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그래도_발렌타인인데.katdeku
* 발렌타인 파티날에 바쿠고랑 미도리야 쌈박질 하는 이야기로 캇뎈
* 가볍게 읽어주세요U//U










Celebrate, Valentine
@ruka_tea





2월 14일이면 파티를 한다. 것도 7년째.


말하자면 유에이 히어로과의 전통인 셈이다. <셀러브레잇 발렌타인>이란 제법 거창한 이름도 붙어 있었다. 파티는 복잡하지 않다. 그저 초콜릿을 한 상자씩 들고 와서 무작위로 섞은 다음에 나눠가지면 끝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교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방식은 7회에 이르는 지금에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잔을 채우던 주스와 탄산음료가 술로 바뀐 것을 뺀다면야.

그리고 이 전통을 만든 장본인은, 정말 믿을 수 없겠지만, 바쿠고 카츠키였다.


“발렌타인데이를 왜 챙기냐고, 등신 새끼들 같이.”


바쿠고의 지론에 의하면 성 발렌타인은 뒤져버린 서양 영감이고, 초콜릿을 주고받는 문화는 일본 초콜릿 회사들의 쓰레기 같은 상술이며, 그 상술에 놀아나서 초콜릿을 주고받는 자들은 등신 머저리다. 발렌타인 초콜릿이야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팩트였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1A 학우들은 이 말에 묘하게 설득 당했다. 그 돈으로 차라리 적금이나 펀드에 투자를 하겠다며 우라라카가 바쿠고의 의견을 드물게 거들었고, 지로가 남녀끼리 초콜릿을 주고 받는 건 구시대의 산물이라며 말을 받았다. 거기에 야오요로즈가 기품이 넘치는 말로 쐐기를 박았다. 그럼 우리는 우리끼리 기념하는 게 어떨까요?
7년 전에도 바쿠고는 1회 파티가 벌어졌던 기숙사 휴게실에 앉아 같은 소리를, 것도 같은 포즈로 앉아서, 해댔을 것이다. 올해는 그 장소가 펍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새로 시킨 병맥주를 따고 있던 키리시마가 쯧쯧 혀를 찼다.


“그래, 7년 전에도 니 그 주둥… 아니, 말 때문에 이렇게 됐지.”


평균치보다 조금 더 행동력이 있고 성격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올해도 키리시마가 총대를 멨다. 괜찮은 펍을 통째로 빌렸고 핸드폰으로 초대문자를 돌렸다. 지난 7년 내내 그랬다. 키리시마가 볼 안쪽을 꽉 물었다.


“토도로키랑 둘이 초콜릿은 해마다 제일 많이 받아 처먹은 주제에.”
“지랄한다. 매년 내가 일등이었다고, 등신머리.”


저러라고 물어본 말은 아니었는데. 키리시마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짜식아. 너도 참 징그럽게 너다. 말을 삼킨 키리시마가 옆자리에 놓여있던 카미나리의 잔에 짠을 했다. 벌써부터 무거워진 머리를 소파 등받이에 젖혀놓고 있던 카미나리가 잠깐 히? 웃었다가 다시 정신을 놓았다. 하이고. 키리시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도 7년 내내 똑같다. 도르마무와 거래를 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어? 역시나 작년처럼 테이블을 누비면서 건배를 하고 원샷을 하던 아시도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써 개시 1시간이 지난 탓에 절반은 취해 버렸고, 나름 교환한답시고 가져온 초콜릿들은 대부분 안주로 변해 테이블마다 펼쳐져 있었다.


“근데 오늘 누구 하나 안 보이는 것 같… 미도리야!”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혔다. 아시도가 부재를 알아차린 것과 동시에 당사자가 펍 입구를 열고 나타났다. 불쑥 숲색 머리가 나타나자마자 주변에 흩어져 있던 녀석들이 죄다 우르르 쫓아갔다. 취한 자와 취하지 않은 자가 미도리야의 어깨를 끌어안고 헤드락을 걸어대느라 난리였다. 늦어서 미안하다면서도 반갑다며 넉살 좋게 인사를 받는 미도리야를 보며 키리시마는 예감했다.

아. 하나 더 있었다. 변하지 않는 거.


“뭐? 미도리야 왔… 아씨, 깜짝이야!”


