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연예인x매니저로 캇뎈
* 초일류 탑배우 바쿠고가 사고를 하도 쳐서 고생 중인 미도리야 이야기
* 오랜만에 전력 1시간으로 달려봅니다
* 가볍게 즐겨주세요


* BGM / Manic Drive <VIP>

http://youtu.be/Humd8ZDh1jo






VIP VERY IMPORTANT PERSON


@ruka_tea





VIP는 어쩌면 가장 불편한 상대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는 원래의 뜻처럼 중요한 것은 언제나 보다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어떤 엿 같은 상황에서도 웃어야 하며 친절해야 하고 약간의 불평등한 대우 같은 것도 감내해야한다. 물론 모든 VIP들이 그처럼 까칠하고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아니어도 아닌대로 주의를 기울여야할 상대임엔 틀림이 없다. 그야말로 매우, Very, 중요한 인물이니까. 언제 어디에서건 불편함이 없이 모셔야만 한다. 그곳이 설령 태어나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의지로 찾아와보지 않았던 금요일 밤의 클럽이라 하더라도.

눈앞의 현란한 네온 간판을 올려다보며 숲색 눈이 쓰게 웃었다.

이런 곳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진회색 수트를 입고 있는 탓인지 주변에선 노골적으로 미도리야를 흘끔거렸다. 일부러 늦게 왔는데도 참… 미도리야가 뺨을 긁적거렸다. 밤 11시를 넘었으니 이제 돌아갈 사람들은 제법 돌아갔을 시간인데도 클럽 앞에는 여전히 줄이 길었다. 여름에 접어 든 덕인지 손님들의 옷차림은 3주 전에 미도리야가 이곳을 찾아왔을 때보다 많이 얇고 간소해져 있었다. 그땐 그래도 얼굴을 알고 있던 가드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길게 늘어진 줄 곁에서 미도리야가 고개를 슥 들면서 입구 쪽을 잠시 쳐다보았다. 곰처럼 몸집이 큰 남자가 두 개의 문 앞에 서서 사람들을 들여보내거나 돌려보내거나 하고 있었다. 문 위에 달린 스피커에서 쏟아지는 음악 소리는 여전히 너무 컸다.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또 한 번 입꼬리 끝을 뭉개며 쓰게 웃었다. 몇 번을 와도 이런 장소엔 적응이 되질 않았다.
침착하자. 좌우로 머리를 흔든 미도리야가 잠시 심호흡을 했다. 마음을 다질 때면 미도리야는 흔히 이렇게 숨을 가다듬었다. 어색할 때, 마음이 부산할 때,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장소에 와 있을 때, 정말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할 때. 그래도 자꾸만 습관처럼 한숨이 터졌다. 여기에 와 있는 원흉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서 그랬다.

나는 진짜, 언제까지 이 VIP에게 끌려 다녀야만 하는 걸까…

그래도 일은 일이다. 연거푸 호흡을 삼킨 미도리야가 이윽고 결심을 한 듯 가슴을 똑바로 펴면서 입구 쪽을 향해 곧장 걸었다. 여기 물 좋다면서 저런 사람도 와? 줄에 서있던 커플이 수군거렸다. 그 말엔 하마터면 고개를 돌리고 대답을 할 뻔 했다. 제가 좋아서 와 있는 게 아니거든요…
나의 불타는 금요일은 이런 클럽에서 보내는 게 아니라 올마이트의 현역 시절 드라마를 재탕하는 것이었는데. 미도리야가 한숨을 삼켰다. 모처럼 금요일 오프였는데, 오늘에야말로 Plus Ultra! 감상 100회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오늘도 한가롭게 드라마를 보겠다는 꿈을 꿀 수는 없단 사실을 미도리야는 이미 알고 있었다.

“허, 넌 뭐야.”

