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다락, 둥굴레차! BBS

* 건이 생일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데 + 현실에 치이는 중이라 뭘 새로 쓸 수는 없고
* 그리하여 이 글만 슥 공개해봅니다u////u
* 2년 전 이맘때 웹온에 냈던 바로 그 책 중에서 건찬 파트만 슥
* 기타 치는 백건 x 노래하는 주은찬
* 티져 포함 풀버전



BGM / Yellowcard <Awakening>

http://youtu.be/IUF62BC5AFU





청춘 언더 그라운드

~ Side.B (FULL)







~ TEASER ~



세상은 꿈을 꾸라고 한다.

꿈이 뭘까. 소년은 아주 오래도록, 그 꿈에 대해 생각해왔다. 꿈이란 게 대체 뭘까. 엄마는 꿈이란 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되고 싶은 것이 뭘까. 누나는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조언해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것은 또 뭘까.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때문에 소년은 꿈이 없었다. 꿈을 꿀 줄도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인생에 문제가 될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사는 게 쉬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님, 아드님을 영재원에 보내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처음 바이올린을 켰던 것은 세 살 때였다. 엄마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고교 시절부터 오빠 동생하며 가깝게 지냈던 소설가와 결혼한 여배우는 은막을 은퇴한 후 육아에 전념하며 오히려 연예인 시절엔 해보지 못한 것들을 맘껏 누렸고 음악도 그 중 하나였다. 연기 때문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수준급까지 배웠다던 엄마의 보물들을 막내아들은 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다. 생김도 꼭 어느 나라의 귀한 왕자님 같던 막내아들이 고사리손으로 바이올린 현을 퉁기는 게 귀여워서 엄마는 반은 장난으로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바이올린을 사주고 레슨 선생님을 붙여주었다. 첫 수업이 끝난 후 레슨 선생님은 엄마를 불러 조용히 이와 같이 말했다.

「아무래도 아드님이 천재인 것 같아요.」


소년은 못 다루는 악기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바이올린을 꾸준히 오래 켰지만, 그 외에 어떤 악기를 쥐어주어도 소년은 곧잘 연주했다. 가르치지 않아도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파악하고 일단 다장조의 도레미 기본 음계부터 찾아내는 데까지는 길어봐야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전공은 바이올린, 취미는 피아노와 플롯. 무얼 쥐어주어도 쉽게 쉽게 연주하는 아들의 재주가 신기해서 엄마는 걸핏하면 새로운 악기를 사주었다. 일곱 살에 레슨 선생님의 성화로 처음 참가해본 콩쿠르에서 대상을 탔고, 그 이후로도 소년 나름의 음악 행보에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전부 쉬웠다. 밥 먹듯이 수상했고, 잘하니까 했다. 잘해서, 소년은 그저 막연히 이러다 보면 빈이나 체코의 음악원을 나와 전세계 순회공연이나 돌고 있겠거니 싶었다. 앨범도 몇 장 내겠고, 가끔 강연도 하고, 은퇴하면 고국에 돌아와 학위를 따고 교수나 하는 것이 인생의 수순일 것이라 생각했다. 어디엘 가도 관심을 모았던 그 귀공자인 듯 준수한 외모도, 1년을 놀고먹어도 통장에 인세로만 몇 억이 쉽게도 쌓이던 아버지의 능력과 그에 따른 집안의 재력도, 유서 깊은 가풍도 소년의 인생을 쉽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큰 어려움도 없었고, 큰 고민도 없었다. 누구나 소년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소년은 그 인생이 지겹고 따분했다. 도통 재미가 없었다.
잘하는 걸 하고 있을 뿐이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냥 될 뿐이다. 그렇게 생각해왔던 짧은 인생이 바뀐 것은 열 살 때였다. 소년의 인생에 불쑥 나타났던 어떤 동갑내기 때문이었다.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 재밌잖아.」

매일 신기하게 생긴 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말을 걸어준 건 그 녀석이었다. 어쩌다보니 대화를 하게 됐고, 어울려 놀다보니 어느 순간 친구가 되어 있었다. 녀석은 노래를 참 잘했다. 함께 어울려 노는 동안에도 굉장히 예쁜 목소리로, 음도 틀리지 않고 곧잘 흥얼거리며 노래를 하고는 했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소년이 한참을 쳐다보면 녀석은 쑥스럽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재미있다고, 좋아한다고, 그래서 노래하고 싶다고.

「노래 잘하네.」
「진짜? 정말?」
「어? 어어. 웬 일이야. 참새가 잘하는 것도 다 있고.」

쑥스럽게 건넸던 칭찬에 고맙다며 활짝 웃던 얼굴을 소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녀석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될 거라고, 노래를 부르면서 살 거라며 녀석은 웃었다. 그리고 녀석은 꿈을 꾸었다. 열 살 꼬마 시절에도, 그보다 더 오랫동안을 함께 지내고 자라오면서도 녀석은 늘 그랬다.
정말 징그럽게 일관적인 녀석이었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부임지 변경을 따라 대전에 내려가게 되었을 때에도, 그래도 꼬박꼬박 한 달에 한 번은 서울에 올라와 함께 어울려 놀면서 녀석은 항상 소년이 치는 피아노의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중학생이 되면서는 서울에 올라오며 기타를 들고 다녔고, 소년은 또래의 남학생들보다 손이 작아 넥을 불편하게 잡는 녀석을 위해 생일을 핑계로 새 어쿠스틱 기타를 선물했다. E라는 머리글자가 새겨진 기타를 건네면서 소년은 아는 사람을 통해 싸게 샀다고만 말한 게 전부였다. 그때에도 녀석은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 얼굴이 소년은 역시 못내 좋았다.
그렇게 자라는동안 시간은 훌쩍 지났다. 3년, 5년, 그리고 7년을 넘어 12년째에 접어들며 둘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녀석이 홍대에 방을 얻을 때, 이제 완전히 소년을 벗어난 청년은 부모님과의 싸움을 핑계로 합정에 눌러앉았다. 1년을 준비했던 뮌헨 음악원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청년은 독일에 가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들은, 고교 졸업과 함께 물들인 머리를 세 해째 고수하고 있는 그 붉은 머리 12년 지기 친구 녀석은 한참 눈 끝을 가라앉히며 복잡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이유는 묻지 않았다. 소년이 구태여 녀석에게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던 것처럼.

「청춘이네.」

엄마는 오히려 그렇게 말했다. 청춘이라 무모하다고 말해준 건 아빠였고,  그래도 청춘이라 저지를 수 있는 용기라고 말해준 건 누나였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제 청년이 다 되어버린 소년은 그저 코웃음을 쳤다. 정작 그 청춘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는 그를 두고 청춘이라 부르지 않았다. 누구나 겪는, 누구나 만나는 청춘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변한 것은 청춘이기 때문이 아니다. 나를 몰아붙인 것은 청춘이 아니었다. 독일에 가지 않은 것도, 결국 오래도록 켰던 바이올린을 케이스 깊숙이 넣어버렸던 것도 청춘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백건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그 이유를 그저 이렇게 불렀다.

기적.




♫ ♩ ♬


토요일, 8시를 넘어가며 홍대는 본격적인 밤에 접어들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먹자골목을 따라 고기집은 연신 연기를 피워 올렸다. 딱 술 한 잔 걸치며 고기 한 점 먹기 딱 좋은 가을철이라 가게마다 주르르 늘어진 야외 테이블엔 빈자리가 한 곳도 없었다. 북적거리는 바깥의 인파를 바라보던 황금색 눈동자가 울컥 눈살을 구겼다. 커다란 전골냄비 속에서는 꽃게가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 갈비 먹고 싶었는데.”


2층 창문에서 눈을 떼어내며 백건은 연신 투덜거렸다. 마주 앉아 있던 진붉은 눈동자가 잠깐 시선을 들다, 이내 말았다. 그리고는 집게를 들고 익어가는 꽃게들을 능숙하게 뒤집기 시작했다. 함께 시킨 소주의 병을 따면서도 백건의 불만은 멈추지를 않았다. 꼭 반찬 투정하는 아이 같다고 은찬은 잠시 생각했다. 참 대단한 친구놈이다. 어쩌면 12년동안 저렇게 일관적일 수가 있는지.


“게가 뭐냐, 게가. 살도 별로 없는 거.”
“갈비 어제 먹었잖아.”
“오늘은 못 먹었잖아.”
“그래서 꽃게 말고 갈비 먹자고 물어봤잖아.”
“거야 주은찬이 꽃게를 좋아하니까 그렇지. 것도 모르냐?”


너 때문에 먹어주는 거라고, 너 때문에. 생색처럼 몇 번 덧붙는 말에도 은찬은 익숙한 듯이 받아 넘겼다. 아, 예, 그러시겠죠. 얻어먹는 것이 이쪽이고 사는 것은 저쪽이니 메뉴 선택권도 넘겨줬더니만 이제 와서 이런 소리였다. 그래도 어차피 서로 기분 상하자고 하는 말이 아닌 걸 은찬은 아주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 이런 소리는 그저 안부 같은 거다. 오늘 뭐 했냐는 통상적인 안부와 다를 게 없다. 생각하며 은찬은 가위를 들고 따박따박 잘라낸 게딱지를 먼저 백건의 접시 위에 얹어주었다. 젓가락으로 익숙하게 배부터 따내면서 백건은 훌쩍 손을 들며 소주 두 병을 함께 시켰다. 그래놓곤 우적우적 게 속살부터 파먹는 모습에 은찬은 잠깐 헛웃었다. 하여튼 저도 잘만 먹으면서 말이 많지, 빽건은.


“잘 돼가냐?”


팔꿈치로 소주병을 능숙하게 쿡쿡 찍으면서 백건은 그렇게 물었다.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말이었다. 빈 소주잔을 세팅하면서 은찬은 잠깐 의아한 얼굴을 했다. 대뜸 잘 돼가냐니. 만일 지금 자신과 게장집에 앉아 꽃게탕을 나눠 먹고 있는 상대가 백건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은찬도 한 번은 그렇게 되물었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건 백건이었고, 12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었다. 이쯤이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들이 서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곡차곡 쌓이고는 했다. 때문에 은찬은 사라진 주어와 목적어를 굳이 되묻지 않았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밴드? 아니.”
“너한테 컨텍하는 놈들은 많을 거 아냐.”
“많지. 그러면 뭐해, 맘에 안 드는데.”


내가 까탈을 부리나. 백건의 잔을 먼저 채워주면서 은찬은 잠깐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놓고도 제 잔을 채워주던 백건에게 한 마디 하는 건 잊지 않았다.


“좀만 마셔. 너 어제도 나랑 아침까지 마셨잖아.”
“아, 주은찬 또 잔소리한다.”
“술이나 잘하면 말도 안 하지. 오늘은 나랑 딱 이거 두 병만 먹고 접어.”
“말 안 해도 그럴 거거든, 이 마누라야.”


그래놓곤 짠, 하고 잔부터 탁 부딪쳤다. 건배를 하고 한 잔을 둘은 금세 훌쩍 비워냈다. 안주 삼아 후르륵 국물부터 떠먹는데 백건이 담배를 물다, 이내 다시 내려놨다. 왜? 피워. 은찬의 말에 백건은 됐다, 하고 말았다. 대신 백건은 은찬에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주은찬, 하자 은찬이 냄비의 불을 줄이며 대답했다. 응.


“너 아직도 내가 치는 기타가 좋냐?”
“응.”
“왜 좋은데.”
“잘 치니까?”


이유 한 번 심플해서 좋네. 백건은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래도 딱히 싫진 않은 모양인지 황금색 눈이 끝을 옅게 접으며 픽 웃었다. 백건의 접시 위에 게 딱지부터 얹어주고 게의 다리들을 냄비 속에서 건져내며 은찬은 덧붙였다. 정말로.


“물론 클래식 전공자가 기타 더 오래 친 나보다 더 잘 치는 것도, 그렇게 잘 치면서 기타가 취미라는 것도 조금 열 받기는 하지만.”
“야, 그건 당연하지. 내가 주은찬보다 못 쳐서야 되겠냐.”


들린 말에 은찬이 솔직하게 눈을 구겼다. 하여튼 칭찬을 못 해준다.


“아, 예. 그러시겠죠, 망할 놈아.”
“난 내가 잘 치는지 모르겠는데.”
“잘 쳐. 당장 세션 뛰어도 좋을 정도로. 뭐 사실 것보단 내가 니가 치는 기타를 좋아하는 거겠지만.”


손이 커서 그런가, 힘이 좋아 그런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덧붙여놓고 은찬은 게 다리만 능숙하게 쭉 빨았다. 그러다 그제야 백건이 꽃게엔 손도 안 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새로 떠준 상태 그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게딱지를 보며 은찬이 안 먹어? 하고 물었다. 그 말에 백건은 대꾸 대신 다른 얘기를 했다. 게 먹기 싫었다느니, 갈비였으면 좋았을 거라는 투정은 아니었다.


“은찬아.”


발라낸 살점을 국물과 함께 떠먹던 은찬이 순간 멈칫 했다. 성을 떼고 불렸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12년지기 친구가 성을 떼고 이름을 부르는 순간은 세 가지 경우에 한정되어 있었다. 미안할 때, 부탁할 게 있을 때, 그리고 제 딴에는 꽤나 진지한 소리를 할 때. 미안할 것도 없었으니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겠지. 생각하며 은찬은 응, 하고 말을 받았다.


“할까.”
“뭘?”
“너랑.”
“그러니까 뭘?! 남들 오해하니까 주어 좀 붙여서 말…”
“밴드.”


짧게 떨어진 말에 은찬이 우뚝 굳었다. 후르륵 국물을 떠먹던 숟가락을 상 위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은찬은 웃지도 않았다. 그 반응이 백건에겐 좀 의외였다.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엄청 좋아하며 날뛰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는 웃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은찬은 자신이 치는 기타를 좋아했고, 최근에 밴드 때문에 꽤나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것치고 은찬의 반응은 너무 차가웠다. 아니, 화를 내고 있었다.


“…너 설마 음악원 입학 거절한 이유가 이거야?”


쏘아보는 진붉은 눈은 색에 비해 참 차가웠다. 눈을 구기지도 않았다. 표정 하나 없이 빤히 쏘아보는 눈길에 백건은 제 머리를 한 번 짜증스레 헝클였다. 은찬이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화를 낸다면, 그건 정말로 화난 거다. 생각에 백건은 일단 아니라고 손사래부터 쳤다.


“아, 또 잔소리한다. 야, 그게 왜 너 때문에…”
“아니면 독일 왜 안 갔어.”
“……”
“어렵게 붙은 거잖아.”


