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캇쨩 생일 기념으로 오랜만에 1일 2연성
* 바쿠고 짝사랑하는 미도리야가 생일 축하 해주고 싶어 안달나는 이야기 (?)
* 오랜만에 전력 1시간.. 고로 퀄은 보장되지 않습니다ㅠ.ㅠ
* 가볍습니다





I said you're the only one I wanna talk about

오직 너만이 내가 말하고 싶은 사람이야

- Mika <Talk About You>




http://youtu.be/cH30OyVXuK0







Talk About You

@ruka_tea






입이 험하다. 인내가 짧다.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한다.


창피한 것도 싫어한다. 오글거리는 말도 질색한다. 우정, 사랑, 희망, 꿈, 청춘 이런 단어만 보면 양손을 쥐었다 펴느라 바쁘고 낯간지러우면 욕보다도 주먹이 먼저 튀어 나갈 만큼 진저리를 친다. 아니, 사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언제나 더 많다. 비오는 날을 싫어한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고백 받는 걸 싫어하며 귀찮은 일을 싫어한다. 그래도 그 수많이 싫어하는 것들 중에도 몇 가지는 꽤 좋아했다. 이기는 거, 올마이트, 혼자 하는 등산과 매운 음식.

미도리야가 알고 있는 딱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다.

“생일 축하해, 캇쨩! 아냐, 이건 너무 부담스럽고… 생일 축하해… 이건 너무 어둡고.”

4월의 세 번째 목요일은 일찍부터 날씨가 좋았다.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하늘은 어둑어둑 푸르렀지만 구름 한 점 없었고, 곧게 뻗은 등굣길을 따라 심어진 하얀 벚나무를 흔드는 바람도 어제만큼 춥지는 않았었다. 미도리야가 잠깐 흡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직 이르고 맑은 아침 공기가 제법 시원했다. 학교에는 아무도 없었다.

4월 20일, 오늘은 바쿠고 카츠키의 열여섯 번째 생일이었다.

미도리야가 축하해준 시간도 딱 두 소년의 나이만큼은 될 것이다. 같은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같은 골목에서 자랐다. 그 시간동안 단 한 번도 축하해주지 않은 적은 없었다. 따지자면 4월 20일은 올마이트의 데뷔일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물론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지난 15년간의 4월 20일을 떠올려보던 미도리야의 눈 끝이 쓰게 가라앉았다.

“올해도 또 욕만 먹을 텐데, 흐…”

바쿠고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좋았던 기억은 네 살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다. 바쿠고는 이런 류의, 소위 낯간지러운, 이벤트를 끔찍할만큼 싫어했다. 어릴 때는 같이 생일 파티도 하고 그랬었는데. 옛 추억에 미도리야가 잠시 아련하게 웃었다. 지금은 축하한다는 말만 꺼내도 당장에 꺼지라면서 오만상을 다 써대겠지만.
그래도 축하는 해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바쿠고의 생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게 또한 미도리야가 지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도둑처럼 몰래 등교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역시 처음 예정대로 선물만 몰래 넣고 오는 게 좋겠지…?”

어젯밤까지 고민했던 선물은 민트색 편지 봉투 안에 잘 넣어두었고, 올해는 편지에 이름도 적지 않았다. 어차피 무슨 인사를 해도 욕만 들을 게 빤하다는 사실을 미도리야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바쿠고는 이런 류의 이벤트를 매우 끔찍하게 여겼다. 매년 4월 20일마다 바쿠고 댁에서 망할 엄마를 욕하는 그 집 아들 목소리가 들려오는 일이 동네의 연례 행사가 되어 있는 것처럼.

어찌 되었건,

이날을 위해 진작 알람은 새벽 4시에 맞춰 놨다. 조깅을 하는 척 동네를 한 바퀴 달리면서 미도리야는 바쿠고 댁 2층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지, 켜져 있지 않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세 번이나 같은 장소를 맴돌았었다. 다행히도 바쿠고는 아침잠이 많다. 그래도 혹시 모를, 그러니까 갑자기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생일을 축하하는 메일 메시지 때문에 일찍 잠을 깨버렸을 지도 모를, 여러 가지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 평생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만큼 연구하고 전공해온 유일한 대상이었다.
일단 시작은 순조로웠다. 미도리야는 바쿠고가 잠들어 있음을 거듭 확인한 후에야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선물을 챙겨 들고 학교로 향할 때 시계는 정확하게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등굣길도, 복도도 조용했다. 긴 복도를 지나 미도리야는 1학년 A반의 교실문을 조심스럽게 열어젖혔다. 교실에는 역시 아무도 없었다.