입구에 서있던 체격 좋은 남자가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뭘 생각하고 있는 지는 빤했다. 너 같은 놈이 올 데가 아니다, 그래도 들어오고 싶으면 줄을 서라, 그래봤자 나는 이 클럽의 일등급 수질 관리를 위해 너에게 퇴짜를 놓을 테지만. 안 봐도 빤해. 이런 반응은 익숙하다. 생각하며 미도리야가 후 숨을 고르고 남자를 향해 다물었던 입술을 뗐다. 저기 죄송한데…

“오늘 이 클럽에 방문한 VIP 중 한 분을 모시러 왔는데요.   바쿠고 카츠키라고…”

남자의 얼굴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 이 표정엔 이런 의미가 있겠다. 너 같은 너드 새끼가 대체 무슨 재주로 여기에 그 바쿠고 카츠키가 와 있다는 극비사항을 알았는지. 사생 팬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향해 확 좁아지는 남자의 눈길을 보며 미도리야가 황급히 양손을 흔들었다. 아뇨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얘기하시면 알 거예요. 미도리야 이즈쿠라고… 아, 취해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여기에 10시쯤 도착했죠? 차는 맥라렌, 색상은 실버… 지금 1시간 정도 지났으니까 이미 워밍업으로 맥주 세 병은 따고 위스키로 넘어갔을 거예요. 그쯤 되면 캇쨩… 아니, 바쿠고씨는 보통 취해 있거든요. 아, 들여보내달란 얘긴 아니에요! 굳이 그렇게 안 해주셔도 돼요. 대신 이쪽 직원분들이 고생 좀 하시겠지만, 흐…”

술 취하면 개가 되거든요. 남자 쪽으로 슥 몸을 숙이면서 미도리야가 소리를 낮춰 덧붙였다. 미친 개.

“캇쨩, 아니아니, 바쿠고씨가 술 취하면 사람을 물어뜯는 주사가 있어서… 아, 혹시 데리고 오다 물리거나 맞아서 피라도 나면 그땐 저한테 연락주세요. 저희 사무실에는 이런 돌발 상황에 대한 보상과 법적 절차에 대한 매뉴얼이 잘 정비되어 있거든요.”
“넌 뭐야?”
“아, 저요? 뭐, 대단한 사람은 아니구요…”

미도리야가 쑥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이런 불타는 금요일에, 익숙하지도 않은 이 클럽에 익숙한 얼굴로 와서 익숙한 이름을 찾는 것처럼 수트 속에서 명함 케이스를 꺼내 펼치는 동작 역시 담담하고 깔끔했다. 남자가 건네받은 명함을 잠깐 황망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명함에는 미도리야 이즈쿠라는 넉 자와 함께 이런 이름이 함께 박혀 있었다. 올마이트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B팀 팀장, 미도리야 이즈쿠.
주근깨가 흩어진 볼을 긁적거리면서 미도리야가 당황스러움에 우뚝 굳어버린 남자를 향해 흐, 웃었다.

“일단은 바쿠고 카츠키씨의 공적인 보호자인 사람인데…”
“……”
“들어가도 될까요?”

이런 직책을 세상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매니저.









*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연예인을 이르러 업계에서는 종종 VIP라는 말을 썼다. 바쿠고 카츠키는 VIP 중에서도 최고의 VIP였다.

올마이트 엔터테인먼트 창사 이후 가장 최고의 VIP라해도 좋았다. 사납고도 준수한 맹수 같은 외견 속에 숨겨진 섬세한 격정, 로맨스부터 미스터리까지 어떤 시나리오도 완벽히 이해하여 제 것으로 만드는 똑똑함, 할 때는 하는 프로페셔널, 감독들이 가장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남자 배우. 유에이 액터 스쿨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중에 관계자의 눈에 들어 데뷔한 후 지금껏 5년이 흐르는 동안 바쿠고는 일본 최고라고 해도 가히 좋을만큼 클래스가 다른 배우로 성장했다. 실패나 슬럼프도 없었다. 지금껏 바쿠고가 참여한 4편의 드라마와 7편의 영화, 크고 작은 10편 안팎의 연극무대들은 모두 수상에 성공하거나 그해의 최고 시청률과 관객 수를 달성했다.
얼마나 팬이 많은지, 해외에서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날카롭고 섬세한 외견, 액터스쿨 시절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친 적이 없던 검증된 연기력과 그 어떤 대본을 던져줘도 당황하지 않는 대범함과 영리함… 거기에 가정환경조차 완전했다. 드라마 PD 출신으로 T 방송국 최초의 여사장이 되었다는 어머니와 영화 제작자인 아버지 밑에서 바쿠고는 일찍부터 극단을 드나들며 배우가 되기 위한 꿈을 키웠다. 가히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점 없는 인간은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인간이 신이 아닌 것처럼.

