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며칠동안 계속 어른거리던 썰을 결국 못 참고 급조합니다
* 이번에는 히어로x빌런으로 캇뎈

* 약수위 주의, 약간의 원작 날조 주의

* BGM / !!! <Yadnus>

http://youtu.be/pfAd6lG8TSM






Morality Play

@ruka_tea









혼자 왔어요? 남자는 그렇게 물었었다.

“이런 미남이 이런 데 혼자 올 리가 없으니까요. 혼자면 좋겠다… 아, 그쪽 제 취향이거든요. 미안해요. 좀 앉을게요.”

이런 클럽에서 만나는 치들이 으레 그렇다지만 남자는 특히나 더 스스럼이 없었다. 멋대로 바 테이블로 다가와 의자를 당기며 옆자리에 앉는 걸 바쿠고는 딱히 꺼지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때 바쿠고는 남자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보지 않을만큼 취해 있었다. 바쿠고 앞에 놓여있던 스트레이트 위스키 잔을 흘깃 바라본 남자가 바텐더에게 같은 것을 주문할 때에도 빛을 잃은 선홍색 눈은 허공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오늘은 4월 20일이었다. 어차피 그런 날이었다.

“여기엔 자주 오세요? 저는 이 클럽은 처음인데… 아시죠. 이쪽이 그쪽 사람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좋잖아요. 그러니까 그쪽도 혹시, 그런 쪽인가 해서… 흐, 죄송해요. 저 정말 그쪽 같은 얼굴 좋아하거든요.”

남자는 말이 많았다. 이런 녀석이 먼 기억 속에 있었던 것도 같고, 없었던 것도 같아서 바쿠고는 대꾸해 주는 대신 숙취가 올라오는 명치 쪽을 꽉 눌렀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일주일 전에 휴가를 신청했고, 내내 집 안에만 처박혀 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설 때부터 바쿠고는 이미 정종 한 병을 비웠었다. 남자가 몸을 당겼다. 캐시미어 가디건을 걸친 마른 어깨가 이쪽으로 살짝 기울어 올 때에도 바쿠고는 남자를 밀어내지 않았다. 어차피 이럴 날이었다. 10년 전부터, 4월 20일에서 생일을 잃어 버린 그날부터.
그런데 이 목소리를 어디에서 들었더라. 바쿠고가 눈을 깊게 좁혔다. 아무리 되짚어도 생각은 나지 않았다. 너무 취해 있었다.

“어디 사세요? 직업은요? 아, 이런 거 초면에는 좀 그렇죠, 하하… 죄송해요. 제가 이쪽을 자각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요령이 없어요. 아직 아무한테도 말은 못 했어요. 이렇게 취향인 분한테 말 거는 건 잘하겠는데 커밍아웃은… 그렇잖아요, 흐. 아, 맞다. 오늘 뉴스 보셨어요? 매번 현장에다 립스틱으로 다잉메시지를 적어놓고 간다던 그 빌런 말이에요. 아직도 아무도 정체를 모른대요. 좀 무섭지 않아요? 남자만 노린다니.”

남자는 아무래도 눈앞의 남자가 지난 달 월간 히어로에서도 넘버원에 랭킹 되었던 히어로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그게 편하다. 지금껏 대답 한 마디 없었는데도 남자는 꿋꿋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런 집요한 녀석이 있었었다. 큰 소리를 들으면 겁을 먹고 한 발을 물러서면서도 제 할 말은 다 하던 녀석, 하여튼 고집은 셌던 녀석. 생각에 바쿠고가 처음으로 입꼬리 끝을 픽 비틀었다.
야.

“나랑 하고 싶냐?”

잔뜩 취한 혀끝이, 잔뜩 흐려진 붉은 눈이 처음으로 남자를 돌아보았다. 흐릿하게 번진 잔상 안에서 남자가 숲색 눈을 둥그렇게 열었다. 별 게 다 보인다, 이제는 씨발. 바쿠고가 볼 안쪽을 힘껏 씹었다. 상대가 무슨 면상을 하고 있는 지는 어차피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얼굴만큼 붉게 달아올라 있던 바쿠고의 손이 남자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니 얘기 좆도 안 궁금하니까 그만 떠들고 방이나 잡아.”
“……”
“줄 테니까 댈 거나 대라고, 씨발.”

