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유곽주인 바쿠고, 춘화 그리는 화가 미도리야로 캇뎈
* 고전풍AU

* 수위 매우 주의

* 드디어 완결편입니다(mm





난춘탐려亂春貪戾


@ruka_tea








그럼 옷을 벗어주세요. 붓을 쥔 손끝을 옅게 떨면서도 미도리야는 선홍색 눈을 바라보며 또렷이 말했다. 지금 입고 계신 의복을 모두, 다.

“옷을 벗으라니, 하. 누가 상전인지.”

구시렁거리면서도 바쿠고는 검은 장옷의 허리끈을 풀었다. 장옷 안쪽에는 오늘도 달리 다른 의복은 입지 않았고, 단단히 여며져 있던 두 섶이 벌어지자 굴곡이 유난히 두드러지던 탄탄한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다. 미도리야의 울대가 크게 울렁거렸다. 뺨이 홧홧했다.

같은 사내의 몸인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 거지, 대체.

바쿠고의 잠자리 경험이 결단코 처음이 아님을 미도리야는 이미 몸으로 겪어 알고 있었다. 누구와 동침하였건 그 상대는 분명 바쿠고가 저 허리끈을 풀고 옷을 풀어 헤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비명을 삼켰을지 모른다. 짐작해본바대로 그 몸은 의복 한 꺼풀을 벗겨 놓으니 더욱 보기에 좋았다.
저만큼 몸이 좋은 치라면 지금껏 그림을 그리면서 수십 명쯤 봤을 텐데 왜 이렇게 자꾸 뺨이 달아오를까. 보기 좋게 딱 벌어진 어깨와 흉근을 바라보다 미도리야는 시선을 빼앗겼음이 부끄러워 괜히 눈길을 흐물흐물 돌려 버렸다. 아득히 먼 옛날에 함께 고향에서 멱을 감으며 훔쳐보았던 일곱 살 꼬마의 신체가 이미 아니었다. 하기야, 시간이 벌써 스무 해가 흘렀으니까. 내가 자란만큼 너도 변했겠지. 그래도 이만큼이나 근사한 어른이 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했었다.

“뭐.”

시선을 느낀 바쿠고가 콧날을 찡그리며 툭 물었다. 고개를 젓는 법도 잊어버리고 미도리야는 그만 본심을 제 입술 새로 툭 밀었다.

“멋져서요…”

무심코 본심이었다. 순간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얼굴을 잽싸게 돌리면서도 미도리야는 뱉은 말을 주워 담지는 않았다. 바쿠고가 입매 끝을 픽 밀며 실소했다. 그 얼굴조차 미도리야는 차마 똑바로 들여다 볼 수가 없었다. 언뜻 사나워 보이면서도 파안破顔이 번질 때면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둥그렇게 휘어지는 그 눈매가 어릴 적과 꼭 닮아보인 탓이었다.
정말 이렇게나 변한 것이 없는데 나는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미도리야는 눈길을 화폭 위로 떨구고는 먹을 갈았다. 작은 접시마다 붓을 휘저으며 농담을 달리하는 미도리야의 모습을 바쿠고는 잠자코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불현듯 생각난 듯 툭 말을 던졌다. 야.

“너도 벗어.”

접시 위를 휘적거리고 있던 붓 끝이 오똑 멈췄다.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바쿠고를 올려다보던 숲색 눈이 하르르 옅게 떨었다. 왜 또 나지.

“제가 왜요!?”
“혼자 벗으면 재미없으니까.”
“…저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요, 바쿠님.”
“벗고 그리면 되잖아, 멍청아.”

미도리야가 두 눈을 꿈벅꿈벅 했다. 이건 또 무슨 억지인지.

“아니, 어…! 제 몸은 보셔서 아시겠지만 볼품도 없고, 벌거벗고 엎드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도 영 별로고…!”
“그딴 건 안 떠들어도 알아. 근데 씨발, 나는 혼자서는 안 벗거든.”
“……”
“네 놈 뼈대가 꽤, 구미를 당기게 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바쿠고가 돌연 미도리야를 홱 뚫어 보았다. 벗겨주랴!? 또 한 번 버릇처럼 힉, 딸꾹질을 한 미도리야가 황급히 양손을 흔들었다.

“아뇨! 아닙니다! 제가 벗을게요! 예! 어떻게 감히 바쿠님께, 하하…”
“……”
“…속옷까지 다 벗어야 하나요?”
“어.”

하늘이시여. 미도리야가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난 또 어쩌자고 이런 책임 못질 소리를 했는지. 반 식경 후면 반드시 후회할 소리를 왜 또 좋다고 뱉어 놓았는지.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숨을 삼킨 미도리야가 기어코 붓을 내려놓고 허리끈을 스르륵 풀었다. 바쿠고가 다리를 길게 뻗으며 제 몸에 걸려 있던 하의자락을 단숨에 벗어 던졌다. 기척을 따라 눈을 들었던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꼴깍 마른 침을 삼켰다. 하여튼 잘 생긴 건 몸 뿐만이 아니었다. 숲색 눈이 바쿠고의 다리 앞을 불안한 눈길로 흘깃거렸다. 아직 고개도 다 들지 않은 것이 속옷의 앞섶을 분명한 형태로 불쑥 들어올리고 있었다.

