발.”

악다문 잇새로 사납게 내뱉은 것과 동시에 역으로 손이 잡혔다.









달아날 틈은 애초에 없었다.

“캇쨩, 그래도 좀 천천ㅎ… 웁, !”

 그대로 단숨에 끌려간 몸을 거실 소파 위로 떠밀면서 바쿠고가 그 위로 올라왔다. 또 한 번 얼굴이 기울었다. 이번에는 눈을 크게 뜨거나 피하지 않았다. 입술이 겹쳤다 떨어지고를 반복하는 동안 급하게 미끄러진 바쿠고의 손이 미도리야의 가슴팍을 더듬었고, 미도리야가 자세를 잡으면서 바쿠고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맞닿은 손길이 바쿠고의 가슴팍을 얼핏 스쳤을 때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움츠렸다. 뜨거웠다. 더불어 뛰고 있었다. 제 허벅지 위를 단단히 누르던 어떤 열기처럼. 귓가에서 뜨겁게 흩어지며 고조되던 호흡처럼.

“멍청아, 하, 씨발, 허리 들어. 벗기기 존나, 귀찮으니까.”
“응, 거기… 캇쨩, 빨리… 단추, 응?”
“어디서 씨발, 자꾸 보채.”

확 그냥. 바쿠고가 하얗게 드러난 미도리야의 쇄골에 이를 박으면서 사납게 말했다. 다 벗겨버린다. 숲색 눈이 흐 웃다, 하르르 떨었다. 가슴을 지나 배, 허리를 지난 바쿠고의 손끝이 급하게 구부러진 미도리야의 무릎 위를 부드럽게 더듬었다. 어딘가에서 핸드폰 소리가 울리고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이제 바쿠고도, 미도리야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너른 창에 걸린 레인보우 브릿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단숨에 셔츠가 벌어졌다. 급하게 드러난 하얀 살갗이 바쿠고의 가슴 밑에서 긴장으로 떨었다. 또 입술이 겹쳤다. 느리고 은근했고, 혀가 치열을 비집어 오기도 전에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뺨을 움켜잡으며 급하게 혀를 섞었다. 키스는 좀 전보다 더 깊었고 뜨거웠다. 젖은 혀끝이 입천장을 간질일 때 미도리야는 막힌 입새로 숨을 삼키며 크게 떨었다. 그때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허리가 다붙었다. 비비며 들썩이며 동시에 겹쳐있던 입술이 아랫 입술을 깊게 빨고는 그제야 천천히 물러났다. 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뺨을 타고 턱을 지나 목까지 하얗게 적셨다. 귀밑이 쿵쾅거렸다. 바쿠고가 젖은 입가를 혀끝으로 느리게 훔쳐올 때 미도리야는 또 한 번 크게 허리를 들썩거렸다. 척추 아래가 이제는 다른 감각으로 뒤엉켜 어지럽고 나른했다. 반쯤 일그러진 숲색 눈이 흐, 웃었다. 되는구나. 자꾸 웃음이 났다. 캇쨩이랑, 된다니. 자꾸 눈가가 근질거렸다. 이제야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왜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일 수가 없었는지.

비벼지고 만져질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이런 데이트를 해보지 못했던 것처럼 이런 섹스도 미도리야는 해보지 못했다. 만질 때마다 숨이 막히고 현기증이 해일처럼 닥쳐 몸의 세포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이미 통제를 벗어난 허리는 바싹 닿은 뜨거운 체온이 물러날까 아쉬워서 자꾸만 채근처럼 들썩거렸다. 얼른. 미도리야가 기어이 허공에 들려있던 두 다리로 바쿠고의 등을 감으며 우물거렸다. 캇쨩, 얼른.
등신새끼. 선홍색 눈이 머리 위에서 씩 웃었다. 아. 미도리야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는 온 가슴이 다 떨렸었다. 네가 너무 근사해서.

“근데… 캇쨩, 괜찮을까?”

미도리야가 버클을 헤집는 바쿠고의 손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잠시 손을 멈춘 바쿠고가 흘깃 미도리야를 바라보곤 다시 아래쪽으로 눈길을 떨어뜨리며 대답했다. 뭐가. 동시에 버클이 열리고 지퍼가 내려갔다. 좀 전보다 더 걱정스러워진 목소리로 미도리야는 다시 물었다. 악의는 전혀 없었다.