덧붙은 말은 화를 내는 것보다 충고에 가까웠다. 이럴 땐 어쩌면 저렇게 누나랑 똑같은 얼굴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저렇게 정색을 하면서 끝까지 화나 낼 것이지, 왜 끝에 가서 볼륨은 줄이냐고. 진짜로 걱정 받는 기분 들게. 그래도 백건은 오래 전부터 주은찬의 그 걱정이 싫지 않았다. 사실은 꽤 좋아했다. 은찬의 웃는 얼굴을 보는 거나 은찬의 노래를 듣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기분을 짓누르며 백건은 부러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가볍게 받아쳤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한테는 걱정 많은 참새가 좋아하는 꽃게탕도 다 못 먹고 자리부터 떠버릴까봐.


“뭐, 어차피 바이올린이야 잘 켜니까 한 거지 아까울 게 있냐.”
“그래도 너 세 살 때부터 했잖아. 수상도 많이 했고.”
“그거야말로 이몸께서 그만큼 천재라는 반증이지.”
“어, 미안하다. 말을 말걸.”


놀리는 게 빤한 말에도 백건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놀리는 걸 보니 완전히 화난 건 아니네. 아까보다 기분도 나아진 모양이었다. 그 얼굴에 백건은 다시 한 번 빈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았다. 필터를 물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백건은 툭 말을 던졌다. 별 거 있겠냐.


“하고 싶은 게 생겨서.
“그게 뭔데.”
“주은찬이랑 음악 하는 거.”


은찬은 대꾸가 없었다.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망치를 들고 제 명치라도 후려치는 것만 같았다. 쿵, 하고.


“니가 나 없으면 되겠냐?”
“……”
“나 없는 데서 노래 부르면 불편해 죽는다는 놈이.”


일부러 안 간 거 맞잖아, 독일. 퍼뜩 떠오른 생각을 은찬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멍했다. 그저 말없이 보고 있었다. 깜박이는 법도 잊고 휘둥그레 열려있던 진붉은 눈동자가 한참 후에 겨우 운을 뗐다. 건아, 하고 부르자 백건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왜, 마누라.”
“뽀뽀해도 돼?”
“어. 혀 넣어주면 안 되냐?”
“넌 주둥이만 닥치면 반은 갈 텐데. 그치, 건아.”
“너니까 이러는 거거든, 멍청아.”


툭 붙여놓고 백건은 금세 후다닥 시선을 돌렸다. 아, 잔 비었잖아. 괜히 애꿎은 소주잔을 들어가면서 투덜거리는 모습에 은찬은 짧게 웃었다. 뭐, 모르는 척 해줄까. 후다닥 피한 시선과 붉어진 귀를 지적하는 대신 은찬은 예, 드릴게요, 하면서 백건의 빈 잔을 채웠다. 두 번째 잔이 챙 하고 부딪쳤다.


“먹고 죽자, 먹고 죽어.”
“술도 못하면서.”
“어, 너 술 취한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술 취한 개겠지. 그런 생각을 은찬은 입 밖으로 굳이 내지 않았다. 세 번째의 잔이 부딪쳤다. 바람결도 딱 좋던, 홍대의 가을밤이었다.








~ 본편 ~






멀리 닭이 울었다.


“으으, 뭐야….”


감겨있던 진붉은 눈이 부스스 열렸다. 아침은 진작 밝았고 세상은 눈이 시리도록 훤했지만 의식이 도무지 깨질 않았다. 분명히 눈을 뜨고 있는데도 영 초점이 흐렸다. 베개가 아닌 걸 베고 있는 모양인지 목 뒤는 뻣뻣했고 허리는 다른 때보다 유난히 노곤했다. 여기가 어디지. 멍한 머리로 그런 생각을 3초 정도 해보다가 은찬은 다시 꾸물꾸물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불 촉감이 영 보들보들한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 집인 원룸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현우한테 이불 널어둔 것 좀 걷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걷었나, 안 걷었나. 이제 같이 산 지도 꼬박 6개월에 접어드는 동거인 생각을 해보다 역시나 이번에도 은찬은 가볍게 생각을 접어 버렸다. 알아서 했겠지. 확실한 건 여기가 저희 집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집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떠도는 향기며 이불의 촉감 같은 것이 마냥 낯설지는 않았다. 그때도 닭은 여전히 기운 좋게 울고 있었다.

누가 닭을 키우나. 서울 한복판에서 닭 울음소리 같은 게 들릴 리가 없는데. 보드라운 이불 속을 다시 비척비척 돌아누우면서 은찬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짜 닭이 아니면, 알람인가? 의식이 그쪽으로 튀었던 것은 이런 우습지도 않은 알람 소리를 걸어놓고 있던 녀석이 제 주변에 딱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내 알람 아냐, 백건 핸드폰 알람인데….


백건 집이야. 그렇게 생각하자 감겨있던 눈이 번쩍 열렸다. 단단한 팔을 베개 삼아 누워있던 진붉은 머리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망했다.


“빽건, 야, 빽건! 우리 합주! 합주!”


대체 왜 드로즈 하나만 걸쳐 입고 이불 속에 누워 있는 건지, 대체 왜 멀쩡한 베개는 저쪽에다 걷어 차버리고 백건 팔을 베고 누워 있는 것인지 같은 사소한 문제는 일단 묻어두기로 했다. 닭은 여전히 꼬끼오 홰를 치며 잘도 울었고, 은찬에게 팔을 내주고 있던 색 밝은 머리는 아예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얼굴조차 보이지도 않았다. 폭탄 맞은 것처럼 온갖 옷들이 귀찮은 듯 널브러진 참상을 돌아보면서 은찬은 제 옆에서 부풀어 있던 이불더미부터 있는 힘껏 흔들었다. 그래도 닭 주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닭이 울고 있었다.


“백건, 일어나라니까. 늦었어, 어?”


몇 시지? 지금 몇 시나 됐지? 꿈쩍도 않는 몸을 몇 번이고 흔들면서 은찬은 벽에 걸려있던 시계부터 바쁘게 눈으로 훑었다. 그야말로 멘붕의 연속이었다. 백호의 얼굴을 본 따 만든 벽시계의 수염은 정확하게 9와 12를 가리키고 있었다. 9시다. 그렇게 늦은 건 아니네. 기타는? 일단 방엔 없다. 가져 왔나? 아닌가? 백건 차에 있나? 내렸나? 거기서부터는 은찬도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후회가 막급이었다. 술 좀 작작 처마실 걸.


“합주실 10시부터 예약이라니까. 최소한 우리 머리는 감고 가자, 어?”
“…아, 뭐.”


줄곧 흔들어댄 보람은 있던 모양이었다. 고맙다, 새끼야. 대답은 해줘서.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툭 던져놓고 백건은 다시 또 소리 없이 잠잠해졌다. 닭이 우짖건, 지 친구가 어떻게 흔들어 깨우건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등을 내려 보며 은찬은 생각했다. 패버릴까?


“백건. 우리 합주실 10시부터 예약이야. 겨우 잡았잖아.”


대답이 없었다. 또 한 번 닭이 꼬끼오 홰를 치며 울었다.


“진철이 형이 우리 때문에 1시간 일찍 열어주는 거야. 어? 일어나자, 제발. 청가람이 오늘 늦으면 술 귀신들 다 죽여 버린다고 그랬… 야, 쫌!”


부풀어 있던 이불더미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목에 팔이 감겨왔다. 그 상태로 느닷없이 끌려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틈엔가 이불 속에 반쯤은 파묻혀 있었다. 여전히 눈은 뜨지도 않은 채로 백건은 은찬을 힘껏 끌어안았다. 잔뜩 잠긴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어디 감히 내 침대에 누워서 다른 남자 얘기를 하고 있어.”
“그래. 그럼 니 얘기 할게. 일어나. 당장.”
“뽀뽀해주면 생각해보고.”
“응, 처자라. 나 혼자 갈 테니까.”


하여튼 아침에는 백건이란 종자와 상종을 말아야 한다. 아니, 내가 문젠가. 술자리는 오지게 좋아하는 주제에 술도 못하는 이 12년지기가 첫 병을 깔 때 등짝을 갈겨서라도 말렸어야 했다. 술만 마셨다 하면 은행 문 닫을 시간까지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게 백건이라는 이름의 제 친구였다.


“청가람 쨍알쨍알 시끄러운 거 하루 이틀이냐. 신경 좀 끄지.”


다시 꿋꿋하게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너른 등을 보며 은찬은 소리 없이 하늘을 원망했다. 내 친구는 왜 백건일까. 전생에 지은 업보가 얼마나 많으면.


“응, 건아. 일단 일어나서 씹으면 안될까?”
“이 마누라가 이제 바가지를 다 긁고 있네. 12년 살았다고.”
“진짜로 바가지로 후드려 패기 전에 나 좀 풀어주지 않을래, 친구야.”
“…5분만. 진짜 딱 5분만.”


그래, 처자라. 영영 자라. 저주 같은 말을 덧붙여주고 은찬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걸 또 같이 눕자고 끌어안는 배에 무릎을 한 번 찍어주고 난 후에야 은찬은 침대에서 벗어났다. 침대 주변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필름이 끊긴 그 몇 시간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밤새 도둑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훌쩍 열린 방문에서부터 누구 것인지도 모르겠는 바지와 티셔츠가 뒤엉켜서 침대까지 쭉 늘어진 꼴이 헨젤과 그레텔이 집 찾겠다고 빵 부스러기 찢어놓은 딱 그 짝이었다. 일단 급한대로 씻기부터 하자고, 은찬은 폭탄을 맞은 것만 같은 옷더미 위를 징검다리처럼 훌쩍훌쩍 건너뛰었다. 홰를 치며 우짖던 닭도 그쯤 되니 조용했다. 아무래도 알람마저 제 주인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백건, 내 기타 어디 치웠어?”


칫솔에 치약을 짜며 은찬이 훌쩍 열린 문 안쪽에 불쑥 물었다. 부스스 이불을 걷어낸 색 밝은 머리가 꽉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실.


“거실 어디. 소파?”
“주은찬 토한 자리.”
“나 또 토했어?!”
“어, 이 주정뱅이야.”


대답을 하는가 싶더니 또 훌쩍 드러누웠다. 일단 씻고 나가서 결착을 짓자 싶어서 은찬은 잽싸게 샤워기부터 켰다. 순식간에 양치를 끝마치고 세수를 하고 머리까지 감은 후에야 후다닥 욕실을 나왔다. 백건은 그때에도 역시나 누워 있었다. 훤히 드러난 등은 근육마저도 참 재수 없게 잘 생겼었다. 그야말로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이었다. 진짜 패야겠어. 젖은 머리 위로 타월을 탈탈 털며 막 걸음을 떼던 그 순간이었다.


발밑에서 뭔가가 물컹했다.


“뭐야. 이상한 게 밟혔는데…”


시선이 자연스럽게 발밑으로 떨어졌다. 고무였다. 고무의 촉각은 질퍽했고, 속이 빈 은박 포장지 몇이 둥그렇게 남은 실금과 함께 주변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생각하며 은찬은 눈 끝을 구기며 포장지를 내려 보았다. 포장지에 박혀 있던 다섯 개의 알파벳은 아무리 봐도, 확실했다.
듀렉스. 무심코 중얼거린 소리에 돌아누웠던 너른 등이 기똥차게 반응했다. 아침인 탓인지 유독 낮은 목소리가 탁하게 갈라졌다. 여전히 꿈결을 헤매고 있었다.


“듀렉스는 무슨, 오카모토 초박형이 짱이지.”
“듀렉슨데.”
“듀렉스 안 쓰거든. 두꺼워서.”
“듀렉스야.”

“뭘 자꾸 듀렉스래. 야, 급해서 편의점에서 막 집어온 거 아니면 듀렉스 아예 안 쓰는데 주은찬 어디에서 구라를 치고 있…”


볼륨을 줄인 것처럼 말꼬리가 푸스스 가라앉았다. 점 세 개 정도는 찍어줘야 할 것 같은 간격이 의미 없이 흘러갔다. 소위 마가 뜬다고 그러던가, 이걸. 그러다 백건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조금 전보다는 목소리가 확연히 또렷했다.


“듀렉스라고.”
“응, 듀렉스.”
“콘돔.”
“응, 콘돔.”
“포장지.”
“응. 젖어서.”
“……”
“잠이 확 깨지?”
“어, 완전.”


영영 잠들어 버릴 것처럼 드러누워 있던 몸이 부스스 일어났다. 눈이 마주쳤다. 은찬은 웃었고, 백건이 따라 웃는가 싶더니 이내 천천히 웃음결이 사라졌다.


“나 지금 완전 미친 생각이 하나 떠올랐는데.”
“응, 하지마.”
“설마 우리 어제 밤에…”
“응, 절대 말하지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빈 허공에 까마귀가 우짖으며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가. 그제야 은찬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생각해보면 눈을 떴을 때부터 이상했다. 술이 더 센 건 난데 어제는 필름이 끊어졌고, 눈을 뜨니 백건 집이었고, 나는 속옷이라도 입었다지만 백건은 그조차도 입지 않고 이불 속에 늘어져 있었다. 생각하며 은찬은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여전히 아무 것도 입이 않은 제 빈 가슴을 훌쩍 내려 보았다. 온통 울긋불긋 했다. 발밑에는 여전히 이미 용도폐기가 끝난 콘돔이 끝이 묶인 채로 굴러다니고 있었다. 뭔가가 뒷통수를 아리게도 치고 지나갔다. 웃음이 터졌다. 믿기지 않아서 그랬다. 그러다 어느 순간 웃음조차 사라졌다.


이건 진짜, 말이 안돼.


“야, 주은찬 어디 가!”
“나 기타! 아니, 옷! 아니아니, 합주! 아니, 건아! 나 먼저 갈게, 천천히 와!”
“주은찬!”


망했어. 말도 안돼. 정말로 미친 거야. 옷가지를 급하게 챙겨 안고 거실로 달아나며 은찬은 몇 번이고 생각했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말도 안돼.”


어느 청명했던 2014년 가을의 어느 아침이었다.






♫ ♩ ♬


도망은 실패했다.


“대체 왜 합정에서 홍대까지 차를 타고 가자는 거야….”
“늦었다며. 니가 운전 하냐?”