나는 과연, 저 대단한 것을 내 몸에 품을 수 있기는 할런지…

바쿠고는 그림에 대한 대가로 교접을 요구했었다. 청을 넣은 것은 이쪽이었으니 대가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 교접까지는 아니어도 대충 그 비슷한 것을 요구해올 것이라고 미도리야는 어느 정도 짐작은 하긴 했었다. 허나 짐작과 실전은 또 다른 법이라, 옷을 훌훌 탈의하고 병풍 앞에 기대선 다시 담뱃대를 슥 빼어 무는 저 자의 몸을 보니 절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애초에 그림 얘길 하는 게 아니었다. 어쩌자고 나는 널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물론 그림은 핑계에 불과하다. 목적은 그림 같은 게 아니었다. 숲색 눈이 가만히 담뱃대를 물고 있던 바쿠고의 가슴을 쳐다 보았다.

붉고 붉은 문신이 가슴팍을 불길처럼 휘어 감고 있었다. 미도리야가 눈을 크게 열었다. 붉은 용이었다.

검은 장옷까지 사라져 놓으니 문신은 감춰져 있던 꼬리까지 늦은 오후의 햇살에 가림 없이 모두 드러내놓았다. 하의의 끈을 풀면서도 눈길로는 바삐 문신을 탐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미도리야가 바라보는 쪽에서, 바쿠고의 오른쪽 가슴과 갈빗대를 아우르는 붉은 용의 머리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등 쪽을 향해 돌아가 있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머리 역시 가슴팍을 휘감고 있는 몸통처럼 위용과 근엄이 넘쳐흐를 것이다. 담배를 머금고 뱉는 호흡을 따라 선명히 드러났다 사라지는 가슴의 근육 위에서 용은 살아있는 것처럼 붉게 꿈틀거렸다. 미도리야가 마른 울대를 크게 밀었다.

저 자리를 한 번 만져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래서 그림 핑계를 댔었다. 한참 잘 그리고 있는 중에 가슴팍의 문신을 좀 더 잘 들여다보고 싶다는 핑계로 다가붙어서 그 자리를 더듬어 볼 요량이었었다. 눈으로는 붉음이 짙게 번져 있어 알아차리기가 어렵지만 촉각은 다르다. 만져본다면 알 수 있을 터였다. 그 자리에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이 문신이 과연 화상을 덮기 위해 그린 것인지 아닌지.

네가 나를 지키고 내 목숨을 건져냈던 증거가 거기에 있는지, 없는지.

하지만 이렇게 옷을 벗고 있어서야… 미도리야가 쓰게 웃었다. 흐물흐물 곤란한 웃음이 번지던 그 얼굴을 바쿠고가 은밀히 흘깃거렸다. 그리고는 물고 있던 담뱃대를 다시 화로 위로 꽂으면서 입꼬리 끝을 픽 밀었다. 저 멍청이는 하여튼 예전이나 지금이나 속내 못 감추는 건 여전했다.

“보고 싶으면 보시든가.”
“…예, 예? 뭘…”
“문신.”
“……”
“아까부터 내 가슴팍에 관심이 너무 많은데.”

돌아본 선홍색 눈길에 미도리야가 무의식적으로 힉, 숨을 들이켜다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다 들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필사적이었다. 바쿠고가 소리 없이 그 모습을 뚫어보았다. 이것조차 변하지 않았다.

“아뇨, 그렇다기보단…! 그냥 어, 자꾸 눈이 가니까… 그렇게 근사한 문신을 새기고 있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쳐다보게 되지 않을까요! 하하…”
“……”
“그러니까 전 그냥… 멋져서, 근사해보여서…”

우물거리던 말꼬리가 서서히 미도리야의 혀 밑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어느 틈엔가 제 쪽으로 성큼 다가온 색이 밝은 머리를 가만히 올려다보며 미도리야가 숲색 눈 끝을 곤란한 듯 떨어뜨렸다. 차라리 난춘정의 색을 밝히는 주인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이런 지척에선 무심코 숨이 멎어버릴 것 같았다.
흡, 들이켜는 숨결을 따라 바쿠고의 체취가 미도리야의 비강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가슴이 뛰고 있었다.

“바쿠님, 저… 또 저희가 필요 이상으로 매우 가깝게 붙어 있는 것 같은데요…”
“……”
“제가 어, 그래도 그림을 그려야…”

한다든가, 다시 거리를 유지해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도 없었다. 예고 없이 다가온 팔이 돌연 미도리야의 등을 힘껏 안으며 제 품으로 다붙였다. 풀어헤쳐져 있던 두 가슴팍이 맨살갗 그대로 바짝 붙었다. 힉. 단숨에 코앞까지 다가온 얼굴에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바쿠고가 가볍게 입매 끝을 비틀었다.