이름, 나이, 직업, 취향과 살아온 세월, 연애 경험 유무 같은 건 이 자리에서 아무 쓸모없는 쓰레기다. 당황한 듯 흠칫 떨던 남자가 눈 끝을 접으며 둥그렇게 웃었다. 네. 유난히 크고 둥그런 눈이 웃었다. 바쿠고는 그때 처음으로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눈 끝으로 느른하게 웃고 있던 얼굴의 갭이 좀 전과 너무 달라서, 입술을 짓씹던 동작이 소위 끼를 부리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남자의 눈은 숲처럼 깊은 초록이었다.

가요. 남자가 아직도 제 얼굴을 빤히 뚫어보던 바쿠고의 팔을 당겼다. 귓가로 기울어온 입술이 나른하게 속삭였다. 유령처럼.

“아, 콘돔은 필요 없어요.”

10년 전 오늘, 바쿠고는 태어나 함께 자란 소꿉친구를 죽였다. 4월 20일이었다.









*

어떤 이름은 잃고 난 후에야 가슴에 맺혀 있던 무게를 알게 된다. 바쿠고에게 그 이름 넉자가 그랬었다. 미도리야 이즈쿠라는 이름의 유령이었다.

「미안하다, 카츠키… 생일에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서 진짜 유감이야.」

붉은 머리가 우습다고 자주 놀렸지만 그래도 주눅 들지 않았던 성격 좋은 녀석이 보내온 건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고였다. 강으로 뛰었대, 시체도 못 찾았다고 하더라. 장례식장에서 붉은 머리 녀석은 소리를 죽여 그렇게만 간단히 설명했다. 그때도 또 미안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키리시마도, 카미나리도, 사이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 우라라카나 이이다 녀석도, 심지어 담임과 올마이트까지도 바쿠고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바쿠고는 그날 장례식 내내 살 안쪽에 피가 맺힐만큼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데쿠 새끼가 뒤진 게 왜, 나한테, 미안한 건데, 씨발.

처음에는 모두가 사고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미도리야의 책상 속에서 스스로 쓴 필체가 틀림없는 유서가 발견되었다. 주인의 시체가 없던 장례식이 끝나고 빈 무덤에 묘석이 세워진 후에도 바쿠고는 경찰에게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미도리야 이즈쿠의 핸드폰에 남겨져 있던 마지막 통화내역이 바쿠고 카츠키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바쿠고는 끝까지 미도리야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입을 열지 않았다.
30분 정도의 짧은 면담이 끝난 후에 경찰은 정황상 수상한 점이 없다며 바쿠고를 돌려보냈다. 오래지 않아 지역 신문 단신에 이니셜 처리 된 기사로 미도리야의 사인(死因)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자살이었다.

그 해부터 바쿠고는 생일을 잃었다.

고등학교 3년간의 생일은 키리시마나 카미나리 같은 녀석들이 있어 그나마 나았었다. 일찍 프로로 데뷔한 행운을 거머쥔 대가로 바쿠고는 여유를 잃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관계없는 일에까지 덤벼들면서 실적은 쌓였고 랭킹과 인기도 올랐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공허했다. 생일이면 아침부터 축하 노래를 부르면서 까불던 녀석들의 전화를 무시했고, 스물 세 살이 될 무렵엔 그나마 오던 연락도 뚝 끊어졌다.
사람을 잃은 자리는 술이 채웠다. 해마다 생일이 다가올 때면 일주일 전부터 휴가를 내고 아침부터 밤이 저물도록 술을 마셨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눈앞의 사물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 집에 있는 것조차 답답하면 가끔은 남자들만 드나든다는 클럽으로 찾아가 또 진탕 취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파트너는 쉽게 꼬였다. 취하고, 클럽에 가고, 이름을 알 필요가 없는 상대와 자고, 일어나 숙취에 시달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 끔찍한 생일도 견딜만은 했다.

나는 씨발, 이 지긋지긋한 짓거리를 언제쯤에나 관두게 될까.

10년동안 너는 유령처럼 곳곳에서 불쑥 얼굴을 디밀었다. 누굴 침대로 끌고 오건 결국은 모두 비슷했다. 잔근육이 붙은 마른 체구, 커다란 눈, 색이 짙은 머리칼과 주근깨… 아침에 눈을 뜨면 제 곁에 누워 있는 그 엇비슷한 가짜 얼굴들이 끔찍해서 바쿠고는 언제나 짐을 챙겨들고 달아나듯 호텔을 벗어났었다. 어차피 대용품이다. 어차피 네가 아니다. 그러고도 늘 해마다 4월 20일이면 같은 버릇을 반복했다. 끝이 없는 무한의 원 안을 홀로 뱅뱅 맴도는 것 같았었다. 마치 유령에 홀린 것처럼, 너라는 망령에 나는 끝끝내 사로 잡혀 버린 것처럼.

