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저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 쓰는 글(?
* 키리시마 시점으로 바라보는 캇뎈
* 원작 11권 기준
* 보이기에 따라 키리데쿠 요소 있을 듯 합니다






오해와 착시

@ruka_tea







나는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소꿉친구들을 알고 있다. 말하자면 내가 태어나 지켜본 녀석들 중 가장 이상한 관계였다. 오래 살아본 건 아니지만.

“바쿠고랑 미도리야랑 소꿉친구라면서?”

이제 바쿠고 카츠키와 미도리야 이즈쿠가 소꿉친구라는 사실을 모르는 녀석은 없다. 적어도 우리 반에서는 그랬다. 그래도 몰랐던 녀석들에겐 두 녀석의 관계가 여전히 이상하고 신기한 모양이었다. 새 학기가 막 시작될 무렵엔 나도 그랬었다. 몇 달 전의 나와 똑같은 얼굴로 두 눈을 부릅뜨고 물어보는 옆 반 녀석들을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박이다.”

옆 반의, 이름이 뭔지는 까먹었다, 말투만큼 인상이 얄미워서 항상 저 반 반장에게 머리를 맞는 녀석이 입을 떡 벌렸다. 이런 질문이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바쿠고한테 직접 묻지 못하는 녀석들은 항상 나를 찾았다.
하긴, 뭐. 이해는 한다. 바쿠고는 가깝게 지내는 내가 봐도 성격이 글러 먹었다. 가서 물어보고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직도 잘 믿기지는 않았다. 대체 그 성실하고 착한 미도리야 이즈쿠가 어떻게, 내 친구이긴 하지만, 글러먹은 바쿠고 카츠키와 평생을 함께 있을 수 있었는지.
둘의 사이가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반에까지 알려지게 된 건 뉴스 때문이었다. 합숙 중에 바쿠고가 납치당했다 히어로들, 특히 올마이트의 맹활약으로 구출되었다는 뉴스는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들 지겹도록 봤을 테니까. 올마이트의 은퇴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커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 뉴스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바쿠고에 대한 기사들도 만만찮게 많았다. 이런 걸 보면 기자들은 다 쓰레기고, 언론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툴툴거리는 아버지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아니, 내가 왜 바쿠고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기사로 읽어야 하는 거지?

어쨌거나 여하튼.

그 기사들 중 어딘가에 아마 ‘소꿉친구이자 유에이의 동기인 M군’이라고 미도리야가 언급된 모양이었다. 그 기사를 본 다른 반 녀석들은 새 학기 때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충격을 받았다. 바쿠고에게 진위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녀석들은 나를 볼 때마다 둘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렇다고 확인을 해주면 녀석들은 모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입을 떡 벌리고는 했다. 하기야, 언제 다시 들어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 바쿠고 카츠키와 미도리야 이즈쿠가 소꿉친구라니.

그러나 둘은, 특히 바쿠고는 단 한 번도 제 입으로 미도리야를 친구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친구는 무슨, 좆까고 자빠졌네. 데쿠새끼는 그냥 데쿠새끼지, 씨발.”

요즘 너랑 미도리야가 소꿉친구였냐고 묻는 녀석들이 많던데? 라는 얘기를 꺼내자마자 바쿠고는 눈썹부터 울컥 구겼다. 그래, 너는 이런 개차반이었지… 나는 담담히 웃었다. 그래도 그 이상 욕하지는 않았다. 바쿠고 카츠키라는 소년은 본래 세치혀도 본능으로 이뤄진 존재라 듣고 있노라면 어린 개가 떠오르고 배변활동 활발해지는 말을 자기 기분 풀릴 때까지 쏟아놔야 어울리는 녀석이었는데 이상하게 녀석은 요즘 들어 부쩍 욕이 줄었다. 특히 미도리야 얘기를 할 때 그랬다.
아마도 합숙이 모두 끝나고 우리가 기숙사에 들어오게 된, 그 무렵부터였다.

“그래도 애칭까지 부르는데 꽤 가까운 거 아냐?”

