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야밤에 손풀기용 전력30분 ()
* 캇데쿠

* 차원이동물인 듯도 합니다
* 짧아요






불不
@ruka_tea



1

불안한 사람이었어요. 그 불길 같은 사람.

이름은 몰라요. 어느 날엔가 잘 익은 과실이 나무에서 툭, 떨어지듯 그 사람은 그렇게 우리 집 앞으로 툭, 떨어져 있었어요. 자꾸 눈길이 가는 사람이었죠. 나와 동갑인 듯 보였다든가, 태어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옷차림라든가, 어딘지 모르게 지쳐 있던 그 얼굴이 꼭 죽은 사람처럼 보여 쳐다본 것은 분명 아닐 거예요.
그 사람에겐 얼핏 바라본 것만으로도 간단히 시선이 붙들려 버리는, 그런 요상한 힘이 있었죠. 옆을 향해 기울어 있던 콧날은 누가 빚어다 똑 떼어놓은 것처럼 맵시가 좋았고, 색이 밝은 머리칼은 꼭 모래알처럼 반짝거렸습니다. 나는 그렇게 잘 생긴 얼굴을 처음 보아서 그 하얀 뺨을 더듬어 보는데도 온 가슴이 다 떨렸었어요.
그러다 내 손길에 정신이 든 모양인지 그가 느닷없이 눈을 열고 나를 매섭게 떨쳐냈어요.

“너.”

그가 꽉 다문 입술을 떨며, 내게 말했어요. 그 붉은 두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자꾸만 흔들렸습니다.

“니가, 씨발, 왜… 여기에 있어.”
“……”
“데쿠.”

나는 어쩐지 그 이름이 좋았습니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이름, 당신이 나를 보며 불러주었던 이름. 그 이름을 부를 때 당신의 얼굴에 걸려있던 상실감과 괴로움, 그리고 그리움. 그때 나는 이미 예감했더랍니다. 그건 거부할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어떤 거대한 힘 같은 것이었죠. 아.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겠구나.






2

불의 이름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 말이에요.

“어, 나도 이 글자는 읽을 수 있는데! 그러니까 바… 바쿠, 바…”
“…바쿠고 카츠키, 멍청아. 글자도 모르냐?”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던 건 정말 몰랐기 때문이에요. 이 나라에서는 귀족집의 아이들만 학교에 갑니다. 나는 글자를 도련님들의 어깨 너머로만 배웠어요. 도련님들이 책방이나 서원에 가실 때 그 분들을 위해 인력거를 끄는 게 저의 일이거든요. 열네 살에 시작해서 벌써 3년이 되었으니 키는 작아도 힘은 제법 장사랍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가 조금 쑥스럽지만요.
그래도 그에겐 부끄럽고 창피해서 그냥 마차 끄는 일을 하고 있노라고만 얘기했지요. 그는 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입매를 비틀었어요. 그럴 때의 얼굴조차 그는 참 근사했지요. 얼굴도 못 본 아버지가 남겨주신 품이 큰 장옷도 그에겐 검은 두루미의 날개처럼 참 태가 좋았습니다.

“너처럼 힘만 센 등신새끼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바쿠고씨는 그다지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저는 자주 들떠서 그에게 자주 말을 걸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된 이후로 이 집 처마 밑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게 처음이라 신이 났던 건지도 몰라요. 그는 내 말을 자주 무시했지만 가끔은 무심한 투로 한두 마디씩을 툭툭 거들어 주었습니다.
그게 누군데요? 나는 물었습니다. 그가 눈썹 사이를 좁히며 인상을 썼어요. 말하면 아냐, 등신아!? 그렇지만 나는 그때도 똑똑히 보았어요. 짜증을 내다가도 스르르 풀어지던 당신의 입꼬리를, 그 사람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희미하게 웃고 있던 당신의 그 얼굴을.