하지만 이 남자는 여느 때와 분명 달랐었다.

“빨아주는 거… 좋아해요?”

남자는 무인 러브호텔까지 가던 택시 안에서 제 다리 사이를 노골적으로 더듬어오던 손길에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즐기자고 하는 거잖아. 바쿠고의 다리 앞에 웅크리고 앉아 목욕 가운의 끈을 입으로 풀어내면서도 남자는 그렇게만 말했다.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숲색 머리칼은 젖어 있었고, 때문인지 유난히 더 굽슬거렸다. 그 머리칼을 무심코 매만지다 바쿠고는 익숙한 촉각에 손을 물리며 눈길을 아예 돌려 버렸다. 너무 취했다. 씨발, 너무 마셔서 그렇다고.
너일리가 없었다. 이 세상에 너란 새끼 더는 없어. 10년 전, 4월 20일에 너는 이미 죽었다고.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있으면 좋겠다, 흐… 나는 곤란한 게 좋아요. 스릴 있잖아요. 게임 같거든요. 이 사람 애인이 나를 알아차릴까, 이 사람 애인에게 들키면 안 되는데… 그런 마음. 근데 이 사람 애인보다 내가 더 끝내줬으면 싶은, 그런 마음…”

남자는 적극적이었다. 누워요. 다리 사이에 파묻혀 있던 얼굴이 젖은 입술을 훔치며 바쿠고의 가슴팍을 침대 위로 떠밀었다. 아무래도 좋아서 바쿠고는 녀석이 하란대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숲색 머리가 천천히 흔들흔들 춤을 추었다. 반쯤 미끄러진 목욕 가운의 틈을 비집으며 바쿠고가 모양 좋게 갈라진 복근을 더듬을 때마다 남자는 솔직하게 입술을 짓씹으며 호흡을 들이켰다.
너무 여유 부리지 말아요. 남자가 안개에 젖은 숲처럼 흐릿하게 웃었다. 기울어온 입술이 바쿠고의 입술 위에 짧게 겹쳤다 떨어지며 속삭였다. 곧 안달 나게 될 테니까.

“으응, 갑자기 그렇게… 아… 좋아요, 거기… 읏, !”

바쿠고가 몸을 들며 남자의 허리를 힘껏 안았다. 침대를 둥그렇게 감싸고 있던 거울 속에서 두 몸이 격렬히 겹치며 흔들렸다. 곧 자세가 바뀌었다. 남자의 굽슬거리는 머리칼 옆에 양팔을 단단히 붙여두고 바쿠고는 몇 번이나 그 목에 입술을 들이마시며 이를 세웠다. 바쿠고의 등에 감겨 있던 남자의 짧은 손톱들이 길고 깊은 자국을 만들었다. 남자가 턱을 젖혔다. 달고 가쁜 호흡들이 허공을 울리며 부서지기를 반복했다. 다시 오지 않을 밤처럼,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는 사이처럼.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하며 몽정을 한 적이 있었다.

“취했다더니, 흐… 원나잇이라면서, 관심 없다면서…”
“씨발, 하, 꼬신 쪽이, 할 말이 아니지, 존나.”
“맞아요. 알고 있어? 나 지금 진짜 딱 죽을 것 같거든요. 너무, 좋아… 발끝부터 짜릿짜릿해, 너무… 진짜 좋아서, 흐. 아… 더 세게 비벼줘, 더… 더, 아아…!”

10년도 훨씬 지난 그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대상은 알고 있었다. 친구를 겁간하는 꿈을 꾸었었다. 단 한 번도 그런 의미로 인지해보지 못했던 상대를 꿈속에서 직접 그 손으로 벗겨 무력하게 만들고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취했었다. 하, 씨발. 바쿠고가 입술 끝을 힘껏 씹었다. 지금에는 그 꿈을 생각하는 것조차 끔찍했다. 동시에 하필 이 지점에 그 꿈을, 그 녀석을 생각했다는 사실이 주는 배덕감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쓰레기다. 제 팔 안에서 턱을 젖히며 흠뻑 헐떡이는 숲색 머리를 내려다보며 바쿠고는 거듭 생각했다. 침대가 쉼 없이 삐걱거렸다. 나는, 씨발, 구제도 못할 쓰레기라고.

데쿠.

