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다락, 둥굴레차! BBS

* 여러분 한글날입니다 (경건)
* 사랑하는 내새끼 생일이라 다섯 달만에 힘내보는 건찬
* 재벌가 도련님 주은찬이 생일 자축으로 미남 줍는 이야기
* 약간 수위 있을 듯 말 듯 합니다.
* 우리 은찬이 생일 축하해ㅠㅠㅠㅠㅠㅠㅠㅠ♥♥♥♥♥♥♥♥♥♥♥♥



BGM / Ed Sheeran <Sing>


http://youtu.be/o9Y6irYBlRY








글쎄, 아마 너는






9th


백건주은찬에게, 루카가 씁니다.






한글의 가장 우수한 점은 나와 국적이 같은 상대와 섹스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라고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내가 태어나 자란 나라의 언어라는 건 꽤 메리트가 있다. I love you가 아니라 널 사랑한다는 말, Tropo bella가 아니라 당신 얼굴이 참 예쁘다는 말, 今天晚上有时间라는 말 대신 오늘 밤에 시간은 어떠냐고 묻는 말을 꺼낼 때 좀 더 편한 건 사실이다. 모국어란 게 흔히 그렇잖아. 물론 그렇다고 상대의 국적을 따져가며 만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연애와 섹스에 한해서는 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범세계적 박애주의자이고 싶은 사람이니까.
일단 나는 바텐더가 내밀어준 오늘 밤의 첫잔부터 비워보기로 했다. 오늘은 한글날이고, 더불어 일요일이다. 벽에 걸린 시계가 막 6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 깜박 잊었는데 내 생일은 한글날이다. 10월 9일.

강남에서도 가장 물이 좋다던 신사동 어느 호텔의 클럽은 내가 처음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오던 순간부터 단 한 번도 트랙을 멈추지 않았다. 지하 두 개 층을 다 터놓은 클럽의 위층 난간에 기대서서 나는 데킬라 샷을 훌쩍 기울이며 잠깐 아래층 스테이지를 내려다보았다. 몇 번 케이블의 음악채널에서도 자주 얼굴을 보였던 DJ가 트랙을 돌리고 사람들은 춤을 추거나 말을 걸거나 가볍게 몸을 부비거나 핸드폰을 서로 잠시 교환하고 돌려주거나 하고 있었다.
나는 달큰함이 맴돌던 입술을 쓰게 한 번 씹었다. 오늘은 저기 섞여 놀만한 기분은 아니었다. 왜냐면 나는 지금 있어야 할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온, 위기의 도망자니까.

오늘 이 호텔의 1층 리셉션 홀에서는 대한민국 10대 기업 (주)피닉스 인더스트리의 적법한 후계자가 될 한 도련님의 생일 파티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물론 내 얘기다.

내가 왜 잘 지내던 뉴욕에서 패션경영학 대학원 진학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점에 귀국 당했는지, 세 번째 결혼에도 실패한 큰 이모는 왜 슬하에 자식이 하나 없었던 건지, 왜 이런 시대에 주작그룹은 아직도 핏줄에게 경영권을 대물림해주는 구세대적인 경영구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생략한다. 너무 복잡하니까. 중요한 건 나는 재벌가 도련님이니 후계자니 하는 말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란 사실이다.
세 딸 중 둘째로 태어나 외갓집 일이라면 치를 떨었던 엄마는 내가 주작그룹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기를 원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나를 뉴욕으로 유학 보냈던 것도 아마 이 탓이 컸을 거다. 결정적으로 이건 엄마의 실수였다. 외갓집은 물론이고 엄마의 통제마저도 사라진 뉴욕에서 나는 공부보다도 자유롭고 방종한 연애와 구속 없는 라이프 스타일에 일찍 눈을 떴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나는 이미 속물이었다. 올초에 불쑥 뉴욕 아파트로 나에게 찾아온 큰 이모가 한국행 편도 비행 티켓과 주작그룹의 주식 현황 등이 포함된 복잡하고 따분한 서류뭉치를 던져주었을 때에 엄마와 상의도 없이 귀국을 결정한 것도 그 탓이었다. 10월 9일까지 한국에서의 생활에 터치하지 않겠다는 조건과 더불어 이모는 내게 이미 내 명의로 돌려놓은 한남동 U빌리지의 복층빌라와 그란카브리올레의 차키를 내밀어 주었다.

“아, 카시트 갈아야하는데.”

