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이 새벽에 슬그머니 도둑처럼 올려보는 7편
* 고전에_알오버스로_캇데쿠

* 알파 귀족 x 오메가 황태자 이야기






http://youtu.be/2-9CnV_cLsE







그날, 미도리야는 해를 보았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고, 언제나 그러했듯 창이 없는 별궁의 별채는 한밤중인 듯 캄캄했다. 헌데도 미도리야는 그렇게 느꼈었다. 머리로 안 것이 아니다. 두 눈이 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온 몸의 감각이, 그렇게 느꼈었다. 몸을 일으킬 때 제 몸을 덮고 있던 장옷이 툭 밀려 떨어졌다. 그 검은 관복이 기실 누구의 것인지를 미도리야는 알고 있었다. 주근깨가 흩어진 하얀 뺨이 새붉게 물들었다. 해라도 앉은 것처럼.

꿈이 아니었다.

붉은 뺨을 몇 번이나 꼬집어 봐도 가슴의 두근거림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무심결에 똑바로 여미지 않은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미도리야는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덮으며 흩어진 침구 위로 다시 쓰러졌다. 온 곳곳에 멍이며 잇자국이 퍼렇게 박혀 있었다. 기실 사흘동안 이 침소에서 관계를 가지며 남겨진 것은 아닐 터였다. 머리보다도 몸의 감각이 알고 있었다. 미도리야가 가슴께에 남겨져 있던 잇자국을 스르륵 쓸어 내렸다.
그때도 손끝이 떨렸었다. 마치 심장의 혈맥이 손끝까지, 발끝까지 모두 뻗어 뿌리라도 내린 것처럼 온몸이 두근거렸다. 몸의 괴로움도 이제는 가셔 있었다. 가슴을 뽑아낼 것처럼 울렁거리던 메슥거림도, 발끝에서부터 온 몸을 사로잡던 난폭한 열기도 이제는 없었다.
발정이 끝났다. 왜 달이 뜨지도 않은 이때에 하필 발정을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선 미도리야는 물론이고 의관들조차도 이유를 몰랐었다. 허나 끝난 이유에 대해서라면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 태어나 해와 달의 규칙을 처음으로 습득하던 어린 시절부터 배워온 것이었다. 그리 생각하자 기쁨으로 들떠 있던 가슴이 돌연 찬물이라도 맞은 듯이 차가워졌다.
발정의 때에 양인의 정을 받았다. 그리고 음인의 발정이 가라앉았다. 허면 이유는 하나 밖에는 없었다.

수태를 한 거야. 주근깨가 앉은 하얀 뺨이 시퍼렇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캇쨩의 아이를… 사촌의 아이를, 소꿉친구의 아이를.

아니, 아냐. 미도리야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다. 양인과 음인이 발정의 때에 관계를 가진다 하여 모두 아이를 가지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해와 달의 기운을 받고 있다 하나 수태의 확률은 짝일 때에 가장 높다. 그리고 짝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해와 달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로의 짝은 오직 한 사람 뿐이며, 수많은 양인과 음인들이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일이 허다 했다.
그래, 상식적으로도 확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내가 캇쨩의 짝일 리가 없어. 미도리야는 그리 생각했다. 짝이 아니라면 발정의 때에 관계를 하여도 수태를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다행이었다. 허나 마음이 아팠다.

결국 짝이 아니었던 거야. 너랑 나는.

난 지금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야. 미도리야는 생각했다. 그저 닿기만 해도 좋았다. 어제의 접이 꿈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나는 사실 행복할 거야. 왜 사람은 한 가지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것에 욕심을 내는 걸까. 생각을 삼키며 미도리야는 제 무릎 앞에 떨어져 있던 검은 장옷을 들어 올려 거기 남아있던 체취를 가만히 들이마셨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장옷에서 익숙한 체향이 희미하게 느껴졌었다. 차갑고 건조한, 허나 불꽃처럼 뜨거운, 불길처럼 사나운.

“태자전하, 아침 탕약을 들고 왔… 세상에, 괜찮으십니까?!”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미도리야가 허겁지겁 손에 들린 검은 장옷을 이불 밑으로 쑤셔 넣었다. 탕약을 들고 와 절을 하고 있던 키리시마가 미도리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던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열이 더 심해지신 건가요? 수의관님을 뫼셔 올까요? 연거푸 묻는 말에 미도리야는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대신 어제보다 한결 평온해진 숲색 눈이 붉은 머리를 향해 흠뻑 웃었다.

“그것보다 키리시마군, 산책을 하고 싶어. 며칠간 이곳에만 있었더니 조금 갑갑해져서, 흐…”
“예? 허나 태자전하, 아직까진 용태가…”
“바람을 쐬고 싶어. 해를 보고 싶어.”
“……”
“이젠… 열이 내린 것 같아.”

아마도, 어쩌면은. 우물거리는 소리를 따라 키리시마가 고개를 들었다. 다행입니다. 고하며 키리시마는 솔직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정말로 다행입니다, 태자전하. 기쁜 듯 연거푸 웃고 있던 그 얼굴을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어 미도리야는 그저 눈길을 침구 어딘가로 스르륵 떨어뜨렸다. 이 궁에서 그나마 자신을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젊은 의관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다. 왜 이 열이 가라앉았는지, 왜 이 가슴이 뛰고 있는지, 지금 누굴 가장 보고 싶은지.

그래도 행복했어. 정말로 행복했었어, 나는.

생각하며 몰래 벌어진 옷섶을 여미면서 미도리야가 뛰고 있던 가슴께를 움켜쥐었다. 해가 높던 흙의 날土曜日 , 이른 아침이었다.









를 보았다
@ruka_tea



07




모시러 오겠습니다. 귓가에 바짝 붙여진 준수한 입술이 정중하고 낮은 말투로 그리 속삭였다. 오늘밤, 궁 안의 모든 문이 닫히는 자시에 이 쪽문 앞으로.

