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다락, 둥굴레차! BBS

* 너무 졸려서 잠 깰 겸 & 듣고 있던 노래로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스르륵 두드리는 토막
* 별 내용은 없습니다(...
* 오랜만에 원작 바탕

* 이 노래를 들으면서 썼습니둥


http://youtu.be/MXL8BEPl-Nw






처음이라서

@ruka_tea



#

키스를 했다. 첫키스였다.
누군가 등을 떠밀었던 것은 아니다. 장난을 친 것도 아니었다. 나름대로 진지했다. 종례가 모두 끝난 직후였고, 때를 맞춘 것처럼 교실엔 둘 뿐이었다. 잠이 많은 백건을 아이들은 이제 딱히 깨우지 않았다. 으레 있는 일이었다. 그보다 좀 더 뒷반이었던 은찬은 집에 가기 위해서는 늘 그 복도를 지나쳐야 했고, 그러다 보니 기웃거리게 됐다. 분명히 졸고 있을 거라던 은찬의 예상은 텅 빈 교실 한 중간에 엎드려 있던 색 밝은 머리칼을 발견한 것으로 현실이 됐다. 딱히 기다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니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은찬은 빈 교실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딱히 어제 잠을 설친 것은 아닐 터였다. 백건은 늘 잠이 많았다. 한 번 잠들면 일어나지 않는 게 제 8년지기의 오랜 자랑이라는 것을 은찬은 알고 있었다.
백건. 앞자리의 의자를 끌어당기며 이름을 불렀다. 꿈쩍하지 않았다. 빼액거언. 말꼬리를 늘이면서 은찬은 모로 누워 반쯤 파묻혀 있던 백건의 뺨을 쿡 찔렀다. 역시, 미동도 없었다. 은찬이 엎드린 색 밝은 머리 앞에 팔을 괴며 풀썩 마주 엎드렸다. 장난을 치고 싶었다. 귓가에 바싹 입을 붙이며 은찬은 이름을 불렀다. 일부러 성은 붙이지 않았다. 건아.

「건이 오빠.」
「……」
「안 일어나면 뽀뽀한다?」

색밝은 머리가 옅게 움찔했다. 잠결에도 귀는 열린 모양이었다. 뒤척거리는가 싶더니 백건은 다시 얼굴을 책상 쪽으로 파묻었다. 하복 아래로 드러나 있던 팔뚝을 울컥 잡으며 은찬은 채근처럼 찬찬히 흔들었다. 일어나라니깐. 붉은 머리가 스윽 색 밝은 머리칼을 향해 기울었다. 나, 진짜 한다?
황금색 눈동자가 스르륵 열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반쯤 내리 감은 눈에서 졸음기가 뚝뚝 떨어졌다. 코끝에 걸려 있던 안경이 덜그럭거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어쩐지 피할 수가 없었다. 색 밝은 머리칼이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손이 다가왔다. 바싹 다가와 있던 붉은 머리칼을 넘기면서, 하얀 손가락들이 은찬의 뺨을 찬찬히 감쌌다. 진붉은 눈이 일순 철렁했다. 왜? 답을 찾기 전에 노란 눈이 다가왔다. 그리고 일순 입술이 겹쳤다.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졌다. 눈을 피하기는커녕 감을 틈도 없었다. 왜, 라고 은찬은 묻지 못 했다. 못이라도 박힌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는 울렁거렸다. 백건이 몸을 일으키며 콧날을 타고 미끄러진 안경을 슬며시 벗었다. 왜, 라는 말을 결국 또 묻지 못했던 것은 눈이 마주쳤던 탓이었다. 목이 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가슴께가 울렁거렸다. 파도에라도 휩쓸린 것처럼 마음에선 자꾸만 멀미가 일었다. 문득 웃음이 났다. 프 웃을 때 다시 입술이 겹쳤다. 이번에는 다행히 눈은 감을 수 있었다. 속눈썹이 촘촘한 눈 끝을 옅게 짓누르면서 은찬은 저도 모르게 백건의 팔목을 꽈악 움켜잡았다. 겹친 입술이 가만히 각도를 틀 때 자연히 틈이 생겼다. 비집은 틈을 타고 서로 다른 두 숨결이 천천히 호흡을 섞었다.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던 손이 스르륵 은찬의 뒷목으로 미끄러졌고, 조금 힘을 주어 당길 때 은찬은 순순히 끌려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책상이 덜컹 흔들리던 소리가 어쩐지 멀었다. 물 안에 잠긴 것만 같았다. 공기는 따뜻했고, 콧날이 바싹 붙어 있던 하얀 피부에선 햇볕 같은 냄새가 났었다. 부드러웠고, 조심스러웠고, 그럼에도 뜨거웠다. 호흡이 멎을 것만 같아서 은찬은 움켜잡고 있던 하얀 팔뚝에 자꾸만 울컥 힘을 주었다. 길게 밀려오던 파도가 다시 쓸려나가는 것처럼 두 입술은 천천히 떨어졌다. 또 한 번 눈이 마주쳤다. 노란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그제야 은찬은 물었다. 왜. 웃음결이 사라진 노란 눈이 담담히 말했다. 그냥.