한국에 돌아와 주차장에 서있던 새붉은 그란카브리올레부터 가장 먼저 시승했던 그날, 나는 이태원의 칵테일 바에서 우연히 만난 아가씨와 새벽이 저물도록 이 차의 우수하고 튼튼한 카시트의 성능에 대해 확인했다. 큰 이모는 내가 어떻게 살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10월 9일, 나를 위한 생일파티에서 얼굴을 제대로 알린 후에 10월 10일, 피닉스 인더스트리 본사로 제대로 출근만 한다면. 

그러니까 오늘은 내게 보장되어 있는 마지막 자유의 날인 셈이었다. 큰이모는 일찍부터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지만 나는 어쩌면 내 인생의 최후가 될지도 모를 자유의 날을 그런 식으로 따분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파티 내내 이름도 모를 따분한 어른들에게 방글방글 웃으며 코르셋 같은 턱시도로 내 몸과 정신을 혹사시키는 그런 건 너무 가혹하잖아. 내 몸을 혹사시켜도 좋은 건 오로지 섹스뿐이다. 게다가 오늘은 한글날인데.

나는 10월 9일에 태어났다. 바텐더가 두 번째 데킬라 샷을 내밀었다.

사실 생일날 클럽에 혼자 오는 것만큼 쓸쓸하고 적적한 일은 없다. 나는 이런 외로움에 별로 익숙한 타입이 아니었다. 연락할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핸드폰을 뒤져보다 나는 진작 전원을 꺼버렸다. 큰 이모가 갓 귀국한 나에게 이 핸드폰을 내밀어 주었을 때부터 대포폰을 따로 두고 있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다. 내 삶에 간섭하지 않았을 뿐이지 큰 이모는 언제나 수많은 수단들을 통해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게 자신이 내게 베풀어준 것들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혹시 내가 다른 맘을 먹고 다시 뉴욕으로 튈까봐 장치를 만들어둔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큰 이모는 내가 어제 가로수길에서 만났던 남자 둘과 W 호텔의 야경을 온몸으로 감상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겠지. 집이야 이사하면 그만이고, 핸드폰이야 새로 하나 더 개통하면 될 일이지만 반나절도 안 돼 들통 나서 해지 당할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모험을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게 장점이겠지만, 하하.”

가볍게 웃으면서 나는 잔을 다시 입술로 기울였다. 집 얘기만 나오면 아들을 진짜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치를 떠는 엄마와 달리 나는 꽤 융통성 있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리고 이모에게 못이기는 척 받았던 마세라티 그란 카브리올레와 U빌리지의 풍광 좋은 복층 빌라가 있는 한 나는 내일, 아무 문제없이 9시면 피닉스 인더스트리 본사로 출근할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봐주세요, 큰이모. 그때까지 이 정도 일탈쯤이야, 뭐, 괜찮잖아요. 다만 어릴 적부터 나를 우리 엄마보다도 아껴주었던 막내이모에게는 조금 미안했다.

막내이모는 오늘 파티에서 내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었다.

백호그룹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싶었다. 피닉스 인더스트리 그룹의 막내딸이 백호그룹의 부사장과 결혼한 사이라는 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피닉스 인더스트리라는 이름을 검색만 해도 연관 검색어로 결혼과 더불어 백호그룹 부사장 백훈이라는 이름이 딸려 나올 테니까.
대기업들 사이의 흔한 정치적이고 사업적인 결합이라는 이 결혼식에 나는 참석하지 못 했다. 공항으로 가던 길에 사소한 사건이 벌어진 탓이었다. 그러니까 반쯤 재미로 꼬셔서 하룻밤을 엔조이했던 남자가 기어이 뉴욕 소호의 내 아파트로 찾아와, 역시 하룻밤을 엔조이하고 내 침대 위에서 브래지어의 끈을 채우고 있던 스페인 아가씨와 내게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데이트폭력으로 오해한 이웃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두하며 드라마로만 보던 뉴욕시의 경찰서를 내 눈으로 확인하며 하루를 보내야 했던 그런 소소한 일. 그 때문에 나는 막내이모와 결혼해 이제는 내게 이모부가 되었을 그 백훈이란 부사장도, 그밖에 다른 백호그룹의 식솔들도 보지 못 했다. 미남이라는 건 알고 있다. 백호그룹의 장녀이자 대한민국 남성들의 영원한 이상형이라는 배우 백은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막내이모가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나는 백은을 떠올렸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만난다면 누나라고 부르게 되겠지만, 어쨌건 일단 백호그룹에서 제일 대중적으로 유명한 이름인 탓이었다. 올해 찍은 영화 두 편 모두 500만을 넘었다거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의 MC라는 트로피는 일단 차치하고, 서래마을에서 브런치를 먹다 먼발치에서 얼핏 본 적은 있었다. 아, 어쩌면 그런 얼굴에 약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미인이었다. 역시 그런 얼굴에 나는 좀 약한 편이긴 했지만.
이 취향에 한해서 나는 제법 까다로웠다. 결혼보단 연애가 좋고, 엔조이에 성별을 가리는 건 우스운 일인 나는 내 자신이 상당한 박애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미인에게 좀 더 마음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기왕이면 조금 더 예쁘고 근사한 게 좋다. 그러고 보니 남동생이 있다고도 들었던 것 같은데.