잽싸게 도망가지 못했던 건 덜미를 잡힌 탓이었다. 기타 버리고 가냐? 열다섯 살에 커스텀 기타를 사준 장본인이 은찬의 후드를 덥썩 잡았고, 정신을 차렸을 때엔 이미 벤츠의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꿰고 있었다. 걸어도 20분이면 가는 거리를 뭣 하러 차를 타고 가. 우물쭈물 뱉은 은찬의 말에 백건이 팔을 뻗어 은찬의 안전벨트를 쭉 당겨 채워주면서 쿨하게 덧붙였다. 내가 걷기 싫어서.
잘났다, 이 자식아. 훌쩍 시트에 기대앉으면서 은찬은 그렇게 소회했다. 목요일이었고, 이미 보편적인 출근 시간을 훌쩍 넘긴 합정역 사거리는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물론 출퇴근길 러시아워였다고 해도 벤츠 SLK 컨버터블의 주인은 저만 아는 홍대와 합정 일대의 온갖 샛길을 드나들며 곡예 운전을 했을 것이다. 다른 게 아니라 그게 다행이었다. 고작 10여분을 달리면서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을 누릴 필요가 없다는 딱 그 한 가지가. 다만 사거리의 신호가 너무 길었다.

어색했다.


“아, 그래. 라디오! 라디오라도 들을까?”


침착하자. 침착해야한다, 주은찬.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은찬은 대뜸 카 오디오의 스위치부터 켰다. 룸미러엔 뒷좌석에 기대 놓은 두 대의 기타가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 네, 서울 마포구에서 끝번호 1009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요새도 라디오 같은 데에 사연 많이 보내나보네. 되게 오랜만에 듣는다. 그치? 무슨 프로그램이지, 이거?”


평소보다 은찬이 말이 많은 건 역시나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떠들지 않고서는 이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없던 불안장애라도 생긴 것처럼 은찬은 연신 백건에게 말을 걸거나 저 혼자서 혼잣말을 했다. 정작 운전대를 잡고 있던 백건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채널 돌릴까? 은찬이 그렇게 물었을 때에도 백건은 뚱 하니 교차로의 신호등을 올려보며 대꾸했다. 둬, 그냥.


“차 얼마나 오래 탄다고. 귀찮잖아.”


― 제겐 10년이 넘도록 오래된 친구가 있습니다. 저희 사이에 어떤 연애 감정 같은 건 없었습니다. 함께 있으면 편하고, 즐거운 그런 친구였는데요.
“그건 그래. 애들은 다 왔으려나. 현우한테 연락해볼까?”
― 어제였습니다. 오랜만에 둘이서 술을 함께 마셨어요. 평소와 다르게 우린 너무 일찍 취했죠. 이상하게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던 이 친구가 어제는 왜 그렇게 잘 생겨 보였는지.
“뭘 연락해. 가면 어련히 다 있을 거.”
―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오랜 친구와 키스…
“아, 뭐 그건 그렇지만… 우아악!??”


말꼬리가 높아진 건 라디오 때문이었다. 저도 모르게 라디오 스위치를 홱 돌려놓고 은찬은 어색하게 웃었다. 때마침 초록불이 들어왔다. 기어를 풀고 액셀을 밟으면서 백건이 무심히 되물었다. 왜, 잘 듣고 있는데.


“어? 아니, 어! 아하하, 그게… 연애 상담 같아서? 아, 맞다! 컬투! 컬투 안 하나? 컬투 들을까?”
“아침이거든, 멍청아.”


아, 맞다. 얼빠지게 대답하고 은찬은 괜히 볼을 긁적거리며 웃었다. 죽을 것 같다. 오늘따라 홍대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걸어갈 걸. 날도 좋은데 산책 삼아 걸어갈 거라고 어떻게든 고집을 부렸어야 했다. 아니면 잠깐 집에 들렀다 오겠다는 핑계라도 댔어야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고, 설상가상이며 머피의 법칙이라더니 라디오는 돌리는 족족 지뢰밭이었다. 기껏 돌려놓은 다른 채널에서 네 꺼인 듯 네 꺼 아닌 네 꺼 같은 너라던 노래가 흘러나올 때 은찬은 끝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라디오를 꺼버렸다. 조용해졌다. 끔찍하게도 어색했다. 명절 친척 모임에라도 끌려가는 기분으로 은찬은 괜히 뒤척이며 창 쪽으로 돌아앉았다. 합정역의 낯익은 상점들이 느릿느릿 창 위를 지나갔다. 천천히 핸들을 꺾으면서 백건이 주은찬, 하고 불렀다. 손등 위에 앉아 있던 백호가 힘줄을 따라 유난히도 눈을 찔렀다.


“그렇게 신경 쓰이냐?”


무심하고 담담한 투였다. 때문에 까딱하면 무슨 얘기냐고 되물을 뻔 했다. 생략된 주어를 은찬은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창 너머로 돌아가 있던 붉은 머리가 티 나게 움찔거렸다. 너 같으면 그럼 이게 신경이 안 쓰여? 너랑 내가, 12년 지기 친구라는 우리가, 것도 동성 친구라는 우리 둘이서 암만 봐도 붙어먹은 것 같은데? 그렇게 조근조근 되묻는 대신 은찬은 소리 없이 창문에 자책하듯 제 앞머리를 쿵 찍었다. 나는 등신이다. 내가 등신이야. 두 번 다시 백건이랑 술 먹나 봐라.
쿵쿵 찍어대던 셀프 자학이 멈춘 것도 순전히 백건 때문이었다. 놀이터를 지나 좁은 골목길을 타고 오르며 백건은 이렇게 말했다.


“난 별로 상관없는데.”


담담했다. 하지만 기껏 평정을 되찾은 마음에 돌 하나를 던져 넣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뭐가?!”


대꾸하던 목소리가 제대로 음을 이탈했다. 보컬이란 모름지기 평소 생활 습관도 좋은 노래를 위해 노력과 열정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저작권료로 상수역에 카페 3개를 오픈했다는 루머가 돌고 계시는 한강이무기님이 이 자리에 계셨다면 분명히 한 소리 했을 거다. 보컬이란 새끼가 성대 관리를 어떻게 해서 말할 때 삑사리를 내고 지랄이니, 돼지야?! 상상만으로도 귓가에 청가람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아서 은찬은 잠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부르르 털었다.
꿈이야. 내 착각인 게 분명해. 수없는 멘붕 끝에 은찬이 내린 결론은 그와 같았다.


“어, 어! 그렇지? 상관없지? 백건, 암만 그래도 그런 장난을 다 치고 있어. 진짠줄 알고 정말 놀랬잖아.”


웃는 소리가 저가 들어도 영 어색했다. 그래도 은찬은 끝까지 꿋꿋하게 웃으며 백건의 등짝을 퍽퍽 쳐댔다. 지금이 주차중이라서 천만다행이었다. 아니라면 어디에 갖다 박아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은찬과는 달리 백건의 표정이 영 뚱 했었다.


“장난이라니.”


되묻는 말투가 왠지 서늘했다. 은찬은 예전부터 눈치라면 꽤 빠른 편이었다. 화났다. 그런데 대체 왜 화를 내고 있는 지에 대해선 은찬도 알 길이 없었다.


“장난이잖아.”
“……”
“생각해봐. 너랑 내가 몇 년을 본 친구 사인데, 암만 술에 취한다고 그게 되겠어? 넌 나한테 꼴려? 아니잖아. 그냥 장난…”
“너 설마 지금, 없던 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웃으며 던지던 말허리가 뎅강 잘려 나갔다. 잘려 나간 말허리를 이어 붙이지 못한 것도 역시나 백건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차키를 잡아 뽑던 황금색 눈동자가 언짢은 듯 울컥 구겨졌다. 입술을 짓씹으며 백건은 기가 막힌 듯이 되물었다.


“주은찬 나랑 장난 하냐?”
“장난을 누가 하고 있는데 그래. 너잖아.”
“넌 이게 장난으로… 아니, 됐다. 말을 말자. 어?”
“삐쳤어?”
“아니.”


차갑게 대꾸하고 백건은 그 길로 문을 박차고 내렸다. 뒷좌석을 열고 제 기타만 꺼내서 덜렁 매더니만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지하에 있는 합주실 입구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펜더의 로고가 박혀 있던 뒷태에 은찬은 잠시 황망해졌다.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


“화를 왜 내냐니까. 백건. 빽건! 야, 빽!”


허겁지겁 기타를 챙겨 들고 뒤를 따라 내리면서도 은찬은 연거푸 백건을 불렀다. 백건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너른 등에 뻗어있던 백호만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사납게 포효하는 백호의 뒷태가 오늘따라 왜 그렇게 절묘하게 어울렸는지 모르겠다. 화났다. 분명히.


“…내가 뭘 어쨌는데, 대체.”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





♫ ♩ ♬



사소한 문제였다. 동시에 늘 있던 일이었다.


성인이 되던 2년 전 1월 1일 0시에 은찬과 함께 첫술을 나눠 마셨던 건 백건이었다. 합법적인 성인이 된 후부터 은찬은 백건과 즐겨 술을 마셨다. 백건이 아직 바이올린을 켜면서 음악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을 때에도, 은찬이 추천 입학까지 포기하고 아예 서울로 짐을 싸서 올라왔던 날에도 둘은 새벽이 저물도록 함께 취했을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라는 성별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또래 친구들이 그러하듯, 은찬은 백건과 어울리면 당연한 수순처럼 술을 마셨다.

딱히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술자리를 좋아하는 건 저보다는 백건이었고, 저보다 술이 약해 일찍 취하고 또 금방 깨기를 반복하면서도 백건은 은찬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걸 징그럽게도 좋아했다. 식구들한테도 못 할 얘기나 고민 같은 걸 풀어내기에도 술은 참 좋았다. 바이올린을 왜 켜는지 모르겠다면서 백건은 술에 취해 맘 약한 소리를 했고, 그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면서 괜히 갈비 한 점을 더 구워다 그 입에 먹여주었던 은찬은 밴드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소주잔과 백건을 동무 삼아 하소연을 했다. 속 편하게 뭔가를 욕하기에도, 바보처럼 취하기에도 스물 초입은 참 좋은 나이였다. 지금껏 둘이 함께 갈비와 꽃게를 곁들여 얼마나 많은 소주를 짝으로 없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주酒님과 함께 하는 것도 종교생활이라 부를 수 있다면, 백건과 은찬은 사이좋게 득도의 길을 걷고 있는 모범 신도였을 것이다. 술김에 백건과 함께 백호와 주작의 날개 타투를 사이 좋게 나눠 받았던 것처럼 은찬은 술만 마셨다 하면 항상 백건과 더불어 뭔가를 저지르고는 했다. 그제도,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도 그래왔을 것이다.


어제도 그 연장이었다.


합주가 끝날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술 얘기가 나왔고, 은찬은 그 전날에도 그랬던 것처럼 백건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상대적으로 술이 약한 백건은 이번에도 소주 반 병 단위로 취했다 깨기를 반복했고 은찬이 슬슬 술이 오른다 싶었을 땐 백건도 엉망진창으로 만취해 있었다. 그 채로 한 병을 더 시켰고, 가게를 나설 즈음엔 은찬도 제 몸을 똑바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이 얼근하게 올랐다. 굽이굽이 어지러운 홍대의 뒷길을 돌고 도는 동안 어깨동무를 하고 국민 트로트라던 무조건을 후렴구만 한 일곱 번 반복해서 불러댔더니 아스팔트가 나인지, 내가 아스팔트인지 천지분간이 안 가는 상태가 되었었다.

그 뒤부터는 기억이 드문드문 했다. 골목을 올라갔고, 붉은 벽돌이 익숙한 빌라의 계단 앞에서 은찬은 대차게 넘어졌다. 저도 취해서 몸도 못 가누는 주제에 친구랍시고 백건이 부축을 해줬는지 아니면 은찬 스스로 네 발로 기어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취방이 있는 3층까진 어찌저찌 올라갔던 기억이 났다. 오토록도 없는 낡은 현관문 앞에서 은찬은 한참 열쇠를 찾겠다고 뒤적거렸고, 그 꼴이 답답했는지 백건이 달려들어 은찬의 허리를 안고 주머니 속을 쑤셔댔었다. 열쇠가 없어 문을 못 연다는 것보다도 목덜미에 쏟아지던 숨결이 간지러워서 은찬은 내내 좋다고 웃어댔다. 유난히 현우보다도 은찬에게만 신경질적인 옆방의 여대생이 밤에 입 좀 닥쳐달라고 현관 앞에 포스트잇을 붙여놔도 이상하지 않을 법 했다.

열쇠는 없었고, 은찬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백건의 팔에 매달려 흐느적거렸고, 백건이 괜히 현관문을 걷어찼다. 다 꼬부라진 소리로 백건은 은찬을 대신해 동거인을 불러댔다. 민폐도 그런 민폐가 따로 없었다.


「야, 이 머리 시커먼, 짐승 새끼야. 문 제깍제깍 안 열지. 우리 마누라가, 들어가고 싶으시다잖아.」
「바보야, 푸흐, 뭐가, 마누라야.」
「12년이면, 시발, 야, 주은찬 존나, 내 애도 있어야, 되거던? 아, 문 열라고.」


거북이 같이 생긴 시키, 웃기게 생긴 시키. 아, 하여튼 맘에 안 드는 시키. 주은찬이랑 같은 침대 쓰는 시키. 꼬부라진 혀는 별별 소리를 다 쏟아냈고, 은찬은 배를 잡고 웃다가 아예 쓰러질 지경이었다. 드라마를 봐야한다며 합주 후에 일찍 돌아가 버린, 뉴욕 재즈신의 촉망 받던 베이시스트는 그럼에도 꿋꿋하게 눈을 뜨지 않았다. 선택지가 다음 항목으로 이동한 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존나, 쳐자라, 이 새끼야. 주은찬 내가 데리고 갈 거다.」


문이라도 따봐야겠다며 깨작거리던 은찬의 허리를 끌어안고 백건은 막무가내로 자리를 떠났다. 그때부턴 기억이 정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많이 마셨고, 안 그래도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속이 울렁거렸던 은찬은 합정역 사거리에 닿기도 전에 홍대 뒷골목 언저리에서 사고를 크게 쳤다. 속을 웩웩 게워 내는동안 백건은 친구를 위한 애정 어린 욕설을 담뿍 섞어 등을 두드려줬다. 술이 올랐고, 아마도 은찬 자신의 기억에 의거한다면, 그 자리에서 자겠다고 은찬은 길바닥에 드러누웠을 것이다.

그때 왠지 백건이 저를 업었던 것도 같았다. 업고, 합정역 사거리를 건너는 동안 백건이 웬 일로 노래를 다 했고, 은찬이 웃으면서 타박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못할 수가 있냐며 붉은 머리 보컬리스트는 타박을 했고, 취해서도 주둥이는 살았다며 다 잘났는데 노래 하나 못한다는 기타리스트는 하여튼 끝까지 꿋꿋하게 노래를 마저 불렀다. 이렇게 생겼으면 노래는 좀 못 해도 된다는 자기변명을 몇 마디 늘어놓던 사이에 합정동 부의 상징이라던 그 고급 멘션의 로비에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은찬을 업은 채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패드에 지문까지 꾹 눌러준 후에 백건은 엘리베이터를 탔고, 이제 무거우니 니가 걸으라면서 은찬을 훌쩍 제 등에서 내려놨다.