미도리야는 그때, 바쿠고가 나타나기 전까지 온종일 연못가를 서성거리며 바람을 쐬고 있었다. 날은 다소 풀린 모양인지 어제보다 햇살은 따뜻했고, 뺨을 스치는 바람도 마냥 춥지만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여느 때 같았으면 아무리 날이 풀렸다 하나 옥체가 상하신다며 내관장이 득달 같이 다가와 미도리야를 별궁 안으로 들여보냈을 것이다.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내관장도, 다른 내관들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미도리야는 얼어붙은 연못 주변을 오래도록 서성거렸다. 겨울이라 연꽃은커녕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연못의 표면을 뚫어보거나, 해를 올려보거나 했었다. 그러다 이따금씩 생각이 난 듯 귀 끝이 홧홧 달아올랐다. 이곳에서 너를 만났어. 그리고 이곳에서, 안겼었다.
종막에 정신을 잃고 혼절해버린 것이 미도리야는 못내 아쉬웠다. 좋아한다고, 네 얼굴을 또렷이 바라보며 말했어야 했는데. 하필 그 생각을 삼키고 있을 때 바쿠고가 나타났었다. 어디에선가 보는 눈이 있을 것이란 사실도 잊고 무심코 캇쨩이라 부르며 하대를 했던 것도 당황해 그랬을 것이다. 허나 떠벌떠벌 말을 늘어놓을 틈도 없이 걸음을 당긴 바쿠고의 품 안으로 불현듯이 끌어 안겼다.

해를 보러 가자고, 너는 말했었다.

‘혹여 그럴 일은 없으실 테지만 이번에도 거절하신다면 간밤에 저와 무엇을 하였는지 내관장께 직접 고할 겁니다.’
‘?! 무슨 그런 협박을…!’
‘허니 나오라고, 멍청아. 좋은 구경 시켜줄 테니까.’
‘……’
‘옷을 단단히 입으십시오. 날이 춥습니다.’

귓가에 바짝 붙여 소리를 죽이더니 이내 정중한 말로 끝을 맺으며 바쿠고는 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나타났던 것처럼 바쿠고가 검은 관복을 펄럭이며 다시 쪽문으로 사라지고 난 후에도 미도리야는 한동안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아 그랬다. 여전히 당황하여, 들은 말들이 다 꿈처럼 들려서 곧장 이해가 가질 않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찬물을 맞은 것처럼 또렷해졌다. 어… 뒤늦게 우물거리던 미도리야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해를 보러 가자니, 지금 내게… 숲색 눈이 크게 일렁거렸다. 바보였구나, 캇쨩은.

‘나는… 이 궁을 나갈 수가 없잖아.’

허나 너는 모를 거야.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가슴이 얼마나 떨렸는지, 내가 그 말에 얼마나 기뻤는지 너는 결코 나만큼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설령 빈말이라도 좋았다. 불가능한 꿈이라도 해도 상관은 없었다. 코끝이 시큰해서, 미도리야는 괜히 젖어버린 속눈썹을 들어 올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중천에 떠있던 해는 벌써 서편으로 기울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오늘 밤에 해를 보러 가자고, 너는 말했었다.

늘 침소를 오가며 일을 봐주는 내관장은 오늘은 다른 용무가 있던 모양인지 미도리야가 다시 별궁의 침소로 돌아왔을 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초병도, 항상 곁을 돌보는 내관들과 의관들도 오늘은 어쩐지 그 수가 적었다. 아마도 내일이 한 주중 궁의 유일한 휴일이라는 해의 날日曜日 인 덕분일 터였다. 어차피 버려진 것과 진배없는 별궁에서 모셔야 할 이라고는 오로지 태자 한 사람 뿐이었고, 때문인지 주말이 다가올 무렵이면 젊은 관리들 몇을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은 자리를 비웠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젊은 내관들도 식사가 끝나자 편히 쉬시라며 침구를 정돈해주고는 문을 닫고 복도를 떠났다.

미도리야가 서책을 들척이는 체 하며 기척이 들리는지 아니 들리는지, 몇 번이나 복도 바깥에 귀를 기울였다. 복도는 고요했다. 때가 좋았다.

등잔이 기름을 절반 정도 태우고 난 후에야 미도리야는 슬그머니 서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장을 열고 의복을 갈아입었다. 차피 잠자리에 들기 전이어서 복잡하고 용포 대신 가벼운 야장의로 갈아 입은 후였으나 남의 손을 타본 적이 없는 미도리야에겐 편한 장옷의 허리끈을 묶는 것도 큰일이었다. 옥색 장옷 위로 허리끈을 어설프게 묶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서둘러 솜을 덧댄 하얀 겉옷을 걸쳐 입고 미도리야는 닫혀있던 문을 조심히 떠밀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을 양손에 나눠 들고서 미도리야는 뒤꿈치를 살그머니 들어올렸다.

하얀 발이 어두운 복도를 살금살금 밟아나갔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탈이었다.

젖을 다 떼기도 전에 어머니와 헤어져 이곳으로 와 이곳에서 컸다. 18년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도리야는 이 궁을 벗어날 생각은커녕 밤중에 이리 살금살금 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런 제 처지가 못내 우스워 미도리야는 소리 없이 쓰게 웃었다. 한 번쯤은 담을 넘어 밤나들이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헌데 나는 왜 한 번도 그런 용기를 내보지 못했던 걸까… 내가 설령 담장을 넘어 바깥에서 처음 마셔보는 술에 취해 추태를 부렸다 한들 아바마마는 관심조차 없으셨을 텐데.
헌데도 달아나지 못했었다. 황제라는 이름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족쇄처럼 미도리야의 생을 옭아맸었다. 채우지 않은 재갈이, 보이지도 않는 족쇄가 언제나 미도리야의 입과 발목을 틀어막았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얌전히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눈에 나지 말고 이 기질을 고쳐 황위에 올라야 한다. 지금껏은 오로지 그런 생각 밖에 하지 않았었다. 지금도 사실은 무서웠다. 이젠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중인이 되는 일에도 실패했다. 이런 일탈을 황제는 결코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넘어보고 싶었다. 달아나고 싶었다. 이 담을 넘어, 가고 싶었다.

나는 이제 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디에서 이런 용기가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어젯밤, 나를 네게 떠밀었던 그 달이 이 등을 밀어주고 있는 건지도 몰라. 생각을 삼키며 미도리야가 닫혀있던 별궁의 문을 스르륵 떠밀었다.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달은 어제보다 조금 차올라 있었다. 조심조심 신을 꿰어 신은 미도리야의 발이 부연 초승달빛이 떨어지던 돌길 위를 천천히 밟았다.