두 번째 데킬라는 이제 텅 비었다. 슬슬 움직여도 좋을 타이밍이었다.

빈 잔을 대충 바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제야 나는 기댔던 등을 뗐다. 벽에 걸린 시계는 딱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피닉스 그룹의 후계자 주은찬 도련님의 스물여덟 번째 생일파티가 시작되었어야 할, 바로 그 시간이다. 평소에도 간이 약해 주치의를 가장 끈질기게 괴롭힌다는 큰 이모가 뒷목을 잡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다 그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자, 그럼 이제.

나는 뚜벅뚜벅 걸어 난간 쪽에 등을 기대며 섰다. 호텔 로비로 통하는 입구 앞이었다. 다섯 걸음 정도 앞에 서서 저 입구가 열리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왜냐면 오늘은 10월의 아홉 번째 날이니까.

지금부터 저 문을 아홉 번째로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내게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클럽에서 헌팅 하는 체질은 아니다. 클럽에 혼자 와본 적도 딱히 없지만,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잠시 보수적인 패턴들은 내려놓기로 했다. 예기치 못했던 변수 앞에서 계획은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고, 나는 제법 탄력이 좋은 인간이다. 아, 본격적인 게임 전에 잠깐 담배를 피우고 올 걸 그랬나 후회가 잠깐 들었지만 이미 DJ는 이번 트랙을 판 위에 올려놓았다.

처음으로 문이 열렸다.

팔짱을 낀 커플이었다. 도입부터 1번과 2번 카운트가 동시에 올라갔다. 세 번째로 바텐더 유니폼의 아가씨가 옅은 담배 냄새를 풍기며 나를 스쳐 자리로 돌아갔고, 네 번째와 다섯 번째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힙한 캐주얼 차림의 남자들이 내 앞을 지나갔다. 여섯 번째로 들어온 여자는 얼굴이 하얗고 예뻤고 눈꼬리가 길었다. 아, 아쉽다. 내 타입인데.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니까 나는 잠자코 카운트를 하며 기다렸다. 일곱 번째는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던 남자였고, 남자의 뒤를 바짝 쫓으며 욕을 하던 여자가 여덟 번째로 내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아홉 번째, 문이 열렸다. 수트를 입은 남자였다.

맹세컨대 이런 장소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수트에 넥타이까지 윈저노트로 단단히 맨 클래식한 차림새에 허를 찔렸다거나, 반질반질한 구두 코 끝부터 모자람 하나 없는 핏을 따라 몸을 스캔하고 얼굴을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굳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남자가 문을 열고 주춤주춤 이 아수라의 놀이터 같은 네온사인 속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 주변을 떠돌던 공기의 흐름이 삽시간에 남자를 향해 파도처럼 쏠려갔다. 남자는 무심한 얼굴로 잠시 수트의 매무새를 툭 다듬었을 뿐이었다. 그럴만한 인물이었다. 이렇게 시선이 집중되는 일 따위 숨을 쉬듯 자연스러워서 가슴 한 번 뛰지도 않을, 때문에 어렸을 적부터 남의 눈치를 보고 살 이유도 없었을,
그야말로 신이 내린 외모였다. 입이 떡 벌어졌다. 어쩌면 이미 비틀거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잘 생겼다.”