고개를 젖히고 늘어져 있던 카미나리가 아는 체를 하려다 말고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바쿠고의 발에 걷어차인 테이블이 벌써 저 앞까지 밀려나가 있었다. 초콜릿 위로 엎어진 술을 보면서 카미나리가 울상을 짓건 말건, 저를 원망하며 쳐다보건 말건 바쿠고는 딱 한 녀석만 보고 있었다. 코트를 벗고 있던 숲색 머리.
야, 등신머리. 삽시간에 표정을 잃은 선홍색 눈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씨발, 술맛 떨어지게.


“저 새끼 누가 불렀어.”
“누가 부르기는, 인마. 미도리야는 이 파티를 우리랑 같이 7년 내내… 야, 인마! 바쿠고!”


잡을 틈도 없었다. 이럴 때는 어찌나 빠른지 귀신 같이 소파를 박차고 튀어나간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아직 코트도 다 벗지 못한 채로 미도리야는 졸지에 봉변을 당했다. 야, 왜 또! 누군가 소리를 질렀고, 미도리야를 반긴다고 나와 있던녀석들이 바쿠고를 뜯어 말렸다.


“너 씨발, 내 눈에 띄지 말라고 했지.”
“캇쨩, 나는… 저기, 우리 일단 이 손이라도 놓고 말하자. 응?”
“그래, 야. 왜 또 시비 걸고 그러냐. 취했어?”
“맞데이. 머시마 니는 데쿠군이랑 한 번이라도 안 싸우몬 돌아삐나! 손 놔라. 안 놓제, 어!?!”
“그렇다, 바쿠고! 싸움은 나쁜 것이다!”
“아, 존나 시끄럽네. 거슬린다고, 이 새끼!”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이 기어이 숲색 머리를 벽 쪽으로 퍽 떠밀었다. 이유 없이 시비 거는 자와 이유도 모르고 시비를 당한 자와 그걸 뜯어 말리겠다고 나서는 자와 그냥 싸움 구경이라면 무조건 다 좋은 자들이 뒤엉켜 펍은 아수라장이 됐다. 다 됐는데 잔은 깨지 마라, 이것들아. 소파에 앉아 상황을 관망하던 키리시마가 소리 없는 눈물을 삼켰다. 니들이 총대의 괴로움을 알아?


“캇쨩, 그래도 여긴 다른 애들도 있잖아. 응? 우리 다른 데서 얘기하자.”
“닥쳐, 씨발아.”
“1년만에 욕먹으니까 신선하긴 하다, 하하… 그래, 괜찮아. 내년 발렌타인 데이에도 어차피 캇쨩한테 욕 먹고 있을 것 같으니까 나가서 실컷 하자.”


상황이 이런 데도 미도리야는 떨쳐내거나 마주 싸우는 대신 바쿠고를 달랬다. 매년 같은 상대가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어오는데 저만큼 침착한 것도 보통 레벨은 아니다. 아니, 이 경우는 그냥 익숙해진 건가. 생각에 잠깐 눈매를 구겼던 키리시마가 바쿠고에게 걷어차여 엉망이 된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대부분의 초콜릿들이 맥주와 위스키에 절여진 참상 속에서도 포장을 뜯지 않은 상자 하나는 멀쩡했다. 포장을 뜯었더니 기절해있던 카미나리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무슈벨 초코잖아!


“3시간은 줄서야지 한 상자 겨우 살 수 있는 건데!”


음. 유명한 집인가보다. 어쩐지 상자의 금박부터 심상치가 않더라니. 키리시마는 그렇게만 생각하고 말았다. 누가 사온 초콜릿인지는 짐작 하고도 남았다. 여기서 이런 고급, 것도 3시간씩이나 줄을 서서 사올만큼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녀석은 하나 밖엔 없었다.
자기 소꿉친구가 숨만 쉬어도 멱살을 잡을, 하여튼 성격 진짜 이상한 저 색 밝은 머리.


“그래, 씨발. 나오라고.”


바쿠고가 잡고 있던 멱살의 방향을 틀었다.