지금껏 바쿠고 카츠키가 참여한 촬영 현장에서 싸움과 불화가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른 성공은 본래도 자기애가 강했던 이 젊은 배우를 오만하고 타협 없는 성격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연기를 워낙 잘하는 데다 보증된 흥행수표였고 할 땐 제대로 하는 프로페셔널함 덕분에 미운 털이 박히지는 않았다지만 수틀리면 하여튼 멱살부터 잡고 보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대체 어쩌자는 건지, 이런 성격에 술까지 좋아했다.

회사로서는 그야말로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데뷔 이후로 지금까지 바쿠고가 일으킨 사고와 연루된 폭행만 나열해보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것이다. 대부분 상대 쪽에서 시비를 걸어온 걸 이 성격에 참지를 못하고 멱살잡이를 하다 벌어지는 쌍방과실이기는 했지만,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를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회사로서는 그때마다 비상이 걸렸다. 계약 때부터 바쿠고의 프로모션 일체를 관리해온 아이자와 이사는 최근 고혈압과 심장통증을 잡아주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었다.

「난 말이다, 미도리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자신과 싸우고 있어. 저 새끼가 또 사고를 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과 저 죽일 놈의 자식이 얼마나 사고뭉치인지 차라리 세상에 다 밝혀버리고 망하게 만들어버리고 싶은 마음…」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아이자와는 유난히도 그늘이 깊은 눈빛으로 농담인지 진심인지 모를 소리를 했고, 그때마다 그런 소리 마시라며 말리고 달래는 건 미도리야였다. 아이자와는 지난달에만 바쿠고 문제로 이미 네 번이나 뒷목을 잡았다.
네 놈 책임도 있어. 또 혈압이 치밀어 오르는 뒷목을 툭툭 두드리면서 아이자와는 말했다. 저 망할 자식은 네 놈의 VIP니까.

「그래도 연기랑 얼굴 하나는 잘하는 저 자식을 캐어할 수 있는 것도 너뿐이니까. 뭐, 소꿉친구잖아. 동기고.」

말마따나 미도리야는 그 바쿠고 카츠키를 캐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바쿠고의 매니저는 미도리야 외에도 넷이 더 있었지만 바쿠고는 오로지 미도리야의 말에만 반응했고, 무슨 일이 있건 미도리야부터 먼저 찾았다.
올마이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계약을 제안했을 때 미도리야 이즈쿠를 매니저로 고용하지 않으면 도장을 찍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도 바쿠고였다. 왜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그랬던 것인지 미도리야는 그때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꾸준히 그래온 것처럼 변덕이었는지, 아니면 그 낯선 사람을 극도로 짜증스럽게 생각하는 심성에 문득 생각난 게 자신이어서 그랬던 것인지. 하지만 바쿠고 카츠키의 매니저로 생활한지 5년이 되어가는 지금에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만만한 거지, 내가.

생각하며 미도리야가 고급 맨션의 대리석 바닥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맞은편에서는 반쯤 벌겋게 달아올라 있던 색이 밝은 머리가 아끼던 소파에 머리를 툭 기대놓고 연신 씨근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기 전에 긴급 수거해준 소꿉친구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이 불타는 금요일의 흥을 깨버린 데에 대한 원망과 짜증이 뚝뚝 떨어지던 얼굴이었다.

“존나, 얼마만에 돌아오는 금요일 오프인데, 데쿠새끼가, 씨발.”