남자는 누굴 찾아 들어온 모양인지 문 앞에 서서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다섯 걸음 앞에 서 있던 나는 덕분에 안전하고 간편하게 남자를 품평할 기회를 획득했다. 나이는 내 또래 정도 되겠다. 택을 뒤집어 보지 않아도 남자가 입고 있는 진회색 수트가 지난 2월 아르마니 콜렉션에서 파이널을 돌던 모델의 몸에 걸쳐져 있던 것과 같은 물건이란 것쯤은 단박에 알았다. 나는 아름다운 것엔 언제나 눈썰미가 좋았고, 그 현장엔 나도 있었으니까. 최근 코닥 극장 앞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던 헐리웃의 한 남자배우도 같은 수트를 걸쳤지만 이토록 완벽하게 제 옷인 양 소화하지는 못 했었다. 구두는 구찌, 소매 틈으로 얼핏 보이는 기계식 손목시계는 프레임을 보아하니 예거 르쿨트르가 틀림없었다. 내가 차는 것보다 남이 차는 것을 보는 게 10배 쯤은 더 즐거워지는 물건들이 남자의 몸 위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조화로웠다. 그 모든 독보적인 스타일과 훤칠한 키, 역삼각형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잘 짜인 근육들, 결코 둔해 보이지 않는 그 완전한 피지컬의 정점에 그것이 있었다. 얼굴.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는 하마터면 남자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놓칠 뻔 했었다.

그런 미남은 처음이었다.

“진짜 잘 생겼다.”

잡지 못한 말이 이번에도 또 입술을 비집었다. 남자는 눈치가 둔한 편인 건지, 아니면 그런 말을 들을 여유가 없는 상태인 건지 그 말을 딱히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입구 앞에 오도카니 선 남자는 우선 이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탁한 네온사인이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그 준수한 얼굴을 솔직하게 일그러뜨렸다. 입고 있는 수트가 이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남자는 생전 이런 곳에 와본 적이 없는 착한 소년 같았다. 그리고 울컥 좁아진 노란 눈이 본격적으로 내부를 뚫어보았다. 사냥터에 내려선 맹수 같았다. 어쩐지 호랑이가 생각났었다. 달 같은 눈빛을 맹렬하게 반짝이며 소리를 죽여 천천히 어둔 눈밭 위를 거니는, 노랗거나 갈빛 털의 호랑이보다는 좀 더 하얗고, 좀 더 거대한,

그러니까 백호 같은.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 남자를 놓치거나 빼앗기면 나는 아마 죽을 거야. 배가 아파서.

“저기.”

성큼성큼 내 앞을 가로지르려던 남자가 걷던 자리에서 우뚝 멈춰 섰다. 노란 눈이 이쪽을 향해 올 때 나는 그 현실감 없는 눈빛에 그만 남자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잘게 떨 뻔 했었다. 참아, 주은찬. 소리 없이 입매 끝을 밀고 웃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진정해. 지금만큼은 다른 어떤 때보다 여유롭게 굴 필요가 있었다. 촌스럽게 당황하면 안돼. 패를 빼앗기면 안돼. 이런 장소에선 이런 일이 호흡만큼 자연스럽다고, 부드럽고 안온한 말투로 천천히 말을 걸어야 한다. 첫 마디는 그래서 중요하다. 경계를 주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 남자를 유혹할만한 모국어를 수십 마디 쯤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첫수를 빼앗아간 것은 내가 아니라 그 현실감이 없던 미남이었다.

“…빨간 머리.”

남자가 나를 보며 분명 그렇게 중얼거렸다. 감각이 긁혀버릴 것처럼 낮고 굵게 배여나오던 그 목소리마저 잘 생겼다는 감상은 일단 차치하고 나는 좀 당황했다. 어? 뜻하지 않은 반응에 허둥거린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응, 눈에 띄지?”

내 말에 남자는 본격적으로 허리를 숙이고 내 얼굴을 바싹 들여다봤다. 한 뼘 앞까지 다가온 그 얼굴엔 나도 당황했다. 초면부터 이러는 타입은 태어나 본 적이 없었다. 온통 헷갈렸다. 이 행동의 의미는 뭘까. 탐색? 호의? 아니면 그냥 버릇? 다음 답을 유추할 수가 없어 나는 자꾸 목이 마르고 심장이 뛰었다. 내 머리칼과 내 눈을 지나쳐 콧날 밑으로 떨어진 노란 눈은 내 입술 밑에서 잠시 정체했다. 그제야 나는 남자가 뭘 그렇게 유심히 뚫어보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아, 점. 조금 김이 빠졌다. 이런 경우는 흔히 있었다.

“점, 특이해?”
“어.”
“……”
“웃기게 생겼는데.”