술에 취한 입술이 멋대로 빗장을 열었다. 한 번 열린 마음의 틈은 무슨 수를 써도 닫히지 않았다. 데쿠, 씨발, 등신 새끼가. 욕인지 이름인지 모를 말들을 연거푸 짓씹으며 바쿠고가 제 밑에 깔려있던 남자의 어깨를 힘껏 비틀었다. 아픔과 동시에 쾌감이 뒤얽힌 어지러운 눈길이 헐떡이며 바쿠고를 향해 눈을 좁혔다. 남자의 입술이 흐, 바람처럼 웃었다. 그 언젠가의 누군가처럼, 언젠가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던 것 같은 그런 얼굴처럼.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무래도 오늘은 너무 많이 마셨다. 너무 취해 있었다.

“아직도 못 잊었구나.”

남자가 바쿠고의 귓가에 숨결처럼 속삭였다. 그 소리가 다 꿈처럼 멀었다. 뭐라는 걸까, 이 새끼는. 탁하게 흐려진 선홍색 눈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남자가 픕 웃었다. 바보처럼.

“카츠키.”

바쿠고는 그 말을 끝내 듣지 못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잠꼬대처럼 옆자리를 더듬어 보다 비어있음을 확인한 후에야 바쿠고는 천천히 눈을 열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망할, 술을 이만큼씩 처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그 새끼는 뭐였을까. 천장을 향해 누운 채로 바쿠고는 잠시 어제의 남자에 대해서 생각했다. 얼굴은 아무리 생각해도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군데군데 잘려진 필름처럼 아무리 머리를 회전해도 영 투미했다. 그래도 몇 가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르지만 꽤 근육이 보기 좋게 붙어 있던 몸, 제 등 뒤를 힘껏 안아오던 손의 촉감과 솜씨가 좋았던 혀와 입술, 하여튼 끝내줬던 키스, 숲색 머리칼, 그리고 색이 깊던 숲색 눈…
진짜 징하다, 나란 새끼는. 바쿠고가 머리칼을 크게 헝클였다.

“취향 씨발, 작작 좀 하자고, 이제.”

어차피 며칠 지나면 잊혀질 얼굴이다. 4월 20일은 끝났다. 오늘 오후에는 사무소에서 경찰과 함께 하는 미팅이 잡혀 있었다. 일단 이 망할 호텔부터 빠져 나가는 게 우선이다. 생각을 짓씹으며 바쿠고가 침대 위에서 몸을 일어나던 그 순간이었다.
선홍색 눈이 한 지점을 향해 우뚝 멈췄다. 거울이었다. 아니,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단단히 드러나 있던 가슴 위에 낙서 같은 붉은 글씨가 남아 있었다. 립스틱이었다.
설마. 글씨를 읽던 선홍색 눈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좋았어?
캇쨩.

바쿠고가 힘껏 입술 끝을 씹었다. 바쿠고 카츠키의 인생에서 이런 우스운 애칭을 쓸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하나 뿐이었다.

유령.









*

호텔 주차장을 빠져 나가던 ‘유령’이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가볍게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 넣었다. 립스틱이었다. 숲색 눈이 잠시 아쉬운 듯 흐, 웃었다.

“아침까지 같이 보낼 걸 그랬나?”

그래도 여전히 잘 생겼어. 숲색 눈이 흐 웃었다. 아마 누구를 더듬고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지금쯤은 눈치를 챘을까? 챘다면 너는 어떤 기분일까? 미도리야는 다른 무엇보다 그게 궁금했다. 모르는 척 아침까지 그 품에 안겨 있다 직접 물어볼 걸 그랬다.

어땠어, 카츠키? 네가 죽인 유령을 10년만에 다시 만난 기분.

아. 미도리야가 입술 끝을 씹으며 황홀처럼 떨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워 그랬다. 속이 메스꺼울만큼 울렁거려서 미도리야는 잠시 가디건 속 셔츠 위를 더듬으며 제 가슴팍을 가만히 짚어 보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었다.
어차피 또 만날 테니까. 미도리야가 또 한 번 바람처럼 웃었다. 주차장 바깥에 서있던 남자들이 미도리야를 발견하고 꾸벅 허리를 숙였다.

“미도리야님, 모시러 왔습니다.”
“고마워요. 내 옷은?”

대답 대신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손 안에 얌전히 들고 있던 수트의 자켓을 흔들었다. 그대로 미도리야는 걸쳐 입었던 가디건을 벗어 곁에 선 남자에게 건네고, 다른 남자가 들고 있던 수트의 자켓을 미도리야의 팔에 꿰어 주었다. 누군가 담배를 내밀었고, 미도리야가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수트를 건넨 남자가 라이터를 내밀었지만 미도리야는 손바닥을 내보이며 거절했다. 아직은 다른 냄새로 덮고 싶지 않았다. 이 입술에 남아있는 체취를 조금 더 맛보고 싶었다.