“그럼 직접 확인해보시든가.”

남아있던 손이 허공 중에 어정쩡하게 굳어 있던 미도리야의 손에 깍지를 꼈다. 손에서 놓쳐버린 붓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잡을 틈도 없이 바쿠고가 그 손을 가만히 제 가슴팍으로 끌어왔다.
여기. 바쿠고가 속삭인 말들이 미도리야의 귀 안으로 낮게 흘러 들었다. 여기, 이 자리.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꾹 눌러 감았다. 그러나 차마 그 손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바쿠고의 손에 꿰인 손가락들이 천천히 용의 몸통 위에 맞닿았다.

긴장한 손가락들 아래에서 박동하던 심장의 기척을 먼저 느꼈다. 여유를 부리는 것치고 긴장이라도 한 것인지 바쿠고의 고동은 미도리야의 짐작보다도 빨랐고, 급했고, 격렬했다. 그래서 다소 마음이 놓였다. 나랑 같구나. 긴장하고 떨리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생각하니 문득 웃음이 샜다. 그래도 소리를 내서 웃을 수는 없었다. 그보다, 눈가가 시큰거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용의 몸통 곳곳에 울퉁불퉁 패이고 곪은 자리가 불이 닿은 자리처럼 짓물러 있었다. 화상처럼.

어디… 운을 떼는 미도리야의 목소리가 좀전과 달리 탁하게 갈라졌다. 저가 들어봐도 우스워서 미도리야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잡았다. 어디 데이셨나봐요… 우물거린 말에 바쿠고가 짧게 대꾸했다. 어.

“하지만 이건 그냥 화상 같은 게 아니지. 여기서 뭐가 뽑혀 나갔거든. 내가 존나, 잃기 싫었던 게 송두리째 뽑혀 버렸다고. 스무 해 전에, 이 자리에서…”
“이상하네요. 저도 그렇게 잃어버린 사람이 하나 있거든요.”

어떡하지. 미도리야가 부슬부슬 웃고 있던 입술 끝을 꼭 씹었다. 또 눈물이 나버릴 것 같아. 떨리는 입술을 어떻게든 참고 있던 그 얼굴을 바쿠고는 말도 없이 가만히 뚫어만 보았다. 또 한 번 바쿠고의 입꼬리가 가볍게 비틀렸다. 마치 가장 아팠던 기억도 이젠 다 추억이 되어버렸다는 것처럼, 어른의 얼굴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쓸데없는 게 뽑혀나가니 이게 씨발, 회복이 안 돼서. 그래서 죽을 듯이 찾아다녔었지. 최근에는 동쪽까지 가서 소식을 물었는데 존나, 그 멍청이 소식을 아는 새끼가 없어. 그 녀석을 거둬 키웠다던 양반은 이미 수해 전에 죽었고, 그 녀석은 열다섯인가에 동쪽을 떠났다고 하고.”
“……”
“근데 내가 찾았거든. 그 녀석을.”

선홍색 눈이 천천히 숲색 눈에 퍼지던 파문을 뚫어 보았다. 말조차 잃어버린 미도리야의 얼굴을 흘깃 바라보고 바쿠고가 가슴팍에 닿아있던 미도리야의 손을 제 입가로 천천히 끌어왔다. 존나 희한하게도. 우물거린 손을 스르륵 끌어오며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손바닥 위에 입술을 찍으며 속삭였다. 운명처럼.
다행이네요. 미도리야가 어색해진 입꼬리를 밀며 흐, 웃었다. 어. 바쿠고가 짧게 대꾸했다. 미도리야의 손바닥 위에 묻혀있던 선홍색 눈이 다시 한 번 숲색 눈을 선명히 뚫으며 올려 보았다.

“희한하고 우스운 우연이지. 그 녀석도 나를 아는 게 틀림이 없는데.”
“그건… 먼저 물어보면 답해주지 않을까요? 바쿠님이 먼저 말해주세요. 기뻐할지도 모르잖아요. 그 사람도 바쿠님을… 굉장히 오랫동안 찾아다녔을 텐데.”
“……”
“스무 해 동안 계속… 기다렸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안돼.”

왜라고 묻지 못한 것도, 원망하지 못한 것도 손금을 따라 미끄러지던 입술 탓이다. 손금의 얕고 깊은 틈을 파고 드는 축축하고 뜨거운 혀의 감촉에 미도리야는 그만 입술 끝을 비틀며 하고 싶은 말을 제 안으로 다시 꼭 삼켜 넣었다. 길게 미끄러진 혀가 츱, 미도리야의 검지와 중지 사이의 갈라진 틈을 깊게 핥아 올렸다. 바르르 떨리던 그 손을 흠뻑 머금었다 놓으면서 바쿠고가 짧게 말했다. 안된다고, 이젠.

“욕정을 해버려서.”