“있어, 망할 너드 새끼.”
“…너드가 뭐예요?”
“데쿠.”
“아. 데쿠를 너드라고도 부르는구나.”

근데요, 당신 지금 너무 행복해보여요. 그 사람 얘기를 할 때마다 당신 입꼬리가 자꾸 흐물흐물 풀어져 버리는 걸요.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꼭꼭 눌러 참았어요. 당신에게 꿀밤을 맞는 것보다도 당신의 웃음이 사라져 버릴까봐. 그 근사한 웃음을 다시 짜증 속으로 감춰버리고선 두 번 다시 보여주지 않을까봐서.

“그 새끼 아주 웃기는 새끼지. 약해 빠졌거든. 근데 주제에 오지랖은 존나 넓고, 누굴 구하는 일엔 물불 가릴 줄도 모르고, 몸 사릴 줄도 모르고, 도망칠 줄도 모르고.”
“……”
“남 구하다 지가 뒤져버리건 말건, 씨발.”
“우와, 대단하다.”
“……”
“굉장히 멋진 사람인가봐요, 그 사람…”
“……”
“아, 죄송해요. 제가 또 쓸데없는 소리를…!”

저는 낯을 많이 가려요. 말재주도 없는 편이죠. 남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일은 늘 어렵고 쑥스러워서 가끔 이렇게 흥분을 하면 그만 실언을 해버립니다.
그래도 당신은 화내지 않았어요. 우리집에 머물던 일주일동안 시끄럽다는 소리는 골백번도 더 들었지만 입을 다물라곤 안 했던 것처럼 당신은 그랬어요. 내가 떠들도록 멋대로 내버려두면서도 가끔 내 얼굴을 말없이 뚫어보고는 했었죠. 하나부터 열까지 당신은 뭔가 달랐어요. 당신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내 가슴에 일던 소란처럼요. 당신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며 웃을 때마다 가슴 안에 괴롭게 퍼져가던 그 커다란 파동처럼요.

“어.”

저 먼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당신은 말했습니다. 정말로.

“진짜 더럽게 멋졌거든.”

그래서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나는 궁금했어요.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입을 다물었던 건 그때 하늘을 올려다보던 당신의 얼굴이 너무 아파 그랬을 거예요. 불길처럼 붉은 두 눈이 서녘으로 저물던 해님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제 곧 저 하늘 너머로 사라져 버릴 석양처럼 당신은 그렇게 붉었어요. 불길하고 불안한 불꽃처럼,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한 번쯤은 솔직하게 얘기해줬어야 했는데.

어떤 걸요? 내가 물었지만 당신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엔 밤새도록 악몽을 꾸었어요. 당신과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는 꿈, 가장 친한 소꿉친구가 되는 꿈… 우리는 자주 부딪치고 자주 싸웠지만 결국엔 꿈을 이루었고 꿈속의 나는 당신을 구하러 갔다 그만 길을 잃었어요. 깊고 어두운 거리를 오래도록 헤맸지만 결국 당신을 만나지 못하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보지 못한 것보다, 당신을 찾지 못한 것보다 나를 미워하던 당신이 나는 가장 슬펐어요.




3

불꽃같은 것이라고 말했었어요. 사랑이라는 건 말이에요.

오래 전에 엄마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버렸다는 아빠가 엄마의 불꽃이었을 거예요.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 친구로 자랐고, 그러다 방심하고 있던 마음에 불꽃이 튀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불꽃은 없는 법이라, 그 아무리 뜨거운 사랑도 상대를 모두 불살라 재로 만들고 나면 끝나 버린대요. 그래서 사랑이 끝나면 다들 그렇게 아픈 모양이에요. 데이고 짓물러서, 사랑이 불탔던 자리가 너무 아파서.
하지만 어떤 사랑은 아프고 아파도 자꾸만 돌아가고 싶어지는 거래요. 너무 사랑해서, 혹은 하지 못한 말이 아직 너무 많아서. 돌아가면 불길에 휩싸여 함께 죽어버릴 것을 알면서도 돌아가고 싶은 미련, 미련한 마음. 이미 전부 타버린 하얀 재를 맨손으로 헤집으면서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 그래도 아직 더 태울 것이 남아있길 바라는 그 미련한 마음…

당신은 돌아갈 거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그 멍청이를 못 찾았으니까.”