“따라 나오라고, 씨발 새끼야.”
“야, 둘 다 올해는 좀 그러지 말고…”


그대로 제 손에 잡힌 것을 질질 끌면서 문 밖으로 나가는 바쿠고를 막아섰던 녀석들이 돌아온 시선에 입을 다물고 홱 뒤로 물러섰다. 와, 나까지 한 대 치겠네… 뜯어 말리던 손을 풀어낸 녀석이 작은 소리로 궁시렁거렸지만 바쿠고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멱살이 잡힌 채로 엉거주춤 끌려가던 미도리야만 뒤를 돌아보았다. 괜찮아. 바쿠고가 문을 열어젖혔고, 숲색 눈이 걱정하던 친구들을 향해 활짝 웃었다.


“나는 캇쨩하고 대화해볼 테니까 다들 재밌게,”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닫혔다. 순식간에 찬물이라도 쏟아진 것처럼 파티장이 고요해졌다. 허, 참. 세로가 볼을 긁적거렸다.


“오늘은 또 뭐 때문에 저래?”
“냅둬. 바쿠고야 원래 미도리야 얼굴만 보이면 저러잖아.”
“평생을 저렇게 싸웠으면 이제 시비 걸 거리도 다 떨어졌겠다. 창의적인 건지, 기운이 좋은 건지.”
“발렌타인 데이날 싸움이라니, 어우. 야만적이야.”


아오야마의 마지막 말엔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저마다 뻘쭘한 얼굴로 다시 본래의 자리로 우 흩어지는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키리시마가 초콜릿 포장지를 마저 벗겼다. 미도리야가 오기 전에 바쿠고 녀석을 만취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아주 눈앞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못할만큼.
그래도 둘 중 하나가 없으니 좀 낫겠거니 싶었는데. 키리시마가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 맘을 알 턱 없는 카미나리가 포장이 다 벗겨진 초콜릿에 달려들었다. 기세가 어찌나 굉장했는지 순간 감전 되는 줄 알았다.


“무슈벨! 무슈벨 먹을 거야, 무슈벨!”
“야, 내 껀 남겨야지! 바쿠고랑 미도리야 돌아오기 전에 하나라도 더 먹어둬야… 어.”


카미나리를 떼어놓던 키리시마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난 사람처럼 키리시마가 황급히 자기 핸드폰을 열어 젖혔다. 메신저 앱의 세 번째 대화창에는 아직도 미도리야가 남겨놓은 메시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키리시마가 쓰게 웃었다. 그땐 초콜릿에 달려드는 카미나리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허, 참…”


미도리야는 분명 오늘 못 온다고 했었다.














#


소꿉친구다. 게다가 동창이었다. 그런데도 남보다도 못한 사이였다.

둘의 사이는 모교인 유에이 뿐만 아니라 나고 자란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프로로 데뷔한 이후로는 이제 히어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팬들이라면 죄다 알고 있었다. 유치원부터 소학교, 중학교에 고등학교까지 동창이 되어버린 바쿠고 카츠키와 미도리야 이즈쿠는 하필이면 소속 사무소까지 같았다. 당연히 자주 엮일 일이 많은 두 히어로가 임무 도중에 언성을 높이는 모습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 둘의 싸움은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폭살왕은 왜 그렇게 DEKU한테 딴지를 자주 거는 거야?]
[딴지 걸만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DEKU는 너무 이상주의자야.]
[맞아, 지난번에도 무리하게 구조 작업 진행하다가 폭살왕까지 죽을 뻔 했잖아]
[와 웃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히어로가 사람을 구하고 싶어 하는 게 뭐가 나빠?]


랭킹 1, 2위를 앞다투는 젊은 히어로들이니 그 팬덤의 규모도 보통이 아니었고 서로를 향한 견제도 당연했다. 둘의 사이가 좋아도 1위와 2위 팬덤은 숙명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사이까지 나빠 놓으니 SNS에서는 상대 히어로를 공격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왔다.
하필 공격하는 쪽도, 공격 받는 쪽도 다 저희 새끼들이라 과하거나 허위 사실을 고소하는 경우말고는 소속사에선 별다른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딜레마였다. 한편으론 행복한 고민이기도 했다.  남들은 히어로 하나를 띄우지 못해 안달인데 저희에겐 둘이 있으니.
그러나 분명 이건 바쿠고와 미도리야, 둘의 책임이었다.