「이제 슬슬 키스 할 때도 된 것 같아서.」

은찬이 웃었다. 무슨 농담이야. 그리고 순식간에, 붉어졌다. 어쩐지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눈가가 홧홧했다. 하얀 손등이 은찬의 뺨을 스르륵 문질렀다. 조금 전까지 겹쳐있던 입술 언저리에 엄지가 닿았다. 소리 없이 가만히 쓰다듬었다. 백건은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말없이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무심히 자리를 털었다. 가자. 그리고 불쑥 손을 내밀었다. 집에.

그날은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대화는 없었다. 대문이 보이기 시작할 때 은찬이 먼저 부리나케 집 안으로 달려 들어갔고, 백건은 배가 고프다면서 응접실 쪽에 올라와 가방을 벗어 던졌다. 가람이 가방과 함께 백건을 마당으로 걷어찼고, 공자를 기다렸다는 현우의 성화에 휩쓸려 은찬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 저녁 메뉴는 소고기국이었다. 고기를 한 주먹 더 넣으라는 성화대신 백건은 잠자코 청가람이 떠주는대로 국그릇을 받아들었다. 가람이 잠시 믿지 못 하겠다는 듯 눈을 열었다. 설거지는 현우였고, 이번에도 그릇을 세 개쯤 깨먹었다. 씻고, 다 같이 드라마를 보다 백건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장 늦게 일어난 은찬이 TV의 전원과 응접실의 불을 껐다. 할머니에게 안녕히 주무시라는 인사를 하고 은찬은 숙소로 돌아왔다. 이미 불이 꺼진 어둠 안쪽에서 현우의 검은 그림자가 뒤척이며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 놓고 은찬은 자리에 누웠다. 충전기에 꽂힌 핸드폰을 당기는 대신 은찬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둥그렇게 부푼 이불을 왈칵 끌어안으며 은찬은 얼굴을 묻었다. 어쩌지. 푸스스 웃음이 샜다.

“진짜, 좋아.”

그날 은찬은 밤이 저물도록 뒤척거렸다. 역시 싸운 게 틀림없다고, 현우가 가람에게 넌지시 고자질을 했다.





#

백건이 조용해졌다. 주은찬의 눈 밑에 거뭇거뭇 다크서클이 앉기 시작한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진짜 싸웠어, 니들?”

주말이었고, 점심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밥을 두 주걱씩 퍼주는 동안에도 밥상은 까닭 없이 고요했다. 가장 작은 계란 후라이를 얹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백건이 군 소리 없이 지나가자 가람은 끝내 폭발했다. 나름대로는 큰맘을 먹고 물어본 듯 했다. 누가? 은찬이 흰 쌀밥 위에 붉은 고추장을 툭 문지르며 물었다. 가람의 주걱 끝이 정확하게 주은찬, 그리고 백건을 가리켰다. 돼지 너, 그리고 너.
은찬이 볼을 긁적였다. 딱히 싸운 적은 없는데. 백건은 대꾸 없이 퍽퍽 밥을 비비기 시작했다. 가람이 미심쩍은 듯 둘을 돌아보며 물었다. 진짜야? 은찬이 수저를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 응.
사실은 말을 할 수가 없어. 너무 조심스러워서,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보다는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처음이라서,
우리는 처음이라서.