저 멀리 빼꼼히 열린 쪽문 바깥쪽 너머로 색이 밝은 머리칼이 겨울바람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해처럼.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쪽문 앞에도, 정문 쪽에도 늘 창을 들고 지키고 서있던 초병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바쿠고의 의복은 검었지만 자락이 검은 털 외투를 걸쳐 입었고, 유독 긴 장옷이 아닌 짧은 웃옷과 붉은 허리끈을 덧댄 바지 차림이었다. 얼핏 보아 무인武人들의 차림새와 비슷했다. 게다가 빈 손도 아니었다. 그 모습이 낯이 설어서, 쪽문까지 다가와서도 미도리야는 한참이나 바쿠고의 모습을 바라보며 커다란 눈망울을 끔벅거렸다. 믿기지도 않아 그랬을 것이다. 다물려 있던 입술이 멋대로 떨어졌다. 말도 안돼…

“농인 줄 알았는데…”

빈 말이려니 했어. 그저 내 기분을 달래기 위한 말이려니 했었어. 다 뱉지도 못한 말들이 혀 밑에서 맴을 돌았다. 바쿠고가 버릇처럼 인상을 썼다. 허나 그 입매는 분명 웃고 있었다.

“감히 이 나랏님의 아들을 상대로 거짓말은 왜 하냐. 목 달아나라고.”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큰일 날 일이야, 캇쨩.”
“큰일 나라고 그래. 발정도 아닌데 씨발, 죽을 짓도 아니고.”
“……”
“옷 봐라. 내 이럴 줄 알았지.”

내 발정이 끝난 것은 대관절 어찌 알았느냐 물을 틈도 없이 바쿠고가 손에 들고 있던 외투를 펼쳐 미도리야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목덜미에 토끼의 털을 덧댄 하얀 외투는 미도리야가 입고 있던 겉옷보다도 안감이 훨씬 두텁고 무거웠다.
겉옷 입었는데… 제 앞에서 끈을 묶어주는 바쿠고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미도리야는 그리 우물거리며 시선을 떨어뜨렸다. 바쿠고가 그 말에 가볍게 입매 끝을 픽 밀었다. 이렇게 입었다간 얼어 뒤진다, 이 멍청한 황태자야. 그리고는 매듭을 한 번 더 단단히 묶어준 후에야 앞섶을 잡은 손을 떼어냈다.
서둘러. 먼저 몸을 돌리며 바쿠고가 말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도 없으니까.

“북문 초소에다 사람을 시켜서 술을 보냈다고. 지금쯤은 술에 취해 골아 떨어졌을 테지만 축시가 되면 무위가 순찰을 돌아. 그전까지 문을 넘어야해. 안 그럼 들킨다고.”
“……”
“뭐해. 안 가냐?”

바쿠고가 다시 미도리야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도 선뜻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미도리야가 긴장한 얼굴로 아직 쪽문의 문턱도 넘지 못한 발아래를 슬며시 쳐다보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이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무서웠다. 그보다 선뜻 마음을 먹기가 어려웠다. 이 문을 넘어간다면 나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태어난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없을 텐데.
바쿠고가 잠시 미도리야의 얼굴을 말없이 뚫어보다, 이내 쯧 혀를 찼다. 더럽게 귀찮네, 진짜. 동시에 다시 몸을 돌려 와선 돌연 예고 없이 미도리야의 옆구리에 손을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곧장 훌쩍 들어올렸다. 당황한 미도리야가 허공에 뜬 두 발을 버둥거리며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해서 그랬다.

“갈게! 갈 수 있어! 이렇게 들어주지 않아도 넘어갈 수 있… 으왁!?!”

간신히 소리를 죽여 만류하던 말소리들이 또 한 번 밤 어둠 속에 기이하게 튀어올랐다. 가볍게 미도리야를 품 안에 들어 올린 바쿠고가 하, 코웃음을 쳤다. 웃기고 자빠졌네.

“이대로 냅뒀다간 천년이 지나가도 못 떠난다, 멍청아.”
“아니, 그래도 내가… 걸어는 갈 수 있어! 걸어 갈 수 있으니 굳이 이렇게 안지 않아도…”
“그럴 기운 있으시면 입을 닥치시고 좀 얌전히 계시지요, 태자전하. 품에 안겨 이리 버둥거리시면 저 같은 새끼들은 대체적으로 흥분이 돼버려서요. 자꾸 이러시면 벗겨버릴 겁니다.”
“그, 갑자기 또 왜…”

이런 말투는 치사하잖아요. 미도리야가 소리를 죽여 투덜거렸다. 그 말이 우스운지, 아니면 그저 기분이 좋은 것인지 미도리야를 안고 걸어가는 바쿠고의 얼굴은 어쩐지 즐거워보였다. 부끄럽고 민망해서 미도리야는 그저 바쿠고의 목에 팔을 감으며 먼 하늘만 올려보았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바쿠고가 농처럼 말했다. 그 말에 답하는 대신 미도리야는 저 멀리 흔들리던 초승달만 빤히 쳐다보았다.
무거울 텐데… 미도리야가 우물거렸다. 바쿠고가 픽 입매 끝을 비틀었다. 예, 더럽게 무겁습니다, 태자전하.

“이 값은 나중에, 하, 톡톡히 받아낼 겁니다.”
“내가 업어달라고 한 적도 없,… 허면 내려주세요. 걸어가겠습니다.”
“……”
“정위.”
“……”
“괜찮으니 저를 이제 그만 내려ㅈ…”
“이렇게 비실거리면서 무슨 보위를 물려받고 황제가 되겠다고.”
“……”
“살 좀 쪄라, 멍청아.”

놀리는 건지, 아니면 걱정을 하는 건지. 그 지점이 헷갈려서 몇 마디를 어물거리려다 미도리야는 하고 싶던 말을 잠자코 혀 밑으로 밀어 넣었다. 응… 덤불 같은 머리칼이 바쿠고의 가슴팍으로 스르륵 기울었다. 그럴게, 꼭 그렇게 할게. 그 말에 바쿠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허나 충분했다. 그뿐이어도 좋았었다.
귀에 닿은 가슴이 쿵쿵 뛰고 있었다. 백 마디 말보다도 그 소리가 좋아서 미도리야는 한동안 오래도록 귀를 붙이며 그 고동소리를 들었다. 저 멀리 초승달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밤이었다.