「서로 잘 지낼 수도 있잖아. 게다가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소꿉친군데. 히어로가 뭐냐. 아이들의 꿈! 희망! 이잖냐, 응? 근데 귀감이 될 녀석들이 매번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면 대체 애들이 뭘 보고 배우… 바쿠고 이 녀석, 똑바로 안 듣지!? 인마,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수시로 시비를 거는 쪽은, 그러니까 바쿠고 카츠키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사무소에서는 아예 둘의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접어 버렸다. 그래, 쟤들은 평생을 저렇게 큰 거다.
그러면서도 희한하게 서로 피하지는 않았다. 사무소에서도 팬들만큼이나 그 점을 가장 의아하게 여겼다. 그렇게까지 거슬리고 언짢으면서 대체 왜 바쿠고 카츠키는 미도리야 이즈쿠와 같은 학교도 모자라 같은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는가. 게다가 먼저 입사한 것도 미도리야였다. 평생 시비 걸고 괴롭히기 위해 작정하고 쫓아간 게 아니고서야 바쿠고 카츠키는 대체 왜 미도리야 이즈쿠를 따라 같은 사무소에 들어간 것인가.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흐웁, 응… 캇쨩, 읏,”


펍이 있던 10층에서 딱 2개 층을 올라간 비상계단 입구에서 색이 밝은 머리와 숲색 머리가 겹쳐져 있었다. 아까부터 지금까지도 똑바로 벗지 못한 코트를 추스르는 대신 미도리야는 제 얼굴 위로 기울어진 색 밝은 머리를 가만히 끌어안고 입술을 포갰다. 나와서 몇 번이나 이렇게 키스했더라… 미도리야는 잠시 생각해봤다. 적어도 10번은 넘었을 것이다. 제 입술이 이렇게 퉁퉁 부어오른 걸 보면.
질척하게 섞여오던 혀가 스르륵 떨어졌다.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지 통통하게 부어오른 미도리야의 아랫입술을 얕게 질근거린 후에야 바쿠고가 입술을 뗐다. 하. 비틀리는 입꼬리가 오늘도 근사했다. 23년 평생을 그래왔던 것처럼.


“애들 걱정할 것 같은데…”
“하든가, 씨발. 뭔 상관이야.”
“그치만 매번 시비 거는 건 캇쨩이잖아. 연애 숨기자고 그러는 것도 좋지만 레퍼토리를 좀 바꿔. 대체… 데쿠새끼 누가 불렀냐니. 캇쨩이 오라고 했잖,”


뭘 우물거릴 틈도 없이 또 입술이 찍혀왔다. 나 말 좀… 우물거리기가 무섭게 뺨이 잡히고 벌어진 입술새로 혀가 진득하게 얽혀왔다. 지금껏 이 근사한 입술과 천 번도, 아니, 만 번도 넘게 키스했을 텐데도 달아오른 설육이 슬며시 안을 비집어 오면 여전히 발끝이 찌릿찌릿 한다.
잔뜩 헤집어진 후에야 입술은 다시 떨어졌다. 뭐. 되묻는 바쿠고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걸려 있었다. 만족스럽다는 얼굴이다. 자신이 랭킹 1위를 찍은 달의 히어로 전문지를 몇 번씩 들춰볼 때마다 바쿠고는 흔히 이런 얼굴을 했다. 진짜 미워. 숲색 눈이 바쿠고를 슬며시 흘겨보았다. 정말로 미워서 그런 얼굴은 아니었다.


“팬들이 알면 진짜… 욕할 것 같애. 속였다고.”
“잘 됐네, 씨발. 이 참에 나한테 구라 좀 배우든가.”
“아니, 캇쨩이야말로 거짓말엔 재능이 없잖… 읏.”


몸에 절반만 걸려있던 코트 안쪽을 파고든 손이 그대로 등을 타고 올랐다. 두툼한 맨투맨 위로도 뼈대를 매만지는 손길이 농밀하고 뜨거워서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그만 입 끝을 뭉개며 움찔 떨었다. 숲색 눈을 뚫어보던 선홍색 눈이 슬며시 가늘어졌다.가볍게 귓불을 질근거린 입술이 낮게 웃었다. 데쿠.


“초콜릿도 까먹은 주제에.”
“그건… 캇쨩도 마찬가지, …아,”
“아니지, 등신아. 난 날짜 계산도 할 줄 모르는 멍청이랑 7년을 연애하는 중이라서.”