안 싸웠으면 됐고. 가람이 주걱을 휘저으며 남은 밥을 헤집었다. TV에서는 마침 메밀차를 재방송하고 있었고, 진작부터 정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현우는 화면에서 도무지 눈을 떼지 않았다. 가람이 자긴 정리부터 하겠다면서 밥솥을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화면 속에서는 아무리 보아도 백건의 혈육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서 낯선 사내와 마주 앉아 있었다. 현우가 은찬을 향해 몸을 숙이며 소리를 죽여 말했다. 드디어 백은 낭자가 왕철하고 오해를 풀었는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오늘 입을 맞출 것 같단 말이죠. 은찬이 프 웃었다. 그래? 현우가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시선은 여전히 TV 속에 꽂혀 있었다.
백은이 스르륵 눈을 감았다. 남자의 손이 천천히 하얀 뺨 위에 감겼다. 현우가 숟가락을 물며 숨을 삼켰다. 은찬은 어쩐지 그 장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눈길을 슥 피하다 또 한 번 눈이 마주쳤다. 노란 눈이 빤히 이쪽을 쳐다보았다. 은찬이 습관처럼 입술 끝을 짓씹었다. 숨이 막혀 그랬다. 호흡이 멎을 것만 같아서, 습관처럼 그랬었다. 하지만 상 밑에서 꽈악 움켜쥐고 있던 빈 주먹을 은찬은 미처 보지 못 했다.

‘싫어할 거야.’

은찬은 생각했다.

‘겁 먹겠지.’

백건이 볼 안쪽을 꽉 짓씹었다.

‘서툴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아, 난 그때… 왜 그랬지.’
‘갑자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눈이라도 감았어야 했는데.’
‘좋아한다고 먼저 말할 걸.’
‘널 굉장히 오래, 좋아했다고 말해줄걸.’
‘이젠 싫겠지.’
‘실수였을 거야.’
‘하지만 사실은,’
‘그래도 나는,’

멈추기 싫었어. 거기에서 그만 두기 싫었어.
또 다시 쿵쿵 심장이 뛰었다. 숨이 막힐 듯이 어지러웠다. 자꾸만 뜨거웠다. 그래도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피하고 싶지 않았다. TV에서는 BGM이 달콤하게 사랑을 노래했다. 사랑에 빠지고 있어, 그러니 키스해줘, 사랑받고 싶은 사람처럼.
남자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두 입술이 겹칠 때 현우는 재생 버튼이 고장난 화면처럼 정지했다. 백은이 눈을 감을 때 숟가락이 우당탕 상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부엌에 있던 가람이 불쑥 눈을 들이밀었다. 무슨 일이야? 어정쩡하게 일어나 상 밑을 짚고 있던 은찬이 잠깐 가람을 돌아봤다. 은찬이 웃었다. 숟가락 하나만 갖다 줄래? 가람이 불퉁거리며 부엌 쪽으로 다시 들어갔다. 현우는 아예 화면을 향해 돌아앉아 있었다. 그제야 은찬은 상 밑으로 눈길을 떨어뜨렸다. 커다란 손이 제 손을 잡고 있었다.
건아. 은찬이 소리 없이 이름을 불렀다. 둥그런 눈 끝이 자꾸 떨었다. 흔들리며, 일렁이며 은찬은 말했다. 해줘.

“…그 다음.”

노란 눈이 열리다, 천천히 흔들렸다. 움켜잡힌 손목에 꽈악 힘이 실렸다. 아팠다. 그보다는 델 것처럼 뜨거웠다.

“알고 싶어.”
“……”
“…나도 잘 몰라.”
“……”
“처음…이라서.”

첫사랑이라서.







그날 밤, 현우도 가람도 일찍 자리를 펴고 각자의 방에 누웠다. 하지만 일찍부터 함께 펼쳐진 두 자리의 주인은 날이 밝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밤은 깊고 어두웠고, 별이 촘촘한 하늘에는 내도록 손톱 같은 달이 떠 있었다. 초월(初月)이었다. (*)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은 다시 읽어도 아무 내용이 없네요 허허허허허..... 에드 시런 노래를 듣다가 그냥 키스하는 건찬이 보고 싶어서 그만 (mm<... 요즘 넘 애증이나 리비도가 폭발하는 건찬을 자주 쓴 것 같지만 그래도 18세다운 풋풋한 건찬이 좋습니다ㅠㅠㅠㅠㅠㅠ 첫사랑 같은 녀석들 ㅠ... 겨론해라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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