*

북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과연 바쿠고의 말 그대로였다.

“북문은 사람 출입이 적으니까. 이런 초소는 기강이 해이해빠지기 십상이라고.”

특히나 내일이 해의 날이라 더욱이 그럴 것이라며 바쿠고는 그렇게만 부연했다. 그럼에도 문을 넘어 서는 내내 미도리야의 가슴은 쿵쾅거렸다. 흡사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기어이 몇 번이나 바쿠고가 그 손을 잡아 끈 후에야 겨우 문을 넘어 담장 앞으로 길게 뻗은 숲 안쪽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황가의 무덤과 이어진다는 어두운 숲의 입구에는 밤 어둠처럼 검은 털을 가진 흑마黑馬가 한 마리 묶여 있었다. 말은 오직 그 한 필 뿐이었다. 미도리야가 둥그런 눈을 꿈벅거렸다. 그제야 바쿠고가 왜 거추장스러운 장옷이 아니라 무인처럼 간편한 옷차림새로 나타났는지 알 것 같았다.

“헌데… 이 말 혼자서 우리 둘을 태울 수 있어?”
“어. 우리 집에 있는 말 중에선 이 녀석이 가장 힘이 좋으니까.”
“……”
“허면 오르실까요, 태자전하.”

말을 본 적은 있지만 타본 적은 없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찌하면 좋을지를 몰라 오도카니 서있던 미도리야와 말 사이에 선 바쿠고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미도리야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대로 바쿠고의 무릎을 밟고 안장에 오르면서도 미도리야는 자꾸만 허둥거렸다. 고삐를 잡을 줄도, 어떻게 앉아 있어야 할 줄도 몰라 당황하는 미도리야의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바쿠고는 익숙하게 말고삐를 잡아 당겼다. 졸지에 반쯤 안긴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도 허전했던 등 뒤에 익숙한 체온이 닿아오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기울어온 입술이 미도리야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이번에도 하대는 아니었다.

“꽉 잡으십시오.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헌데 대체 어디를 가기에 말까지… 힉?”

물어볼 틈도 없이 고삐가 당겨졌다. 오래도록 즐겨 타며 길을 들인 모양인지 말은 바쿠고의 채찍질을 따라 좁은 숲길을 바람처럼 내달렸다. 처음에는 겁을 먹고 두 눈을 질끈 감았던 미도리야도 차츰 익숙해져 천천히 눈을 열었다. 오래지 않아 머리 위를 덮고 있던 앙상한 가지들이 사라지고 초원이 나타났다. 겨울이라 푸른 초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하늘을 올려 보았다. 그토록 아름다운 밤하늘은 태어나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금세라도 쏟아질 것처럼 수많은 별들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초승달이 새하얗게 반짝거렸다. 참으로 그림 같았다.

얼마를 달리는지,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는 곧 잊어 버렸다. 달리는 말의 곁을 스치며 빠르게 멀어지는 그 모든 풍경들을 미도리야는 홀린 듯 정신없이 쳐다보았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뺨을 스치는 밤 겨울의 바람, 달빛에 반짝이던 호수와 달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던 앙상한 가지들… 손을 뻗으면 저 어둔 하늘에서 건져낼 수 있을만큼 달은 가까웠고, 희부연 달빛을 받은 갖가지 형세의 산줄기들이 병풍처럼 주변에 나타났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으며 하늘을 올려보는 미도리야의 얼굴을 흘깃 바라본 바쿠고가 입매를 픽 밀었다. 바쿠고는 오늘따라 웃음이 많았다. 허나 그 얼굴조차도 미도리야의 얼굴에 걸려있던 기쁨과 환희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좋냐? 바쿠고가 물었다. 귀 뒤에 붙어온 숨결에도 미도리야는 놀라지 않았다. 응. 미도리야가 연거푸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짜, 엄청. 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걸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었다.

“나는 밤이 너무 싫었는데, 정말로 끔찍했었는데…”
“……”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구나…”

캇쨩, 너는 아마 모를 거야. 내가 지금 얼마나 기쁜지, 얼마나 이 가슴이 뛰고 있는지. 이대로 박동하다 어느 틈에 멎어버릴지도 모를만큼 가슴이 뛰어서, 어지러워서 미도리야는 바쿠고가 단단히 묶어주었던 외투의 매듭을 자꾸만 버릇처럼 만지작거렸다. 귀 뒤에서 바쿠고가 옅게 웃었다. 벌써부터 감동하면 대단히 곤란한데. 그리고 박차를 가하며 무심한 투가 가볍게 덧붙였다.

“아침이 올 때는 더, 끝내준다고.”

그대로 말은 쉼 없이 더 내달렸다. 너른 초원과 호수를 지나, 쥐죽은 듯 조용한 마을 몇을 지나는 사이에 풍경은 쉼 없이 바뀌었고 반짝이던 숲색 눈에도 서서히 졸음기가 어렸다. 이런 여정을 단 한 번도 나서본 바가 없으니 무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바쿠고의 가슴팍에 기대 꾸벅꾸벅 졸던 미도리야는 이윽고 말이 경사진 숲길로 들어설 무렵에는 어느 틈엔가 스르륵 잠들어 버렸다.

어디선가 멀리 물소리가 들렸다. 태자전하. 귓가로 다가온 입술이 꿈처럼 속삭였다. 언제까지 주무실 겁니까.

“이제 곧 해 뜬다고, 멍청아.”

제 몸을 흔들던 팔을 따라 감은 눈을 열었을 때 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푸르게 밝아오는 하늘을 끔벅끔벅 올려보며 미도리야가 버릇처럼 손등으로 졸린 눈을 비벼대며 우물거렸다. 여긴 어디야? 고삐를 놓은 바쿠고가 대답했다. 내 비밀장소.

“이 근방에 황가皇家의 여름 별장이 있어서 망할 엄마한테 여름마다 끌려왔었거든.”