거기, 거기가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은찬은 그 대목의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었다. 분명히 엄청난 사고를 쳤던 것 같은데. 뒷머리가 아팠고, 입술이 쓸리던 촉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백건 멱살을 잡았던 것도 같고, 그대로 벽에다 밀어 붙이며 헛소리를 몇 마디 중얼거렸던 것도 같은데 어느 것 하나 기억나는 게 없었다.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잘려 나간 필름 대신 은찬에겐 제대로 붕괴된 멘탈만이 남았다. 훌쩍 벗고 누워 있던 제 12년지기 친구와 이미 볼 장 다 본 콘돔의 잔해와 함께.
이게 다 현우 때문이야. 생각을 삼키며 은찬은 괜히 기타 줄을 울컥 뜯었다. 손을 푼다는 핑계로 화풀이를 담아 핑거링을 하고 있다 문득 현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조차 은찬은 인지하지 못했다.


“너무 노골적으로 노려보는 거 아닙니까, 은찬공자.”
“어?”


베이스의 넥을 조이고 있던 현우가 불쑥 한 마디를 했다. 저도 모르게 쳐다봤던 모양이다. 깁슨의 넥을 쥐고 있던 날개 한 쌍이 움찔 떨었다. 아, 미안. 눈꼬리를 가라앉히며 사과를 던졌더니 현우가 짧게 혀를 쯧 찼다. 알만하다는 듯이.


“백건 공자 집에서 잤다고 저를 굉장히 원망하고 있는 것만 같은 얼굴이로군요. 너 때문에 새벽에 가을 바람 맞으면서 돌아다녔다, 왜 그렇게 잠이 많은 거냐, 이 현우 자식아. 라고 쓰여 있습니다만.”
“응, 근데 그건… 너 때문이 맞잖아. 현우야.”
“열쇠를 두고 간 건 공자지요. 그러게 누가 그렇게 늦게까지 마시라고 했습니까.”


일찍 자야 키 큽니다, 은찬 공자. 담담히 덧붙여오는 저 말에 화도 안 났다. 뻔뻔해서. 거긴 내 집이고, 너는 지금 사정이 있어 잠시 함께 사는 것뿐이잖아. 주객전도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를 위해서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이만한 하극상이 없었다.
그래, 애초에 열쇠를 잊어 먹은 내 탓이지. 내가 잘못했네. 한숨을 덧붙이며 은찬은 조율이 끝난 기타의 현을 가볍게 손끝으로 뜯었다. 떴다떴다 비행기로 가볍게 핑거링을 하면서 동시에 목을 가다듬었다. 10평 남짓 되는 합주실은 저마다 조율을 한답시고 튕겨대고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저만치에서 드럼 체어에 앉아 이펙터의 볼륨을 맞추고 있던 가람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선홍색 눈이 울컥 일그러졌다. 쓰고 있던 헤드폰까지 잡아 빼면서 가람은 영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뭐야?


“오늘따라 저 돼지는 왜 이렇게 조용해?”


저 돼지, 라는 말과 함께 현우와 은찬의 시선이 동시에 백건을 향해 움직였다. 이미 진작 세팅을 끝낸 기타를 배와 팔에 어설프게 끼워놓고, 백건은 한쪽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튜닝용 어플 위로 슥 엄지를 밀어 올리며 백건은 무심히 대답했다. 뭐.


“밥 굶었어? 왜 입을 닥치고 있어, 징그럽게?”
“어, 너도 좀 닥쳐. 시끄러우니까.”
“뭐, 이 새끼야!?”
“어, 가람아! 저기, 우리 어제 술 마셔서! 건이 어제 많이 취했었거든!”


스틱을 내던지기 전에 은찬이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백건과 청가람은 본래부터 상성부터 취향까지 전부 극과 극이었고, 그런 주제에 서로 시비 터는 건 참 즐겨서 싸웠다 하면 쉽게 끝내주는 법이 없었다. 멤버 넷이 기껏 제 시간에 모였는데 싸움이 붙어봐라, 1시간은 무슨. 아마 둘 중 하나가 결국 멱살을 잡고 박치기를 해서 상대를 기절시켜야 겨우 끝날 게 빤했다. 합주 끝날 때까지 끝나기는 해줄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다행스럽게도 싸움은 그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너 니 친구 때문에 항상 봐주는 줄 알아. 가람이 다시 체어에 주저앉으며 투덜거렸고, 그때에도 백건은 듣는 둥 마는 둥 영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평소와는 달랐다.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싸움을 말리겠다고 나섰던 은찬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테지만.


“무슨 술을 처먹어서 징그러운 호모 새끼 두 마리가 내외하고 자빠졌대?”
“…하하, 뭐, 호모는 아니지만.”


가람의 소회에 은찬은 쓰게 웃고 말았다. 그 불편한 공기의 이유조차 단박에 알아차린 탓이었다. 합주실에 들어올 때부터 백건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은찬은 언제나 눈치가 빨랐고, 백건은 언제나 제 기분에는 솔직했다. 아니, 사실 눈치가 없다고 해도 이 정도로 온도차가 나면 모를 수가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났다면 그건 저 때문이다. 어제부터 함께 있었으니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질렀나, 싶다가도 아침에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었다. 술에 취했고, 빌라 문이 잠겼고, 그래서 오랜만에 백건네 집에서 함께 잤고, 알람이 울렸고, 때문에 백건더러 일어나라고 그 덩치를 떠밀며 침대 위에서 옥신각신할 때에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문제가 생겼다면 그 다음이다. 은찬이 침대에서 내려오다 이미 사용이 끝난 젖은 콘돔을 짓밟고 멘탈이 처참하게 붕괴되기 시작하던 딱, 그 다음 타이밍.


어색해지는 건 당연하잖아. 놀라는 것도 당연하고. 따지고 보면 자기변명이었겠지만, 은찬은 그 이상 백건의 기분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지금껏 12년을 지내면서도 이런 때는 종종 있었다. 백건이 뭔가에 화가 난 듯 단단히 삐치고, 때문에 은찬과 말도 안 섞고선 저 혼자 팩 토라져 있는 그런 때라면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은찬은 답답했다. 눈치는 늘 빨랐다. 하지만 눈치가 빠르다고 해서 세상 모든 일을 전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건 언제나 백건이었다.
정말 저 속을 모르겠어. 생각하며 은찬은 소리 없는 한숨을 다시 한 번 집어 삼켰다. 조용히 튜닝에 열중하고 있던 현우가 베이스의 스트랩을 목에 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2년 지기 둘이 냉랭하거나 말거나 현우는 쿨하게 제 할 말을 뱉는 것으로 분위기를 가볍게 반전시켰다. 연습하죠.
그래, 연습이나 해야지. 마음이 쓰이면 이따 물어보면 된다. 백건이 토라지는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고, 토라진다고 해서 아예 사이가 틀어져본 적도 없었다. 그랬으면 아무리 참아준다고 해도 12년을 친구일 수 있었을까. 때문에 은찬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또 저러다 풀리겠지.


“주은찬, 노래!”


아무 일 아닐 거야. 생각을 삼키며 은찬은 매고 있던 기타의 넥을 다시 고쳐 잡았다. 펜더의 어쿠스틱 기타 위로 가볍게 핑거링을 하며 은찬은 이젠 손끝에 붙다시피한 익숙한 코드들을 가볍게 눌러 짚었다. 아직 드럼도, 베이스도, 메인이 될 기타 소리도 없는 전주를 리드하는 건 은찬이 손끝으로 튕기던 어쿠스틱 기타의 멜로디뿐이었다. 두 마디, 네 마디, 여덟 마디. 두 개의 코드를 반복해 짚으면서 은찬은 스탠딩 마이크 앞으로 한 발짝 다가붙었다. 손 안에 모자람도 없이 꼭 들어오던 기타의 넥이 오늘따라 유난히 신경 쓰였다. 어쩌면 아주 오래 전에 그 기타를 선물해주었던 사람이 떠올랐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해봤어― 오랬던 우리 옛 이야기, 철없던 한 시절의 노래처럼―”


드럼이, 베이스가, 또 메인이 될 일렉 기타의 멜로디가 동시에 쏟아졌다. 목 뒤가 따끔거렸다. 사과해야겠어. 은찬은 생각했다. 그래도 끝내 이유는 알지 못했다. 백건이 왜 화가 났는지, 왜 이렇게 분위기가 불편한 건지.





♫ ♩ ♬


합주가 잘 될 리가 없었다.


“주은찬, 이 빠가사리 새끼야!”


드럼 체어에서 스틱과 헤드폰이 동시에 날아올랐다. 쓰고 있던 헤드폰까지 와장창 집어 던지며 가람은 기어이 체어를 박차고 일어났다. 합주 중에 가람이 울컥 하는 광경이야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늘은 정말로 아무도 가람을 말리거나 반박하지 않았다. 그럴만 했다. 심지어 지적 당한 은찬 본인마저도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화를 낼만 했다. 오늘은.


“합주 2시간동안 대체 몇 번을 끊어 먹어. 뇌 없어? 술 처먹고 대갈빡 솜으로 업그레이드 했니?! 음 이탈은 왜 나고, 잘 부르다 목은 왜 막히고, 니가 쓴 가사는 대체 왜 까먹어!?”
“그게 어, … 미안.”


가람의 눈이 잠깐 커졌다 이내 말았다. 정말로 미안해. 마이크를 쥔 채로 은찬은 연거푸 사과했다. 미안한 거 아니까 다행이네. 짧게 툴툴거리고 가람은 은찬에게 되물었다. 왜 그래? 라고 했다.


“뭐가?”
“어디에 정신 뺐냐고 묻고 있잖아. 감기 걸렸어?”
“제가 봐도 은찬 공자 감기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습니까. 몸 관리를 그렇게 해서야.”


응, 너 때문이잖아. 그렇게 되받아 치는 대신 은찬은 손을 펼쳐 제 이마를 짚어봤다. 미열이 있었다. 어쩐지 머리가 무겁더라니. 생각하며 은찬은 저를 보던 가람과 현우를 보며 씩 웃었다. 괜찮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환절기라 그런가봐. 미안, 조금 쉬면 괜찮아질…”


말을 다 맺지 못한 건 등 뒤로 다가붙던 기척 때문이었다. 백건이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가 싶더니 백건은 그대로 은찬의 이마를 훌쩍 짚었다. 낯선 촉각에 은찬은 저도 모르게 흠칫 어깨를 떨었다. 어깨에 기타 스트랩을 건 채로 백건은 한 손으론 자기 이마를, 남은 한 손으로 은찬의 이마를 짚으며 무심히 말했다. 바보냐.


“감기 맞네.”


손 아래 놓여있던 이마가 뜨거웠다. 어지러웠다. 저도 모르게 손을 쳐냈던 건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은찬, 너 일단 약부터 먹…”


찰싹, 소리가 울렸다. 저도 모르게 백건의 손을 쳐놓고 은찬은 당황했다. 어라, 싶었다.


“어? 아니, 건아, 그게… 갑자기 만지니까 나도 놀라서!”
“너 혹시 아직도 신경 쓰이냐? 아침에? 그게?”


떠벌떠벌 늘어놓는 말이 저가 들어도 참 변명 같았다. 백건은 그조차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담담히 자르는 목소리에 비해 황금색 눈은 지나치게 솔직했다. 12년을 그래왔던 것처럼.
가슴이 철렁했다. 숨이 막혀서 은찬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주춤 물러섰다. 정말로 실수했다.


“넌 내가 진짜, 만만하지. 주은찬.”
“아냐. 건아,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주은찬 진짜 쓰레기네. 이거.”
“……”
“이래놓고 나랑 친구라고.”


그런 게 아니라는 소리를 은찬은 더는 하지 못했다. 말문이 막힌 탓이었다. 성대 안쪽이 따끔거렸다. 오늘따라 백건의 기분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화를 내는 것도 같았고, 아픈 호랑이 같기도 했다. 일렁이며 몇 번을 울컥거리다 백건이 끝내 제 입술을 질끈 씹으며 시선을 떼어냈다. 그 채로 백건은 매고 있던 기타부터 풀며 이렇게 말했다.


“나 간다.”


농담이 아니었다.


“뭐? 저 돼지가 미쳤… 야! 뭐하는 거야, 지금!”
“백건 공자, 아직 합주가!”


잡을 틈도 말릴 새도 없었다. 기타부터 풀어서 케이스에 넣는 걸 가람이 다짜고짜 쫓아가 어깨부터 붙잡았다. 그때에도 은찬은 그저 오도카니 서 있기만 했다. 열이 지끈거린 탓이었다. 어쩌면 당황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너 미쳤어? 합주 안 해? 이 돼지가 진짜 막 나가자는 거지, 지금?!”
“어, 열심히 해라.”
“뭐? 이 미친… 야, 백건! 주은찬, 뭐해! 안 말려?!”


잡는 가람의 팔을 가볍게 홱 떨쳐 놓고 백건은 그대로 합주실 문을 훌쩍 벗어났다. 순식간에 찬물이라도 끼얹은 것처럼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열린 문쪽을 황망히 바라보던 가람이 은찬을 홱 노려봤다. 부르는 소리에도 대꾸를 못했던 은찬이 그제야 시선을 알아채곤 움찔 했다. 어? 하고 되돌아오던 얼빠진 목소리에 가람의 눈썹이 다시 한 번 사납게 꿈틀거렸다. 갈색 더듬이가 용의 수염인 것마냥 곤두서 있었다.  아무래도 보통 화가 난 게 아닌 모양이었다.


“니들 싸웠어?”


낮았다. 동시에 서늘했다. 은찬은 그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슥 돌아가는 시선에 가람이 기가 막힌 듯 코웃음을 쳤다. 알만 하다는 듯이.


“싸웠네.”
“싸우진 않았어.”
“그럼 저 새끼 왜 저래?! 니네 어제 같이 있었다며. 술 먹다 사고라도 쳤어? 남자 새끼 둘이 키스라도 했니? 잤어? 아님 뭐야? 그거말고 백건이랑 주은찬이 이렇게 살벌할 이유가 뭔데, 대체?”
“……”
“잘 났다. 밴드가 애들 장난이야? 니네 소꿉놀이 하라고 우리가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은찬은 대꾸가 없었다. 할말이 없었던 탓이었다. 따지고 보면 가람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정말로 큰 실수를 했어. 화를 내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미안. 툭 뱉어낸 사과에 가람은 홱 눈을 들다 이내 한숨을 쉬었다. 가람은 그 이상 더 화를 내지는 않았다. 대신 현우가 불쑥 말을 걸었다. 은찬공자, 하고 불렀다.