벌어진 손가락의 틈으로 미도리야를 또렷이 올려보며, 그 손을 흠뻑 적시면서 바쿠고가 낮게 덧붙였다. 미도리야가 둥그런 어깨를 크게 움츠렸다. 발끝이 절로 오그라들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새끼를, 이젠 영영, 친구로는 볼 수 없게 돼서.”
“바쿠님, 손을… 이상해요, 이건, 읏,”
“탐하게 돼서, 괴롭히고 싶어서, 영영 누구도 몰랐을 그 몸을 비틀어 열고 싶어서, 목이 잠길 때까지 그 틈이 닫히지 않을만큼 범하고 싶어서,”
“뜨거워… 거기, 아… 바쿠님, 제발… ㅎ,”
“그 스무 해만큼 자라버린 감정을 참을 자신이 없어서,”

다시 손바닥을 타고 미끄러진 혀가 손 안에 잡힌 손목을 흠뻑 빨며 이를 세웠다. 아. 미도리야가 입술 끝을 짓뭉개며 잔뜩 달아진 호흡을 헐떡거렸다. 손바닥 안쪽의 가장 깊은 금을 붉게 핥던 바쿠고의 동작이 돌연 우뚝 멈췄다. 선홍색 눈이 미도리야의 얼굴을 잠시 뚫을 듯 올려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발갛게 달아오른 하얀 뺨을, 눈빛이 흐려진 숲색 눈을, 달아오른 호흡을 몰아쉬던 그 입술을 번갈아 돌아보던 그 눈길에도 미도리야는 온 가슴이 무시로 떨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짧은 침묵이 억겁인 것처럼 너무 길었다.
말해. 바쿠고가 말했다.

“지금이라면 관둬줄 수도 있어.”
“……”
“스무 해만에 다시 만난 친구답게 굴어줄 수도 있다고, 멍청아.”

미도리야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러나 대답을 망설이지는 않았다. 급박하게 다가온 미도리야의 손이 바쿠고의 뺨을 움켜잡았다.
그대로 입술이 겹쳤다.

처음 입맞춤은 어설펐다. 무작정 부딪쳐 오는 그 입술이 우습고 귀여워서, 그리하여 서글퍼서 바쿠고는 끝내 눈 사이를 힘껏 좁히곤 미도리야의 뒷머리칼을 격렬히 헤집었다. 각도가 비틀린 입술이 틈 없이 맞붙었다. 누구의 호흡인지, 누구의 혀인지, 누구의 입술이며 누구의 타액인지조차 잊어버리곤 격렬히 구내를 휘저으며 체온을 섞었다. 멀어지고 맞붙으면서 미처 잡지 못한 타액이 미도리야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 젖은 입가에 엄지를 문질러볼 여유조차 누구에게도 남아있지 않았다.
입천장을 깊게 쓸어 올리면서 제멋대로 뻗어온 바쿠고의 손이 어설피 벌어져 있던 미도리야의 상의를 난폭하게 열어 젖혔다. 입술을 떠나 목 위로 기울어지는 바쿠고의 입술을 따라 미도리야가 턱을 젖히곤 잔뜩 달아오른 호흡을 급하게 몰아쉬었다. 누가 떠밀었는지, 혹은 스스로 누운 것인지도 모를 틈에 미도리야의 몸이 침상 위로 쓰러졌다. 허리 위로 올라탄 바쿠고가 온 곳곳의 뼈대를 부러뜨릴 듯 움켜쥐며 더듬어올 때마다 미도리야는 판판한 가슴을 들썩이며 달뜨게 헐떡였다. 머리가 뜨거웠다. 그보다 어지러웠다. 호흡조차 버거울만큼, 이대로 곧장 죽어도 좋을만큼.

“아, 더… 그렇게, 응, 만져주세요… 얼른, 제발…얼른, 아ㅎ…!”

허리끈을 풀어헤치는 손 아래에서 미도리야의 상체가 크게 들렸다. 쇄골을 지나 가슴팍 위를 빨고 더듬는 혀가 불덩이처럼 축축하고 뜨거워서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채근처럼 들썩거렸다. 츱, 붉은 유실을 깊게 머금었다 놓으며 바쿠고가 잠시 눈길을 들어 미도리야를 올려보았다. 사납지만 섬세하고 준수했던 그 눈의 붉음이 유난히도 짙어져 있었다. 금세라도 저를 발목부터 씹어 먹을 맹수의 눈길과도 같았었다.

바쿠고가 허리끈이 헐겁던 미도리야의 하의를 단숨에 발목까지 끌어내렸다.

낯선 위화감에 몸을 움츠릴 틈도 없이 등 밑을 파고든 바쿠고의 손이 미도리야를 다시 제 품 쪽으로 일으켜 앉혔다. 안달내지마, 멍청아. 좀 전보다 여유를 좀 찾은 모양인지 붉음이 짙어진 눈이 미도리야의 뺨 옆에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어쩔 줄 모른 채 굳어있던 미도리야의 손을 제 쪽으로 끌어왔다.
만져. 말보다 앞선 손길이 제 몸 위에 미도리야의 손바닥을 거칠게 문질러 댔다. 접이라는 건 본래 쌍방을 위한 유희와 같은 것이니까. 게다가 바쿠고는 알고 있었다.