그 멍청이, 아마 데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는 길을 잘 찾는 편은 아닌 모양이에요. 어릴 적에도 동네 놀이터에서 함께 어울려 숨바꼭질을 하다 자주 길을 잃어버려서 당신은 해가 저물 때까지 그 사람을 찾아다녔다며 툴툴 거렸었지요. 놀이터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숨바꼭질은 나도 알고 있어요.
신기하다. 나도 길을 잘 잃어버리는데. 하지만 나한테는 당신 같은 소꿉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나는 약간 슬퍼졌습니다.

“데쿠라는 그 사람은 좋겠다… 바쿠고씨처럼 멋있는 사람이 소꿉친구라서.”
“당연히 나는 존나 멋있지. 그 새끼는… 안 좋았겠지만.”
“왜요? 나는 좋아했을 것 같은데.”
“……”
“그 친구는 바쿠고씨를 뭐라고 불렀어요? 바쿠고? 바쿠? 카츠키? 아님…”
“……”
“캇쨩.”
“……”
“아, 이거구나.”
“……”
“캇쨩이라고 불러도 돼요?”

당신의 주먹이 내 뒷머리를 딱, 쳤고 나는 악, 소리를 질렀습니다. 눈물이 쏙 나올만큼 아팠어요. 어딜 감히. 당신이 나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죠. 절대 안돼, 멍청아.

“그 이름은 네 놈이 부를 게 아니니까.”

아, 역시. 나는 흐 웃었습니다.

“진짜 많이 좋아하는구나.”

대답하지 않던 당신의 귀가 당신의 눈처럼 붉었어요.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창을 열고 달에게 소원을 빌었습니다. 달님, 달님, 영험한 달님.
캇쨩이 다시 데쿠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다음 날, 당신이 사라졌습니다.






4

불길은 어쩌면 누군가를 불태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요.

나는 당신을 굳이 다시 찾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홀연히 나타난 것처럼 당신은 다시 또 홀연히 사라져 버렸지요. 어쩌면 나는 잠시 석양을 만났던 것인지도 몰라요. 해가 저물기 전에, 붉고 붉은 태양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기 전에 잠깐 하늘에 머물며 붉은 빛을 흩뿌리던 그 시간처럼 당신은 잠깐 내 곁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린 것이겠죠.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대요. 우리는 모두 숲색으로 칠해진 둥글고 커다란 별 안에 살고 있고, 해님은 그 둥그런 별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거래요. 지금 이 하늘을 떠난 해님도 언젠가는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오겠죠. 그리고 그때에도 붉고 붉은 빛은 하늘에 흩뿌려 줄 거예요. 세상 일은 돌고 도니까, 시간과 시간은 돌고 도니까, 인연과 인연도 돌고 도는 법이니까.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될 테니까.

불꽃같은 당신, 그래도 나의 불행하고 가난했던 마음을 기억해주세요. 당신이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내 이름을, 한 번쯤은 불려보고 싶었던 내 진짜 이름을.

캇쨩, 내 이름은…







~ 불不, 끝






- 라고 하지만 사실 이 글은 옴니부스 3부작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단편 중 첫번째라고 합니다(mm... 저녁 내내 몸 안 좋고 우울해서 축 쳐져 있다 이 시리즈 생각이 나서 의식의 흐름으로 끼적거려 봅니둥. 세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큰 퍼즐을 이루는 게 일단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목적일듯... 무튼 가벼워진 기분으로 저는 자러 갑니다//// 모두 쫀밤 되셔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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