기숙사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이 됐다. 우리는 딱히 할일이 없었다. 수업은 없고 외출은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안전을 위해서였지만 사실 갇힌 것과 다름없는 생활이었다. 한가한 건 나뿐만이 아니어서 더러는 자기 방에 처박혔고, 누구는 기숙사 트레이닝 룸에서 살았고, 누구는 하릴 없이 휴게실에 앉아 노닥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카미나리나 나 같은 녀석들은 후자였다. TV를 보며 소파 위에서 시덥잖은 수다나 떨고 있을 때 마침 조깅이라도 하고 왔는지 타월로 얼굴을 훔치던 바쿠고가 곁을 스쳐갔고, 우리의 아는 체에 반쯤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우리 엄마가 재방에 인터넷 다시보기까지 챙겨보는 일일 드라마를 봤고, 별 알맹이도 없는 수다가 가볍게 오고 갔다. 그러다 화제가 돌연 미도리야를 향해 머리를 틀었다. 미도리야는 이 자리에 없었다.
미도리야는 어디 갔어? 카미나리가 물었다. 바쿠고는 조용했고, 내가 대신 대답했다. 운동한대. 대답을 들은 카미나리가 잠깐 건전지가 떨어져 버린 태엽인형처럼 흐물흐물 웃었다. 그러다 불쑥 저런 소리를 했다. 나도 겁이 없지만 이 녀석은 특히 더 했다. 눈치가 없는 만큼이나.
내 옆에 앉아 있던 선홍색 눈이 옅게 일그러지는 걸 나는 분명히 봤었다.

“야, 카츠키는 그 얘기 별로 안 좋아한다니까.”

내가 소리를 죽여 소곤거렸다. 나는 바쿠고가 요즘 들어 유난히 미도리야 얘기만 나오면 입을 꽉 다물어 버린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좀만 머리를 굴려 봐도 알만한 그 사실을 카미나리 녀석은 역시 몰랐다. 왜? 얼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되묻더니 녀석이 개구지게 웃었다. 그때도 바쿠고는 대답 없이 TV만 봤다. 화면 안쪽에서는 남자주인공의 어머니가 당장에라도 여주인공의 얼굴에 쏟아버릴 것처럼 물잔을 꽉 쥐고 있었다.

“근데 언제 들어도 데쿠라는 어감은 귀엽단 말이야.”

나도 바쿠고도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 안에서 어머니가 여주인공의 얼굴에 잔을 촥 쏟았다. 카미나리가 등받이에 반쯤 벌렁 누우면서 반응 없는 화제를 꿋꿋하게 이어 나갔다. 나는 아예 모르는 체 하기로 했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눈치를 줘도 보람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이 노란 머리 전기 바보가 특히 그랬다.

“왜냐면 데쿠한테 딱 어울리는 이름이잖아! 아, 맞다. 데쿠는 바쿠고한테 캇쨩이라고 부르지? 이래서 소꿉친구 좋다고 그러는구나. 데쿠도 참 나이가 몇인데 친구한테 아직도 캇쨩…”
“야.”

여태껏 입을 다물고 있던 목소리가 툭 말을 잘랐다. 바쿠고였다. 선홍색 눈은 여전히 화면을 향해 있었고 딱히 화난 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다른 때보다 낮고 무거워서 카미나리는 금세 입을 다물었다.
죽는다, 씨발. 바쿠고가 말했다.

“데쿠라고 부르지마.”
“……”
“아, 알았어. 알았어. 뭘 그렇게… 정색까지 하고 그러냐, 하하. 장난이야, 장난.”

카미나리가 양손을 바쁘게 흔들었고, 바쿠고는 그런 녀석을 잠시 흘깃 뚫어보다 이내 다시 TV 쪽으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어우. 나는 소리 없이 숨을 가다듬었다. 장담하건대 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더불어 이게 바로 이 장황한 서두를 열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요즘 둘의 사이가 이상했다. 바쿠고 카츠키, 그리고 미도리야 이즈쿠.








*

동성간 관계는 셋 중 하나다. 관심 없거나, 친하거나, 죽도록 싫거나.

물론 세상은 넓고, 사람의 인생도 개성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해서 동성간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케이스도 더러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는 저 셋이 고작이었다.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동성애자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TV에서 게이 콘셉트를 미는 개그맨은 몇 명 알고 있지만 현실에선 아직까지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포비아인 것은 아니다. 세상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한 사랑의 방식이 있을 테니까. 다만 주변에서 본 적이 없으니 상상하지 못할 뿐이다. 내 또래의 평범한 소년들이라면 아마 다들 그렇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바쿠고와 미도리야의 관계는 더욱 묘했다. 친구라고 하기엔 누가 봐도 안 친하다. 모른다고 하기엔 가까웠다. 원수라고 하자니 녀석들이 보여준 몇 가지 패턴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라면서 바쿠고가 납치 됐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간 건 미도리야였다. 대결을 할 때 미도리야 앞에서 멈칫 망설이던 바쿠고 녀석처럼.