“제가 나설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한테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
“나가봐야하는 거 아닙니까?”


현우는 잠자코 열린 문쪽을 가리켰다.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이름을 부를 필요는 없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쩌면 가슴이 철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갔다온다는 말도 없이 은찬은 허겁지겁 기타부터 내던지고 복도로 내달렸다. 다다닥 계단을 뛰어 오르는 발 소리를 들으며 현우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곁에 있던 가람이 쯧쯧 혀를 찼다. 안 봐도 빤하다는 듯이.


“잤네.”
“예, 드디어.”
“저것들은 초딩이 아닐까 몰라.”

“열 살에 처음 만났으니 정신 연령도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지요.”


유치해. 소회하며 가람은 픽 웃었다. 복도는 이제 쥐죽은 듯 조용했다.







♫ ♩ ♬


백건은 이미 복도에는 없었다. 지하 상가의 좁은 복도를 지나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뛰어오를 때에야 비로소 찾던 뒷머리가 보였다. 성큼성큼 계단을 걸어 오르는 백호의 뒷태와 펜더의 케이스는 뒤 한 번 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백건, 하고 이름을 불러도 들은 체 만 체였다. 계단을 두서넛 씩 건너 뛰어 오른 후에야 겨우 따라잡았다. 어깨를 잡았을 때에도 백건은 은찬을 돌아보지 않았다. 아무래도 보통 화가 난 게 아닌 모양이었다.


“백건, 잠깐.”
“둬. 갈 거니까.”
“얘기 좀 해.”
“아, 됐다고.”
“왜 화를 내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냐.”


한참 실랑이가 벌어졌다. 어깨를 잡았더니 팔을 쳐냈고, 오기에 케이스를 움켜 잡았더니 훌쩍 몸을 뺐다. 그 길로 백건은 훌쩍 계단을 벗어났다. 합주 내내 얌전히 서 있던 하얀색 벤츠 SLK 로드스터로 성큼성큼 걸어가 키를 빼는동안 은찬은 몇 번이고 백건의 이름을 불렀다. 연거푸 씹혀놓으니 부르는 소리도 당연히 고울 리가 없었다. 건아, 백건. 야, 빽건! 울컥 높인 소리 탓에 목 안쪽이 또 한 번 따끔하게 울렸다. 어깨에 오스스 한기가 돋았다. 아무래도 정말 감기가 오려는 모양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백건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제발, 어? 건아. 잠깐만.”


급하게 달려가 팔부터 다시 움켜 잡았다. 반쯤 달래듯이 말한 덕분인지 이번엔 효과가 있었다. 운전석을 열던 백건이 우뚝 멈췄다. 반쯤 열어두었던 운전석 문을 다시 밀어 닫으며 백건은 그제야 은찬을 돌아봤다. 뭐. 씹듯이 뱉던 그 말에, 서늘하게 가라앉던 황금색 눈동자에 은찬은 딱 감을 잡았다. 진짜로 화났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얘기 좀 하자고 했잖아. 왜 화가 났는지는 말해줘야 사과도 할 거 아냐.”
“어, 사과할 거 없어.”
“건아.”
“신경 끄고 가라고. 얼굴 보기 싫으니까.”
“아, 백건, 쫌!”


결국 큰소리가 터졌다. 꽥 지른 소리에 백건이 울컥 콧날을 구기며 은찬을 흘깃 돌아봤다. 그땐 이미 은찬도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참아주는 것도, 이해해주는 것도 언제나 백건보다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할말을 참아본 적은 없었다.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은찬이 백건을 올려보며 물었다. 저가 들어도 그다지 상냥하지는 못한 목소리였다.


“너 대체 왜 그래?”
“어, 니 얼굴만 봐도 열 받거든. 곱게 보내줄 때 가라, 어?”
“협박하듯이 말하지마. 너한테 그런 소리 들을 이유 없어. 화내는 건 너잖아.”
“이게 협박으로 들리냐? 주은찬 진짜 큰일이다. 아, 가라고.”
“왜 화났는지 말해. 그때까지 안 가.”
“주은찬.”
“왜 화난 건지 이유를 알아야 사과라도 할 거 아냐.”
“넌 씨발 내가!… 아니, 됐다. 말을 말자.”


뱉던 말꼬리를 질근 씹으면서 백건은 기타 케이스를 고쳐 잡았다. 놓으라는 말도 없이 은찬의 손부터 무심히 쳐놓고 백건은 다시 차 쪽으로 돌아섰다. 닫았던 문을 잡아 당기려고 할 때 은찬이 저도 모르게 또 한 번 백건을 멈춰 세웠다. 어깨를 잡았다. 이번엔 저도 제대로 화를 내볼 생각이었다. 할 수 있다면 그랬을 것이다.


“너 진짜 나한테 왜 이…”
“아, 씨발, 주은찬, 진짜! 작작하라고!”


버럭 소리가 터졌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터진 소리에 은찬은 순간 우뚝 굳었다. 아니, 굳은 건 그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씹듯이 말을 뱉은 것과 동시에 어깨를 잡아챘던 손목을 역으로 붙잡혔다. 단숨에 자세가 뒤집혔다. 으스러질 듯 움켜쥐며 백건은 그대로 은찬을 제 차쪽으로 밀어 붙였다. 뒷머리가 아릿하게 울렸다. 놓으라는 말도, 아픔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 채로 입술이 부딪쳤다. 아니, 씹혔다는 표현이 훨씬 더 어울렸을 것이다.


“잠, 백건, 이게 무, 으웁,!”


아랫입술을 씹으며 거침없이 속을 헤집었다. 아픔 탓에 반사적으로 벌어졌던 입술 틈을 힘껏 쑤실 때 은찬이 저도 모르게 펄쩍 뛰었다. 하지말라던 말도, 놓으라던 말도 모두 소리가 되어 맺히지도 못했다. 피하려고 돌아가는 턱 끝을 힘껏 움켜쥐며, 퍼덕이던 손목을 부술 듯이 짓누르며 백건은 끝내 은찬을 쉽게 놔주지는 않았다. 그 채로 몇 번을 각도를 바꿔가며 키스했다. 뜨거웠다. 어지러웠다. 잡힌 채로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 스르르 힘이 빠져 나갔다. 욕을 할 기운조차 없었다. 눈가가 시큰거렸다. 이런 키스는 처음이었다. 이런 이상한 키스. 이런 아프고, 근지럽고, 이상한 키스는.


“……”


한참 후에야 입술이 츕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은찬은 조용했다. 걷어차지도, 욕을 한 것도 아니었다. 미동도 없이 덜컥 열린 진붉은 눈을 보며 백건은 그때에도 웃지 않았다. 황금색 눈이 또 한 번 울컥 일그러졌다.


“왜. 이래도 거짓말 같냐?”


가슴이 철렁했다.


“니 친구가 너한테 발기해서 쑤셨을 거라는 게 넌, 씨발, 다 장난 같냐고.”
“건아. 난…”
“장난 아니라고. 안 취했다고, 나는. 술 다 깼다고. 맨 정신이었다고. 왜, 다 말 해줄까, 어? 니가 어제 나한테 뭐랬는지. 어차피 필름도 끊긴 거 다 말해줘? 좋아한다며. 키스하고 싶다며.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백건이랑 사고라도 치게 여자로 태어날 걸 그랬다고. 씨발, 나는 발정난 개새끼처럼 들떠서, 너한테 키스하고!”
“……”
“니가 뭔데 사람을 갖고 놀아.”


한 마디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입술이 딱 붙은 것만 같았다. 감기 기운이 있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은찬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지러웠다. 숨이 막혔다. 질끈 입술을 짓씹으며 백건이 은찬의 손목을 울컥 쥐었다. 술김에 은찬을 끌고 가 백호 문신을 새겼던 그 손이었다. 그날 은찬은 싸게 해준다는 소리에 괜히 혹해서 백건과 나란히 누워 같은 타투이스트에게 시술을 받았었다. 오래도록 바이올린을 켰던, 이제는 기타를 치는 손은 마디가 굵고 투박했다. 내려보는 눈길에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은찬은 끝내 물었다.


“왜?”


백건은 대답이 없었다. 잡힌 손목에 새겨져 있을 날개 한쌍이 욱신거렸다. 데일 듯 뜨거웠다. 그 뜨거움이 벅차서, 숨이 막혀서, 낯설어서 웃음이 나왔다. 픽 웃음이 샜다.


“갖고 논 적 없어. 애초에 네가 나랑 잘 수 있을 리가 없잖…”
“있어.”
“……”
“좋아하니까.”


돌 하나가 쿵, 했다. 가슴에 걸려있던 돌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혼란스러웠다. 말문이 막혔다. 말이 막힌 은찬을 대신해 백건이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왠지 슬펐다.


“좋아해, 주은찬.”


또 한 번 쿵, 했다. 철렁했다. 빌고 싶은 기분이었다. 거짓말 하지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그래서 했어. 술김에 한 거 아니라고, 좋아서 했다고.”
“……”
“넌 이걸 기어이 이딴 상황에서 들어야 성이 풀리지.”


가. 씹듯이 뱉으며 백건은 그대로 쥐고 있던 손목을 풀었다. 귀찮다는 듯 차에 기대 있던 은찬의 어깨를 잡고 훌쩍 떼어냈다. 운전석을 열고 시동을 거는 동안에도 은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멍했다. 어지러웠던 탓이었다. 그러다 벤츠의 하얀 차체가 후진을 할 때에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이름을 불러볼 사이도 없이 벤츠는 그대로 좁은 골목길 틈으로 사라졌다. 헛웃음이 비실비실 터졌다. 속이 상했다. 하지만 가슴만큼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왔… 뭐야, 왜 혼자 와?”


합주는 그 길로 흐지부지 끝이 났다. 왜 너 혼자 오냐고, 백건은 어쨌냐며 달려들던 가람은 은찬의 얼굴을 보며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현우가 같이 인사동에 가지 않겠냐고 권하던 말에도 은찬은 웃으며 그저 머리를 흔들었다. 쉴래, 아무래도 감기가 좀 심해진 것 같아.
그 길로 은찬은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나왔을 때 몸은 으슬으슬했고, 입맛도 별로 돌지 않아 은찬은 그대로 침대로 파고 들었다. 눈을 붙이기에 세상은 아직 너무 밝았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뒤척이던 사이 열은 더 올랐고, 그러다 어느 틈엔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목이 너무 따끔거려 참지 못해 일어났을 때에 이미 해는 져 있었다. 현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빈 어둠 속에서 끔벅이던 건 수신된 메시지가 있음을 알려주던 핸드폰의 액정 뿐이었다. 백건, 이라던 이름에 황급히 열어본 메시지는 참 간결했다. 그리고 참 차가웠다.

당분간 연락하지마. 씹질 하고 싶은 거 아니면.

메시지 창을 느리게 문지르며 은찬은 푸스스 웃었다. 우스웠다. 왠지 자꾸 웃음이 났다. 열이 오른 눈가가 따끔거렸다. 그것도 다 감기 때문일 거라고, 은찬은 생각했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것도, 눈가가 간질거리는 것도. 가슴이 아픈 것도. 건아, 네가 보고 싶은 것도.


“…절교가 이런 기분이구나.”


외로웠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 ♬



도저히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세상이 뜨거웠다.


“38.5도.”
“…감기네.”
“예, 완벽하게.”


체온계를 바라보며 현우는 짧게 대꾸했다. 원룸 벽에 걸려있던 시계는 이제 막 아침 10시를 지나서던 참이었다. 체온계를 대충 던져 넣고 울러맨 백팩의 끈을 잡아 당기며 현우가 끌끌 혀를 찼다. 그때에도 여전히 은찬은 침대 속에 있었다.


“공연 일주일 앞두고 잘하는 짓입니다. 공자 같은 사람을 두고 뭐라고 하는 줄 아십니까? 등신. 천하의 상등신.”
“응, 너까지 가람이랑 똑같은 소리 하지 말아줄래. 현우야…”
“어쩔 겁니까. 내일까진 저도 집에 없어요. 아, 물론 있다고 해도 간호 같은 거 안 해줄 겁니다.”
“…나도 안 바라거든.”


현우한테 간호를 받는다니, 차라리 뱀독이 감기에 좋다는 적도 부근 어느 섬 원주민의 민간요법이 백만 배는 더 신뢰가 갔다. 간호 받다 홧병이나 나지 않으면 다행이지. 물론 이 얘기를 은찬은 농담으로도 꺼내놓지 않았다. 현우라면 정말로 나으라고 뱀을 잡아와서 풀어놓을지 몰랐다. 그러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어쨌거나.

같은 멤버이자 저희 밴드의 보컬이며 합법적으로 이 집의 공과금과 월세를 다달이 지불하고 있는 동거인에 대해 현우는 애초부터 큰 관심이 없었다. 감기 옮는다면서 웬 일로 하나뿐인 침대까지 벗어나 방바닥에 자리를 펴고 잤던 현우는 이미 외출 준비를 전부 끝낸 상태였다. 즐겨 입는 한복 스타일의 상의 대신 오늘은 대장금의 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종영한 지가 억만 년인데 저런 건 대체 어디에서 구했는지 은찬은 잠시 궁금해졌다. 그러다 주섬주섬 신발을 챙겨 신고 있던 현우의 얼굴에 아 싶었다.


“전주에 한옥 홈스테이 간댔지. 참.”
“예, 비빔밥이랑 한정식 먹을 겁니다.”
“응, 올 때 메로나.”
“환자가 무슨 아이스크림입니까? 감기 나을 생각이나 하시지요. 밥 먹기 힘들면 가람 공자 부르시든가요.”
“그랬다간 청가람이 날 죽일 거야.”
“그러라고 부르라는 겁니다. 공자 정신 좀 차리라고. 아픈 보컬한텐 매가 약입니다.”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은찬의 투정 섞인 소리에도 현우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쉬어요. 짧은 인사와 함께 현우는 그대로 현관을 닫고 나갔다. 옆집 아가씨와 마주친 모양인지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가 이내 멀어졌다. 집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핸드폰 알림 한 번 울리지 않았다.


“…진짜 조용하다.”


비척비척 돌아누우면서 은찬은 핸드폰의 액정을 확인했다. 하루 저녁을 꼬박 잠들어 있던 것치고 핸드폰은 조용했다. 고객님 가을맞이 세일 중이니 들러보시라는 에디터 샵의 광고문자와 핸드폰 바꿀 때가 되셨다는 스팸 몇 통, 깁슨 새 모델 들어왔으니 구경 한 번 와보라는 단골 악기점의 사장님이 보낸 메시지가 전부였다. 엄지를 몇 번 왔다갔다 문지르자 화면에 떠 있던 숫자마저 사라졌다. 액정은 텅 비었다. 그만큼 마음도 휑 했다. 메신저는 여전히 어제 저녁에 도착한 톡이 맨 윗줄에 떠 있었다. 당분간 연락하지마.


