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 이 썰을 이제야 스르륵 이어 봅니다.
* 뒷세계 마약왕 딜러보스 바쿠고가 평범하게 살던 미도리야를 자기 세계로 타락시킨, 그 후의 캇데쿠
* 시즌1 https://twitter.com/ruka_tea/status/913582686509207553 이후 1년 뒤의 이야기
* 먼저 시즌2의 여는 글입니다u///u


BGM / The Pretty Reckless - My Medicine


http://youtu.be/QnVOw-nECaw





※ 수위묘사, 드럭 등 취향 소재 주의 ※







캇데쿠_마피아보스x고등학교선생.ssul
(02-01)








2018년, 그 즈음 일본에서는 묘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주로 SNS를 통해 떠도는 소문이었다.

[얼음 있어?]
[응, 한 판. 이번에도 좋아.]
[좋겠다. 내 껀 벌써 녹았어. 누구 꺼야? 그때 그 사람?]
[아니, 안데르센.]
[아, 그 사람은 크림도 좋았어.]

안데르센이라고 했다. SNS를 왕성하게 사용하는 20대들이 특히나 그 이름을 자주 언급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이름을 공개적으로 얘기하거나 드러내지 않았다. 얼음이나 크림이라는 단어를 모른다면 애초에 알지도 못할 이름이었다. 그러나 아는 녀석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1년 전부터 조용히 나타나 SNS의 메시지함 속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던 그 '이름'이 무엇인지, 그가 무엇을 파는 사람인지.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눈의 여왕>을 썼다. 그리고 SNS에 유령처럼 떠돌고 있던 '안데르센'은 얼음과 크림, 가끔은 허브와 차가운 캔디를 팔기도 했다. 모두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였다.

신기하게도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이 돌기 시작한 후부터 드럭마켓에서 B라는 이름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B가 사라진 데에 대해 마켓에서는 갖은 추측이 난무했다. 가장 흔히 보인 건 단속에 걸려 현재 수감되었단 얘기였다. 혹은 일본에서 손을 털고 홍콩으로 아예 넘어갔을 거라고도 했고, 혹은 아예 이 사업을 접었다고도 떠들었다.
대부분은 다 뜬소문이었다. 어차피 B의 정체에 대해 똑바로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도쿄 내 모든 유통책 중에 가장 손이 컸다던, 주 단위로 수천만엔을 벌어들였다던 드럭로드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있었다. 마치 약효가 끝나버린 LSD처럼.

그러나 그 루머 속에서도 유난히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 있었다. 우에노 공원 인근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K 영감이 대표적으로 그런 사람이었다.

"B가 안데르센인 거지. 아니면 B가 데리고 있는 딜러 중에 최측근을 안데르센이란 이름으로 만들었다거나. 빤해. B가 장사를 접었을 리가 없지. 약 파는 놈들은 약냄새 안 나는 데선 하루도 못 사는 놈들이거든."

열다섯 살에 메스암페타민을 제작하고 연구하던 만주의 어느 의학 연구실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약을 빼돌리며 이 일을 처음 시작했던 영감은 올해로 이 바닥에서만 50년을 구른 베테랑 중 베테랑이었다. 다섯 번쯤 감옥에 갔고, 여섯 번째로 수감된 후부터는 오랜 근거지였던 신주쿠를 떠나 우에노 공원에서 노숙자 흉내를 내며 약을 팔았다. 거래는 주로 늦은 밤 공원 입구의 벤치에서 이뤄지곤 했다.

"그래도 B가 있었을 때가 벌이는 쏠쏠했는데 말이야. 안데르센이란 놈이 나타난 이후부턴 현장 거래를 안해. 죄다 인터넷으로 사버린다니까. 트위터가 뭐고 멘션이 뭔지 나같은 늙은이는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이러다 굶어죽게 생겼어."
"..."
"그래놓고는 우리 같은 딜러한테까지 자기들 물건만 팔라고 강매를 하니 수가 있어? 그 안데르센인지 뭔지,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다니까. 뭐하는 놈인지 우리 같은 소매상한테 얼굴 한 번 안 비춰주면서 말이여. 전에 거래하던 공장들도 물건을 못 파니까 전부 이 바닥 접었어. 차라리 확 잡혀나 가면 좋겠구만. 그래도 교도소에는 내 돈 안 써도 밥도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말이야, 쯧."