「나한테? 캇쨩? 글쎄, 흐… 일단은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바쿠고를 구출하겠다고 나섰던 날, 나는 미도리야에게 둘 사이에 대해 물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새삼스러운 질문이었지만 그때 우린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다른 녀석들은 변장할 옷을 사러 갈 가게를 찾으러 간답시고 자리를 떴었고, 우리는 둘만 남아 오도카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쩌면 미도리야와 둘만 남았기 때문에 나는 실없이 그런 질문을 했던 건지도 모른다. 미도리야하곤 사이가 나쁜 편도 아니었지만 완전히 가깝다고 하기엔 약간 거리가 있었고, 둘이서만 대화를 해본 적도 없었다. 우리 사이에 제대로 된 공통점은 바쿠고 녀석뿐이었다.
캇쨩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우물거리면서 숲색 눈이 흐 웃었다. 참 크고 둥근 눈이었다. 미도리야는 그날 나나 다른 녀석들처럼 흥분해 있지 않았었다. 밤 어둠을 올려보던 얼굴은 차분했고, 어른스러웠고, 때문인지 나는 그날따라 자꾸만 미도리야에게 눈이 갔었다. 분위기가 전과는 달랐다. 그 이름을 우물거릴 때에 특히 그랬었다.

「캇쨩은 나랑 성격이 정반대잖아. 나는 친구라고 생각해도 캇쨩은 아닐 테니까… 사실 친구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지도 몰라, 하하. 남들 보기에도 그렇지 않을까? 어떻게 봐도 별로 안 친하잖아, 우리. 인사도 잘 안 하고, 흐… 캇쨩은 오히려 나보단 카미나리군이나 키리시마군이랑 더 잘 맞고 가까운데.」
「……」
「그래도 모르는 척은 못 하겠어. 걱정이 돼서…」
「……」
「어제는 잠도 못 잤어.」

난 왜 이런 얘길 하고 있지? 덧붙이며 흐물흐물 웃는 숲색 눈에 유난히 그늘이 깊었다. 나는 그 이상은 묻지 않고 말머리를 돌려 버렸다. 그 뒤로 일부러 바쿠고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땐 그래야할 것 같았었다. 어쩌면 죄책감이 들어 그랬을지 모른다. 마치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본 것만 같았다. 둘 사이에만 존재하는 비밀을 억지로 파낸 것만 같았었다. 그보다는 벽을 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오래지 않아 그 벽과 다시 한 번 마주쳤다.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손을 내게 떠넘겼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키리시마군이 캇쨩을 잡아줬으면 좋겠어.」

숲색 눈이 나를 보며 말했다. 왜 미도리야군이 잡지 않구요? 야오요로즈가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똑똑히 봤다. 숲색 눈이 교묘히 일그러지던 순간, 그 입술을 한숨처럼 씹었다 놓던 순간… 잠시 대답을 삼키던 그 입술과 자신 없이 피하던 눈길, 우리가 아닌 밤하늘 어딘가를 향하던 그 눈을 나는 분명히 봤었다. 그 눈 끝에 맺힌 한숨, 걱정으로 떨리던 눈길과 옅게 젖어 있던 속눈썹까지.
그때는 내가 좀 미웠었다.

「캇쨩은… 내 손은 잡아주지 않을 테니까.」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 걸까.








*

좋아하나?
나는 생각했다.
좋아하는 거겠지?

“아니, 바쿠고 녀석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미도리야는…”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손을 내게 부탁했던 그날부터 나는 내 생각에 기가 막혀 사흘 정도 혼자 끙끙 앓았다. 어느 아침 머리를 감다가 내 손 안에 수북하게 빠져 나오던 붉은 머리 한 움큼에 기겁을 한 후로는 약간 회의감도 들었다.

대체 내가 왜 내 일도 아닌 일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지?

학교 방침으로 집에서 자숙을 하던 기간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니라면 반 녀석들, 특히 카미나리 같은 녀석들이 내 빠진 머리카락을 보면서 배를 잡고 놀려 댔을 테니까.
내 생각이 너무 지나친 걸 거야.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 촉도 가끔 틀릴 때도 있는 거였다. 내 개성은 예지 같은 게 아니니까. 결론을 내리고 나니 한 며칠은 마음이 편했다. 기숙사로 들어가 오랜만에 바쿠고와 미도리야를 다시 보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미도리야는 식사 안 해? 안 보이네.」
「아, 오늘은 자료 좀 보겠다고 방에서 먹는대.」
「야, 바쿠고! 어디 가냐? 밥 안 먹어?」

둘만 없는 자리가 많아졌다. 식사를 하다가도, 휴게실에 모여 수다를 떨다가도 문득 눈을 돌려 보면 딱 그 둘만 없었다. 미도리야가 없으면 바쿠고가, 바쿠고가 없으면 미도리야가 오래지 않아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별말도 없이 사라지는 바쿠고와 달리 미도리야는 굳이 묻지 않는 말을 한 마디씩 변명처럼 우물거렸었다. 핸드폰을 방에 두고 와서, 오늘 해야 할 운동을 충분히 못해서, 봐야할 자료가 생각나서 등. 가끔은 대놓고 바쿠고 얘기를 하기도 했다.