그 말은 미도리야도 단박에 알아들었다. 동쪽이다. 도읍에서 동쪽으로 500리 정도를 달리면 나타나는 어느 조용한 바닷가에 대대로 황족들이 여름 더위를 피하고 휴양하는 별장이 있다고 했었다. 비록 궁에서 태어난 직속 황가는 아니었으나 공주의 아들로 태어난 바쿠고도 황가의 일원이었으니 아마도 해마다 이곳에서 여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름마다 휴양을 간다며 며칠씩 입궁하지 않았었지, 캇쨩… 어렴풋한 기억에 미도리야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 때문에도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네가 자리를 비우던 계절, 음인인 내가 태어난 계절.
허나 이곳에는 어디에도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앙상한 가지가 무성한 숲을 둘러보며 미도리야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황가의 별장지는 분명 바다를 끼고 있다고 들었는데… 바쿠고의 손을 따라 말에서 내려 땅 위로 올라서며 미도리야가 툭 물었다. 아무리 봐도 여긴 숲이었다.

“근데 캇쨩, 별장은 바다에 있다더니… 바다는 어디에 있어?”
“저 너머에.”
“저 너머라니 어디…”

바쿠고의 턱짓을 따라 무심코 눈을 돌렸던 미도리야의 눈길이 우뚝 멈췄다.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어깨를 맞대듯 놓인 높다란 바위 사이에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폭포의 높이는 그리 높지 않았다. 좁다란 틈을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진 물줄기들이 마치 계단처럼 생긴 돌 위를 미끄러지며 미도리야의 옆으로 뻗은 개울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광경이 모두 그림 같았다. 푸르게 밝아오는 하늘 밑으로 짙은 초록의 숲이끼가 융단처럼 깔려 있었고, 물줄기들은 하얀 물안개를 피우며 도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겨울이라 바싹 메말라 버린 숲에서 오직 이곳만이 초록으로 반짝거렸다. 졸졸 쏟아지는 물줄기를 피해 반딧불이들이 노란 빛을 발하며 날아올랐다.
별궁 안에 걸려있던 그 어떤 족자도, 서책 속의 그 어떤 뛰어난 그림도 이보다 아름답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풍경에 홀려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한참을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말의 고삐를 나무에 단단히 돌려 묶던 바쿠고가 그 얼굴에 픽 입매를 밀었다. 밤이슬을 맞아가며 몇 시간씩이나 말을 달려온 보람이 그 선홍색 눈 안에 웃음처럼 걸려 있었다.

“그리 맘에 드냐?”
“응.”
“하. 망설이지도 않네.”
“거야… 진짜 좋으니까.”
“……”
“눈물이 날 것 같아.”

네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나는 벌써 오래 전에 궁의 담장을 넘었을 거야. 미도리야 입술 끝을 꼭 깨물었다. 가슴 안에 걸려 있던 것들이 벅차서,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어쩐지 자꾸 눈가가 시큰거렸다.
헌데 어디로 해가 뜨는 건지를 모르겠어… 시큰한 눈가를 문지르며 미도리야는 폭포 위쪽을 잠시 올려 보았다. 하늘은 이미 좀전보다 밝았다. 이제 곧 해가 뜰 것 같은데… 우물거린 소리에 여태 아무 말도 없던 바쿠고가 걸음을 당겨 곁으로 다가왔다.
가만히 뻗어온 손이 미도리야의 손을 잡았다. 스르륵 깍지가 얽혔다. 그 기척에 미도리야의 어깨가 흠칫 떨었다. 그 손이 간밤처럼 뜨거워서, 몸 곳곳을 매만지며 으스러뜨리던 그 기척과 꼭 같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제야 폭포를 떠난 숲색 눈이 더듬더듬 바쿠고를 돌아보았다. 손을 놔달라고 할 작정이었다. 할 수 있었다면 그리 했을 것이다. 허나 미도리야는 끝내 한 마디도 뱉지 못했다.

저 멀리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폭포를 뚫고 나타난 해를 따라 갈라진 빛살들이 숲의 어둠 위로 찬란히 반짝였다. 사방에서 빛의 파편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 광경이 너무도 현실감이 없어서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구긴 것도 잊어버리고 해가 뜨는 방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생각에 폭포 쪽을 향해 다가가다 미도리야는 그만 제 발 밑에 놓여있던 돌부리를 보지 못했다. 허나 돌부리에 걸린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지기 전에 깍지를 끼고 있던 바쿠고의 손이 미도리야를 제 쪽으로 힘껏 끌어 당겼다. 동시에 균형을 잃은 미도리야의 몸이 바쿠고의 가슴팍으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미도리야가 흐, 눈살을 구겼다. 아프고 민망해 그랬었다.

“미안, 캇쨩. 괜히 나 때문에 같이 넘어질 뻔…”

우물거리던 말소리가 줄어든 건 하필 그 순간에 바쿠고를 돌아본 탓이었다. 기울어온 시선이 너무 가까웠다. 고작 손가락 한 마디 뿐인 간격인데도 바쿠고도, 미도리야 역시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오도카니 멈춰 있었다. 그 채로 미도리야는 잠잠히 저를 뚫어보는 선홍색 눈을 뚫어 보았다. 선이 길고 날카로운 눈매 안에서 붉은 홍채가 곧 떠오를 태양처럼 빛을 발했다. 해가 통째로 잠겨 있는 듯 했다. 아, 그래. 이 눈이었어. 미도리야가 입술 끝을 비틀었다.
이 눈을 보고 싶어 나는 그리 오랜 밤동안 꿈결을 홀로 헤매며 너를 불렀을까. 그간 내가 부른 너의 이름에서 떼어낸 획을 모아 다리를 놓는다면 멀고 너른 바다조차 가로지를 수 있을 거야. 홀린 듯 미도리야의 손이 바쿠고의 뺨에 닿았다. 거리는 이제 무심코 콧날이 부딪칠만큼 가까웠다.

“정위는… 이리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근사하네요.”