“내 가슴팍을 만질 때마다 앞이 부풀고 있다고, 네 놈.”

어설프게 붉은 용의 몸통 위를 더듬고 있던 미도리야의 귀가 일순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대놓고 말할 것까진 없잖아. …좋은 건 사실이지만.
피부가 하얀 탓에 유난히 더 섬세하게 잡혀 있던 근육의 선을 더듬어 보는 것만으로도 미도리야는 바짝 목이 탔다. 귓가로 바짝 붙어온 바쿠고의 입술이 미도리야의 도톰한 귓불을 슬며시 머금었다. 츱, 빨며 귓불과 목선의 틈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입술의 기척에 미도리야는 자꾸만 난생 처음 그네에 오른 꼬마아이처럼 흠칫 떨었다.
여기도 어디 한 번 만져 보든가. 바쿠고가 깍지에 끼여 있던 미도리야의 손을 제 앞섶 위로 문질렀다. 그렇게 알고 싶으면. 그리고 미도리야의 어깨 위를 가볍게 질근거린 입술이 낮게 속삭였다. 바짝 맞붙어 있던 허리가 단단히 성이 난 것을 미도리야의 손 안에 뭉근히 비벼댔다. 바르르 떨리던 목선을 따라 바쿠고의 입술이 호흡처럼 속삭였다.

“어차피 곧, 그 녀석이 네 몸을 꿰뚫게 될 테니까.”

미도리야가 홀린 듯이 그 어지러운 불길을 천천히 손에 쥐었다. 뜨거워. 그 불같은 기운에 놀란 탓인지 움켜쥐는 손동작이 어딘지 영 어설프고 굼떴다. 허나 바쿠고는 재촉하지 않았다. 옅게 파안破顔하던 얼굴이 미도리야의 목덜미를 지나 가슴팍 위로 천천히 미끄러졌다. 그 모든 동작들이 지나치리만큼 조심스럽고 느렸다. 그 느림을, 그 여백을 오히려 미도리야는 인내할 수가 없었다. 좀 전의 격렬했던 입맞춤도 이만큼 애가 닳지는 않았었다.

“저기…! 좀, 서둘러 주시면,…”

저도 모르게 본심을 뱉어내다 미도리야는 합 입을 다물었다. 그 양에 선홍색 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멍청이가 안달은.

“접이란 것은 말이지. 공을 들이는 일이거든.”

기울어온 입술이 쇄골을 지나 잔뜩 긴장해 있던 판판한 가슴팍을 츱, 머금었다 놓았다. 갈빗대의 얕은 틈을 타고 퍼진 달콤한 둔통에 미도리야는 하마터면 손 안에 쥐고 있던 것을 놓칠 뻔 했었다. 이상해, 기분이… 이상해요. 입술 끝을 짓뭉개며 미도리야가 신음인 듯 달게 헐떡였다. 아니, 멍청아. 바쿠고가 말했다.

“끝내주는 거지.”

색이 밝은 머리가 가슴 위로 깊게 미끄러졌다. 들썩이는 가슴팍을 왼손으로 가림 없이 애무하며 그 벌어진 입술이 단단히 긴장된 작은 살집을 흠뻑 머금었다. 아.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다리 밑에 묻혀 있던 발가락을 힘껏 오므렸다 펼쳤다. 벌써부터 눈 끝이 시큰했다. 어지러웠다.

“바쿠님, 그건… 그렇게는, 흐, 가슴은… 하ㅇ, 이상, 이상해요… 혀가, 너무… 아ㅎ,!”

자꾸만 상체가 괴롭게 비틀렸다. 버둥거리는 몸짓 탓에 약이라도 올랐는지 바쿠고가 들썩이던 미도리야의 팔꿈치 위를 멍이질 만큼 억세게 움켜잡았다. 눈앞에서 하얗게 별이 튀었다. 과연… 솜씨가 좋다는 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눈물이 찔끔 맺힌 눈 끝을 일그러뜨리면서 미도리야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불길인 듯 유난히도 체온이 높던 혀가 자비 없이 붉은 유실乳實을 머금고 빨며 희롱할 때마다 온 정신이 다 흐려질 것만 같았다. 이젠 뭐라도 좋았다. 이젠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었다.

“제발…”

잔뜩 갈라지기 시작한 입술이 헐떡이며 애원했다.

