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오랜만에 혼자서 전력 60분 (mm
* 사토라레 소재로 캇뎈합니다
* 짧아요





거짓말쟁이의 역설(Liar Paradox) : 논리학에서 자기 자신이 거짓임을 말하는 명제를 인정하는 데서 생기는 역설(패러독스).







거짓말쟁이의 역설
Liar Paradox


@ruka_tea








거짓말은 반드시 표가 난다. 아무리 시침을 떼도 감출 수 없던 피노키오의 코처럼.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 등신아.”

바쿠고가 말했다.

“너한테 한 번은 속아줬으니까.”

바쿠고는 예전부터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달리 얘기하면 머리가 좋았다. 못하는 것 하나 없던 소꿉친구였고, 때문에 오래도록 동경했고 그만큼 밉고 서운했었다. 그래도 완전히 남은 아니었다. 진작 데면데면해진 관계였지만 유치원부터 이젠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니고 있는 사이는 곧 죽어도 서너 걸음 이상은 멀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나 가족 외에 처음으로 맺은 관계였고 첫 친구였다. 어쩌면 머리가 아니라 세포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바쿠고를 볼 때마다 미도리야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분명 밥을 같이 먹을 사이는 아닌데. 숲색 눈이 곤란한 듯 뺨을 긁적거렸다. 맞은편에 식판도 없이 앉아 있던 선홍색 눈이 울컥 일그러졌다. 기숙사 식당에는 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야, 데쿠.”

바쿠고가 물었다. 미도리야가 다소 긴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다시 말하지만 바쿠고와 이렇게 단 둘이서만 밥을 먹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팔짱을 끼고 잠시 탐색처럼 미도리야를 바라보던 바쿠고가 슥 몸을 기울였다. 얼굴 앞까지 바짝 다가온 선홍색 눈이 숲색 눈을 뚫을 듯 쳐다보았다. 미도리야가 긴장으로 굳은 울대를 느리게 밀었다. 어쩐지 목이 탔다.

“저기, 캇쨩. 어, 우리가 지금 너무 가까운 것 같은…”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 속이면 뒤진다.”
“……”
“맞춰봐.”
“? 갑자기 뜬금없이 뭘 맞춰보라는…”
“내 생각.”
“……”
“내가 지금 무슨 생각했는지.”

숲색 눈이 크게 끔벅거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이런 드라마가 있었던 것 같다. 너의 목소리가 들리느냐는 그런 제목의 드라마. 미도리야가 어깨를 뒤로 확 물리며 양손을 흔들었다. 대답 하는 목소리는 빨라진 속도만큼 볼륨도 높아져 있었다. 당황해서 그랬다.

“무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캇쨩! 내가 초능력자도 아니고!”
“됐고 씨발, 대답이나 하라고, 너드 새끼야. 들려, 안 들려. 내가 지금 무슨 생각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는데.” 
“……”
“하하, 캇쨩! 장난치는 거지? 내가 어떻게 캇쨩 생각을 들을 수 있겠어! 그런 건, 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현재까지 밝혀진 개성 사례집을 보더라도 남의 생각을 읽는다든가 읽히게 만드는 일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도 없고…”
“아, 시끄러워. 사설 또 존나 기네.”
“……”
“됐어, 씨발.”

바쿠고가 툭 말허리를 잘라냈다. 더 들을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바싹 붙었던 얼굴을 그제야 뒤로 물리면서 바쿠고는 점심 대신으로 샀던 주스팩을 힘껏 빨았다. 식당은 천장이 높았고, 하필 둘 뿐이라 주스팩을 빠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미도리야가 쓰게 웃었다. 아무래도 그 소리가 화풀이처럼 들린 탓이었다.

“혹시 납치당했을 때 맞았다던 그 주사 때문에 그래?”