잘하거든. 허리에 감겨온 손이 골반 틈을 미끄러지며 속삭였다. 뭐든지. 숲색 눈이 잠시 흐 웃다, 이내 옷 위에서 그 틈을 비집어온 손가락에 이내 흡 숨을 삼켰다. 그래도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샜다. 어차피 곧 농담으로도 웃지 못하게 될 걸 알면서도.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가 이런 사이라고 하면.

허락 없이 결투를 하다 올마이트에게 중단 당했던 그날 이후로 벌써 7년이다. 다음 날 아이자와 선생님에게 붙잡혀 벌청소를 하면서도 미도리야는 지금처럼 이렇게 자꾸 웃음이 났었다.
물론 그 7년이 다 좋았던 건 아니다. 싸우지 않는 날보다 좋았던 날을 손에 꼽는 게 더 빠를만큼 바쿠고와 미도리야는 자주 부딪쳤고, 자주 싸웠다. 하기야, 본래 날 때부터 부닥치던 사이다. 평생을 그렇게 커왔는데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바뀌었다 해서 하루 아침만에 달라질 리도 없다. 사람이 같으니까.
안 해본 게 없었다. 이 7년동안. 생각해보면 항상 너하고는 안 해본 게 없었어. 다 너에게 배웠다. 생애 첫 사회적 관계도, 우정도, 동경도, 연애도, 이별도, 증오도. 그럼에도 결국 정리할 수 없는 미련까지도.


“지난 주말엔, 읏, 내가 헤어지자고 말했었는데…”
“또 쓸데없는 거 끄집어낸다. 집중 안하지, 데쿠새끼.”
“아냐, 해. 하고 있… 힉,”


가슴팍을 지분거리던 손이 돋아오른 것을 예고 없이 꽉 쥐었다. 절로 허리가 튀어서 반사적으로 바쿠고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엔 왜 싸웠더라… 다시 부드럽게 가슴팍을 주무르고 목덜미를 질근거리는 입술을 따라 턱을 젖히면서 미도리야는 잠시 생각했다. 기억나지 않았다. 어차피 사소한 거였겠지. 숲색 눈이 소리 없이 흐 웃었다. 하기야, 우린 늘 그랬어. 지나보면 별 거 아닌 것들로 목숨을 걸고, 핏대를 세우면서 싸우고.

매일 싸우고, 매일 화해한다. 그렇게 더 견고해진다. 보다 부드러워지기 위해 한 번은 부서지고 녹아야 하는 초콜릿처럼.

“내년에는, 흐, 그냥 사귄다고 솔직하게 말해야겠어.”


꼭 저 눈색 같은 맨투맨 셔츠를 미도리야의 목덜미까지 끌어올리고 있던 바쿠고가 우뚝 멈췄다. 미도리야를 쳐다보는 선홍색 눈이 하, 웃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숨기자던 새끼가 누군데, 하. 이제 와서.”
“아니, 속이는 것도 이제 힘들어서… 그럴 때도 됐잖아. 레퍼토리가 없어. 매년 싸우는 척 하는 것도 힘들잖아.”
“……”
“그리고 이젠 캇쨩이 나를, 남들 앞에서도 좀… 아껴줬음 해서.”


말을 잃은 선홍색 눈이 잠시 미도리야의 두 눈 안에 닿았다 이내 하, 일그러졌다. 하여튼 욕심 많은 새끼. 가볍게 입 끝을 비튼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이마에 슬며시 입술을 찍었다. 자연스럽게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바쿠고의 손가락들이 흘러내린 머리칼들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만지작거렸다.


“옛날부터 아꼈거든, 멍청아.”


나름대로. 선홍색 눈이 씩 웃었다.


“뭐, 데쿠새낀 영영 모르겠지만.”


아니, 캇쨩. 나는 알아. 나는 다 알았어. 네가 내게 도움을 바라고 있을 때도, 자존심 강한 네가 나를 보며 울었을 때도, 내게 널 찾으러 오지 말라고 했을 때도. 나는 언제나 내 자신보다 너를 더 정확하게 알았을 거야. 그래도 말하지는 않았다. 홧홧해진 뺨이 아래로 기울었다. 하지만 고개를 다 기울이기도 전에 바쿠고의 손가락이 턱을 잡았다. 그대로 입술이 겹쳐졌다. 이번엔 혀가 섞이지 않았다. 그래도 가슴은 아까보다 더 술렁거렸다. 7년 전 그날처럼.