“그니까 남자랑… 남자 뒤에 그… 하는 거.”
“……”
“아, 힘들면 괜찮아! 진짜! 이해할 수 있어! 왜냐면 캇쨩은 남자랑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이 분야에선 내가 캇쨩보다 더 앞서 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넘 무리하지는 말자. 응? 처음부터 이렇게 할 이유도 없고! 그러니까 캇쨩도 넘 무리해서 삽입할 필요는 없잖아. 다 잘할 수는 없어. 그치! 아무리 캇쨩이라지만 처음에는 다 서툴 수도 있는 거고…”
“……”
“그니까 어, 내 말은… 하다가 식을 수도 있…”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든가, 어차피 처음은 다 서툴다는 말을 미도리야는 끝까지 다 우물거리지 못하고 스르륵 볼륨을 줄였다. 지퍼를 내리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보다 바쿠고가 조용한 게 신경이 쓰였다. 설마.
하. 바쿠고가 입꼬리 끝을 힘껏 비틀었다. 동시에 눈썹과 눈썹 사이가 힘껏 좁아졌다. 그 얼굴에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딸꾹질을 할 뻔 했다. 이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큰일났다. 미도리야가 생각했다. 바쿠고가 우득 이를 갈았다.

“웃기지마, 씨발.”

아. 숲색 눈이 힘없이 웃었다. 역시. 또 켜버렸다. 스위치.

“어디서 데쿠새끼가 건방지게 씨발… 잘해. 존나 잘한다고, 씨발! 보여줘? 어? 씨발, 보여줄까, 씨발아!?”
“아니, 그러니까 캇쨩이 못한다는 게 아니라! 남자는 좀 다를 수 있… 캇쨩? 저기 캇쨩? 아니, 갑자기 그렇게 하면… !”

단숨에 발목까지 내려가는 바지와 속옷을 잡을 새도 없이 그대로 시야가 뒤집혔다. 나는 또 어쩌자고 이런 소리를 했을까. 소파에 뺨을 대면서 미도리야는 잠깐 그런 생각을 삼켰던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지는 걸 싫어하는 건지. 생각해보다 미도리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긴긴 밤이 될 것 같았다. 오늘 안에 집에 돌아는 갈 수 있을까. 일그러진 숲색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캇쨩, 잠, 그렇게는 안돼, 안 들ㅇ… 아읏, !”










*

결국 두 집의 아들들은 그날 돌아가지 못했다. 레인보우 브릿지의 어느 호텔 주차장에 은색 포르쉐 한 대가 밤이 새도록 자리를 지켰던 것처럼.

그럴 줄 알았지만. 바쿠고 댁의 안주인, 즉 바쿠고 미츠키가 생각을 삼키며 잠깐 창문 너머를 흘깃 거렸다. 창 너머에는 낯이 익은 2층 저택이 모던하고 세련된 생김을 뽐내며 오늘도 찬란히 우뚝 서 있었다.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한 2층 저택이었다. 포르쉐는 아직도 귀가하지 않았다. 아들처럼 새붉은 눈매가 우아한 눈짓으로 잠깐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 집의 안주인처럼 오래고 단아한 뻐꾸기시계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미츠키가 크게 숨을 들이키며 내쉬었다. 마음이 복잡해서 그랬다. 그보다는 지금 창을 등지고 앉아 늦은 출근을 하다 잠시 들른 오랜 동네 친구에게 사과를 깎아주고 있는 안주인에게 미안해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이 집의 아들과 꼭 같은 숲색 눈이 아들처럼 흐 웃었다.

“이즈쿠가 카츠키랑 그렇게 친할 줄은 몰랐다니까. 어릴 때 그렇게 친하게 지내다가 사이가 멀어진 것 같아 얼마나 걱정했는데, 같이 등산을 가느라 연차를 낼 정도라니…”

미도리야 댁의 안주인, 즉 미도리야 인코가 말했다. 사실을 말해주는 게 좋을까, 하다 미츠키는 이번에도 입을 다물고는 짧게만 대답했다. 그러게. 그리고는 인코가 내밀어준 토끼모양의 사과를 입으로 가져가며 재빠르게 다시 창 쪽으로 눈을 돌렸다. 정말 기쁜 모양인지 연신 반짝거리는 인코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괴로웠던 탓이었다.

“기억나, 미츠키쨩? 어렸을 적에 이즈쿠랑 카츠키 처음 친구 됐을 때 말야, 후후… 얼마나 카츠키를 잘 따르던지. 그때 그랬었다니까. 엄마, 나는 나중에 캇쨩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순간 미츠키가 머금고 있던 토끼를, 아니, 사과를 공중 발사할 뻔 했다.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인지 인코는 남은 사과를 마저 깎으면서 그리운 얼굴을 했다. 아직도 꿈을 꾸는 소녀 같았다.

“그때 이즈쿠를 설득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래도 그만큼 캇쨩이 좋았나봐. 그치? 아, 그래, 후후… 어릴 적에 둘이 뽀뽀하던 사진 아직도 가지고 있잖아. 그런 얘기 하면 이즈쿠는 얼굴이 빨개져선 엄마는 왜 그런 걸 갖고 있냐고 하겠지만.”