약간 헛웃음이 났다. 그래도 이 점이 야하다고 좋아해주는 사람은 꽤 많은데 말이야. 어제 W호텔에서 쓰리썸을 즐겼던 남자들은 블로잡을 할 때 유난히 더 도드라지는 이 점이 퍽 좋았는지 내 입에 자신을 물려놓는 순서를 두고 저희끼리 몇 번을 다퉜었다. 융통성 있는 성격과 더불어 이 점도 내 자유롭고 방종한 인생에는 꽤 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었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지만.
신선하네.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이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상관없었다. 핏 좋은 수트 위로 단단히 드러난 남자의 팔근육을 천천히 움켜잡으며 나는 속삭였다. 점이라면 다른 데도 있는데.

“보여줄까?”

황금색 눈이 당황한 듯 둥그렇게 열리다 이내 일그러졌다. 급한 약속을 코앞에 두고 망설이는 것처럼 잠깐 복잡한 얼굴로 고민에 빠지다 예의 그 잘 생긴 목소리가 툭 물었다. 어떻게. 클럽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나는 남자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며 말했다. 일단 여기는 말고. 바짝 가까워진 남자의 고개가 버릇처럼 나를 향해 돌았다. 목덜미를 떠돌던 향수 냄새에 잠시 어지러워진 내게 남자가 물었다. 그럼 어디.
아. 남자의 어깨에 팔을 감으면서도 온통 떨렸다. 현기증 같은 열기를 나는 그제야 천천히 속삭였다.

“…홍콩.”

최고의 생일선물이었다.








*

비상계단의 문을 닫을 때부터 나는 이미 급했다.

“키스해도 돼?”

노란 눈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대뜸 그것부터 물었다. 남자는 입꼬리를 곤란한 듯 비틀었고 그것마저 미남이라 나는 눈을 떼지 않았다. 남자끼리 그러는 취미 없는데. 그 목소리가 꼭 처음으로 동급생에게 땡땡이를 권유받고 곤란해진 모범생 같아서 나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 했다. 이런 피지컬인데 보수적이기까지 했다. 귀엽게도.
게다가 이런 소리를 했다.

“키스는 좋아하는데.”

아, 어떡하지. 내가 잡아먹고 싶어. 당장에라도 부비고 싶어 근질거리는 입술을 성급히 겹치는 대신 나는 잠깐 끝을 비틀었다 놓았다. 어느 성에서 곱게 큰 왕자님일까. 짧게 소회하며 나는 나보다 한참은 더 높은 그 어깨를 잡으며 은근히 벽 쪽으로 밀었다. 나를 이기지 못할 리가 없는 그 체격이 힘에 떠밀려 하얀 벽에 너른 등을 단단히 붙였다. 이 정도쯤은 우선 괜찮겠지 싶어 나는 남자의 입술에 짧게 입술을 겹쳤다 쪽, 떨어졌다. 노란 눈이 둥그렇게 열리다 이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픽 웃었다. 그럴 땐 희한하게도 얼굴이 개구져서 역시 또 귀여웠다. 어떡하지, 이 남자. 너무 완벽했다.

“이건 키스가 아니라 뽀뽀잖아.”
“남자끼리 그런 취미 없다면서?”
“그건 뭐… 하는 거 봐서.”
“아, 그래?”

오기가 좀 돋았다. 싫은 건 일단 아니란 소리겠고, 괜히 턱끝을 치켜들고 픽 웃는 얼굴조차 잘 생겨서 약간 분하기도 했다. 이 미남을 어떻게 벗기고 요리해야 이 비상계단을 걸어서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즐길 수 있을까. 긴장으로 바짝 마르기 시작한 입술을 물었다 놓으면서 나는 바싹 몸을 붙였다. 말도 없이 저를 빤히 올려다보는 내가 신기했는지 남자가 툭 물었다.

“뭐해.”
“미남 감상.”
“내가 좀 생기긴 했지.”
“좀? 하하, 설마. 이렇게 내 타입인데.”
“허, 못 생겨서 보는 눈은 있네.”
“그래, 그쪽이 못 생겼다고 하는 건 이해해줄게.”