완벽한 기회였다.

곧장 제 자리로 향한 미도리야는 먼저 가방부터 풀었다. 가방 앞주머니를 열어 민트색 봉투를 꺼내는 동안에도 숲색 눈은 행여 누가 오지는 않을까 불안한 눈길로 복도 쪽을 흘깃 거렸다. 다행히 복도는 걷는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미도리야가 잠깐 제 손 안에 들려있던 민트색 봉투를 앞뒤로 뒤집으며 살펴보았다.

“선물치고는 너무 작은가…?”

선물인 줄 모르고 버리면 어떡하지. 앞자리의 주인은, 그러니까 미도리야와 16년의 시간을 함께 해 온 그 유일한 소꿉친구는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기는 했다. 입술 끝을 질근거리면서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선물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보다 이 선물을 누가 준 것인지 들키는 쪽이 미도리야는 더 두려웠다.

괜찮아. 미도리야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안 들킬 거야, 분명히.

이름도 쓰지 않았고, 올해는 올마이트 굿즈도 넣지 않았다. 시계는 이제야 겨우 7시 30분을 넘어섰다. 캇쨩은 이제 슬슬 일어 났으려나. 또 더 자겠다고 알람이 울리는 핸드폰을 벽에 집어 던지고 누웠다가 이불채로 저희 엄마에게 질질 끌려 나오는 바쿠고의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푸스스 웃음이 났다. 어쩌면 지금쯤 이미 일어나서 머리에 저희 엄마가 억지로 씌워준 알록달록 고깔을 쓰고 케이크 앞에 앉아 오만상을 다 쓰고 있을 지도 몰랐다. 하기야, 누군가 생일을 축하해주는 걸 끔찍하리만큼 낯간지럽다고 느끼면서도 바쿠고 주변에는 늘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선물을 하고 축하를 해줘봤자 나인 줄 모를 거야. 숲색 눈이 쓰게 웃었다. 미도리야가 어쩐지 근질거리는 코끝을 크게 문질렀다.

“감기가 오려나, 흐…”

이제 완전히 환해진 교정에는 벚꽃 잎이 하얗게 흩날리고 있었다. 봄이 무르익던 4월 20일, 목요일이었다.






*

괜찮을까? 책상에 앉은 미도리야가 초조한 얼굴로 샤프 꼭지를 딸각거렸다. 괜찮겠지? 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실에 나타날 때마다 같은 불안이 머릿속에서 끔벅거리면서 점멸했다. 마치 지금 건너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빨간 신호등처럼.

“데쿠군, 오늘은 일찍 왔네?”

8시 30분을 넘어가면서 교실은 시끌시끌 북적거렸다. 우라라카가 가방을 벗으며 물었을 때 미도리야는 괜히 놀라서 앉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오늘도 이름처럼 화창한 얼굴로 우라라카가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 있어? 우라라카가 물었다. 미도리야가 부슬부슬 눈길을 피하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그냥 놀라서. 숲색 눈이 거듭 같은 말을 우물거렸다. 진짜 그냥, 별건 아니고 그냥.

영화표는 좀… 노골적이었나?

우라라카가 다시 자리로 돌아갈 때에도 미도리야의 온 신경은 앞자리 책상 속에 쏠려 있었다. 바쿠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도 늦잠을 잔 걸까, 아니면 정말 어머님이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바람에 늦고 있는 걸까. 문제의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으니 미도리야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갔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누가 그랬을까.
그래도 어차피 받아주지는 않을 거야. 미도리야는 생각했다. 바쿠고는 남을 축하해주는 일에도, 자신이 축하를 받는 일에도 큰 흥미가 없었다. 그보다 이런 류의 교류를 낯간지럽고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작년에는 축하한다는 인사 한 마디만 건넸을 뿐인데도 면전에서 꺼지라는 말과 뒤지라는 말을 번갈아 들었었다. 그 탓에 선물은 건네 주지도 못 했었다. 이미 구매해 가지고 있던 벚꽃 시즌 한정 올마이트 피규어에게 쌍둥이 형제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이었다.
설마. 숲색 눈이 흐물흐물 웃었다. 잡지 못한 생각들이 그만 또 버릇처럼 입술을 비집고 툭 튀어나왔다.