“이젠… 해주세요… 가고 싶어, 닿고 싶어… 제발,”

괴롭히지마. 마지막 그 말은 울음 같았다. 가슴 위로 혀를 길게 훔친 바쿠고가 잠시 고개를 들어 미도리야의 얼굴을 살피듯 바라보다 이내 픽 실소했다. 멍청이가. 버릇 같은 그 말투를 툭 던져놓고 바쿠고는 이미 단정치 못하게 벌어져 있던 미도리야의 다리 사이로 손을 끌어 내렸다. 구부러진 무릎 밑으로 발긋하게 달아오른 허벅지가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바쿠고가 혀를 내어 바짝 마른 제 입술을 슬쩍 훔쳤다. 그리고 말했다.

“뭐라도 물어, 멍청아.”

혀를 깨물지도 모르니까. 툭 덧붙이고 바쿠고는 물기 없던 자신의 중지와 검지를 잠시 깊게 머금었다. 괴로운 건가요? 미도리야가 흠뻑 젖은 바쿠고의 손가락을 올려보며 멍한 투로 그렇게 물었다. 바쿠고가 가벼운 농처럼 대꾸했다. 아니, 끝내주는 거.

“극락을 보게 될 테니까.”










그야말로 생과 사의 경계, 지상을 떠난 하늘 위의 세계였다.

“흐… 아, 그렇, 그렇게는, 아ㅎ, 바쿠님… 너무, 커요, 너ㅁ… 아흐ㅅ,!”

젖은 호흡이 안채의 허공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반쯤 옆을 향해 누운 채로 미도리야는 제 몸을 파고드는 바쿠고의 목덜미를 몇 번이나 참지 못하고 물어뜯었다. 무엇을 하는지도,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두사탕이나 끈에 묶여 허공에 매달려 있던 몇 번의 경험과는 견줄만한 일도 아니었다.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팔목을 멍이 질만큼 힘껏 움켜잡고 허리를 깊게 흔들며 추삽을 했다. 그때마다 땀과 열에 달아오른 두 살갗이 서로에게 맞닿으며 격렬히 비벼졌다. 미도리야가 기어코 흠뻑 젖은 숲색 눈 사이를 질끈 일그러뜨리며 눈을 감았다.

어떡하지. 너무 좋았다. 참을 수도 없을만큼,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도 않을만큼.

자세가 바뀌었다. 들썩이며 헐떡이던 미도리야의 몸을 제 팔 밑으로 돌려놓고 정상위로 몸을 다시 겹치면서도 바쿠고는 도무지 그 성난 허리를 멈춰주지 않았다. 자비를 애초에 잃어버린 무자비한 맹수처럼 허리가 맹렬히 쑤셔올 때마다 미도리야는 가장 단단히 닫혀 있던 틈이 벌어지며 비벼지는 생생한 감촉에 호흡조차 똑바로 할 수가 없었다. 죽어버릴 것 같아… 허리를 둥그렇게 들썩이며 미도리야는 몇 번이고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죽어도 좋았다. 미도리야가 이윽고 크게 허리를 꺾었다, 이윽고 가라앉았다. 그래도 몸은 아직 구름 위를 노닐고 있는 듯만 했었다.

극락을 보여주겠다던 바쿠고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 번을 도달하고도 미도리야는 여전히 예민했다. 찔려 올려지고 쑤셔질 때마다 이미 탁하게 갈라진 호흡들이 바쿠고의 귓가에서 어지럽게 흐려졌다. 반쯤 울며 제 목을 끌어안은 미도리야의 뒷머리를 크게 감싸면서 바쿠고가 속도를 높였다. 수많은 감각들이 단단히 맞붙은 두 피부의 틈에서 피어나 온몸의 혈관을 광증처럼 휘저어 놓았다. 정염과 탐심, 애욕… 한때는 친구였다 헤어진 오랜 존재와 선을 넘는 기분은 차라리 배덕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황홀한 것이었다. 바쿠고가 준수한 입매 끝을 힘껏 씹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화살을 단단히 매긴 활시위처럼 바짝 긴장한 몸이 이윽고 굳었다. 그리고 미도리야의 몸안을 어지럽게 적셔놓으면서 바쿠고의 입술이 참지 못한 말을 신음처럼 밀어냈다.

데쿠.

극락으로 도달했던 여운으로 나른하게 흐려져 있던 숲색 눈이 우뚝 굳었다.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다시 미도리야의 몸 위로 천천히 무너지며 바쿠고는 후 밭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더불어 말했었다.

좋아한다고, 멍청아.

바보 같아. 미도리야가 젖은 눈을 휘어트리며 흐, 웃었다. 가슴이 뽑힐 것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그 말도 여흥인가요?”
“어.”

진심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다 알고 있다. 거짓말쟁이. 미도리야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 바쿠고는 또 한 번 버릇처럼 입술을 기울였다. 두 입술이 다시 가볍게 닿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아직도 발갛게 부어 있던 미도리야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츱, 들이마시면서 바쿠고는 낮게 웃었다. 어차피 너 들으라고 한 말 아니니까.

“데쿠한테 하는 얘기라고.”