「캇쨩도 식사는 해야 하잖아. 내가 부르러 다녀올게.」

바쿠고는 그 즈음 혼자 방에 틀어 박힐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 바쿠고를 찾으러 가는 일은 언제나 미도리야의 몫이었다. 식당에서도, 남자들끼리 야식을 시켜 먹는 자리에서도 누군가 자리에 없는 바쿠고를 찾으면 다른 녀석들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미도리야가 먼저 자리를 박찼다. 기숙사에 들어온 첫날에도 바쿠고는 자기 방에 있었고, 방 구경이 모두 끝난 후에 저녁으로 나온 샌드위치를 들고 바쿠고를 찾아간 것도 미도리야였다.

「둘이 사귀나?」

우라라카가 농담처럼 말했고, 이이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귀를 시뻘겋게 물들였었다. 신성한 학내에서 연애라니 이 무슨 소리냐며, 약간 핀트가 어긋난 부분에서 핏대 올리는 이이다를 보면서 다른 녀석들은 배를 잡고 낄낄 거렸다. 웃지 않는 건 오직 나뿐이었다.

아. 나는 애꿎은 내 입술을 힘껏 씹었다 놓았다. 나는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 건지.

“아냐, 아닐 거야… 아니겠지, 하하!”

허리를 젖히며 일부러 크게 웃었다. 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10시가 넘었고,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남자 숙소의 복도를 바라보며 나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오늘도 바쿠고와 미도리야는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

둘이서만 몰래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는 거 아냐? 나는 일부러 입꼬리를 밀며 킥킥 웃었다. 그래, 그거다. 가까운 친구들끼리는 그럴 수도 있잖아. 카츠키 녀석은 성격이 그렇게 생겨 먹은 놈이라 미도리야처럼 솔직하게 친구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뿐이지. 아무리 거듭 생각해봐도 그렇게 결론짓는 쪽이 보다 더 자연스러웠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 계속 쭉 함께 있었다고 했다. 소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는 셈이니 가깝지 않은 게 이상한 거다. 오랜 친구는 본래 가족 같은 거랬다. 왜, 가족들도 그렇잖아.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서로 살갑지는 않은 그런 거.

그런데 미도리야는 왜 그때 그런 눈을 했을까.

차라리 생각을 말자. 나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 일도 아니고, 나는 두 녀석을 꽤 좋아했다. 확실하지도 않은 걸로 이렇게 저렇게 억측하는 건 내 전공이 아니었다. 내 눈치가 틀린 거고 내 촉이 빗나간 거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은 훨씬 가벼웠다. 떠나버린 내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난 것 같은 후련함에 기지개를 쭉 켜고 나는 내 방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복도 끝에서 얼핏 숲색 머리가 보인 것은 바로 그때였다.

미도리야라는 걸 확인한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곁에 있던 휴게소 소파 뒤로 몸을 낮췄다. 왜 숨었지? 들킬 새라 자세를 낮추면서 잠깐 그런 생각을 해보다 금세 잊어 버렸다. 미도리야는 잠깐 몸을 바깥으로 빼고 빈 복도를 한 번 빠르게 눈으로 살폈다.
아무도 없네. 숲색 눈이 흐 웃었다. 어. 벽에 가려져 있던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리고 슥 뻗어 나온 손이 미도리야의 허리를 단단히 낚아챘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심장이 떨어질 것 같았었다.

나는 그 손이 누구의 손인지 알고 있었다.