“그래도 나인 줄은 모르겠…”
“뭐가, 멍청아.”

힉, 어깨를 좁힌 미도리야가 부리나케 의자를 반 뼘 정도 뒤로 밀었다.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보기 좋게 말을 잘라낸 앞자리의 주인 탓이었다. 정확하게는 찔려서 그랬다. 들켰나? 미도리야가 숲색 눈을 지진처럼 떨며 제 앞에서 의자를 당기고 있는 색 밝은 머리를 올려다보았다. 아냐, 안 들켰을 거야. 숲색 눈이 평소보다 딱 다섯 배 쯤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미도리야는 언제나 거짓말과 연기에 대단히 서툴렀었다.

“아니! 어! 그게, 어! 좋, 좋은 아침, 캇쨩!”
“좋기는 씨발. 좋겠냐, 씨발아!? 존나 오늘이 어떤 날인데…”

눈 사이를 힘껏 좁히며 우물거리던 바쿠고의 말이 돌연 볼륨을 줄인 것처럼 줄어들었다. 동시에 선홍색 눈이 미도리야를 홱 뚫어보았다. 야, 데쿠. 바쿠고가 물었다. 기가 막힌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멍청아, 오늘이잖아.”
“? 오늘… 오늘? 오늘이라니, 하하… 무슨 오늘?”

물음표가 유난히 많았던 건 당황해서 그랬다. 이번에도 역시 찔려서 그랬을 것이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따가워서 미도리야는 괜히 볼을 긁적거리면서 시선을 어물어물 떨어뜨렸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캇쨩…”

가슴이 쿵쿵 뛰었다. 미도리야가 볼 안쪽을 소리 없이 물었다 놓았다. 들키면 어떡하지. 혹시라도 내 행동이 수상해보이면 어떡하지.

“어, 혹시 오늘 우리 실습 있어? 아님 이론 쪽지 시험… 아, 시험! 시험이구나, 그렇지?”
“……”
“근데 무슨 시험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하… 아, 이이다한테 물어볼…”
“됐어.”
“……”
“됐다고, 씨발아.”

그것뿐이었다. 툭 말을 자르고 바쿠고는 그대로 홱 등을 돌려 자리에 앉아 버렸다. 책상을 걷어차지도, 그 이상 미도리야한테 욕을 하지도 않았다.
안 들켰어.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등 뒤에서 소리 없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쿠고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한 건지는 알고 있었다. 아마 아침에 너희 부모님이 억지로 귀찮게 생일 파티를 열어준 탓에 좋아하지도 않는 케이크까지 먹고 와서 속이 뒤집어진다는 소리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 예년 같았으면 이쯤에서 평범하게 날짜를 물어보고 축하해줬을 테지만 올해는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었다.
근데 왜 기분이 상했을까. 미도리야가 색이 밝은 머리를 힐긋 올려보며 생각했다. 바쿠고는 진짜 기분이 상할 때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어디에서 화가 난 건지, 또 오늘은 어디에서 기분이 상한 건지 미도리야는 몇 번이고 생각해봤지만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보다 미도리야는 서랍 속에 파묻혀 있는 선물봉투가 꼭 다섯 배쯤은 더 신경이 쓰였다.
들키지 않을 거야. 미도리야가 허리를 똑바로 펴며 숨을 가다듬었다. 네가 얼른 저 선물의 존재를 알아차리길, 그리고 그 선물을 준 사람이 나인줄 영영 모르길. 바라는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론 수업이 집중되어 있던 오전에도, 점심에도 그랬었다. 바쿠고가 교과서를 꺼낸다고 서랍 속을 뒤적거릴 때마다 미도리야는 바로 뒷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흡 숨을 참으며 손끝을 뚫어 보았지만 민트색 봉투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도, 오후 수업이 다시 시작 되었을 때도 그랬다. 5교시가 끝날 무렵에 어디서 어떻게 알았는지 키리시마가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바쿠고의 등짝을 힘껏 후려치다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그때도, 담임이 다시 들어와 종례를 하던 순간에도 민트색 봉투는 여전히 서랍 속에 얌전히 들어 있었다.