그러게, 우리집 아들놈은 그딴 사진 왜 가지고 있냐면서 나를 저주하겠지만. 생각을 삼키며 다리를 바꿔 꼰 미츠키가 다시 눈을 들어 창 너머를 쳐다보았다. 차 소리를 들은 탓이었다. 골목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온 익숙한 포르쉐가 천천히 집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뛰쳐 내린 색 밝은 머리가 조수석을 열고 누군가를 부축하고 있었다. 은색 차체 위로 색이 짙은 숲색 머리가 바람결에 굽슬굽슬 흔들거렸다.
미츠키의 눈길이 반사적으로 인코를 향했다. 창을 등진 탓인지 인코는 눈치를 채지 못한 듯 했다. 아들과 꼭 같은 숲색 눈이 봄바람처럼 웃었다.

“나는 말야, 미츠키쨩. 이즈쿠랑 카츠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그래도 가장 오래된 친구잖아. 첫 친구이기도 하구… 그렇게 잘 지내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데이트도 하고, 결혼하면 축하도 해주고, 들러리도 해주고… 그리고 또 아이들이 태어나면 이 골목에서 함께 크는 거야. 밋쨩이랑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
“우리 애들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후후…”

대답도 하지 못한 것은 역시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였다. 왜 항상 알고 있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보다 마음이 불안한 것일까. 창 너머에선 이 집의 아들이 제 아들에게 허리를 안겨 비틀비틀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바쿠고는 계속 툴툴거렸고, 미도리야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흐물흐물 봄바람처럼 웃고 있었다. 그러다 슥 주변 눈치를 살펴보던 바쿠고가 느닷없이 미도리야의 뺨에 입술을 찍었다.
저 겁대가리 없는 새끼가. 미츠키가 저도 모르게 이를 갈다, 이내 얼굴을 풀었다. 미도리야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입이 귀 끝까지 걸려있던 제 아들의 바보 같은 얼굴 같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본 제 아들의 어떤 얼굴 중에서도 지금이 가장 멋졌다. 2주 전에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며 돌연 커밍아웃을 하던 그때처럼.

맞선 안 봐. 카츠키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덧붙였었다. 나는 데쿠 새끼를 좋아하니까.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아들의 말이 단순히 맞선을 면피하기 위한 핑계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쯤은.

“엄마는 생각보다 위대한 존재니까 말야.”
“? 갑자기 무슨 얘기야, 밋쨩?”
“응, 미안하다는 뜻이야, 인코.”
“?”
“내가 미안해.”
“뭐가?”
“하지만 잘할 거야.”

상처 주면 내가 가만 안 둘 테니까. 미츠키의 말에 인코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큰 눈을 끔벅거렸다. 언젠가는 인코도 알게 될 지 모른다. 엄마란 그런 존재니까. 그래도 그때까지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그건 미도리야 이즈쿠와 미도리야 인코의 문제니까.
그나저나 포르쉐 값은 어떻게 받아낼까. 생각하며 미츠키는 잠깐 창 너머를 바라보다 이내 눈길을 돌려 버렸다. 대문 옆에 두 그림자가 꼭 겹쳐 있었다. 지금은 모르는 척 해도 좋을 것 같았다. (*)








해서 가볍게 끝을 맺어 봅니다.... 사실 봄 탄다고 요새 계속 텐션이 우울해서 못 쓰다가 이제야 겨우 썼는데 중간에 한글 에러나서 글 날아가는 줄 알고 식겁했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그래도 다 써서 다행이에요ㅠ.ㅠ.ㅠ.ㅠ.ㅠ.ㅠ 별 내용은 없지만 ㅠ ㅠ
무튼 중편에 예고했던 것과는 내용이 좀 달라졌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던 것을 썼으니 저는 후회가 없읍니다....ㅠ.ㅠ.ㅠ.ㅠ.ㅠ 이제 다음엔 다른 연재물을 또 힘내러 오겠다며ㅠ////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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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스☆러브♡캇데쿠 2017.03.20 15:18 SECRET

    "비밀글입니다."

  • 흡,,,오열중 2017.03.22 03:24 SECRET

    "비밀글입니다."

  • 2017.04.19 15:04 SECRET

    "비밀글입니다."

  • 2017.04.20 04:08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ㅇㅇ 2017.05.05 21:44 SECRET

    "비밀글입니다."

  • 취적 2017.05.06 02:31
    카츠키 어머니ㅜㅜㅜㅜ너무멋있어요
  • 빙그레 2017.09.20 17:07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ㅌㅎ 2017.10.20 14:15 SECRET

    "비밀글입니다."

  • 닉네임 2017.10.27 14:12 SECRET

    "비밀글입니다."

  • uay9801 2018.03.16 17:43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ㅇㅇㄹㅇㄹ 2018.05.13 16:33
    으아 어머님들 너무 귀여우시고 특히 이즈쿠 어머님ㅋㅋㅋㅋㅋ 이 소재 넘 조아여!!
  • 2018.06.27 02:44 SECRET

    "비밀글입니다."

  • 글쓴이 2018.07.02 21:51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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