“…백건 보고 싶다.”


아파서 그래. 이불 속을 파고들며 은찬은 몇 번이고 그렇게 생각했다. 어지러웠다. 어깨가 으슬으슬 떨렸다. 분명 감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을은 너무 추웠다.




♫ ♩ ♬


되고 싶은 게 없었다. 어릴 땐 그랬었다. 꿈이라는 단어는 은찬에게 너무 무거웠다. 꿈은 그저 장래희망을 공란으로 내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바꿔 끼우는 장난감의 건전지 같은 거였다.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잘 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성적은 언제나 딱 중간, 운동실력도 딱 평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면 포지션은 항상 수비수였고, 과학 경진 대회나 수학 올림피아드 같은 곳은 은찬에겐 남의 얘기였다. 선생님은 학기마다 통지표에 성실하고, 성격이 좋고, 교우 관계가 원만하다고 평 해주었고 착한 어린이상과 개근상 외엔 대단한 상장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 책도 종종 읽고 글은 곧잘 썼던 것 같지만 역시 상을 받을만큼 잘 쓰지는 못 했고, 확실히 책상머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는 데엔 어릴 때부터 늘 소질이 없었다. 아빠나 엄마는 은찬의 성적을 두고 한 번도 나무라지 않았지만 명절 때마다 주변 어른들은 은찬의 성적이나 학교생활을 득달 같이 물어대곤 했다. 건강하게 자라주면 됐지, 뭘 더 바라겠어요. 엄마의 말에 집안 어른들은 은찬을 측은한 눈길로 훑어보며 이처럼 소회했었다.


그래, 은찬이는 성격이 참 좋으니까.


못 하는 건 없었다. 그렇다고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성적도, 운동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재주도 늘 애매하게 중간이었다. 때문에 은찬은 한 번도 장래희망을 진심으로 적어본 적이 없었다. 유치원 땐 소방관이었고 초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선생님, 의사, 과학자, 대통령 등 참 다양하게도 적었었다. 하필 그런 직업들을 적어낸 이유는 딴 게 없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직업군이었기 때문이었다.


난 잘 하는 게 없어.


어린 은찬은 늘 그렇게 생각했다. 열 살의 여름, 참 묘하게 생긴 가방을 들고 다니던 제 또래의 어떤 녀석과 친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을 것이다.


「주은찬이 잘 하는 게 왜 없어.」


먼저 말을 걸었던 것도, 친구가 되자고 했던 것도 은찬이었다. 태어나서 먼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것도 아마 그 녀석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저와 동갑이었던 녀석은 어린 제 눈에도 참 근사하게 생겼었다. 빚은 듯이 놓여있던 오똑한 콧날이며 점 하나 없는 하얀 피부에 달님처럼 반짝이던 눈동자까지 은찬은 뭐 하나 부럽지 않은 게 없었다. 부럽고, 좋았고, 멋져 보여서 저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친해지고 싶어서. 분명히 웃기는 놈이라고 생각할 거야, 거절당할 거야. 그렇게 생각했던 오해치고 녀석은 꽤 담담히 저를 받아 줬다.

그 가방에는 뭐가 들었어? 호기심에 묻던 은찬에게 녀석은 케이스를 열어 바이올린을 보여주었고, 은찬은 한참을 신기하다고 감탄을 했다. 황금색 눈동자는 그때에도 영 뚱했다. 웃는 법도 모르는 듯이 뚱한 눈동자는 제 바이올린을 신기하다고 살펴보던 은찬의 붉은 머리를 내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 갈래? 그리곤 괜히 시선을 슥 피하면서 덧붙였다. 친해지고 싶다며.


그때부터 틈만 나면 붙어 다녔다. 서로 인생에 있어서는 최초의 친구나 다름이 없었다. 누구와도 무난하게 지냈지만 딱 그 정도였던 은찬에게도 녀석은 인생 최초로 무엇이건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였었다. 남자애들 둘이 여자애들마냥 딱 붙어 다닌다고 어른들은 둘을 참 신기하게 여겼었다. 뭐를 해도 함께 했고, 뭘 즐겨도 함께 즐기면서 둘은 함께 자랐다. 은찬에게 처음으로 잘하는 게 있다고 알려준 것도 그 녀석이었다.


「내가? 잘해? 에이, 설마. 난 너랑 달라. 너야말로 잘 하는 게 많잖아. 바이올린도 잘 치고, 피아노도 잘 치고, 운동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잘 생겼고…」
「어, 그건 당연한 거고.」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그래도 난 노래는 못 해.」


못하는 게 하나 없던 녀석이 단 한 가지 못하던 게 있었다면, 그건 노래였다. 바이올린이건 피아노건 무슨 악기를 던져줘도 10분이면 음계를 찾아낸다던, 소위 음악 신동이었던 녀석은 희한하게도 노래는 끔찍이도 못 불렀다. 변성기를 넘기면서 톤이 낮아진 목소리는 은찬이 듣기에도 근사했건만 저 목소리로, 저 음악적 재능으로 대체 왜 저토록 끔찍하게 음치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때문인지 시도 때도 없이 은찬에게 노래를 해보라고 시켰다. 녀석의 앞에서 저도 모르게 아빠의 애창곡을 흥얼흥얼 거렸던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바이올린을 켜고 있어 반은 강제적으로 듣고 있던 온갖 클래식 곡 외에 녀석은 세상 어떤 노래에도 관심이 없었다. 동방신기가 무슨 무협지의 이름이냐고 진지하게 되묻던 얼굴에  은찬은 한동안 말을 잃었었나. 그래도 은찬에게 무언가를 잘 한다고 명확하게 짚어준 건 오로지 그 녀석뿐이었다. 열에 아홉을 모두 잘한다는 백건이 곧 죽어도 못한다던 그 유일한 한 가지는 오래지 않아 은찬이 열에 하나 가장 잘하는 특기가 되었다.


「야, 넌 나중에 노래하는 사람 돼라. 아깝잖아.」
「에이, 그렇게는 잘 못 한다니까.」
「왜. 나는 세상에서 주은찬만큼 노래 잘하는 사람 못 봤는데.」
「……」
「나 이런 소리 아무한테나 안 해.」


그때부터 은찬의 하루하루가 바빠졌다. 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들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던 아빠와 엄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은찬의 이야기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꿈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칭찬 받을 일이라고 말해준 건 아빠였고, 엄마는 하나 뿐인 아들이 노래를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영 걱정인 모양이었다. 세상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참 많아, 은찬아. 꿈이 선뜻 이뤄지지 않아서 상처를 받게 되면 어떻게 하니? 때문에 은찬은 열심히 했다. 한 번도 자진해서 나가본 적이 없던 소풍 장기자랑에서 은찬은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다음은 전교, 그 다음은 구에서 열린 노래자랑 대회였다. 아빠와 엄마 앞에서 2등이라는 우수상을 탔고, 1등은 대학 시절에 밴드에서 보컬을 했었다던 아저씨가 받아갔다. 엄마는 그때부터 아들의 꿈에 대해서 어떤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통지표에는 성격이 좋다는 말 대신 다른 문구가 하나 더 추가 되었다. 노래를 정말로 잘 함.

은찬은 그 후로도 노래를 곧잘 했다. 잘 하는 게 생기니 즐거웠고, 즐거워서 자주 불렀다. 시 단위의 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고, 친척 형과 누나들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즐겨 부르게 됐다. 사람들은 은찬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시 대회에서 은찬에게 직접 대상을 주었던 심사위원장은 은찬의 노래를 이렇게 정리했다. 대단한 기교를 부리는 것도, 음색이 굉장히 독특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기교가 없는 대신 깔끔했고, 고왔고, 음역이 넓으면서도 그 음을 유지하는 성량이 있다. 우리는 10년 후에 대한민국을 주름잡고 있을 보컬리스트의 첫 데뷔 무대를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은찬은 제 친구와 어울려, 제 친구가 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는 게 역시 가장 즐거웠다. 좋은 시절은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은찬은 너무 어렸다.


「은찬아, 아무래도 이제 건이는 못 볼 것 같아. 아빠 대전으로 발령 받으셨어.」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은찬은 전교생 앞에서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펑펑 울었다. 강당은 울음바다가 되었다. 저 아이 목소리는 심금을 울린다며, 왜 쟤가 우니까 나도 따라 울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눈시울을 붉혔었다. 정든 학교와 이별을 하는 게 서운해서 울었던 건 아니었다. 하루 일찍 졸업을 하고, 꽃다발을 안고서 아빠와 엄마와 함께 앉아 있던 제 친구 때문이었다. 아빠는 이제 곧 친구와 헤어져서 대전으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했다. 졸업식이 끝나고도 울음은 도저히 멎지를 않았다. 녀석은 엉엉 우는 은찬의 손을 그저 말없이 꼭 잡아 쥐었다. 그래놓고는 괜한 타박을 줬을 것이다. 바보냐?


「이민을 가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대전이 뭘 얼마나 멀다고 울어. 눈은 지 머리색처럼 벌겋게 해가지고.」
「그치만 건아, 헤어지는 거 싫어. 너랑 헤어지기 싫어.」
「헤어지긴 누가 헤어져. 놀러오면 되잖아.」
「……」
「우리 엄마 아는 사람이 보컬 트레이너인가 뭔가인데, 너 노래 제대로 배워볼 생각 없냐고 그러더라. 서울시 청소년 가요제에서 노래하는 거 봤는데 한 번 가르쳐보고 싶다고.」


며칠 후에 은찬은 대전으로 이사를 갔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부임 발령 탓에 은찬은 본래 배정 받았던 중학교 대신 친구 하나 없던 대전의 낯선 중학교에서 입학식을 했다. 그래도 은찬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사춘기는 참 바쁘게 지나갔다. 용돈을 모아 기타를 샀고, 주말이면 서울에 올라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웠다. 같은 트레이너에게서 배우는 형, 누나들은 은찬에게 어느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보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솔로를 준비해보든지, 아니면 지금부터 연습생으로 들어가 아이돌이 되든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은찬은 늘 껄끄러웠다. 싫었다. 막연히 밴드를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노래라는 재능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발견해준 녀석. 너 연주하는 모양새가 웃긴다며 빼앗아 쳤던 기타가 자기보다도 훨씬 발군이라 괜히 열 받던 그 대단한 녀석. 사춘기에 접어들며 살짝 웃돌던 키는 잡을 수도 없이 훌쩍 커버렸고 가끔은 은찬도 이유 없이 두근거릴 정도로 녀석은 남자의 태를 풀풀 풍겼다. 소녀시대는 여성시대 짭퉁 같은 거냐는 소리나 할 줄 알던 녀석은 그래도 은찬의 노래만큼은 단 한 번도 끊는 법 없이 끝까지 들어줬다. 아는 사람 통해 싸게 샀다며 툭 내밀던 기타가 은찬의 작은 손에 꼭 맞았던 것처럼.
그렇게 12년을 보냈다. 그게 너무 당연해서 은찬은 한 번도 깊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너는 왜 내 생일에 기타를 선물했는지. 재미 있어 보인다는 핑계로 왜 내 곁에서 기타를 함께 치기 시작했는지. 독일에는 왜 안 간 건지. 바이올린은 왜 그만둔 건지. 너는 대체 왜 내 노래를 그렇게까지 좋아했었는지. 넌 왜 그렇게 나에 대해선 좋아하는 게 많았던 건지. 왜 그렇게 날,


좋아하는 건지.


생각했을 때 눈이 번쩍 열렸다. 열 때문에 몽롱했던 머리에 찬물이라도 쏟아진 것 같았다. 푸스스 웃음이 터졌다. 말도 안돼. 정말, 진짜로 말이 안돼.


“…진심이었어.”


장난이 아니었다니. 좋아한다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니. 또 한 번 머리가 욱신거렸다. 퉁퉁 부어있던 목 안쪽이 유난히도 따끔했다. 아니, 가슴이 따끔거렸다. 심장이 근질거렸다.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던 눈매가 울컥 일그러졌다. 현우가 옳았다. 정말로 큰 실수를 했다. 백건에게.


“미안, 건아.”


웃음이 났다. 바보 같아서, 너무 우스워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열에 취해 무거운 머리를 꾸무적 꾸무적 베개 위로 뉘이면서 은찬은 핸드폰을 열었다. 메신저 앱을 켜는 손가락 끝이 뜨끈뜨끈 했다. 한때는 매일 맨 첫줄에 올라 있었던 견딜 수가 없어서, 참을 수가 없어서. 미끄러지는 손끝으로 겨우 몇 마디를 느리게 찍었다. 건아.

보고 싶어.


“난 진짜 등신인가봐.”


푸스스 웃음이 터졌다. 한심해서 참을 수 없었다. 그래도 보고 싶었다. 네가 없는 밤이었다.
외로웠다.




♫ ♩ ♬



눈을 떴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


“……”


눈이 떠진 건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던 노크 소리 때문이었다. 아직 열은 가시지 않았고, 머리는 여전히 무거웠다. 누구지. 집주인인가, 아니면 옆집 아가씬가. 어제는 별로 시끄럽게 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생각하며 은찬은 반사적으로 벽 쪽을 향해 돌아누웠다. 현우더러 좀 나가보라며 등을 떠밀겠다고 내민 손끝에 잡히는 건 단정하게 개켜져 있던 이불과 빈 베개뿐이었다. 맞다, 어제부터 현우 없었지, 참. 알바비도 꽤 모였으니 전주 한옥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할 거라고, 백팩을 봇짐처럼 울러 매고 해맑게 웃던 현우의 얼굴이 그제야 은찬은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돌아온다면 아무래도 오늘 저녁쯤이겠지만, 어쨌거나.
노크 소리는 집요했다. 심지어 조금씩 볼륨이 더 고조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노크소리뿐이었던 기척은 점점 더 거세고 커져갔다. 저 문을 두드리는 주인의 성질이 아무래도 보통 성질머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내가 아는 놈 중에도 저런 놈 하나 있는데, 백건이라고. 12년동안 줄곧 지켜봐왔던 짧은 인내심에 대해 떠올리며 은찬은 잠결에도 푸스스 웃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번쩍 눈이 열렸다. 바로 그 백건이란 이름이 문제였다.
그제야 잠에 취해 보냈던 문자 생각이 났다.


건아, 보고 싶어, 정말로, 엄청.