어디 가서 빠지는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런 말에 화도 안 나는 건 그 얘기가 너무나 팩트여서 그랬겠다. 난 잠시 더 그 얼굴을 들여다봤다. 내가 이런 얼굴을 가졌다면 거울을 손에서 놓지도 못할 것 같은데. 키는 아마 나보다 한 뼘은 크겠다. 그러니까 대략 14센치 정도. 틀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나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것에 한해선, 눈썰미가 좋았으니까. 14센치 정도 위에서 당황한 듯 눈썹을 좁히던 남자를 향해 나는 살짝 뒤꿈치를 들어 올렸다. 목덜미에 코를 바싹 붙이자 아르마니의 수트만큼 꼭 어울리던 향기가 좀 더 명확하게 점막을 파고들었다. 내 손은 여전히 남자의 어깨를 벽으로 밀어 붙이고 있었다. 저기. 당혹감에 흔들리는 노란 눈을 올려다보며 나는 흡, 숨을 들이켰다. 마치 비에 흠뻑 젖은 재규어가 떠오르는 향에 잠깐 현기증이 일었다.

“향수, 뭐 써?”

아르마니의 클래식 수트가 완벽히 어울리는 그 비주얼만큼이나 잘 생긴 목소리가 낮게 툭 대답했다. 모르는데. 나는 자꾸만 오늘의 천칭자리 운세가 궁금해졌다. 이상형, 혹은 운명의 상대 운운하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믿어본 적이 없지만 오늘만큼은 속아보고 싶었다. 아. 한 번 더 흡, 숨을 들이마시며 나는 그만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 남자의 이름도 몰랐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이번엔 미남의 얼굴에 걸려있던 당혹스러움에 약간 변화가 있었다. 여전히 당황스럽지만 그걸 왜 이제야 물어보느냐는, 황당함이 함께 번졌다. 약간은 가벼워진 얼굴로 남자가 대답했다.

“백건.”

말도 안돼.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이름까지 완벽하지, 이 남자.

“좋아. 그럼, 백건.”

나는 패턴이 유려하던 아르마니 넥타이의 매듭에 손가락을 걸었다. 슥 당겨내는 동작을 따라 툭 풀어지는 넥타이를 나는 단번에 잡아 뽑았다. 넥타이가 사라진 셔츠 위로 유난히 더 도드라져 보이던 단단한 흉근 위를 나는 손끝으로 모양새를 잡듯 더듬었다. 미남이 하얀 얼굴을 당황한 듯 솔직하게 붉혔다. 이모가 내 자유를 박탈하는 대가로 주차장에 넣어준 그란카브리올레의 새붉은 차체를 처음 보았을 때보다 지금이 몇 배는 더 짜릿했다.  잠깐 심호흡을 하고 좀 더 발꿈치를 들며 백건과 나 사이에 놓여있던 간격을 좁혔다. 이제 바로 눈 위까지 바짝 붙은 노란 눈을 향해 나는 천천히 웃었다. 웃는 건 자신 있었다. 특히 좀 그렇고 그런 의미로 웃는 거.


“내 선물 좀 맛보고 싶은데,”

나는 잠깐 입술 끝을 뭉개며 물었다 놓았다. 당혹감에 솔직히 떨면서도 노란 눈은 내게 고정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셔츠와 셔츠가 맞물린 단단한 가슴팍으로 슬며시 손가락을 밀어 넣으면서 나는 남아있던 말을 혀끝으로 밀었다.

“…포장, 벗겨 봐도 돼?”

아니. 이미 홀린듯이 단단한 근육을 더듬으며 나는 꿈처럼 우물거렸다. 대답, 하지마. 안 했으면 좋겠어. 백건은 잠깐 나를 저지하려는 듯 오른손을 주춤 들어 올리다 허공에서 오똑 멈췄다. 무슨 생각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보자마자 내 빨간 머리와 색점에 유난히 관심이 있었던 이 미남이 지금 제 몸을 더듬고 있는, 그 빨간 머리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런 건 모르겠어. 다만 나는 누가 내 유리구두를 벗겨가 버릴까봐 무서웠다. 이제 곧 시계종이 열두 번을 울릴까 안달이 난 신데렐라처럼 나는 바짝 몸을 붙이며 나를 내려 보던 얼굴을 향해 턱 끝을 들며 입술을 붙였다. 이번엔 입술이 닫혀 있지 않았다. 이젠 좀 더 대담해져도 괜찮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흐, 흐웁, 읍…”