진짜 못 알아차린 걸까?

후회가 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가슴을 흠뻑 적셨다. 이럴 거면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직접 줄 걸. 풀이 잔뜩 죽은 얼굴로 미도리야는 힘없이 가방을 벌리고 교과서들을 밀어 넣었다. 가방만큼의 후회와 괴로움이 미도리야의 마음에 먹구름처럼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그냥 줄 걸 그랬다. 어차피 버려질 선물이라면.

어차피 이렇게 무시당할 축하라면.

“데쿠군, 역 앞 가챠샵에 올마이트 굿즈가 새로 들어왔다는데… 데쿠군? 데쿠군?”

가방을 챙기기가 무섭게 미도리야는 교실을 박차고 나왔다. 복도를 달리다가 우라라카의 말에 대답도 제대로 못해줬다는 사실이 떠올라 조금 미안했었다. 내일 사과 해야지. 볼 안쪽을 힘껏 씹으면서, 계단을 두서넛 씩 건너뛰면서 미도리야는 생각했다. 어제는 기분이 괴로워서 그랬노라고, 교실에 있기 힘들어서 그랬노라고.
아, 진짜. 숲색 눈이 젖은 호수처럼 크게 일렁거렸다. 각오했었는데.

“역시 괴롭구나, 좋아하는 사람한테 무시당하는 건…”

네게는 영영 무뎌지지 않는다. 아마 난 죽을 때까지 너 때문에 괴로워할지도 몰라. 이런 성격인 걸 애초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매번 가슴에는 새로운 상처가 생겨난다. 후회가 자꾸 가슴을 흔들었다. 이럴 거면 그냥 솔직하게 축하한다고 말해줄 걸 그랬다. 나는 왜 겁이 나서, 나는 왜 일찍 일어나서 괜히, 나는 왜 네 생일을 까먹지도 못해서.
운동장을 달리던 걸음이 천천히 느려졌다. 부옇게 흐려진 숲색 눈이 흐, 웃었다. 아침에는 그렇게 예뻐 보였던 벚나무도 오늘은 미웠다. 봄이 싫었다.

“영화표 주지 말 걸…”

올해만큼은 선물로 욕을 먹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이 잡듯 뒤지던 미도리야는 우연히 인기가 매우 좋다는 연애전문 블로그 하나를 발견해냈다. 연애심리학으로 책도 벌써 서너 권을 냈다던 블로거는 짝사랑하는 상대의 깜짝 생일 선물로 영화표를 추천했었다. 두 장을 사요, 하지만 그 사람에겐 한 장만 선물 하는 거예요. 블로거는 그렇게 말했다. 연애의 기원은 호기심이라고 했다. 이 표를 누가 준 것인지 궁금해지면 그 사람은 자연히 극장으로 향할 테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라고 블로거는 호언장담을 했었다.
로맨스 소설에서도 쓰이지 않을 이런 진부한 방식에 넘어가는 자가 있기는 한 것인지 미도리야는 의심스러웠지만 글에는 블로거의 조언에 감사하며 찬양하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려 있었다. 덕분에 오래도록 짝사랑하던 클래스메이트와 사귀게 되었다는 경험담과 이 방법 확실히 먹힌다는 추천사를 반복해 읽는동안 미도리야의 마음도 흔들렸다. 아니, 그보다는 뭔가에 홀린 게 틀림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벌써 5년동안 좋아했는데, 너를.

“영화표말고 다른 걸 살 걸 그랬나…”

그래, 영화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너무 얇았어. 그런 얇기였으니 바쿠고가 모르고 지나가는 것도 당연했다. 아냐, 어쩌면 이미 봤을 지도 몰라. 어쩌면 영화가 마음에 안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 리 없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캇쨩이라면 그 영화를 싫어할 리도 없고, 지난 번에 분명히 보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헉. 숲색 눈이 크게 열렸다. 잊고 있던 사실이 돌연 뒷목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러니까 분명히 올마이트 전기 영화…”

올마이트라니. 미도리야의 눈이 천천히 지진했다. 지난 17년동안 바쿠고 카츠키를 전공해온 자의 틀릴 리 없는 감이 세차게 가슴을 흔들었다. 바쿠고 카츠키 인생에 올마이트라는 이름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한 사람 밖에는 없을 터였다.
나잖아. 숲색 눈이 허허롭게 웃었다. 망했다.