“아니… 그래도 여기는 누가 볼지도 모르… 잠, 잠깐, 응? 잠깐만. 방에 가자. 방으로… 읏,”

이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어서 나는 내 입을 힘껏 틀어막았다. 허리를 안긴 채로 미도리야는 상대를 밀어내며 버둥거렸지만 숲색 눈은 부슬부슬 웃고 있었다. 남아있던 손 하나가 등 뒤를 더듬어 올 때 미도리야는 그만 참지 못하고 흡, 숨을 삼키며 턱을 젖혔다. 나는 자꾸만 목이 탔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같았다.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색이 밝은 머리칼이 목덜미 쪽으로 기울어졌다. 등신새끼. 나도 아는 그 목소리가 낮게 픽 웃었다. 데쿠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싫으면 밀치든가.”
“되게 못 됐다, 캇쨩… 그렇게는 못 하는 거 알면서 자꾸,”

내 쪽을 등지고 있던 미도리야의 허리가 뒤를 향해 크게 기울었다. 나는 숨도 똑바로 쉴 수가 없었다. 눈이 거기에 온통 다 붙들려 버린 것 같았다. 기울어진 등 위를 능숙하게 더듬어온 손끝이 미도리야의 바지춤에 걸려있던 티셔츠를 슬그머니 걷어 올렸다. 티셔츠를 쑤시고 들어온 손이 등골을 따라 날개뼈 쪽으로 거슬러 오르는 그 동작을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보고 있었다. 미도리야가 잘게 허리를 흠칫 떨었다. 거기… 내가 아는 것보다 약간 탁한, 잔뜩 흐려진 목소리가 호흡처럼 헐떡거렸다. 더 위에, 위쪽…
미도리야가 크게 턱을 젖혔다. 내가 아는 얼굴이, 내가 아는 붉은 눈이 거기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을 때 녀석이 픽 입 꼬리를 비틀었다.

망했다. 나는 생각했다. 들켰어.

생각한 그 순간, 미도리야의 티셔츠 속을 더듬고 있던 손이 숲색 머리칼을 힘껏 헤집었다. 입술이 겹쳤다.

“캇쨩, 잠ㄲ… 읍,”

그 키스를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이만큼 격렬한 입맞춤을 나는 본 일이 없었다. 미도리야는 자꾸만 숨이 막히는지 헐떡거렸고, 바쿠고는 양팔을 뻗어 들썩이는 그 몸을 자꾸만 제 몸에 단단히 가두었다. 그 손길에 나는 숨이 막혔다. 나를 그대로 태워버릴 듯 뚫어보던 그 눈길에도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야
저런 눈을 할 수 있을까.

호흡을 씹어 삼킬 것처럼 물고 흡입하며 격렬히 뒤얽히던 입술은 오래지 않아 스르륵 멀어졌다. 다리 힘이 풀렸는지 미도리야는 잠깐 비틀거렸지만 허리를 안고 있던 팔 덕분에 쓰러지진 않았다. 오늘 캇쨩 이상해. 아직 벅찬 숨을 몰아쉬며 미도리야가 우물거렸다.
무슨 일 있어? 미도리야가 물었다. 바쿠고가 툭 대꾸했다. 전혀. 그리고 말했다. 그때도 그 붉은 눈길은 정확하게 나를 뚫어보고 있었다.

“어, 꿈도 꾸지 말라고.”

씩 밀려 올라간 입꼬리가 가볍게 비틀렸다.

“이 새끼, 내 애인이라고.”

아. 나는 그때 내 친구의 눈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계속)





생일을 맞아서 저를 위해 주는 셀프 생일 선물입니다ㅠㅠㅠㅠㅠ.... 키리시마 입장으로 바라보는 캇뎈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역시 오늘도 장렬하게 망해버렸지만 보고 싶은 걸 썼으니 후회는 하지 않을 것 ㅠ.ㅠ.ㅠ.ㅠ.ㅠ.ㅠ.ㅠ 무튼 만약 캇뎈이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그건 백방 키리시마일 거라고 늘 생각합니다(mm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ㅠ ㅠ///

?
  • YJ 2017.02.16 21:28
    흡ㅠㅁㅠ!!!!!!너무 좋아요!!!!!나는 왜이렇게 눈치가 빠른걸까 라는 문장이 제가 생각한 키리시마와도 똑같아서 감탄했어요ㅠ흐 키리시마를 발견해도 아무렇지 않게 스킨쉽 하는 바쿠고 진짜 바쿠고답고..소유욕 쩔어줘서 고맙습니다 ㅠ0ㅠ키리시마에게 완전몰입해서 읽었어요♡♡
  • 와우,,,.. 2017.02.17 03:42 SECRET

    "비밀글입니다."

  • 오랜만이지요오 달나라군 2017.02.22 02:23 SECRET

    "비밀글입니다."

  • 2017.04.24 00:08 SECRET

    "비밀글입니다."

  • 글쓴이 2018.07.05 22:33 SECRET

    "비밀글입니다."

  • 까까 2018.08.14 02:05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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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아카 2차 소설 BBS. 캇데쿠 중심으로 달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에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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