일단 그렇게나 이름값이 높은 배우치고 입이 험한 것은 지금 술에 취한 탓이 아니다. 본래 저렇다. 그래도 취하긴 취했는지 하얀 뺨은 불콰했고, 블랙 라이더 자켓과 워커는 벗다가 말았다. 바쿠고의 오른발에서 끈만 풀려있는 워커를 골똘히 뚫어보던 숲색 눈동자가 끝을 흐리면서 쓰게 웃었다. 순간 정말 욕할 뻔 했었던 걸 간신히 참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오른쪽 광대가 아직도 욱신거렸다.

나쁜 자식아, 이쪽은 또 취해서 멱살 잡던 너를 뜯어 말리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맞았는데.

명함을 내밀자마자 단숨에 친절해진 가드를 따라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을 때 미도리야는 그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잠시 아득해졌었다. 이번엔 또 대체 뭐 때문에 시비가 붙었는지 바쿠고는 룸 입구에서 다른 손님과 멱살을 움켜잡고 있었다. 바쿠고와 몇 개의 작품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다던, 그래서 미도리야에게도 이젠 참 얼굴이 익숙한 키리시마가 오늘도 그 자리에 동석해 있었다. 바쿠고를 소극적으로 뜯어말리던 키리시마가 자신을 발견하고 반색했을 때부터 미도리야는 조금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직감했다. 아. 나는 오늘도 캇쨩을 뜯어 말리다 한 대 얻어맞겠구나.
놀랍게도 그대로 되었다. 3년동안 수십 번을 그래왔던 것처럼. 바쿠고가 말이 없는 미도리야의 얼굴을 올려보다 확 콧날을 구겼다. 그래도 자기 때문에 맞았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등신새끼야, 그러길래 누가 끼어 들랬냐?”
“와, 어떡하지… 진짜 죽이고 싶어, 하하…”
“너 씨발 지금 말풍선이 바뀐 것 같은데.”
“어, 그랬어? 설마! 캇쨩 취해서 잘못 들은 거 아닐까?”
“……”
“제발 캇쨩… 아이자와 이사님이 한 번만 더 경찰서에서 연락 오면 계약해지해버린다고 하셨잖아.”

말꼬리를 잽싸게 돌려버린 건 욕을 먹을 것 같아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도리야의 짐작대로 바쿠고는 여전히 꽤 취해 있었다. 이미 좀 전에 튀어나온 미도리야의 본심에 대해선 새카맣게 잊어버린 듯 선홍색 눈이 울컥 일그러졌다. 하, 존나.

“해지 하라 그래, 씨발. 여기 아니면 갈 데가 없는 줄 아나.”
“그게 그렇게 쉬운 얘기는 아니잖아. 올마이트… 아니, 야기 대표님을 존경하니까 여기 오고 싶다고 말한 건 너야, 캇쨩. 게다가 이렇게 잘리면 업계에 소문이 다 날 텐데 그렇게 되면 이미지에도 타격이 오고, 캇쨩 다음 작품에도 영향이…”
“뭐, 존나, 왜, 뭐. 어차피 쓰레기라고 뒤에서 다 욕하는데 뭘, 씨발.”
“……”
“등신새끼가 괜히 끼어들어서 다치기나 하고.”

말꼬리가 또 이쪽을 향해 돌아왔다. 아니, 뭐… 내일이면 가라앉을 거니까. 쑥스러워서 미도리야는 괜히 눈길을 피하면서 부어오른 자리를 긁적거렸다. 그 새끼 씨발 죽여버렸어야 하는데. 바쿠고가 우득 이를 갈았다.

“어디서 씨발, 데쿠새끼한테 손을 대. 개새끼가 뒤지려고.”

그런 소리를 하기 전에 그쪽이 먼저 술을 먹고 멱살잡이를 안 하시면 모두가 평화로울 텐데 말입니다… 생각을 삼키며 미도리야가 부슬부슬 쓰게 웃었다. 그래도 끝까지 비난은 할 수 없었다. 아이자와 이사님은 몰라도 네 마음이 어떤지 나는 알고 있으니까.

“많이 걱정 돼? 다음 작품…”

조심스럽게 말을 던지기가 무섭게 선홍색 눈이 이쪽을 힘껏 노려봤다. 미도리야가 손사레를 쳤다. 아니, 어! 그게 아니라!