영감이 건네받은 돈다발을 세며 투덜거렸다. 만엔다발은 정확히 50장이었다. 이번에도 확실하네. 거듭 확인해본 영감이 듬성듬성 빠져버린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입고 있던 낡은 낚시조끼 속에서 하얀가루가 포장된 지퍼백을 상대에게 건네주었다.

"이번에도 고마워요, 아저씨."

굽슬거리는 숲색 머리에 둥그런 안경테를 쓰고 있던 양복 차림의 직장인이 해사하게 웃었다. 영감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받았다. 별말을.

"그래도 이번엔 싸게 주는 거야. 이 공장 하나 겨우 찾았다니까. 여기에서 물건 판 걸 알면 안데르센이 가만 있진 않겠지만 무섭긴 B나 무섭지, 인터넷에서 장사하는 새끼가 안다고 뭘 하겠어?  아, 그래도 어디서 소문은 내지마. 가뜩이나 고객 줄어서 분위기 험악하니까."
"순도는요?"
"90. 크랙이 이만하면 깨끗한 거지. 그래도 자네도 끊어. 살날이 창창한데 얼음 같은 거 씹어봐야 인생만 작살나는 거지. 뭐, 나야 매번 고맙지만서도..."
"네, 그래야 하는데 잘 안 되네요, 하하. 걱정은 감사해요. 가볼게요. 건강하세요, 어르신."
"그래, 자네도."

영감은 다시 벤치 뒤에 펼쳐진 자신의 간이 천막 속으로 들어갔고, 남자는 서류 가방 속에 물건을 챙겨 넣은 후에 벤치 앞을 자연스럽게 벗어났다. 늦은 밤 12시의 공원에는 아까 이곳에 올 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인기척 하나 없었다. 까마귀와 비둘기들만 점점이 앉아 있던 가로등 밑을 지나 우에노 역사 쪽을 향해 걸어가며 남자가, 미도리야가 입고 있던 양복 자켓 안쪽을 뒤적거렸다. 안감 속에 가지런히 꽂혀 있던 세 대의 스마트폰 중에 한 대를 끄집어내며 미도리야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다섯 번 울리고 난 후에야 저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동그란 안경알 속에서 숲색 눈이 활짝 웃었다. 그 이름을 부를 때면 저절로 밀려 올라가던 입꼬리처럼.
캇쨩.

"잡았어. 역시 어르신이 팔고 계셨더라."
[...물건은.]
"얻었어. 다섯 장이나 써버렸지만, 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낮고 탁한 목소리에 미도리야는 그저 담담한 투로 대답했다. 어떻게 할까. 미도리야가 물었다. 바쿠고가 툭 대꾸했다. 정리하지, 뭐.

[50년을 해먹었으면 그 영감도 살만큼 살았으니까. 작업자 보낼 테니까 넌 자리 비워.]
"..응, 그렇게 할게."
[...]
"상은?"

하, 존나. 바쿠고가 기가 찬 듯이 헛웃었다. 어떤 얼굴로 너는 웃고 있을까. 우리가 아끼는 소파 위에서 비스듬히 기대 앉아 또 그 입매 끝을 픽 비틀면서 선홍색 눈을 옅게 일그러뜨리고 있을까. 그럴 때의 얼굴을 미도리야는 언제나 좋아했다. 그게 네 비밀을 모두 알게 된 후부터였는지, 약에 취했을 때부터인지, 재회했을 때부터인지, 아니면 우리가 아주 더 어렸을 때부터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쿠고는 언제나 기분이 좋을 때만 그렇게 웃었었다. 그럴 때면 얼마나 달콤한 보상이 뒤따라오는지에 대해 미도리야는 이제 잘 알고 있었다.

[들어와. 당장.]

귓가에서 낮은 저음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속옷은 차 안에다 전부 벗어 놓고.]