그게 뭐야. 미도리야가 흐 웃었다. 둥그렇게 휘어지던 눈곁도 어쩐지 아리고 따끔거려서 이번엔 제 쪽에서 바쿠고의 뺨을 움켜잡고 입술을 문질렀다. 짧고 긴 입맞춤이 이어지다 궤적을 벗어난 바쿠고의 입술이 이미 붉은 잇자국이 남아있던 미도리야의 목덜미에 제 흔적을 연거푸 찍어 놓았다. 아. 떨며, 턱을 젖히며 바쿠고의 목에 팔을 두르면서 미도리야가 물었다.

“이대로 끝내지는 말아주세요…”

더, 다시 또… 몽롱한 숲색 눈이 꿈결처럼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꿰뚫리고 싶어. 단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 선홍색 눈이 기가 찬 듯이 픽 일그러졌다. 접도 뜰 줄 몰랐던 샌님 새끼가. 반쯤 놀리는 투였지만 미도리야는 그 말씨에마저 가슴이 떨려왔다. 알아. 말을 삼킨 숲색 눈이 부스스 웃었다. 바쿠고의 목에 감겨 있던 팔이 색이 밝은 머리를 제 쪽으로 천천히 끌어 당겼다.

“그러니까, 사랑해주세요. 저 해가 저물도록, 아침이 올 때까지…”
“……”
“대신 이번에는 캇쨩이라고 부르도록 해주세요.”

아. 대답 없이 웃던 그 짓궂은 얼굴이 그때도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훤히 떠 있던 해가 창 너머로 천천히 기울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지, 이곳은 어디인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마저 흐리게 무뎌진 안채 안쪽에서 두 몸은 수시로 떨어지고 맞붙었다. 이젠 제법 익숙해진 틈 안으로 몇 번이고 단단히 파묻히면서 바쿠고는 미도리야의 몸 곳곳을 가림 없이 들이마셨고, 제 몸이 열어젖혀질 때마다 미도리야는 심장처럼 박동하며 맹렬한 불길을 견고히 감싸 안았다.
결국 그림은 그리지도 못하고… 헐떡이면서도 쓰게 웃던 미도리야의 귀 밑에 제 입술을 찍으면서 바쿠고는 낮게 귓속질을 했다. 그딴 건 상관없어.

“대신 내 붓이 네 놈을 물들여 놓았으니까.”

악희惡戲처럼 속삭인 입술이 또 한 번 미도리야의 입술을 덮어왔다. 맞붙은 입술에 제 호흡을 마주 섞으면서 미도리야는 제 틈이 삼키던 것처럼 단단히 일어선 붉은 설육을 힘껏 조였다. 두 몸이 떨어지고 다시 엉기며 서로를 탐하고 자무하기를 반복했다. 바깥은 이미 야음夜陰이 짙었다. 그래도 끝내 놓을 줄도, 멈추는 법도 몰랐던 미도리야가 이윽고 허리를 크게 젖히며 바쿠고의 가슴팍을 힘껏 움켜쥐었다. 불길이 닿았다 떨어졌던 자리, 네가 나를 구했던 그 붉고 붉은 자리.

캇쨩.

꿈처럼 우물거린 말을 삼키며 숲색 머리가 이윽고 침상 위로 풀썩 떨어졌다. 보고 싶었어. 눈을 감고 숨을 몰아쉬면서도 미도리야는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진짜… 그리웠어. 먼 의식 너머에서 누군가 익숙한 목소리로 픽 웃었다. 알고 있어, 멍청아. 그리고 귓가에 다가온 입술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데쿠.

“이젠 친구라고는 못 하겠는데.”

창 너머로 어른어른 풍등이 날아올랐다. 4월의 스무 번째 날이었다.










*

“무슨 소리야, 더는 친구를 찾지 않겠다니!?”

안채에서 눈을 떴을 때 해는 이미 중천을 넘어 있었다. 밤새 풍등이 날아올랐던 4월 스무 번째 날은 종일 날이 좋았다. 난춘절을 맞아 연에 한 번, 영업을 하지 않는 토요일이라 기녀들은 모두 어딘가로 외출을 떠나거나 개인적인 볼일을 보러 나선 모양인지 난춘정은 종일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마루의 난간에 나른한 몸을 가만히 기대고 있던 미도리야가 제 앞에 앉은 혈색 좋은 얼굴을 가만히 돌아보았다. 우라라카가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리 짐작을 해봐도 믿을 수가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즈쿠군 평생에 가장 찾고 싶어 했던 친구였잖아.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혹시 안 좋은 소식이라도 들은…”
“아니! 아냐! 그런 건 아냐, 우라라카! 그냥…”

황급히 양손을 흔들던 미도리야가 흐물흐물 말꼬리를 흐렸다. 더는 찾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유난히 기운이 없어 보이는 숲색 눈이 허공을 향해 흐 웃었다. 그러나 기색이 나쁜 얼굴은 아니었다.