“어, 아니! 별 뜻은 없고 그냥! 캇쨩은 원래 작품 들어가기 전에 제일 예민하니까! 그냥, 나는 걱정이 돼서…”
“……”
“작품 들어갈 땐 술 안 마시잖아.”

아무리 성격이 개차반이고 인성이 쓰레기라는 뒷소리를 달고 다닌다 하여도 바쿠고는 공적인 일에선 언제나 칼 같았다.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간혹 생기는 회식 자리에서도 술이라곤 일절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시는 것도, 그 좋아하는 술을 과하게 마셔서 폭음을 하고 사고를 치는 것도 언제나 이 무렵이었다.
아닌 척 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니까, 너도. 생각을 삼키면서 미도리야가 쓰게 웃었다. 그런 점도 지나친 완벽주의의 부작용인지도 몰랐다. 어릴 적부터 자존심이 셌던 소꿉친구는 무엇이건 완벽하지 않으면 참지를 못 했다. 약점을 드러내는 것조차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남한테 넋두리하는 성격이 되지 못한다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쿠고의 평생에 가장 가깝고 오래 되었다는 미도리야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터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도 안 하고 혼자서만 꾹꾹 눌러 참다가.
그걸 푸는 수단이 왜 하필 술인 것인지… 아니, 마시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냥 적당하면 될 텐데 왜 꼭 정도를 넘어서선 사고를 치는 건지. 아무리 쌍방 과실에 가벼운 싸움에서 끝난다곤 해도 바쿠고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고 배우다. 저러다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모습이 누구한테 찍혀서 SNS라도 올라가면…
아니, 아냐. 그건 안돼. 미도리야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렇게 되면 배우 생명은 그냥 끝장나는 거야. 어릴 적부터 배우가 되겠다는 것 이외엔 다른 꿈도 꿔본 적이 없다는 걸 미도리야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그 꿈을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었다. 연기할 때의 너의 얼굴을 좋아하는만큼, 스크린 안에서의 네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것처럼.

“하, 데쿠새끼. 잔소리 존나 오지게 한다, 씨발.”

바쿠고가 제 머리를 크게 헝클이며 소파 위로 길게 누웠다. 됐으니까 꺼져. 그 말뿐이었다. 취하긴 취한 모양이었다. 다른 때였다면 이쯤에서 쉬라는 인사와 함께 돌아섰을 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쩐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스르륵 눈꺼풀을 닫는 바쿠고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미도리야가 입술을 잠시 꼭 씹었다 놓았다.

“어떻게 해주면 돼?”

감겨있던 선홍색 눈이 다시 열렸다. 말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바쿠고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미도리야가 거듭 물었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내가 어떻게 해주면 돼? 알려줘. 알고 싶어.”
“뭘, 등신아.”
“내가 어떻게 해주면 네가 적당한 선에서 멈출 수 있는지…”
“……”
“스트레스를 풀만한 다른 수단도 있잖아. 굳이 밖에 나가 다른 사람 앞에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돼. 알려줘. 어떻게 하면 되는지. 어떻게 해야 네가 더 이상 내 말을 무시하지 않을 수 있는지. 대체 널 어떻게 도와줘야 네가 네 입장을 자각하고 조심할 수 있는지.”
“……”
“넌 배우야, 캇쨩. 난 네 매니저고. 연기 그만 두고 싶은 거 아니잖아.”

매니저에겐 VIP의 체면과 이미지를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다. 네가 평범한 스물여섯 살이었으면 난 이런 소리도 안 해. 미도리야가 입술 끝을 꽉 씹었다. 선홍색 눈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픽 일그러졌다. 하, 존나. 그리고 말했다.

“정 그렇게 걱정 되면 니가 대신 어울려 주시든가.”

미도리야가 눈을 끔벅거렸다. 어울려 달라는 말의 범위가 대체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돼 그랬었다. 술? 아니, 술은 못 마시는데… 설마 밖에서 시비 거는 녀석들 대신 나더러 맞아달란 얘기는 아니겠지? 숲색 눈이 소리없이 떨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뚫어보던 바쿠고가 픽 입매 끝을 밀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다 짐작하고 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거 말고, 멍청아.”
“어?”
“꿇어.”