끝끝내 바닥까지 내던져졌을 때 네게선 어떤 맛이 날까.

미도리야가 츱, 입술 끝을 뭉개며 잠시 입맛을 다셨다. 어떤 맛인지 상상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둬도 괜찮을 것 같아. 생각을 삼키며 미도리야는 주차장 입구에 세워져 있던 리무진의 뒷좌석에 올랐다. 빌런 연합의 로고를 달고 있던 운전기사가 잠깐 미도리야에게 눈인사를 하고 시동을 걸었다. 미도리야가 시트에 등을 깊게 기대며 핸드폰을 열었다.
일은 어떠셨습니까? 빌런연합의 운전기사가 물었다. 미도리야가 핸드폰을 뚫어보며 가볍게 대답했다. 잘 됐어요. 숲색 눈이 둥그런 눈매 끝을 접으며 흐 웃었다.

“조만간 다시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갤러리 폴더의 맨 위에는 오늘 새벽 날짜가 찍힌 동영상 서너 개가 찍혀 있었다.


(계속)









+ 이 글은 캇뎈이 맞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또 이렇게 자급자족 하겠다고 사고를 칩니다..... 사실 라자 3편 쓰려고 했는데 제가 플롯 노트를 회사에 두고 와서 2일까지 암 것도 쓸 수가 없는ㅋㅋㅋㅋㅋ(무능)
이 글은 길지는 않고 상중하로 끝날 것 같아요. 또 중1 중2 이런 식으로 갈까봐 불안하긴 하지만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 편도 기회 닿으면 이챠이챠 힘내오겠습니둥.. 항상 즐겁게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피드백 늘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흑흑 ㅠㅠ

+ 빌런연합 지금은 저런 분위기 아니지만 10년동안 잘돼서(?) 미도리야가 마치 야쿠자 분파 조장같은 개념으로 독립했다는 그런 뒷설정이 있는 듯 합니다...는 제가 걍 수트 미도리야를 보고 싶었을 뿐


+ 저를 오래 보신 분들은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본의 아니게) 못된 오른쪽을 진짜... 매우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멘탈 빠개지는 왼쪽을 유구하게 좋아하므로 아마 이 글 내용은 바쿠고 멘탈 괴롭히는 전개가 될듯<

+ 제목인 Morality Play는 도덕극, 교훈극이라는 뜻입니둥. 사전의 의미를 빌리자면 : 중세 유행한 연극 양식의 일종으로 우화적인 등장인물을 통해 도덕적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일종의 우의극.

?
  • 김얌 2017.04.30 22:06
    루카님ㅜㅜㅜㅜ루카님과 취향이 같다니 넘나 축복받은것 ㅠㅜㅠㅠ연성감사합니다! 막 못되게해도 잊지못하는 너란이름 데쿠.... 어서 미도랴가 빌런이 된 계기를 막 보고싶구ㅠㅠㅠㅠ수트데쿠 멋져용❤❤
  • Gull 2017.04.30 22:42
    안녕하세요...!!! 우와우오와 ㅠㅠ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ㅠㅠ 완전 취적인 설정입니다... 두근두근 ㅠㅠ 상중하라니 너무 아쉬울것같아요 흑륵 ㅠㅠ 감사합니다 ㅠㅠ
  • 달군 호잇호잇 2017.04.30 23:00 SECRET

    "비밀글입니다."

  • 도영 2017.04.30 23:26 SECRET

    "비밀글입니다."

  • 캇뎈침대밑 2017.05.01 16:38
    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루카님 ㅠㅠ
    미도리야 너무 예쁘고 ㅠㅠ
    캇쨩 섹시하고 ㅠㅠㅠㅠ
    아이곸ㅋㅋㅋ 햄보캅니다
    담편 기대할게요 ㅠㅠㅠㅠㅠ
  • 벨라 2017.05.02 01:30 SECRET

    "비밀글입니다."

  • 2017.05.02 12:27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카사마 2017.05.04 05:31
    전 오른쪽의 멘탈이 빠개지는것을 좋아하지만.. 루카님 글이라면 넘 맛있어서 다 받아먹습미다!!!!
  • 루카님정말사랑합니다 2017.12.21 03:02 SECRET

    "비밀글입니다."

  • 글쓴이 2018.07.03 04:56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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