“꼭 우리… 첫 키스할 때 같아.”
“첫 키스가 뭐가 중요해. 어차피 데쿠새끼 마지막 키스도 나일 텐데.”
“캇쨩은 진짜 이상한 데서 지기 싫어하더라…”


그것도 좋아하지만. 흐 웃음을 삼킨 미도리야가 뒤꿈치를 들어올렸다. 겹쳐진 입술이 부드럽게 뒤엉켰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길고 오랬다. 지난 7년처럼.
근데. 스르륵 입술을 떼어낸 미도리야가 바쿠고를 똑바로 올려다봤다. 캇쨩, 라인할 때.


“나한테 줄 거 있다고 하지 않았어?”












*


악. 무슈벨의 마지막 초콜릿을 깨물던 키리시마가 비명을 질렀다. 키리시마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괜찮아? 걱정을 하던 카미나리의 눈앞에 반쯤 뭉개진 초콜릿과 함께 뭔가가 툭 떨어졌다.
와, 이것들. 피가 베여 나온 입에 급한대로 냅킨을 잡아 물던 키리시마의 얼굴이 기어이 일그러졌다. 내 차밍한 송곳니가 부러졌는데.
내가 너는 믿었는데, 미도리야.


“어떻게 미도리야까지 뻥을 쳤냐, 7년동안!?!!!”


키리시마의 송곳니를 부러뜨린 것이 테이블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반지였다. (*)










그러니까 이 글의 교훈 : 허락 없이 남의 초콜릿을 함부로 먹으면 이가 나갑니다 (?)

일하던 중에 갑자기 생각나서 야근하는 틈틈이 부랴부랴 저질러 봅니다. 간만에 리얼에 1A 애들 적었더니 신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리시마는 진짜... 캇뎈 둘이 저렇게 오랫동안 비밀 연애한 거 알면 바쿠고야 본래 포기했으니 그렇다쳐도 미도랴한테 배신감 느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발렌타인데이 기념으로 저는 초콜릿 대신 감자탕을 먹으러 갑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U////U

?
  • 캇데쿠는 찐이다 2019.02.14 21:44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ㅌㅎ 2019.02.14 22:04 SECRET

    "비밀글입니다."

  • 꼬마어른 2019.02.14 22:05
    하악하악((위험한 소리
    미쳤네요 진짜♡♡♡♡ 루카 님 손끝에서 나오는 캇뎈 왜이렇게 좋은지.....ㅜ
    사랑합니다!! 충성합니다!!!
  • MJL 2019.02.14 22:30
    프로포즈였어!!! 이번 이야기도 너무너무 잘봣어요! 역시 루카님 필력 최고... Happy Valentines! You made my day!
  • 관계자 2019.02.14 22:36 SECRET

    "비밀글입니다."

  • 글쓴이 2019.02.14 23:30 SECRET

    "비밀글입니다."

  • 캇뎈건찬 2019.02.15 01:05 SECRET

    "비밀글입니다."

  • 초코먹고싶다 2019.02.16 17:48 SECRET

    "비밀글입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히로아카 2차 소설 BBS. 캇데쿠 중심으로 달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에XD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공지 완결 히로아카 게시판 이용 전에 읽어주세요 XD 2016.05.24
283 단편 Hey, Sucker 7 2019.03.08
» 단편 Celebrate, Valentine 8 2019.02.14
281 연재 오메가 미도리야가 알파 바쿠고 사오는 썰 (09~12) 5 2019.02.02
280 단편 직업이 용사인데 검을 잃어버렸습니다 3 2019.02.02
279 단편 소설 掃雪 9 2019.01.22
278 연재 오메가 미도리야가 알파 바쿠고 사오는 썰 (05~08) 6 2019.01.18
277 연재 오메가 미도리야가 알파 바쿠고 사오는 썰 (01~04) 7 2019.01.05
276 단편 의례적으로 10 2019.01.02
275 완결 크리스마스니까 (아이돌x버스커썰 외전) 7 2018.12.25
274 단편 Offguard (Teaser) 5 2018.12.23
273 단편 향기가 없다 6 update 2018.12.03
272 완결 Straight Premium / 08~完 13 2018.11.30
271 단편 Dead Money 4 2018.11.26
270 완결 Straight Premium / 02~07 4 2018.10.19
269 단편 늑대가 산다 ~진명(眞名) 편 4 2018.10.1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9 Next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