누워있던 붉은 머리가 용수철처럼 튕겨 올랐다. 트레이닝 바지를 급하게 꿰어 입으면서 하마터면 침대에서 굴러떨어질 뻔도 했다. 방은 은찬이 침대 속으로 들어가기 전보다는 훨씬 희망적이었다. 가끔 저를 끌고 인사동 투어를 돌거나 뜬금없이 민속촌에 가자고 고집을 부리기는 해도 현우는 뒷정리에 대해서는 저보다도 깔끔했다. 살림 재주는 꽝이고, 빨래를 돌린다고 나서면 멀쩡했던 세탁기를 부수는 재주가 탁월한 녀석이기는 했어도.
덕분에 은찬은 어렵지 않게 의식을 잃기 전에 벗어던졌던 옷가지들을 급하게 꿰어 입을 수 있었다. 트레이닝 바지에 티셔츠를 꿰어 입는 동안에도 바깥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옆집에서 또 타박 주려나. 괜한 걱정을 삼키며 은찬은 그제야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을 찍어대고 있던 하얀 주먹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햇살을 등지고 비닐봉투 하나를 덜렁 걸고 서있던 황금색 눈이 옅게 일그러졌다. 그 익숙한 얼굴에 은찬은 겸연쩍게 웃었다. 예상했던 바였다.


정말로 백건이었다니.


“등신이냐?”


들어오라며 훌쩍 현관문을 열어주었더니 첫 마디가 이런 식이었다. 아, 예, 등신입니다. 12년을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받아주고 은찬은 문 앞에서 주춤 물러섰다.


“목소리는 말짱하네.”


그래도 저희 밴드 보컬이란 자각은 있는 모양인지 백건은 그것부터 먼저 확인했다.


“좀 잤더니 풀렸어.”
“열은.”
“열도 좀 내린 것 같고.”


그냥 감기잖아. 덧붙이며 은찬은 웃었다. 그것보다는 백건의 팔목에 걸려 있던 비닐봉투 쪽이 훨씬 더 신경 쓰였다.


“웬 거야?”


슬쩍 가리키며 물었더니 백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꾸 없이 제 집인 듯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왔다. 제 팔목에 걸려있던 봉투를 빼다 식탁 쪽에 대충 던질 때 유리병이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잠깐 났었나. 그래놓곤 물을 새도 없이 은찬의 이마부터 덥석 짚었다. 바이올린을 오래 켰다는, 자기 친구 때문에 취미로 시작한 기타 실력마저 신이 내렸다던 천재의 손은 미열이 남은 이마를 덥석 짚어보기에도 모자람이 없었다. 이마를 가볍게 덮는 커다란 손에 은찬이 잠깐 뒤로 주춤 반걸음을 물러섰다. 백건이 또 한 번 눈 끝을 울컥 구겼다. 아무래도 또 뭔가가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열 내렸다며.”
“어? 어어, 내렸는데.”
“내리긴 뭘 내려. 뜨거운데.”
“이 정도는 그냥 미열이잖아. 괜찮아. 목소리도 좋아졌고…”


웃으며, 은찬은 제 이마를 짚고 있던 백건의 손을 슬그머니 피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조차도 백건 때문이었다.


“주은찬 신기하네. 왜 더 뜨거워져.”


머리를 짚고, 남은 손으로 은찬의 허리를 감아 안은 채로 백건이 말했다. 너무 가까웠다. 코앞에서 쏟아지던 숨결이 어지러워서, 은찬은 슬쩍 눈을 피하며 대꾸했다. 나도 몰라. 그래도 손을 피하지는 않았다. 아직 뜨겁네. 우물우물 말을 삼키며 백건은 이마를 짚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뺨이 홧홧했다.


“왜 왔어?”
“못 생긴 주은찬 임종 보러.”


하여튼 잘 나가다 헛발길질 하는 건 여전했다. 아, 예, 그러시겠죠. 익숙하고 무심하게 대답하고, 은찬은 백건이 던져둔 봉투 속을 뒤적거렸다. 봉투 속에서 가짓수도 다 셀 수 없을 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이건 약을 사온 건지, 약국을 털어온 건지. 우습기도 하고 조금 고맙기도 해서 은찬은 옅게 소리 내어 웃었다. 웃다가, 기침을 했다. 콜록콜록 연거푸 터지는 기침에 머리가 징 울렸다. 그러다 덥썩 백건이 뒷목을 잡았다. 그 채로 백건은 은찬을 반쯤은 막무가내로 침대 쪽으로 질질 끌며 말했다. 이 환자 새끼가.


“누워.”
“눕다니, 조금 전까지 계속 누워 있었어.”
“너 내일까지 안 나으면 청가람 쨍알쨍알 시끄러워.”
“괜찮다니까.”
“누우라고, 깔기 전에.”


협박 같은 소리에 은찬이 얌전히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이조차도 괜히 12년지기가 아닌 탓이었겠지만. 그래도 이 상황이 왠지 재미있어서 자꾸 웃음이 났다. 웃다 보면, 기침이 났다. 웃음과 기침이 한 데 섞인 괴이한 소리를 켁켁 내고 있었더니 백건이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아, 더럽게 시끄럽네. 울컥 짜증을 쏟아놓고 백건은 잽싸게 튀어 냉장고를 열었다. 뭘 부스럭거리는가 싶더니 백건은 오래지 않아 생수와 약을 들고 침대로 돌아왔다. 먹으라고 대뜸 입에다 약부터 쑤셔 넣고 생수부터 들려주면서도 백건은 연신 툴툴거렸다. 투박했다. 때문에 풉 웃음이 났다.


“뭐야, 왜 웃어?”
“아니, 그냥…”


니가 귀여워서. 한편으론 참 별일이다 싶기도 했다. 아프니까 이런 호사를 다 누렸다. 너희 집에서 알면 기절을 하겠지. 은찬은 귀엽다는 말도, 나 아직 빈속이라 약 먹으면 안 된다는 소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은찬은 백건이 먹여준 것들을 잠자코 삼켰다. 느리게 목울대를 밀고 있으려니 백건이 아예 다리를 올리며 침대 위에 와 앉았다. 자. 마개를 연 생수를 물려주며 백건은 어설프게 은찬의 턱 밑을 손으로 받쳐주었다. 달아올랐던 열이 한층 가라앉았다. 아까보단 한결 나았다. 숨통이 트였다.


“갑자기 왜 왔어?”


불쑥 물었더니 백건이 대답에 앞서 눈을 울컥 구겼다. 생수병을 저리 치우면서 백건은 무심히 대꾸했다. 임종을 보러 왔다거나 시체를 치우러 왔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보고 싶다며.”


목구멍을 타고 미끄러지던 알약들이 덜그럭 소리를 냈다. 다시 한 번 목 안쪽이 울렁거렸다.


“주은찬이 보고 싶대서 왔는데.”
“착하네.”
“이제 알았냐?”


황금색 눈이 씩 쪼개며 웃었다. 그래놓곤 대뜸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은찬의 몸을 툭 밀었다.


“안으로 들어가.”
“왜?”
“눕게.”
“좁아.”
“이 좁은 데서 현우 새끼랑은 잘만 눕고 난 왜 안돼.”
“니 몸이 더….”


크다고 뱉어내던 소리가 우물우물 혀 밑으로 사라졌다. 말 허리를 뎅강 잘라낸 건 이번에도 백건이었다. 훌쩍 뻗어온 팔로 은찬의 머리와 베개 사이를 쑤시며 백건이 바싹 몸을 붙여왔다. 반쯤 앉은 가슴팍에 졸지에 얼굴이 묻혔다. 이제 좀 낫네. 팔베개인지, 아니면 그냥 자기 몸에 은찬을 퍼즐처럼 끼워 맞춰놓았는지 알 수 없는 자세를 해놓고도 백건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귀가 뜨거웠다. 심장 소리에 고막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꾸물꾸물 고개를 돌렸더니 백건이 홱 뒷머리를 잡아왔다.


“어딜 또 도망가. 머리 이쪽으로 돌려.”
“답답해서 숨을 못 쉬겠어.”
“그럼 입만 내놓으면 되잖아.”
“머리가 너무 뜨거워. 그냥 나 일어나면 안될까?”
“어, 안돼. 확 묶는다.”


말도 안 되는 고집이었다. 고집이야 어릴 적부터 셌지만 이번에도 은찬은 고집의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귀가 시끄러웠다. 백건 가슴 뛰네. 어질어질한 머리로 귀를 기울여보다 은찬은 또 한 번 푸스스 웃었다. 왜 웃어. 백건이 물었다. 은찬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옛날 생각 나서.”
“무슨 옛날 생각.”
“초등학교 때 너랑 나랑 경복궁 가려다 길 잃고 헤맸을 때가 떠올라서.”


왜 그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덧붙인 말에 백건은 말이 없었다. 잠자코 들어주기만 했다.


“너랑 나랑 위로 가야되는데 아래로 가버려서… 얘기하다가 저 밑에까지 걸어갔었잖아. 정신 차려보니까 여기가 탑골 공원이라고 할아버지들이 알려주고. 그땐 거기가 인사동인지, 안국동인지 아무 것도 몰랐었어. 저기 저 낡아 빠진 상가가 낙원인지 천국인지도 모르고.”


무서웠어. 덧붙이며 은찬이 몸을 웅크렸다. 그땐 그랬다. 나이가 두 자리가 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었던 어린 꼬마들에게 낙원상가는 어둡고 칙칙하고 습했다. 게임에서 중간보스급이 머무는 아지트 정도쯤으로 여겨졌었다. 길에서 부채를 팔던 할아버지가 연신 둘을 흘끔거렸고, 관광객들이 알 수 없는 말을 외쳐가며 달려들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괴상했던 것은 커다란 가방을 짊어지고 낡은 상가를 들락거리던 형형색색의 머리칼과 손등에 덕지덕지 타투를 달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생각하니 또 웃음이 푸스스 터졌다. 역시 열 때문이라고 은찬은 생각했다.


“거기가 악기 상가인 것도 알고, 매고 있는 게 악기인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몰라. 난 그때까지 너말곤 뭘 연주하는 사람을 제대로 본 적도 없었어. 너보다 큰 가방 매고 다닌다고 신기하댔더니 니가 그랬잖아. 저거 기타라고. 막대기로 켜는 게 아니라 손으로 이렇게 퉁퉁 치는 거라고.”
“……”
“그때 니가 그랬었잖아. 나는 절대로 저런 기타 치는 사람 안할 거라고. 저런 음악 하는 사람 하기 싫다고.”
“…기억 안 나는데.”
“그랬어. 건아. 열한 살, 3월 31일날에.”


전날은 네 생일이었고, 우리는 종일 함께 있었다. 생일 때문은 아니었다. 무슨 마음 때문이었는지 너는 3월 30일이 다 저물어갈 무렵까지도 생일이라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랐었나 싶다.


“백건.”
“어.”
“왜 해?”
“뭘.”
“나랑 밴드.”
“……”
“왜 같이 하는 거야?”


백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꾸 없이 한참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다 사라진 대답처럼 까슬한 손끝이 은찬의 뺨을 스쳤다. 그 기척에 은찬이 저도 모르게 움찔 떨었다. 슬며시 입술이 닿았다. 짧게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맞춘 백건도, 졸지에 입을 뺏긴 은찬도. 열에 들떠 있던 진붉은 눈이 옅게 일렁였다. 떨리다, 울컥 일그러졌다. 백건이 그 눈가를 엄지 끝으로 가만히 문질렀다. 다시 한 번 입술이 부딪쳤다. 열이 올랐고, 숨이 막혔고, 그래서 은찬은 핑계처럼 입술을 열었다. 혀가 얽혔다. 이번에는 좀 더 길었다. 뜨거웠다.


“왜?”
“주은찬 감기 옮겨가주려고.”
“옮긴다고 낫는 거 아냐. 그리고 건아. 아직 대답 못 들었어.”
“……”
“왜 나랑 밴드 같이 하는 거야?”
“그럼 넌 왜 나랑 같이 하는데.”


은찬이 움찔 했다. 생각지도 못한 역공이었다. 되물을 줄은 몰랐다. 백건이 잠자코 은찬을 내려다 봤다. 눈가를 문지르던 손이 버릇인 것처럼 은찬의 머리칼을 만지작 거리며 다시 물었다.


“넌 노래 왜 하는데.”


은찬이 주춤거리며 대답했다. 네가 말해줘서.


“백건이 잘 한다고 말해줘서.”
“그럼 밴드는.”
“백건이 같이 한다고 해주니까.”
“……”
“혼자, 불편하게 노래하지 않아도 되니까.”
“……”
“아, 그렇구나.”


울컥 했다. 코끝이 근지러웠다. 너무 많은 말들이 동시에 튀어나와서 혀끝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백건, 나는, 건아, 나는. 감기 탓에 목소리는 꽉 막혀서 엉망진창이었다. 어버버 헤매는 말을 백건은 성급하게 잡아채지 않았다. 무심히 머리를 헤집어 주고 백건은 미끄러져 있던 이불을 끌어다 은찬의 어깨를 덮어주며 말했다.


“자라, 헛소리 그만 하고.”
“……”
“여기 계속 있을 테니까.”


마음이 놓였다. 응. 약에 취한 고개를 느릿느릿 끄덕이며 은찬은 대답했다. 이불 속에 푹 파묻힌 채로 은찬은 웅얼거렸다.


“내일도… 같이 하면 좋겠다….”
“자라고, 이 환자야.”
“백건이랑, 다 같이… 계속, 공연하고, 앨범 내고…”


독일 가던 비행기를 돌려놓은 당사자가 말은 잘한다. 왠지 그런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어? 하고 되물었을 때 백건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라. 덧붙이며 무심히 뒷머리를 툭 치며 헤집었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잠이 소르륵 쏟아졌다. 오랜만에 달게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따뜻했다. 그리고 참,


“자. 깨워줄 테니까.”


좋았다.






♫ ♩ ♬


꿈을 꿨다.


날이 좋았다. 여름이었나, 가을이었나. 하늘은 유난히 높았고, 저 너머에서 강물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앞에서 불쑥 말이 터졌다. 못 보던, 아니, 익숙하게 알고 있던 꼬마가 서 있었다. 색 밝은 머리칼이 바람결에 한들거렸다. 황금색 눈동자가 한낮의 태양처럼 반짝였다.


「니가 나 없는 데서 노래는 할 수 있냐?」


열 살 백건이 그렇게 말했다. 나비넥타이를 하고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거리는 꼬마의 얼굴에 은찬은 풉 웃음이 났다. 하여튼 이때나 지금이나 넌 진짜 밉살스러워. 미운데, 미운 적이 없었다. 미워도 너는 언제나 멋있었어. 마음이 상하는지 꼬마 백건이 황금색 눈 끝을 울컥 구겼다. 그러나 이내 씩 입꼬리를 밀어 올리며 웃었다. 은찬아, 하고 불렀다. 꿈속에서 그 건방진 열 살 꼬마가.