응. 짧게 대답하고 미도리야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용도가 끝난 핸드폰은 다시 두 대의 핸드폰과 함께 미도리야의 자켓 안쪽으로 사라졌다. 어두운 길 중간에 오도카니 서서 미도리야는 잠시 자신이 걸어온 뒤편을 돌아보았다. K영감이 잠들어 있을 벤치가 저 멀리에 작은 점처럼 보였다.
지금부터 1시간쯤 지난 후엔 바쿠고가 보낸 작업자들이 벤치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K영감은 지역 신문 귀퉁이에 한겨울 추위에 동사한 운없는 신원미상 노숙자가 되어 실릴 것이다. 바쿠고의 작업자들은 언제나 솜씨가 좋았다. 그 솜씨라면 이미 미도리야도 몇 번이나 보았었다. 이미 1년 전에도 그랬다. 미도리야가 잠시 별 하나 없는 먹먹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1년 전에 이 도시에서 제자를 죽였다. 세상이 기억하는 미도리야 이즈쿠는 그때 죽었다.

제자도, 자신도 모두 스스로 죽인 것이다. 모두 스스로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어쩌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건 이후 1년동안 미도리야는 수시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른 선택을 하기에도, 이 길을 벗어나 다시 옛날의 길 위로 돌아가기에도 너무 멀고 깊이 들어왔다. 게다가 미도리야는 자신이 없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서 다른 선택을 할 자신이.

어느 쪽이건 그 길 위엔 바쿠고 카츠키가 있었을 것이다. 그 길이 향하는 방향이 설령 지옥이라고 해도.

다 옛날 일이야. 생각을 삼킨 미도리야가 멈췄던 걸음을 다시 뚜벅뚜벅 걸었다. 내일도 할 일이 많았다. K영감과 거래한 작업장이 어디였는지 찾아내고, 밀려있는 SNS의 다이렉트 메시지에 답장을 해야하고, 베트남과 필리핀을 경유해서 들어오는 물건이 남중국해에서 이쪽 어선들과 잘 접선했는지 확인해야한다. 확인이 끝나면 어부들은 배에 가득 실린 고등어며 청어의 배를 가르고 끄집어낸 내장 대신 코카인과 헤로인을 가득 채워넣을 것이다. 그리고 육지에 닿을 때 즈음엔 평범한 생선의 모습으로 얼음 상자 속에 차곡차곡 포개져 가장 믿을만한 특송 사업체의 트럭에 실려 일본 각지로 흩어진다. 마치 차가운 얼음을 품은 눈의 여왕처럼.

미도리야가 길가에 세워져 있던 새하얀 벤틀리 컨티넨탈 GT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이 차의 차키를, 그리고 안데르센이라는 이름을 주었던 장본인은 지금 롯본기의 복층 맨션에 있었다.











-


B의 시대가 저물었다. 대신 안데르센이 나타났다.

정확히 1년 전부터였다. 호텔 외엔 다른 사업체에 별 관심도 없어 보이던 바쿠고가 돌연 망해가던 운송업체 하나를 인수했던 때부터 B의 이름은 드럭 마켓에서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일은 바쿠고에게도, 인수된 운송업체에게도 서로 득이 되었다. 바쿠고가 대체 무슨 수완을 부린 것인지는 몰라도 망해가던 운송업체는 인수한지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전국적인 규모로 지점을 확대해나갔다.
반년쯤 되자 흑자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바쿠고는 다른 조직들의 수장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질문을 받아도 배짱 좋은 웃음으로 받아 넘기기 일쑤였다. 그저 일을 잘하는 측근이 곁에 붙었노라고만 대답했다.

'제가 본래 사람 보는 안목이 고급져서요.'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그 곁에 항상 단정한 얼굴로 흐물흐물 웃고 있는 숲색 머리에게 쏠려갔다. 미도리야 이즈쿠라는 이름이었다.