“내가 잘못 알았구나, 이제껏 잘못 찾았구나 싶어서…”
“잘못 알았다니…”
“그냥… 내가 찾던 게 친구가 아니었던 것 같아서…”
“……”
“우라라카, 진짜 사람 사이에는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
“대체 무슨 소리야, 이즈쿠군…”

갈색 눈이 곤란한 듯 쓰게 웃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 말에도 미도리야는 답 없이 그저 크고 둥근 숲색 눈을 하르르 접으며 흐물흐물 웃어나 버렸다.
설마 난춘정의 주인이 내가 찾던 캇쨩이었노라고 우라라카는 절대 짐작하지 못하겠지. 미도리야는 생각했다. 아직 서로 헤어져 있던 시간들에 대해 소회해본 적은 없다. 침상을 떠난 자리에서 네가 내가 찾는 캇쨩이 맞는 듯 하다고 대놓고 얘기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그런 건 어차피 차차 지내다 보면 기회가 생기겠지. 물론 영영 그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어쨌든 우리는 다시 만났으니까, 운명에 등이라도 떠밀린 것처럼.

오늘 밤에도 안채에 오를 것이다. 오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미도리야는 어제 바쿠고의 침상 곁에 붓 한 자루를 놓고 왔다. 이미 알았을 텐데 사람을 시켜 붓을 되돌려 주지 않는 건 직접 찾으러 오란 뜻이겠지? 생각하며 미도리야는 발긋해진 볼을 손끝으로 꼭꼭 눌렀다. 기대감이 가슴을 쿵쿵 두드리고 있었다. 오늘은 또 무얼 할지, 너는 또 어떤 감언甘言과 달디 단 손짓으로 내 마음에 채워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선 너머로 떠밀어 줄 것인지.
꿈처럼 멍한 옆얼굴을 바라보며 우라라카가 절레절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즈쿠군, 아무래도 사랑에라도 빠진 얼굴이야.”

숲색 눈이 대답 없이 흐, 웃었다. 저물어 가는 벚꽃잎이 붉고 하얗게 흩날리고 있던 4월의 봄이었다.



(*)





하여 이 글을 가볍게 끝내봅니다u/////u 사실 처음 쓸 때부터 바쿠고랑 미도리야랑 서로 대놓고ㅋㅋㅋㅋ서로인 거 다 알면서도 아는 체는 안 하는 걸 보고 싶었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일곱 살 꼬꼬마 시절 때의 친구로는 영영 돌아갈 수 없게 되었으니 둘다 서로를 운명이려니 받아들이고 자알 지냈으면////////
무튼, 무더위 때문에 계속 지쳐 가는 중에도 역시나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내서 매조지 한 것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포스타입에서 성인인증 달고 아예 꾸금으로 갈까말까 막판까지 매우 망설였는데 이 정도 수위까지 은근은근 아슬아슬하게 (?) 한 번 써보고 싶어서 흐흐... 행위는 묘사하고 있으나 직접적 묘사가 없으니 일반적 심의 기준에서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이렇게 은근하게 쓰는 게 가끔은 더 좋은 것 같아요/////
무튼 즐겁게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또 잠시 쉬었다가 펼쳐만 놓고 뒤를 못 이은 다른 글 들고 올듯.... 다음 턴은 아마도 라자 아니면 바라카일 것 같아요u/////u

?
  • 루카님최고 2017.07.22 23:29
    꺄아ㅏ아ㅏㅏㅏㅏㅏㅏㅏ 갓루카 님 어쩌면 이렇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루카 님이 쓰신 글 전부 읽었는데 완전 인생작이에요 (다른 인생작: 전부 다입니다 삐빅)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잘 읽었습니다 또 이제 상편부터 다시 봐주어야겠죠? ^ㅁ^
  • 2017.07.22 23:41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꺄님~~~~~~~ 2017.07.23 00:19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카님사랑해요정말루요 2017.07.23 05:37 SECRET

    "비밀글입니다."

  • 캇뎈은 사랑입니다 2017.07.23 09:58 SECRET

    "비밀글입니다."

  • 까까 2017.07.24 01:44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카님THELOVE 2017.07.24 18:28
    내붓이 네놈을 물들여버렷다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세상에 대사진짜ㅜㅠㅠㅜ하.,진짜갓루카님ㅠㅠㅠㅠ인생의 활력소입니다....ㅠㅠㅜㅠㅠㅜㅜ
  • 멜팅 2017.07.28 21:39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렇게 노골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ㅠㅠ 너무 섹시해요 ㅜㅠ 세상에
  • 도영 2017.08.09 02:21 SECRET

    "비밀글입니다."

  • 학핰 2017.08.29 21:28
    지나가다가 보고 여러개 읽고 왔는데 글을 너무 잘쓰시네여.. 정말 존잘님이세요.. 넘나조흔것 핰
  • 갓갓루카님 ㅠㅠ 2018.06.20 03:48
    정말로... 루카님.. 제가 여태 살면서 읽은 글 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ㅜㅜ... 정말 행복합니다... 적게 일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ㅠㅠ...
  • 글쓴이 2018.07.04 22:53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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