“아니, 표! 표부터 얼른! 없애버려야!”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머리보다 더 빠르게 미도리야의 다리가 달려온 길을 향해 다시 뛰었다. 이런 속도라면 이이다를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잠깐 그런 실없는 생각을 했던 건 눈가가 시큰했던 탓이었다. 지금이라면 멍청이, 등신, 망할 너드를 3연속 콤보로 연달아 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빠른 속도로 복도를 달리면서 미도리야는 자꾸만 습관적으로 코를 훌쩍 들이켰다. 아까와 다른 의미에서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랬었다. 후회가 가슴을 세차게 쳤다. 일찍 일어나지 말걸. 그냥 축하 한 번 해준 후에 이딴 낯간지러운 짓 하지 말라고 욕이나 먹을걸.

나는 서프라이즈 같은 건 대체 왜 한 걸까.

그래도 아직까지 기회는 있었다. 바쿠고는 하루 종일 조용했다. 발견했으면 그 성질에 진작 난리가 났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바쿠고는 비밀을 만드는 일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낯간지러운 짓을 하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거나 감추는 걸 한 열 배쯤은 더 싫어하는 녀석이었다. 이제 학생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텅 빈 복도를 길게 달리면서 미도리야가 입술을 힘껏 씹었다 놓았다. 자꾸 헛웃음이 났다.

나는 진짜, 이런 짓 왜 한 거지?

B반, 곧 이어 A반이었다. 푯말을 보며 미도리야는 급하게 속도를 줄이다 하마터면 복도에 엎어져 코를 박을 뻔 했다. 가까스로 허리가 기울기 전에 멈춰 섰다. 이걸로 4월 20일의 흑역사 중 하나는 면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미도리야는 반쯤 열려있던 교실 앞문 쪽을 조심히 쳐다보았다. 이제 가장 큰 흑역사가 될 영화표 한 장만 없애버리면 된다.
하지만 미도리야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앞문을 열지도, 텅 빈 교실 안으로 들어가 책상 속을 확인하지도 못했었다. 못이라도 박혔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를 위한 말일 것이다. 두 발이 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텅 빈 교실에 누군가 오도카니 서 있었다. 바쿠고였다.

바쿠고의 손 안에 들려있던 민트색 봉투를 보았을 때 미도리야는 그대로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을 지를 뻔 해서 그랬다. 이미 힘을 잃은 두 다리는 미도리야는 서있던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혀 놓았다. 미도리야가 저도 모르게 반쯤 열려있던 교실문 뒤로 황급히 몸을 감췄다. 이미 5년치는 훌륭하게 적립한 흑역사를 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랬다. 그래도 가장 큰 흑역사는 지금 바쿠고의 손 안에 있었다.
바쿠고가 잠시 제 손 안에 쥐어진 봉투를 앞뒤로 뒤집어 보았다. 아마 이름이 적혀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랬을 것이다. 어차피 봉투를 열면 알게 되겠지. 미도리야가 제 입을 덮고 있던 양손을 더 힘껏 짓눌렀다.
하지만 바쿠고는 봉투를 열지 않았다. 찢어 버리지도, 태우지도 않았었다. 숲색 눈이 쏟아질 듯 크게 열렸다.

바쿠고의 입술이 봉투 위에 닿아 있었다. 키스처럼.

“등신 새끼.”

천천히 입술을 떼어낸 바쿠고가 입매 끝을 픽 밀었다. 드물게 호선을 그리고 있던 선홍색 눈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입술을 찍었던 봉투를 다시 손끝으로 뒤집어 보며 바쿠고가 낮게 웃었다. 그 목소리조차 너무 좋았다. 이대로 숨이 멎어버릴 것처럼 가슴이 뛰었었다.
멍청이가. 위를 향해 휘어진 입꼬리가 거듭 말했다. 어디서 귀여운 짓이야.