바쿠고는 미도리야를 소꿉친구라고만 간략히 소개했지만 뒤에 떠도는 소문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가족조차 못 믿기로 유명한 바쿠고가 10년만에 재회한 소꿉친구를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저토록 가까운 자리에 앉혀놓았을 리가 없었다. 정부라고 사람들은 공공연히 떠들어 댔지만 바쿠고는 그런 소리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소문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선 적도 없었다. 그저 돌게 뒀다. 남들이 자신과 데쿠새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상상하며 수군거리건 말건 간에.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망해가던 운송업체를 인수한 것도, 그 업체가 느닷없이 흑자를 기록하게 된 것도 모두 미도리야 이즈쿠의 작품이었다. 즉 안데르센.

'판매 방식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물론 캇쨩이 워낙 신중한 성격인 걸 알고 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딜러를 이용해 면대면으로 판매하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니까...'

리조트에서 새해를 보내고 도쿄로 돌아와 바쿠고는 미도리야에게 지금 도쿄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의 종류와 규모, 딜러 수십명의 구역과 개인 정보가 담겨 있는 파일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반쯤은 떠본 거였다. 공범을 만들어 이 세계까지 떨어뜨리는 일에는 어차피 성공했다. 그건 그거고 사업은 또 사업이어서, 미도리야가 이 사업에 있어 얼마만큼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파악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미도리야는 100여장을 간단히 넘어가는 두툼한 서류를 근 3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정독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 시작되었던 서류 열람은 해가 거의 기울어갈 즈음에야 모두 끝났다.
미도리야는 먼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때는 바쿠고도 적잖이 감탄했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아무리 딜러들도 캇쨩의 정보를 모른다고 하지만 이렇게 해선 이 이상 사업을 키울 수 없어. 이보다 더 규모가 커져버리면 약을 파는 딜러들도 많아지는 거잖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위험부담도 커져.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밀고자도 많아진다는 뜻이야.'
'근데. 그래서.'
'SNS를 이용하자. 판매와 접선도 모두 온라인에서 메시지로만 하는 거지. 거래는 가상화폐로. 그리고 결제가 확인 되면 서로 만날 것도 없이 주문자의 집으로 보내주는 거야. 보통 택배처럼. 아, 그래. 그러려면 운송회사를 하나 가지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
'...'
'할 거면 확실하게 하는 거야. 뭐든지. 캇쨩은 언제나 최고가 어울리니까... 그걸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어차피 네가 부순 인생이잖아. 너를 위해 부순 인생이잖아.'
'...'
'너 말곤 이제 내 삶에, 아무 것도 없어.'

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바쿠고가 입매 끝을 픽 밀었다. 아, 그래. 정말 좋아해, 이 얼굴. 그 얼굴에 저도 모르게 미도리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기는 법 외엔 아무 것도 어울리지 않는, 군림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필요없다는 그런 얼굴. 너는 그런 게 어울려.
몸을 당긴 바쿠고가 다물려 있던 미도리야의 입술을 엄지로 느리게 쓸어내렸다. 그 결을 따라 미도리야가 다문 입술을 홀린 듯 스르륵 벌렸다. 바쿠고가 말 대신 남은 손으로 미도리야의 뒷머리칼을 움켜잡으며 턱을 젖혔고, 신호처럼 구내를 쑤시고 들어온 엄지와 중지를 미도리야는 부러 정성껏 혀를 놀리며 빨았다.
됐네, 그럼. 바쿠고가 젖은 손가락을 미도리야의 입술에서 슥 잡아 뽑으며 가볍게 정리했다. 계약성립. 그리고 미도리야를 소파 위로 넘어뜨리고 올라타며 낮은 목소리가 덧붙였다.

'그럼 가져, 멍청아.'
'...'
'최고로 끝내주는 거.'

그날, 오랜만에 미도리야는 목젖이 다 붓도록 바쿠고의 앞섶 앞에 무릎을 꿇고 혀를 놀렸다. 목젖 안쪽이 짓뭉개질 때마다 이미 끊은 약기운이 다리 사이에서부터 피어올라 온몸을 강렬하게 흔들었다. 기어이 바쿠고의 등에 몇 개의 붉은 선을 깊게 그어놓으면서 미도리야는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울고 기절하며 깨기를 반복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뺨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추면서 바쿠고는 낮게 속삭였다. 차라리 지옥의 악마라고 좋을만큼 달콤하게, 짜릿하게.