「못 생긴 주은찬이 노래라도 잘 해서 다행이네.」
「백건, 너 아무리 꿈속이라지만…」
「나랑 같이 할 게 생겨서.」


푸스스 터지던 웃음결이 일순 뚝 멈췄다. 꿈인데도 뒤통수가 아팠다. 잊고 있던 뭔가가 뒷머리를 세게 후려친 것처럼 별이 번쩍 했다. 기시감이었다. 그래,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어. 아주 어렸을 때, 백건이 그렇게 말했었다. 노래 잘해서 다행이라고, 그러니까 노래 더 열심히 하라고, 더 잘 하라고.


「열심히 해. 나중에 커서 나랑 같이 음악하게.」


왜? 라고 열 살짜리 주은찬은 그렇게 물었었다. 스물두 살 주은찬은 왜? 냐고 묻질 못했다.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꿈을 꾸는 스물두 살의 주은찬이 묻지 않은 질문을 열 살의 백건은 알아서 받아주었다. 의기양양하던 황금색 눈동자가 슬그머니 시선을 떨어뜨렸다. 시선을 피하며 너는 그때처럼, 그 열 살 어느 날의 한강에서 그랬던 것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난 노래하는 주은찬이 좋으니까.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어.


「그러니까 못 생긴 주은찬도 노래 더 열심히 해서 나랑… 뭐냐. 너 울어?」
「……」
「아, 뭔데. 주은찬 왜 울어!」


말해주지 않았다면 울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거다. 울면서도 은찬은 자꾸 웃음이 났다. 꿈인데, 꿈속인데. 다 컸으면서 왜 울어! 열 살 꼬마 백건이 꽥 소리를 질렀다. 귀가  온통 시뻘겠다. 생각해보면 백건은 어릴 때에도, 다 자란 지금에도 은찬이 울 때마다 달래는 법을 몰랐다. 달래기는커녕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래도 이젠 그것조차 은찬은 서운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한 번도 서운해 한 적은 없어. 화를 내면서도 백건은 항상 자리는 피하지 않았었다. 짜증난다고 말은 하면서도 두고 가지는 않았다. 언제나 함께였다. 항상 늘 곁에 있었다.


그걸 몰랐었다.


「건아, 나 진짜 바본가봐.」
「그걸 이제 알았어? 야, 울지마. 다 커놓고 왜 울어!」
「그냥. 좀 울고 싶어서. 울컥해서. 마음이 괜히 간질 거려서.」
「……」
「고마워, 건아.」
「뭐가.」
「나도 네가 참 좋아.」


그렇게 말했을 때 꿈속의 너는 웃었던가. 아니면 얼굴을 붉혔던가.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이제는 네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청춘이었다. 아니,


「…기적.」


꿈은 그쯤에서 끝이 났다.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낯익은 천장이었다. 주변은 온통 어두웠다. 그 사이 해가 졌나. 생각하며 은찬은 느린 눈을 끔벅끔벅 했다. 그러다 불쑥 말이 터졌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았다.


“좋아해, 건아.”


빈 어둠 속에서 움찔 떠는 기척이 느껴졌다. 백건은 대답이 없었다. 그새 잠들었나? 생각에 은찬은 슬그머니 눈을 굴려 제 옆에 누워있던 백건을 쳐다보았다. 백건은 잠들어 있지 않았다. 황금색 눈동자가 천장을 향해 느리게 끔벅끔벅 했다. 그러다 한참만에 커다란 손이 은찬의 머리 위로 툭 떨어졌다. 진붉은 색 머리칼을 무심히 헤집으며 백건이 담담히 대꾸했다.


“바보냐. 그걸 이제 알게.”
“……”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고.”


응, 너 잘났어, 진짜. 그런 비아냥까지 하지 못했던 건 그때 백건이 웃었기 때문이었다. 눈 끝을 접으며 드물게도 부드럽게 웃어줬던 탓이었다. 그 얼굴이 쓸데없이 근사했다. 12년을 어떻게 한결 같이 이렇게 잘 생기고 멋질 수가 있지, 이 이기적인 새끼는. 그게 억울해서 은찬은 괜히 이불 속으로 푹 파고들었다. 뺨이 홧홧했다. 귀가 녹을 듯이 뜨거웠다. 가슴이 뛰었다. 부서질 것처럼 뛰는 심장소리가 시끄러워서 은찬은 슬며시 눈을 내려 감았다. 그때에도 백건은 여전히 은찬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다. 평소에는 짓궂기만 한 그 손이 오늘따라 참 따뜻했다. 너만큼이나 참 좋았었다. 좋아서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좋아해, 건아.”
“알아.”
“정말로 좋아해.”
“안다고. 바보냐.”


이불 속에 파묻혀 있던 몸이 부스스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반쯤 들어 올린 몸을 가만히 굽혀오며 백건이 은찬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은 자리가 타는 듯이 뜨거웠다. 감기 같았다. 도저히 가실 줄을 모르는 감기 같은, 청춘이었다.


“난 주은찬말곤 아무도 좋아해본 적이 없거든.”
“……”
“자. 깨워줄 테니까.”


응, 하고 은찬은 짧게 대답했다. 창밖에서 옅게 귀뚜라미 소리가 울렸다. 가을이었다.






♫ ♩ ♬



조용한 합주실에 꽥 소리가 터졌다.


“잘들 놀고 자빠졌네.”


드럼 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붉은 머리가, 또 색 밝은 머리가 불쑥 눈을 들었다. 같은 악보를 내려보던 포즈도, 돌아오는 각도도, 앞머리가 흘러내린다고 앞머리에 찔러놓았던 붉은 핀과 하얀 핀도, 하나씩 사이 좋게 품에 나눠끼고 있던 기타까지도 꼭 짝을 맞춘 것만 같았다. 차이점이라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 입고 있던 옷 뿐이었다. 하얀 머리핀을 찔러 놓은 붉은 머리가 푸스스 웃었고, 붉은 핀을 찔러놓았던 색 밝은 머리가 대답 대신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그 모습에 저만치에 털푸덕 주저앉아 베이스를 튜닝하고 있던 현우가 쯧쯧 혀를 찼다.


“백건 공자, 감기로군요.”


백건도, 주은찬도 말이 없었다. 또 희한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둘을 보며 가람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기가 딱 막힌다는 듯이.


“그러게? 주은찬은 감기는 다 나았다면서 목이 쉬고?”

“제가 전주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감기 걸린 건 은찬 공자 쪽이었는데 말입니다.”
“참 별 일이 다 있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돼지들아?”
“어, 내가 주은찬이랑 떡을 쳤…”
“으아아악, 가람아! 술! 술 먹었어, 술!”


머리보다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다짜고짜 백건의 입부터 틀어막고 황급히 변명했더니 가람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받았다.


“술? 술이라고 했어, 지금?! 이 미친 새끼들이?”
“쉬면 나아! 쉬면! 응, 쉬면 나을 거니까!”
“넌 지금 쉬면 낫는다는 소리가 나오니, 돼지야? 다음 주 공연은 어쩔 건데. 야, 감기는 떨어졌다면서 대체 밤에 뭘 하고 자빠져서 목이 다 쉬었…”
“아, 되게 쨍알 대네. 그럼 내가 주은찬 대신 부르던가.”


툭 끼어든 목소리에 가람과 은찬, 심지어 관심도 없던 현우의 시선까지 한 번에 백건을 향해 또르륵 굴러갔다. 짠다 해도 그렇게 똑같은 얼굴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짠 것처럼 입을 떡 벌리고 있는 현우와 은찬을 대신해 가람이 입을 열었다. 너 뭐라고 했어요, 씨발놈아?


“무슨 미친 농담을 하고 있는 거야, 저 새끼는!? 니 노래가 그게 사람 노래니? 돼지새끼 멱을 따도 한참을 따는 새끼가 지금 뭐래, 대체!?”
“가람공자!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습니까! 돼지한테 사과하시지요!”
“저기, 얘들아. 아무리 백건 노래가 최악이어도 그건 좀…”
“이게 말이야, 방구야. 주은찬 제 정신이야!? 쟨 최악 정도가 아니거든?!”


던진 건 백건인데 불똥은 편을 들었다는 죄로 은찬을 향해 튀었다. 은찬의 멱살까지 잡아가며 가람은 죽일 듯이 달려 들었고, 그 곁에서 드물게 현우까지 말이 안 된다며 난리가 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건은 이번에도 역시나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아, 뭐래. 시끄럽게. 툭 뱉은 소리에 갑자기 현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백건의 멱살을 있는 힘껏 틀어쥐며 낮게 속삭였다.


“진심으로 부탁하는데, 백건 공자. 노래 부르면 죽여 버릴 겁니다.”


정말로 진심이었다. 아, 뭐. 어쩌라고. 백호 마스크 속에서 백건이 괜히 투덜거렸다. 이번에도 은근슬쩍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건 은찬이었다. 슬며시 현우와 백건을 떼어놓으며 은찬이 말했다. 괜찮아. 그리고는 백건을 향해 눈끝을 접어 웃었다. 괜찮을 거야, 정말로. 백호 마스크 위에 놓여있던 황금색 눈동자가 픽 웃었다. 마스크를 끌어내리며 백건이 가볍게 덧붙였다. 어, 정말로.


“어떻게든 되겠지.”
“응, 어떻게든.”
“이 정도로 노래 못하면 그게 주은찬이냐?”
“뭐야. 며칠 전까지는 둘이 아주 절교할 것처럼 굴더니? 무슨 일 있었어?”


은찬은 대답 하지 않았다. 여전히 백건과 눈을 맞춘 채로 은찬은 대답 없이 웃었다. 마주 웃는 얼굴에 가람이 잠깐 질린 얼굴을 했다.


“너희 설마 둘이…”


아니, 아니다. 딴지를 거는가 싶던 가람이 어물어물 말꼬리를 흐렸다. 가람은 그 이상 둘에게 뭔가를 묻지 않고 다시 드럼 체어로 돌아갔다. 왜? 하고 은찬은 물었지만 가람은 대답이 없었다. 은찬이 잠깐 어깨를 으쓱했다. 왁자지껄 떠들썩 했던 합주실은 다시 한 번 조용해졌다. 가람은 헤드폰을 쓰고 곁에 놓아둔 맥북의 재생 버튼을 눌렀고, 현우는 베이스를 튕기며 익히 알려진 재즈 넘버 중 하나인 Take 5의 멜로디를 연주했다. 낯익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은찬은 다시 자세를 고쳐 앉다,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황금색 눈동자를 은찬은 한참 말없이 빤히 들여다봤다. 앞머리에 찔러넣은 핀도 우습지 않아서 외려 우스웠던가. 왜. 백건이 소리 없이 되물었다. 악보 쪽으로 눈을 떨어뜨리며 은찬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좋아서.”
“좋을 것도 많네.”
“너라서 그러는 거잖아.”


너라서, 나는 뭐든 그랬어. 그런 소리까지 은찬은 구태여 입밖으로 끄집어 내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랬다. 말하지 않아도 너는 알고 있을 테니까. 구구절절 설명하기에는 이미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너를 보면서 뛰는 이 심장의 기척이 무슨 이름을 가지고 있는 지는 사실 잘 모른다. 몰라도 괜찮겠다고, 은찬은 생각했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이렇게 바보처럼 노래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너로 인해 꿈이란 걸 찾아냈던 그 어린 날처럼.
괜찮을 거야. 분명히 네가 있어 난 괜찮을 거야.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황금색 눈동자가 씩 웃었다. 그 얼굴이 쓸데없이 근사해서 은찬은 다시 코드 기보로 눈을 떨어뜨렸다. 잡지 못한 말이 입술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건아, 하자 백건이 어, 했다.


“내일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걱정도 팔자다. 또 쓸데 없는 소리 하지, 주은찬.”
“……”
“갈 거면 진작 갔어. 이 겁많은 참새야.”


그러니까 나 좀 책임지시지. 장난처럼 덧붙은 말에 은찬은 웃었던가, 아니면 귀끝이 붉어졌을까. 가슴이 뛰었다. 그래도 못내 네가 좋았다. 청춘이라고, 은찬은 생각했다.


“기적이지.”
“응.”


정말로, 청춘이었다. (*)







~ 끝




사실 이게 아니라 다른 글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아 그건 킵해놓고 이걸 공개해봅니다.... 본래 재판도 안 하고, 책으로 낸 글은 다시 어디 잘 올리지도 않는데ㅠ.ㅠ.ㅠ.ㅠ.ㅠ.ㅠ 이 글은 시리즈 한 세트였고, 이제 2년이 지났고, 더불어 저한테도 넘 의미가 큰 글이라 슥 이렇게 올려봅니다.. 생각해보면 청언 쓰면서 얻은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ㅠ_ㅠ/// 마침 글 중에 건이 생일 얘기도 있고 해서 ㅎㅎㅎㅎ 무튼!!

버릇은 버릇이라고 또 3월 30일이 되어 놓으니 뭐라도 해주고 싶어서 자꾸 손꾸락은 근질거리고... 애들이 보고 싶고.... 눈물이 나고... 울컥하고... 하는 걸 보니 제가 정말 이 소년들을 많이 아끼긴 했었나 봅니다ㅠ_ㅠ_ㅠ_ㅠ 물론 지금도 아껴요.. 주기적으로 발작하고 있어요 너무 보고 싶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건찬ㅠㅠㅠㅠㅠㅠㅠㅠㅎ ㅏ 사랑했어...... 얼른 작가님 건강 회복하시고 휴재 끝나면 좋겠습니다ㅠ.ㅠ.ㅠ.ㅠ.ㅠ 그럼 다시 예전처럼 머리 풀고 달릴 것......


그럼 저는 다시 일을 하러... 건아, 사랑해. 생일 축하해. 전우주에서 가장 멋지고 근사한 소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
  • 루카님앓는중입니다 2017.06.29 00:42
    ㅇ ㅏㅜㅠㅠㅠ루카ㅏ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엉 사랑햏요ㅜㅜㅜㅜ루카님과 같은 컾링을 판다는ㄴ거 자체가 넘나 영광입니다 흑ㅎ극ㅎ극흑ㅎ극 캇데쿠도 그렇고 건찬도 그렇고 ㅜㅜㅜㅜ저는 무슨 복이있어서 루카님과 같은 취향인걸까요 ㅡㅎ긓긓ㄱ 넘 행복해요ㅜㅜㅜㅜㅜㅜㅜ루카님과 같은 취향이라 요캇타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멜팅 2017.07.29 00:57
    스크롤바 크기 실화인가요...? 게다가 글도 고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 2017.08.12 03:16 SECRET

    "비밀글입니다."

  • 달군씨 2017.09.18 22:09 SECRET

    "비밀글입니다."

  • 루카님 사랑해요 2018.11.23 01:07 SECRET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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