벌어진 입술을 타고 틈을 비집으며 두 혀가 얽혔다. 분명 처음에 이 혀를 밀어 넣었던 건 나였는데 어느 틈엔가 주도권이 뒤집혀 있었다. 마찰이 일어나던 지점이 백건이 아니라 내 입 안으로 넘어와 있던 시점부터 나는 내 호흡을 통제할 권한을 잃어버렸다. 혀를 얽으며 밑뿌리를 깊게 쓸어올릴 때마다 나는 넘어오는 타액을 받아 삼키느라 쉼 없이 울대를 밀었다. 백건이 벽에 댔던 등을 떼어내며 크게 뒤로 젖혀진 내 허리에 팔을 감았다. 츱, 긴 소리를 남기며 입술이 떨어졌다 다시 삼켜졌다. 백건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리면서 나는 잠시 확률에 대해 헤아렸다. 어느 쪽 확률이 더 높을까. 로또, 아니면 우연히 내 생일에 이런 미남을 만나 허리가 녹아버릴 정도로 혀를 섞으며 키스할 수 있는 확률.
뭐, 답은 사실 중요한 건 아니었다. 바지 안쪽이 슬슬 답답했다. 이젠 가로수길 에디터샵에서 꽤 비싼 값을 주고 사왔던 이 슬랙스에 얼룩이 생길 일이 걱정이었다.

“남자랑 해본 적은 있어?”

천천히 시선을 낮추면서 나는 물었다. 백건이 노란 눈으로 나를 뚫어보다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혀. 물론 그런 대답이 내 행동의 방향을 돌려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응, 그럼 정 불편하면 눈을 감아줄래?”

왜냐면 난 네 지퍼 속에 있는 걸 삼켜보지 않고선 잠을 못잘 것 같으니까. 마치 그냥 지나쳤다 이튿날 재입고가 어렵다는 점원의 얘기에 일주일간 내 밤잠을 설치게 한 생 로랑의 점퍼 같았다. 이제는 여러 복잡하고 사소한 경로를 거쳐 한남동 내 아파트 옷장 어딘가에 걸려있을 그 옷을 잠시 생각해보다 나는 본격적으로 허리를 굽히며 스르륵 네 앞에 앉았다. 앞섶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입가로 번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눈 가릴 필요는 없겠,”

그때였다. 말을 다 우물거리기도 전에 뒷머리를 잡혔고 동시에 벼락처럼 몸이 들어 올려졌다.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어깨가 잡히며 벽에 힘껏 뺨이 붙었다. 고개가 뒤로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입술이 먹혔고, 슬랙스에 걸려있던 혁대가 뽑혔다. 순식간에 티셔츠가 목덜미까지 밀어 올려지면서 이미 바짝 곤두서있던 가슴팍을 거칠게 비벼오던 손길을 알아차리기에 난 이미 정신이 없었다. 허를 단단히 찔렸다. 내 구강을 격렬히 헤집어 오는 혀에 혀를 마주 얽기에도 나는 벅차서, 이 남자의 반전에 감탄할 타이밍을 잃어버렸다. 다 삼키지도 못한 타액이 입술을 타고 턱을 적시고 목덜미까지 끈덕지게 흘러내렸다. 아. 나는 벽 위로 손끝을 세우며 바르르 떨었다. 백건이 발갛게 부풀어 오른 내 아랫입술을 힘껏 빨면서 슬랙스 안쪽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어디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미 전원을 꺼버린 내 핸드폰은 아니었을 것 같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쓸 현실 감각은 이 말도 안 되게 잘 생긴 입술에 먹혀 버린지 오래였다. 입술을 미끄러뜨리며 백건은 내 턱께를 질근 씹었다. 내 붉은 머리를 부드럽게 쓸면서, 남은 손으로 내 앞을 제법 세게 주무르며 백건은 말했다. 그때도 백건은 아마 처음부터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그 색점 위에 입술을 붙이고 있었을 것이다.
‘친구’는 무슨. 백건이 낮게 웃었다. 순간 쾌감이 아닌 다른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질끈 흘렀다. 위화감이었다.

“주은찬.”

어?

눈을 열던 그때였다. 나를 주무르며 나를 움켜잡았던 양손이 동시에 나를 놓았다. 손을 놓으면서 백건은 내 뒤에서 그대로 자켓 안쪽을 뒤져 진동을 울리던 핸드폰을 잡아 뽑았다. 나는 아직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조각을 제대로 모으지 못해 얼떨떨했다. 여전히 내 뒤에 몸을 붙이고 있던 백건이 전화를 받고 난 후에야 진동이 멈췄다. 정중하고 공손한 목소리였다. 그야말로 아르마니의 수트 같은, 예거 르쿨트르의 시계 같은, 구찌의 구두와 몽블랑의 향수 같은.
뒷목이 서늘해졌다. 설마.

“예, 숙모. 만났는데요. 빨간 머리에 색점 찍힌 동갑내기.”