'축하한다, 멍청아. 감히 날 가졌다고.'
'...'
'누구도 널 함부로 만지게 만들지마. 죽여버릴 거니까.'

1월의 보름이 지날 무렵부터 미도리야는 바쿠고의 측근으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우선  트위터 계정 수십 개를 만들었다. 계정의 이름은 모두 안데르센으로 통일했다. 다음은 운송업체를 인수하는 작업이었다. 추적을 피하고 자금출처를 추궁당하지 않기 위해 이미 이 바닥에서 은퇴한 바쿠고 아버지의 명의를 사용했고, 유령회사들을 설립해 가짜 투자처를 만들었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약을 조달해왔던 국내 작업장과의 거래를 모두 끊었다. 중국에 직접 공장을 차렸고, 물건은 베트남과 필리핀을 거쳐 모두 바다 위에서 전달 받았다. 평범한 소규모 어선들에 나눠 실려 항구에 도착한 물건들은 각 항구에 위치한 운송업체의 출장사업소를 거쳐 전국으로 배송되었다.
이전에 비해 보다 간편해졌고, 보다 악랄해졌다. 그러면서 호스티스와 호스트 등 유흥업 종사자에게 집중되어 있던 타겟층도 보다 평범한 쪽으로 확장되었다. 대학생도 마음만 먹으면 몇달간 알바를 해 소위 '얼음'이라고 불리는 코카인 100그램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구매를 원하면 적당한 은어를 검색해 얻어 걸리는 트위터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된다. 자연히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벌렸다. 그렇게 번 돈은 다시 가상화폐나 호텔을 통해 세탁을 하고, 유령 회사를 거쳐 다시 운송업체에 투자 되면서 점차 전국적으로 지점을 확장해나갔다. 6개월이 되자 운송업체는 일본 전역에 300개의 운송 체인점을 가질만큼 성장했다. 달리 말해 약을 배달할 베이스캠프가 300개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왕국 중의 왕국이었다.

가끔은 매일 장부를 정리하는 미도리야조차 하루동안 벌어들인 수익금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장부에 적힌 숫자가 널을 뛸 때마다 바쿠고는 축배 대신 미도리야의 몸 안에 샴페인을 들이부었다. 술처럼 달고 뜨거운 그 온도가 다리 사이를 갈라올 때마다 미도리야는 자꾸만 더 강한 것을, 더 강렬한 것들을 원하게 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약보다도 지독했다. 달고도 독한 약이었다. 차마 끊거나 참을 수도 없는, 이제 인생을 송두리째 중독시켜버린,
그 약을 미도리야는 캇쨩이라고 불렀었다.






눈처럼 하얀 벤틀리가 롯본기 고층 맨션 주차장의 보안 검색대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통과했다.

익숙한 네모 안에 차를 세워놓고 미도리야는 시동을 끈 후에 입고 있던 양복 바지부터 끌어내렸다. 히터도 틀지 않았던 탓에 서늘한 공기가 맨살갗에 빨려 들어오자 어쩐지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그대로 입고 있던 드로즈를 다 벗은 후에 다시 맨살 위에 바지를 끌어올렸을 때는 이미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가고 난 후였다.
캇쨩은 늦는 걸 싫어하는데... 짐을 챙기고, 쓰고 있던 안경을 콘솔 속에 밀어넣고 차에서 내리면서도 미도리야는 그것 하나가 걱정이었다.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걸음을 따라 양복의 매끄러운 실크 안감이 맨살갗을 부드럽게 비벼왔다. 생각보다도 자극이 너무 강했다. 버튼을 누르면서도 미도리야는 저도 모르게 불편해진 양무릎을 비비적거리면서 아무도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기만을 간절하게 빌었다. 다행히 새벽 1시였다. 이 멘션엔 이런 시간에 편의점을 가고 싶어하는 입주민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었다. 누가 타기라도 한다면... 잠시 제 바지 앞을 내려다보던 미도리야가 눈 사이를 질끈 구겼다. 아찔했다. 셔츠 안쪽으로 식은땀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미도리야는 거의 쏟아질듯 휘청거리며 허겁지겁 문을 빠져 나왔다. 도어게이트를 여는 것도 쉽지 않아서 미도리야는 비밀번호를 누르면서도 몇 번이나 번호를 틀렸다. 잘못 입력되었다는 경고음이 세 번쯤 울렸을 때 문이 열렸다. 미도리야가 열었던 것은 아니었다. 브이넥 셔츠와 가벼운 면바지만 걸쳐입고 있던 선홍색 눈이 옅게 일그러졌다.