“숨겨 놓으면 너인 줄 모를 것 같지, 데쿠새끼.”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어떻게 알았지? 숲색 눈이 소리 없이 끔벅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이름도 안 썼고, 봉투도 안 뜯었는데. 너한테 안 들키려고 일부러 일찍 왔는데. 네가 아직 안 일어났다는 사실까지 확인하고 등교했는데.
바쿠고가 열지 않은 봉투를 그대로 가방 속에 찔러 넣고 몸을 돌렸다. 어떡하지. 걸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것까지 들켜 버리면 곤란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미도리야가 두 눈을 꽉 감았다 떴다. 힘을 잃고 주저앉아 있던 다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이 말은 직접 하고 싶었다. 얼굴을 보면서, 네 그 눈을 똑바로 보면서.

“생일 축하해, 캇쨩.”

가까워지던 걸음이 문 앞에서 우뚝 멈췄다. 미도리야가 입술에 걸려 있던 남은 말을 담담히 밀어냈다. 5년동안 하지 못했던,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네게 가장 주고 싶었던 말이었었다.

“좋아해.”

그때 네 얼굴이 어쩐지 붉었었다. 봄처럼.




(*)






왠지 그냥 축하해주는 (?) 글도 쓰고 싶어서 이렇게 또 충동적으로 급조해봅니다^^^^^^..... 오랜만에 전력 1시간 했더니 퀄이 아주 엉망진창이지만ㅋㅋㅋㅋㅠㅠㅠㅠㅠ 그래도 1일 2연성 했ㅅㅓ, 캇쨩... 그러니 선물은 나한테 받고 축하는 이즈쿠한테 몸으로 받는 풍성한 생일 되길.. (?)
그리고 저는 이제 퇴근을 합니다. 캇쨩 생일 축하해ㅠ0ㅠ0ㅠ0ㅠ0ㅠ0ㅠ 내 캇뎈은 영원히 행쇼해라...

?
  • ㅋㅋ 2017.04.21 02:50 SECRET

    "비밀글입니다."

  • mehy 2017.04.21 11:22 SECRET

    "비밀글입니다."

  • SB 2017.04.22 05:03 SECRET

    "비밀글입니다."

  • ㄷㄹ 2017.04.22 21:49 SECRET

    "비밀글입니다."

  • 2017.04.23 00:17 SECRET

    "비밀글입니다."

  • 달나라군 호잇! 2017.04.24 03:57 SECRET

    "비밀글입니다."

  • 2017.05.05 02:41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ㅎㅎㅎㅎ 2017.06.29 13:27
    넘나귀여운것 ㅠㅠㅠㅠ 이바보커플같으니라구 ㅠㅠㅠㅠㅠ
  • ㅌㅎ 2017.10.27 14:26
    영원히 행쇼하길... 루카님이 쓰시는 카츠키와 미도리야 너무 귀여워서 데굴 데굴 구릅니다.. 앞부분에 바쿠고 묘사하신 거 최고 좋았어요 ㅠㅠ
    소년답게 분투하는 미도리야도 너무 사랑스럽네요..!!♥♥
  • 글쓴이 2018.07.06 10:08 SECRET

    "비밀글입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히로아카 2차 소설 BBS. 캇데쿠 중심으로 달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에XD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공지 완결 히로아카 게시판 이용 전에 읽어주세요 XD 2016.05.24
138 완결 Vendetta / 05 2 2017.05.22
137 완결 Vendetta / 04 3 2017.05.19
136 완결 Vendetta / 03 8 2017.05.16
135 완결 Vendetta / 02 6 2017.05.14
134 단편 가라오케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 4 2017.05.13
133 완결 Vendetta / 01 3 2017.05.11
132 완결 Morality Play / 中3 5 2017.05.09
131 연재 Pull-up (B170507) 3 file 2017.05.07
130 완결 Morality Play / 中2 8 2017.05.05
129 완결 Morality Play / 中1 4 2017.05.02
128 완결 Morality Play / 上 10 2017.04.30
127 연재 Rājā / 2 10 2017.04.28
126 연재 Rājā / 1 4 2017.04.24
» 단편 Talk About You (for.爆豪勝己) 10 2017.04.20
124 완결 손은 말하지 않는다 / 10 (完) 13 2017.04.1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