나를 뚫어보던 황금색 눈이 씨익 웃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소름이 돋았다. 백건과 아직까지 바싹 맞닿아 있던 허벅지 언저리에서부터 생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죄악감이 뜨겁게 피어올랐다. 비상구는 조용했고 우리 둘뿐이었다. 내 것이 아닌 핸드폰 안쪽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우리 이모였다. 어릴 때부터 나를 아꼈던, 착하고 예쁜 우리 막내 이모.
이제 모든 인과가 완벽히 명확해졌다. 이 미남이 왜 내 머리와 색점을 그렇게 뚫어지도록 보고 있었는지.

[진짜!? 아, 다행이다. 자기야, 건이가 은찬이 찾았대! …고마워, 건아. 걔는 왜 전화도 꺼놓고 도망가서. 언니 완전 난리 났어. 새벽부터 준비한 파티인데 주인공이 사라졌다고…]

싱글싱글 웃고 있던 노란 눈은 어쩐지 이 상황이 퍽 즐거워보였다. 나는 자꾸만 헛웃음이 비실비실 나왔다. 재밌냐, 나는 죽겠는데.

[그래서 어디야? 클럽? 맞지? 아,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누구랑 같이 있든? 놀란 건 아니지? 건아, 친구 되라고 오늘 소개시켜주려고 한 건데 혹시 은찬이가 실수하고 그렇더라도 네가 좀 이해해줘. 그 옆에 어… 남자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은찬이가 좀… 자유분방하거든.]
“예, 확실히.”

암만 봐도 놀리는 말투였다. 나는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 머리가 잘 돌아가질 않았다. 막내이모는 둘째 치고 지금 나는 백건이 나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감도 오지 않았다. 기껏 꼬신 취향의 남자가 사돈지간인 우연은 얼마나 될까. 자유와 방종은 어디까지나 골치가 아프지 않은 선까지만이다. 사돈이라니, 집안끼리 결혼한 사이라니.
내 생일은 망했어. 내 꼴이 우스워서 굽혔던 허리를 펴면서 그 몸에서 막 빠져나가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슥 빠지던 허리에 다시 팔이 단단히 감겼다. 언제 와? 이모가 핸드폰 너머에서 그렇게 물었을 때 백건은 내 허리를 단단히 안고선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혹시 그런 거엔 관심 없냐? 몸부터 시작되는 우정.”

백건이 전원을 꺼버린 핸드폰을 다시 자켓 속으로 밀어넣으면서 내게 물었다. 아. 기대감에 속이 울렁거려서 나는 그만 입술을 비틀었다. 겨우 호흡을 다 잡으면서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있어, 완전. 미쳐버릴 정도로.

“남자랑은 처음인데.”

곤란한 듯 비식 눈을 좁히면서 백건은 내 몸을 제 앞으로 돌려놓았다. 바짝 마주 붙은 얼굴 뒤로 팔을 감으면서 나는 말했다. 괜찮아, 나는 프로니까.

“물론 너만큼 잘난 상대는 없었지만.”
“어, 당연하지. 나는 존나 잘났으니까.”
“너무 딱 잘라서 대답하니까 좀 싫은데, 하하.”
“그것치고 주은찬 허리는 안 싫어하는 것 같은데.”
“원래 나보다 솔직하거든. 그러니까 이제… 간 좀 그만 보면 안 될까?”

‘친구’. 그 말을 혀끝으로 밀어냈을 때 뺨이 잡혔다. 내 입술을 삼키듯 덮어버리는 맹수에게 팔을 감으며 나는 생각했다. 올해 생일엔 샴페인은 필요 없겠어.

정말로, 최고의 생일이었다. (*)









라고 하여 건찬은 몸으로 친구가 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이게 진짜 얼마만에 쓰는 건찬인지, 오랜만에 쓰면서도 왜 이렇게 존못력만 더욱 폭발하는지 슬프기만 하고 ㅠㅠㅠㅠㅠ 하필 며칠 컨디션도 좋질 않아서 저의 한계를 다시금 확인하지만 그래도 간만에 건찬 쓰고 넘 행복해졌으니 저는 되었읍니다ㅠㅠㅠㅠㅠ 올해도 은찬이 생일을 축하할 수 있음에 의의를 둘 것....
무튼!! 사랑하는 내새끼 생일 축하해ㅠㅠㅠㅠㅠㅠ♥♥♥ 그럼 저는 이제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꽃게탕을 해먹기 위해 장을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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