선홍색 눈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미도리야가 흠칫 어깨를 좁혔다. 실수했다. 이 얘기는 꺼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얘기, 씨발, 존나 꺼내지 말라고 했지. 씨발아.”
“아니! 그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 그냥 나는 걱정이 돼서!”
“……”
“혹시 캇쨩이 계속 그것 때문에 신경 쓰고 있는 건가 해서…”

네가 예민해진 것도 그 탓처럼 보여서. 그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 삼킨 말을 혀 밑으로 눌러 넣으며 미도리야는 눈길을 떨어뜨리곤 다른 말을 우물거렸다. 미안. 바쿠고는 대꾸하지 않았다. 주스를 들이키는 소리가 또 한 번 짜증스럽게 천장을 울렸다.
그 녀석, 전 같지가 않아. 그렇게 말해준 건 키리시마였다. 자신은 바쿠고 패거리의 대장이라며 농담을 하고 다닐 만큼 키리시마는 유에이 모든 학생 중에서도 바쿠고와 가장 가까웠다. 그래도 바쿠고와 관련해 개인적인 궁금증이 생기면 키리시마는 항상 미도리야를 찾아왔다.
우린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냐. 어젯밤에도 미도리야는 키리시마에게 그렇게 대답했었다. 벌써 서너번 정도 반복했던 대답이었지만 이번에도 키리시마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그 성격파탄을 너만큼 아는 녀석이 어딨겠냐. 그리고 말했었다.

「미도리야, 너도 알겠지만 요즘 바쿠고가 자꾸 남들이 자기 생각을 읽는다고…」
“착각이라고 생각하지, 씨발.”

어? 또 한 번 숲색 눈이 크게 열렸다. 눈이 마주쳤다. 빈 주스팩을 툭 밀어놓으면서도 바쿠고는 미도리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선홍색 눈 사이가 불쾌한 듯 좁아졌다.
똑같잖아. 바쿠고가 입술 끝을 꽉 물었다 놓았다. 너도.

“내가 예민해졌다고, 기분 탓이라고, 마치 자기가 생각을 읽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아냐, 캇쨩. 난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았…”
“그럼 뭔데. 웃기냐? 내가 이딴 거나 묻고 자빠져서? 넌 씨발, 그 새끼들보다 더 싫어.”
“……”
“너는 그러지 말아야지, 씨발아.”
“……”
“너는, 존나,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다고.”

그런 거 아냐. 그 대답도 할 수 없어서 미도리야는 볼 안쪽을 힘껏 씹었다. 자칫 입을 열었다간 말실수를 해버릴 것 같아 그랬다. 그리고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어제 키리시마가 심각한 얼굴로 찾아와 바쿠고의 상태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 미도리야는 잠시 같은 생각을 했었다. 네가 빌런에게 납치당한 후로 예민해졌다고, 항상 자신만만했던 네가 기가 죽었다고, 그래서 전과 달리 방에만 처박히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군다고.
학교 방침에 따라 히어로과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던 첫날에도 바쿠고는 방에 구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야 방을 열고 나와 일찍부터 기숙사 운동장을 돌며 조깅을 했지만, 돌아오던 길에 마주친 카미나리와 싸움이 붙었다. 인사를 했을 뿐인데 멱살을 잡혔노라며 카미나리는 억울해했지만 바쿠고는 담임에게 혼나면서도 끝까지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이후에도 빈번하게 벌어졌다. 바쿠고는 자주 다른 녀석들과 싸웠고, 모두 먼저 시비를 걸었다. 혼자 다녔고 그나마도 방에 박혀 있어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납치 사건 이후로 성격이 변했노라며 반 녀석들은 말했다. 쟤 왜 저러는 거야? 녀석들은 미도리야에게 자주 그렇게 물었지만 미도리야도 겸연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일 뿐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어제 키리시마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마 영영 몰랐을 지도 모른다.