존대를 쓴 것은 부끄러웠던 탓이다. 태양빛에 타버린 듯 온 얼굴이 홧홧했다. 그래도 눈길은 피하지 않았다. 바쿠고가 잠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입매 끝을 하, 비틀었다. 밀려나온 숨결이 미도리야의 입술 위를 뜨겁게 간질이며 스르륵 사라졌다. 바람 같았다. 네가 태어난 그 계절처럼 따뜻한, 화려한, 그리하여 이 긴 겨울을 몰아내고 기어이 여름을 가져와 연꽃을 피워내는 봄날의 바람처럼.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제 얼굴 잘난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것인데요.”

되돌아오는 대답은 경어였지만 은근한 농과 웃음이 담겨 있었다. 놀리는 거다. 알면서도 미도리야는 그저 숲색 눈을 슬쩍 흘기고는 말았다. 그러게요. 미도리야가 흐, 웃었다.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이제 곧 해가 뜰 시간이었다.

“허면 이 근사한 얼굴을 좀 더 오래 들여다보아도 괜찮을까요?”
“그것은 곤란한데요, 태자전하. 그리 바라보시다 혹여 제게 연심이라도 느끼면 어찌 책임지려 그러십니까.”
“그런가요, 흐. 그리 되면 어찌할까요? 형법은 정위께서 잘 알고 계시니 답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더러 책임을 지라 이르시면 됩니다, 태자전하.”
“그런… 그저 말뿐인 약속이 효력이 있을까요?”
“서약의 증거를 남기셔야지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런 것은 할 줄 모릅니다, 정위.”
“말도 못 타신다, 동서남북 방향 구분도 모르시겠다… 대체 하실 줄 아는 게 뭡니까, 태자전하.”

농인 것을 알면서도 그 말에는 맘이 슬쩍 상했다. 버릇처럼 하대를 할 뻔 했다. 그래, 캇쨩. 나는 어차피 궁에만 갇혀 산 황태자니까. 그런 말을 우물거리던 대신 미도리야는 빤히 바라보던 시선을 홱 돌려버리는 것으로 제 토라진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 바쿠고가 실소했다. 이번에도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미도리야를 뚫어보는 그 선홍색 눈만큼은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을 대하는 눈길처럼.

“수가 없군요. 제가 또 알려드리는 수밖에는.”

어깨를 으쓱한 바쿠고가 가만히 내려뜨리고 있던 손을 스르륵 들어올렸다. 느닷없이 제 얼굴 쪽으로 다가오는 커다란 손에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좁혔으나, 손은 주근깨가 흩어진 뺨을 지나 덤불 같은 뒷머리칼을 가만히 헤집었다. 그 힘을 따라 바짝 붙어 있던 두 이마가 슬며시 닿았다.
태자전하. 바짝 붙은 숨결이 낮게 속삭였다. 송구한 일이지만.

“제 서약은 말로도, 종이로도 남길 수가 없어서요..”
“……”
“지금부터 입을 맞출 겁니다.”
“……”
“그 다물린 입술에 제 입술을 겹치고 혀를 얽을 겁니다. 허니 포기하시지요. 숨이 막히고 괴롭다고 그 아무리 밀어내셔도 소용 없습니다. 저는 미리 말씀 드렸습니다.”
“……”
“답이 없으시면 허락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잠, 캇쨩, 내 마음이 아직 준비가,”

뒤늦게 뱉은 말을 다 우물거릴 틈도 없이 뒷머리에 감겨있던 손이 순식간에 남아있던 거리를 좁히며 입술을 겹쳤다. 각도를 비틀며 겹쳐온 입술은 미도리야의 벌어진 틈을 이번에도 놓치지 않았다. 단단히 감아온 설육이 뒤엉키며 입맞춤은 금세 깊어졌다. 어떡하지… 멍한 머리로 미도리야는 그저 그리 생각했다. 나는 진짜 어떡하지, 캇쨩.

이렇게나 너를 연모해도 난 괜찮은 걸까.

깊어진 입맞춤을 따라 자연히 자세가 기울었다. 기울어오는 바쿠고의 목에 팔을 감고, 떨어진 입술을 다시 겹치고 혀를 얽는 사이 어느 틈엔가 미도리야의 몸은 흙바닥 위에 완전히 누워 있었다. 그래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아랫입술을 가만히 씹어오는 잇날의 감촉에 흠칫 어깨를 떨면서도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목에 감긴 팔을 결코 풀지 않았다. 멍한 눈에 비친 세상이 천천히 환해지고 있었다.
해… 색이 밝은 머리 위로 봉긋이 솟아오른 해를 보며 미도리야는 우물거렸다. 해도 떠버렸는데… 겹쳤던 입술을 슥 떼어내며 바쿠고가 픽 웃었다. 보긴 봤잖아. 그리고 미도리야의 귀밑에 입술을 찍으며 낮게 속삭였다. 저런 일출, 평생동안 질리도록 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돌아가지마, 멍청아.”

뻗어온 바쿠고의 팔이 돌연 미도리야를 힘껏 품으로 끌어안았다. 단단히 얽힌 팔에 꽉 힘을 실으며 바쿠고가 말했다. 이 미련하고 등신 같은 황태자야.

“달아나자고, 나랑.”
“……”
“잘해줄 테니까, 평생 아껴줄 테니까…”
“……”
“나랑 가자. 멀리.”

아. 미도리야가 볼 안쪽을 힘껏 씹었다. 그때는 정말 그 말을 믿고 싶었었다.










*

‘그 자’가 나타났을 때부터 별궁의 밤은 진즉 부서졌다. 일찌감치 태자의 처소를 돌봐주고 잠자리에 들었던 내관들은 물론이고, 내일이 휴일이라 하여 일찍 퇴궁을 했던 내관들과 의관들도 모두 별궁으로 헐레벌떡 돌아왔다. 별다른 가구가 딱히 없어 유달리 넓게만 느껴지던 처소에서 열댓 남짓의 내관들과 의관들은 모두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엎드려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모두 겁을 먹었다. 곧 죽을 날을 점지 받은 사람처럼 모두 다 그렇게 떨고 있었다. 맨 앞에 엎드리고 있던 내관장의 뒷모습이 특히나 그랬었다. 적어도 키리시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옥좌에 비스듬히 등을 기대고 앉아 있던 그가, 황제가 발 앞에 펼쳐져 있던 것을 선명히 뚫어 보았다. 검은 장옷이었다. 선홍색 눈이 차갑게 웃었다.