"예상보단 늦었는데."
"그건... 속옷 벗다가, 읏,"

말을 다 우물거릴 틈도 없이 곧장 허리를 끌어안기며 그 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리 뒤로 돌아간 손이 그대로 골반 위를 노골적으로 더듬는 기척에 미도리야가 그만 참지 못하고 흡, 숨을 들이켜며 흠칫 떨었다. 속옷을 입지 않은 탓인지 평소와 다른 촉감이 맨살갗을 야릇하게 비벼왔다. 말은 잘 들었네. 솔기 위로 검지손가락을 끌어내리며 바쿠고가 입매 끝을 픽 밀었다. 그 노골적인 기척에 두 무릎이 후들후들 떨렸다. 스르륵 힘이 빠지는 허리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단단히 팔을 감으면서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귓불을 츱, 머금었다. 젖은 소리가 너무 가까웠다. 그조차도 사실 언제나 좋았었다.

"밑에 있는 새끼들 보면 존나 기절을 하겠다. 양복입고 직장인 행세하고 다니는 새끼가 속옷 하나 안 입었다고 좋아 죽지, 아주."
"아니, 그건 감촉이.. 감촉이, 읏, 이상해서.."
"아니긴, 씨발. 내 허벅지에 비벼대질 말든가."

이대로 할까? 한 손 안에 움켜잡히는 엉덩이를 크게 주무르며 귓가로 다가온 입술이 사납게 속삭였다. 이대로, 뒤만 잡아 뜯어서, 쑤셔줄까. 미도리야가 헐떡이며 턱을 젖혔다. 해. 통제를 벗어난 허리가 바짝 붙은 바쿠고의 허벅지 위에서 안달을 내듯 들썩거렸다. 네 맘대로 해. 흐릿하게 젖은 눈이 선홍색 눈을 뚫어보며 천천히 깜박거렸다. 상관 없으니까, 캇쨩.

"쑤시기나 해, 개자식아."

하. 선홍색 눈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었다. 등신새끼. 그래도 겹치고 떨어지는 입술은 달고 부드러웠다. 그 홍채 안에 번져 있던 불길 같은 열기만큼.

"선생질 하시던 시절에는 이보다는 좀 더 순진하셨던 것 같은데."
"그래서, 싫어?"
"아니, 난 샌님 새끼가 욕하면 존나 꼴리거든."

기울어온 입술이 미도리야의 목덜미를 깊게 질근거렸다. 머리가 씨발, 돌아버린다고. 숲색 눈이 흐 웃었다. 그럼 돌아. 미치면 되잖아. 우물거린 미도리야가 슥 고개를 돌리며 제 목덜미에 기울던 입술에 제 입술을 쪽 겹쳤다. 아랫 입술을 머금었다 스르륵 멀어지던 그 얼굴이 흐릿하게 웃었다. 그 얼굴이 기어이 불씨를 당겼다. 으스러질 듯 미도리야의 몸을 끌어안은 바쿠고가 그대로 그 몸을 현관 앞으로 넘어뜨리며 허리 위에 올라탔다.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어서 미도리야는 그대로 양복 자켓을 벗어던지고 바쿠고의 목에 허겁지겁 팔을 감았다. 그 난리에 세 대의 핸드폰과 약을 넣은 지퍼백이 와르르 굴러 떨어졌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단추가 떨어진 셔츠 앞을 움켜 잡으며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몸을 난폭하게 뒤집었다. 그 채로 허리가 다붙을 때 미도리야가 다문 입새로 비명처럼 헐떡였다. 더, 더, 그보다 더, 더, 제발.

"이 정도, 흐, 아니잖아, 개새끼야."
"하, 헐떡거리면서 씨발, 욕하지 말랬지. 꼴린다고."
"몰라, 그딴 거... 몰라, 응, 더... 거기, 응, 거기, 아악,!"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한 걸까?