「자기 마음이 남에게 들린다고 생각하더라고. 왜, 그거 있잖아. 그 영화… 그래, 사토라레처럼.」

키리시마는 이미 몇 번이나 바쿠고에게 붙잡혀서 미도리야와 같은 질문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미도리야를 바라보며 키리시마는 곤란한 얼굴로 그렇게 덧붙였다. 맞아. 미도리야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일은 가능할 리가 없는데.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

“아, 됐어, 씨발. 데쿠새끼한테 기대한 내가 등신 새끼지.”

바쿠고가 빈 주스팩을 우그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요란했다. 가게? 미도리야가 물었다. 바쿠고는 대답 하지 않았다. 그래도 무심히 돌아간 등이 우물거리던 말을 미도리야는 똑똑히 들었다.

아니, 그게 네 입술이 우물거린 말은 아니었을 거야.

식당 문이 요란하게 열리고 크게 닫혔다. 이윽고 식당에는 미도리야 혼자 남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침묵에 미도리야는 그제야 흡 크게 숨을 들이켜고 내쉬었다. 진짜. 숲색 눈이 곤란한 듯 웃었다. 젓가락을 쥔 손이 아직도 벌벌 떨리고 있었다. 숲색이 굽이치는 곱슬머리칼 밑으로 드러난 하얀 귀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미도리야가 붉어진 얼굴을 양뺨으로 감쌌다. 아직도 쿵쾅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숲색 눈이 흐 웃었다.

“미안, 캇쨩.”

미도리야는 오늘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도 진짜 소질 있는 사람이 하는 거구나…”

누군가에게 자기 생각이 들리는 것 같다는 바쿠고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너는 어릴 적부터 눈치가 빨랐으니까.
숲속에서 네가 납치될 때 처음으로 네 ‘목소리’를 들었었다. 너는 그때 내게 오지 말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네 목소리로 다른 말을 동시에 들었었다. 처음에는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도, 또 납치된 너를 구하러 갔을 때에도, 네가 키리시마의 손을 잡을 때에도 나는 몇 번이고 네 목소리를 들었다. 

널 싫어하는 게 아냐, 멍청아.

그리고 네 마음은 몇 번이고 말했었다.

좋아해.

“…마음말고 입으로도 말해주면 좋을 텐데.”

숲색 눈이 흐 웃었다. 그때도, 오늘도 같은 말을 반복해 들었다. 마주 앉아 있는 동안에도 귀 밑의 혈관들이 너무 뛰었었다. 네 마음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는 너도 모를 거야. 씨근거리는 바쿠고와 달리 바쿠고의 마음은 욕도 하지 않는다. 주스팩을 짜증스럽게 빨면서도 너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멍청이가.

귀엽기는.

미도리야가 식탁 위로 달아오른 이마를 쿵 박았다. 자꾸 웃음이 났다. 귀 밑이 쿵쾅거렸다. 양뺨이 불에라도 덴 것처럼 달아올랐다.

“이젠 표정관리를 못 하겠어…”

이 거짓말을 얼마나 더 오래도록 할 수 있을까.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알면서도 자꾸만 부슬부슬 웃음이 났다. 지금은 거짓말쟁이라도 좋았다. (*)







그러니까 바쿠고 마음 소리가 들리는 건 미도리야 뿐이라는 뭐 고런 것... 

예년처럼 역시 매우 게으른 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넘 글을 오래 쉬고 있는 것 같아 오랜만에 슥슥.. 썼는데 역시 맘에 백프로 차지는 않네요ㅠ.ㅠ 역시 저란 존못은 매일매일 죽어라 노력해야 좀잘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간만에 손 풀었더니 기분은 후련하네요 흐흐///
무튼 여전히 저는 쉬엄쉬엄 살고 있습니다u///u 이제 봄이라서 맘도 들뜨고 너무 좋네요ㅠ_ㅠ// 
?
  • 도영 2017.03.12 14:02 SECRET

    "비밀글입니다."

  • 달나라군 기숙사 생활...힘든중.. 2017.03.12 23:51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ㅠㅠ 2019.07.09 00:47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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