숲색 눈이 휘둥그렇게 열렸다. 꿇으라니, 이건 무슨 소리인가요.

“꿇으라니… 무릎?”
“어. 이 앞에서.”
“아니, 캇쨩…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꿇어보라니 그게 무슨… !?”

항변을 우물거릴 틈도 없이 부리나케 몸을 일으킨 바쿠고의 손이 돌연 미도리야의 어깨를 힘껏 움켜잡았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혀지는 데엔 5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눈치는 언제나 늦었었다. 대체 뭘 하고 싶어 이러는 것인지 짐작이 가질 않아 둥 눈만 끔벅거리던 미도리야는 바쿠고가 자기 허리띠의 버클을 열어젖힐 때 겨우 답을 깨달았다. 아니, 이런 답은 알고 싶지 않았었는데… 쓴웃음을 삼키면서도 숲색 눈은 지진처럼 떨고 있었다. 이제 무슨 재앙이 닥칠 지 알 것 같았다. 하하, 설마…

“캇쨩, 어… 그걸 나한테 물리려는 건 아니지?”
“아니, 물릴 건데.”
“……”
“끝내주는 섹스의 첫 단추는 오럴인 거 모르냐?”

역시 그랬다. 하하, 세상에. 미도리야가 떨리는 입꼬리로 어색하게 웃었다. 내 친구가 미쳤어요.

“아니, 어! 캇쨩! 역시 나는 오늘은 그냥 돌아갈…!”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기가 무섭게 다시 주저앉혀졌다. 이럴 것쯤은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바쿠고는 여유롭게 입매 끝을 픽 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뒷목을 지나 뒷머리를 헤집어온 바쿠고의 손가락들이 혼란으로 우뚝 굳어 있던 미도리야의 얼굴을 가만히 제 앞섶으로 떠밀었다. 코앞에서 바싹 내려다보던 선홍색 눈은 다른 때보다 붉고 그 빛이 흐렸다. 취했어. 미도리야가 꿀꺽 울대를 밀었다. 불길한 예감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떠밀려왔다. 그때 깨달아냈어야 했다.

“빨아, 씨발아.”
“……”
“이 세우면 뒤진다.”

이 배우가 술 취했을 때 얼마나 난폭하고 무자비한 폭군이 되는지에 대해서.


(*)




노래 듣고 있던 중에 갑자기 이 구도를 너무 보고 싶어서 또 이렇게 자급자족을 합니다...^ㅇㅠ 오랜만에 전력 1시간한 듯... 왠지 뒤가 더 이어져야할 것 같지만 모르겠네요 허허허... 뒤는 과연 있을 것인가
무튼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다들 더위 조심하셔요.. 저는 무더위와 업무로 죽어가는 가운데 남겨주시는 하트랑 피드백으로 더위도 잊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ㅠ.ㅠ.ㅠ.ㅠ.ㅠ 늘 감사해요ㅠ////ㅠ...♥

?
  • 2017.07.20 17:52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ㅠㅠㅠㅠ 2017.07.20 18:40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카님께 2017.07.20 18:52 SECRET

    "비밀글입니다."

  • 달군띠 2017.07.21 08:17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카님충성충성충성 2017.07.22 02:33 SECRET

    "비밀글입니다."

  • 멜팅 2017.07.28 01:56
    늘 생각하는 거지만 루카님은 bgm과 글이 항상 찰떡... 그리고 항상 제 취향이에요 ㅠㅠ
  • >< 2017.08.13 20:32
    와 루카님 아랍시리즈부터 느꼇지만 브금이.... 브금 선정 어케 하시는거죠? 매번 이렇게 찰떡같을수가 ㅠㅠㅠㅠㅠ
  • 2017.09.29 22:25 SECRET

    "비밀글입니다."

  • 도영 2018.02.19 09:21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ㅇㅇ 2018.09.11 03:28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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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아카 2차 소설 BBS. 캇데쿠 중심으로 달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에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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