부옇게 흐려진 시야 속에서 저 멀리에 떨어져 있던 하얀 지퍼백이 흔들거렸다. 약은 1년 전에 끊었는데, 약 같은 건 손 대지 않기로 캇쨩이랑 약속했는데. 그런데도 가끔은 저 가루 안으로 차라리 도망쳐버리고 싶어. 저 안에선 전부 다 잊을 수 있을 텐데, 분명 기분이 좋을 텐데. 아무리 살을 섞고 아플만큼 비벼지다 정신을 잃을만큼 해대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어르신은 지금쯤은 이미 떠나셨겠지? 약을 끊으라고 호통치던 그 얼굴을 생각하며 부스스 웃다, 허리를 가르며 떠밀리는 기척에 미도리야는 기어이 두 눈을 꾹 감았다. 감은 눈꼬리를 타고 눈물 한 줄기가 뚝 굴러 떨어졌다.

넌 아무 데도 못 가, 등신아.

흐릿한 의식 너머에서 귓가에 바싹 다가온 입술이 그렇게 속삭였다.

내가 죽어버릴 거니까.

아냐, 그런 소리 하지마. 그런 말을 우물거리다 미도리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래도 한 마디는 참았다. 혀 밑에 가시처럼 걸려 있던 말은 어떻게든 참아냈었다. 캇쨩.

여긴 정말 지옥 같아.







(계속)





반년 가까이 잊고 있다가 이제야 이 썰의 시즌 2가 생각난 이유는 무엇인지, 또 왜 이렇게 길게 풀고 있는지 저조차도 알 수가 읍씁니다............ 다음 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흑흑 ㅠㅠ 그래도 아마 길게 가진 않을 것 같아요/// 트위터에서 썰로 풀던 걸 글로 한꺼번에 후르륵 쓰고 있어서 다섯 편?즈음이면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은 것... 다음 편 언제 쓸지 모르겠지만22222 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역시 이번에도 즐겁게 읽어주시고 피드백 주신 분들 덕분에 안 잊고 어떻게든 쓰게는 되는 매직... 제가 항상 힘 많이 받고 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연성은 자기만족으로 시작해도 그걸 계속 이어가게 하는 건 피드백인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덩.. 그런 의미에서 늘 감사합니다(큰절) 힘낼게요 흑흑... 우선 다른 것들 좀 마무리하고 열심히 잇겠습니다ㅠ.ㅠ9

+ 시즌2도 역시나 피드백은 글쓴이 / 댓글만 남겨주시면 회원 가입 하지 않으셔도 슥 올라갑니다u///u (모바일 이모티콘은 댓글을 멋대로 잘라버리니 주의해 주시옵소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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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넌 2018.01.30 18:57 SECRET

    "비밀글입니다."

  • 데쿠 2018.01.30 19:10 SECRET

    "비밀글입니다."

  • 노허 2018.01.30 20:12 SECRET

    "비밀글입니다."

  • OOP 2018.01.30 21:22 SECRET

    "비밀글입니다."

  • 마루 2018.01.31 00:02 SECRET

    "비밀글입니다."

  • 저엉말 이것은 띵작 2018.02.04 14:36 SECRET

    "비밀글입니다."

  • 2018.02.05 23:29 SECRET

    "비밀글입니다."

  • 꿀떡 2018.02.06 08:29
    루카님..하...연성진짜 감사해요 ㅠㅠㅠㅠ 미쳐부러 ㅠㅠㅠ제 인생의 낙입니다... 루카님께서쓰신 모든글 다 책으로 소장하고싶고 엉엉 ㅠㅠㅠㅠ 타락이라면 타락이지만, 캇쨩이랑 손발척척맞아버리는거 넘나취향 ㅠㅠㅠㅠ
  • 도영 2018.02.11 02:21 SECRET

    "비밀글입니다."

  • 해피 2018.03.23 14:52 SECRET

    "비밀글입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BBS

히로아카 2차 소설 BBS. 캇데쿠 중심으로 달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에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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