“황태자가 사라졌다 기별을 받고 왔더니 내 아들의 것이 아닌 옷이 이 침소에 남아 있었다…”
“아직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옵고 태자전하의 행방과 꼭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폐하. 지금 백방으로 전하의 행방을 찾고 있사오니…”
“내관장, 자네는 그만 입을 다물 때도 된 것 같은데. 내가 눈치를 준 것으론 부족한가.”
“……”
“이 옷이 누구의 것인지는 나도 알고 자네도 알고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지. 자네들 역시 사흘을 보지 않았는가.”

칼날보다 무거운 침묵이 처소의 공기를 예리하게 짓눌렀다. 누구 하나 섣불리 대답하지도, 숨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고개를 조아린 관리들을 슥 훑어본 황제가 옥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개중 용기를 쥐어짠 이는 내관장이었다.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신음처럼 읍소한 말에 황제는 이번만큼은 그 담담한 미소조차 그리지 않았다.
양인이라, 그리고 음인이라… 장옷을 뚫어보며 황제가 낮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다 돌연 그 시선의 방향이 내관장의 뒤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키리시마를 향했다. 황제가 담담히 물었다. 거기, 머리카락이 붉은 자네.

“의관, 이름이 무엇인가.”
“키, 키리시마 에이지로라고 하옵니다, 황제폐하.”
“그래, 키리시마. 자네는 자네들조차 이유를 찾지 못한 내 아들의 발정이 왜 멈췄다고 생각하는가.”

바짝 긴장한 울대가 절로 밀렸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있다간 나는 분명 제 명에 죽지 못할 거야… 그전에 입을 까딱 잘못 놀렸다간 이 자리에서 목이 달아날지 몰랐다. 허나 황제는 하늘이며 그 말은 이 나라의 법도와도 같다. 볼 안쪽을 힘껏 짓씹으며 키리시마가 연거푸 앞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꿇어 엎드렸다. 떨리는 목소리가 가까스로 운을 뗐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황제폐하.

“저는… 아직 미천한 수습에 불과하여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때가 아닌 발정이었으니 자연히 소멸된 줄로 저희가 알고…”
“아니지. 접을 한 게 아닌가. 하필이면 제 몸의 운행에 딱 맞는 양인과 살을 섞었으니 발정이 끝난 게지. 그 정도는 의관도 아닌 나도 알겠네만.”
“……”
“내 다시 묻지. 어젯밤 이 나라의 황태자를 간하고 범하여 취한 자가 누구겠느냐. 그리고 발정이 끝난 내 아들이 과연 누굴 그리 의심 없이 따라나서 이 궁을 떠났겠느냐. 나는 그 아이 사촌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자가 없는데.”
“……”
“내 쌍둥이 누이의 아들 말이다.”

키리시마가 연거푸 고개를 조아렸다. 죽,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황제폐하…! 그 소리가 가히 울음과도 같았다. 황제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지, 자네가 죽을죄를 지은 게 뭐가 있겠는가. 그때에도 선홍색 눈은 웃고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 키리시마는 황제의 그 웃는 낯이 가장 두려웠다. 그 웃음만큼은 이 궁에 오래도록 버려두고 단 한 번 얼굴도 보지 않았던 황제의 하나뿐인 아들과 놀라우리만큼 닮아 있었다. 허나 그처럼 따스하고 온화한 빛이 결코 아니었다.
황제폐하. 엉금엉금 앞을 향해 기어나온 내관장이 또 한 번 고개를 조아렸다. 아무리 황제의 눈에 난다 하여도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고 발언할 이도 결국은 그 하나 외엔 누구도 없었다.

“우선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급히 알아본 바, 정위가 오늘 집에서 가장 아끼던 말을 한 필 빼간 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나 멀리 가진 못했을 것입니다. 사내 둘을 태운 말이 그 얼마나 달릴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초소의 무위들과 인근의 성주들에게 연통을 넣어 긴급히 수배를…”
“아니, 그럴 것 없다.”
“…예?”

이런 시국인데도 내관장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며 반문한 것은 허를 찔린 탓일 터다. 키리시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런 것은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반응한 것이다. 내관장도, 듣고 있던 키리시마도 짐작하지 못한 답이었다. 아마 여기 모여있던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터였다. 황가의 오랜 명분처럼 붉은 두 눈이 또 한 번 부드럽게 웃었다.
돌아올 거거든. 황제는 그리 말했다. 반드시.

“난을 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잊는 것이지. 식물이란 것이 본래 그렇지. 손을 타면 탈수록 연약해지며 시들어가는 것이다. 딱 아쉬울만큼의 햇빛과 물이 있을 때에만 난초는 비로소 뿌리를 깊게 내리고 보다 튼튼하고 아름답게 자라거든. 그런 난초는 암만 잎을 잘라내도 같은 자리에서 금세 잎을 피우지. 아무리 잎을 잘라봐야 바닥 깊이 뻗어버린 뿌리는 거기에 있으니 말이야.”
“……”
“스스로 돌아올 테니 일단 두어라. 일주일 후에도 내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때 방법을 강구해보지.”

헌데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다니… 황제가 낮게 웃었다. 과연 핏줄은 속일 수가 없구나. 허나 그 농담 같은 말에도 키리시마는 도저히 웃는 시늉조차 할 수 없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키리시마가 바닥으로 기울어 있던 눈을 꼭 감았다 떴다.
돌아오지 마시기를, 부디 무사히 달아나셨기를. 키리시마는 그때 처음으로 그렇게 기도했었다.








*

캇쨩. 저를 꽉 끌어안은 등을 가만히 마주 안으며 미도리야가 다물린 입을 뗐다.

“좋아해. 진짜야. 세상에서 가장, 세상에서 너만…”
“……”
“하지만…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아.”

3년 전에도 이랬었다. 그때도 난 그랬어. 내게 기울어오던 네 입술을 틀어막고 다시는 너와 동무로 지내지 않겠노라며 일방적으로 너를 내 마음에서 밀어냈었지. 그래놓고 3년동안 매일 같이 그날을 후회했었다. 발정 때마다 쉼 없이 네 꿈을 꾸면서도 나는 그랬어. 그때 나를 바라보던 네 얼굴이 칼날처럼 박혀서, 상처 받은 그 얼굴을 나는 도무지 잊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나 가슴을 베였었다.
바쿠고는 아무런 말도, 대꾸도 없었다. 그 침묵이 미도리야는 너무 아팠다. 지금도 너는 같은 얼굴을 하고 있겠지. 미도리야가 허공을 향해 흐, 웃었다. 그 웃음결에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빗장이 열린 입술이 자꾸만 멋대로 떠들었다. 미안해서, 괴로워서, 벌써 두 번을 이러는 내가 이젠 염치가 없어서.

“어, 물론 오늘은 너무 고마웠어. 진짜, 진심으로…! 캇쨩이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날 데려와줬는지 아니까, 흐… 정말 고맙게 생각해. 캇쨩이 아니었다면 나는 감히 별궁을 벗어날 생각도 못했을 거야. 일출을 본 것도, 이렇게 먼 곳까지 나와 본 것도 처음이야. 그 밤중에 궁을 빠져나와본 것도 처음이지만, 흐…”
“……”
“근데… 안돼. 갈 수 없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캇쨩. 나는… 나는 궁을 떠나면 안돼. 아무리 남들 눈에는 내가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거긴… 내 집이잖아. 내 고향이잖아.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잖아. 캇쨩을 만나 동무가 된 곳이잖아.”
“……”
“미안… 하지만 난 황제가 되고 싶어. 아니, 그래야 해.”
“……”
“이제와 보위조차 물려받지 못한다면 난 진짜… 아무 것도 아니잖아.”

양인의 핏줄이라는 황가에서 음인이 황제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안다. 그게 가능했다면 나는 아바마마에게 버려지지도 않았을 거야. 미도리야가 입술 끝을 버릇처럼 꼭 씹었다 뗐다. 울면 안돼. 울지 않을 거야. 그래도 자꾸만 목소리가 떨렸다. 여전히 바쿠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자신과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이 무슨 표정을 하는지도 볼 수 없어서, 불안해서 빗장이 풀린 입술만이 홀로 그리 떠들었다. 자꾸만 눈가가 시큰거렸다. 괴로울만큼 눈이 시렸다. 그저 해가 높은 탓이라고, 이젠 아까보다 제법 높아진 해가 너무 환한 탓이라고 미도리야는 생각했다.

“미안해, 그러니까 캇쨩…”

미도리야를 안고 있던 팔에 돌연 꽉 힘이 실렸다. 숨이 막혔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이대로 으스러져 죽어버릴 것 같아서 미도리야는 입술에 걸려있던 말들을 다 뱉지 못했다. 알아. 꽉 눌린 목소리가 미도리야의 귓가에서 그렇게 말했다.
다 알고 있었다고, 네가 뭐라고 대답할 지는.

“그러니까 그만 좀 울어라, 등신 같은 황태자야.”
“……”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
“씨발, 염병할 놈의 황제로 어떻게든 만들어 놓고 말테니까, 내가…!”
“……”
“울지마. 내가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그게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잖아. 억울한 마음에 항변해볼까 하다, 미도리야는 기어이 웃고 있던 눈가를 와르르 일그러뜨렸다. 둑이 무너진 것처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처럼 울며, 소리 지르면서 매달려 오던 그 몸을 바쿠고는 그저 말없이 힘껏 끌어안았다. 귓가에 붙은 입가가 픽 웃었다.

“울지 말라니까 하여튼 말은 오지게도 안 들어.”

그래도 미도리야를 안고 있던 그 팔은 따뜻했었다. 해처럼, 네 머리 위에서 찬란히 빛나던 그 멀고 환한 햇님처럼,

정말로 해를 보았었다.






(계속)





며칠을 붙잡고 있어도 안 써져서 왜 그런가 했더니 공포 근 2만자네요..................... 2만자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본래 내일 밤에 올리려고 하다가 내일 일이 있어 종일 자리를 비우는지라 이 새벽에 도둑처럼 스르륵 올려봅니다.... 저녁 내내 붙잡고 있었더니 제 체력은 방전된 듯... 흑흑.... 이번 편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음 편 올리면서 몰아 달겠습니다ㅠ////ㅠ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피드백 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덕분에 더 신나서 부지런히 쓰고 있어요ㅠㅠㅠㅠㅠ

?
  • rio 2018.02.11 07:40 SECRET

    "비밀글입니다."

  • 데쿠 2018.02.11 08:30 SECRET

    "비밀글입니다."

  • OOP 2018.02.11 10:32 SECRET

    "비밀글입니다."

  • 눈누난나 2018.02.11 12:19 SECRET

    "비밀글입니다."

  • 너무좋아ㅠㅠㅠㅠㅠ 2018.02.11 13:48 SECRET

    "비밀글입니다."

  • 아지 2018.02.11 17:05 SECRET

    "비밀글입니다."

  • 슬퍼여 ㅠ 2018.02.12 04:14 SECRET

    "비밀글입니다."

  • ㅌㅎ 2018.02.13 20:48
    가장 날카로운 진실을 이즈쿠 앞에서 홀로 삼키는 카츠키..그런 캇쨩..! 너무 매력적인 것입니다. 저는 바로 전 편에서 잠시 의식을 잃은 이즈쿠를 덮은 캇쨩의 옷을 캇쨩이 수거(??)해갔을지; 아니면 깨울까봐 그냥 두고 갔는지 몹시 궁금했는데 이번 화에서 밝혀지네요ㅠㅜ/////////아아... 밤하늘로 손을 뻗는 이즈쿠와 그를 소중하게 감싸안고서 말을 달리는 캇쨩이 머릿속에 스르륵 떠오르는 화였어요...(++그리고 오늘도 황제님은 너무 무섭네요;;;)
  • 꿀떡 2018.02.14 18:38
    허엉 행복해라얘두라ㅜㅠㅠㅠ헝헝 왜돌아가 엉엉ㅠㅠㅜㅠ
  • 여기가 나의 무덤인가보오 2018.06.18 17:47
    시험기간에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너무좋아아아ㅏ아아아ㅏㅇ요요요ㅛ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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